1주 차를 두고 선보인 두 우리 영화 ‘클래식’(감독 곽재용)과 ‘동갑내기 과외하기’(김경형)는 대조적 색깔의 작품들이다. 둘 다 코믹 요소와 멜로 요소를 뒤섞었으나, 전자는 멜로에 후자는 코믹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판이하게 다른 색깔을 띤다. 그럼에도 이 두 영화에는 결정적 공통점이 있다. 영화의 주된 매력 요인이 여 주연 배우들의 연기라는 것이다. 그것도 스크린 진출로 치면 신인 급에 지나지 않는 새내기 스타 손예진과 김하늘의 연기 말이다.
이 평범해 보이는 사실이 여간 반갑지 않은 까닭은 우리 영화계에는 연기 면에서 남배우들에 비해 여배우들이 상대적 열세를 보여 와서다. 유감스럽지만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현재도, 우리에게는 진정 신뢰할 만한 여배우들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자·타 칭 스타는 넘쳐날지 몰라도. 목하 한국 영화 성장의 주 동력으로 기능하고 있는 남자 배우들과 비교해 보면 그 점은 명약관화해진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전도연 등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 우리에게 과연 송강호나 설경구, 최민식, 조재현 등 연기력에서 둘째라면 서러워 할 ‘중견 급’ 남우들에 필적할 여우들이 있는가? 공효진 정도를 빼고, 과연 임창정이나 황정민, 류승범처럼 주·조연을 오가며 폭넓은 연기력을 발산하는 여배우들이 있는가? 단언컨대 없다. 만만치 않은 흠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두 영화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는 건 무엇보다 그래서다.
‘취화선’에서 출발해 ‘연애소설’에서 연기자로서의 잠재력을 드러냈던 손예진은 ‘클래식’에서 비로소 주연으로서 달란트를 맘껏 뽐낸다. 그것도 30년이란 시차를 뛰어 넘는, 엄마와 딸로서 1인 2역을. 그녀는 조승우ㆍ조인성 두 배우를 상대로 전혀 꿀리지 않는 연기를 선사한다. 특히 표정 연기가 일품이다. 하도 어색해 클로즈 업이 들어갈 때마다 영화의 흐름을 깨곤 하는 이 땅의 여느 여배우들과는 사뭇 다르다. 그래, 그래서일 게다. 때론 울리고 때론 웃기는 그녀의 연기를 보면서 흔치 않은 연민과 공감을 느낄 수 있었던 건.
‘동갑내기...’의 김하늘도 마찬가지다. TV 드라마 ‘로망스’ 등을 통해 이미 섬세한 연기력을 입증한 바 있는 그녀는 스크린에서도 그 섬세함을 견지하는 데 성공한다. 코미디 특유의 필요성 탓에 때론 과장된 연기를 펼치는데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게 비치는 건 그 섬세함 덕분이다. 의도적이긴 하겠으나 ‘화산고’를 연상시키는 권상우의 큰 동선의 거친 연기가 그다지 거칠게 다가서지 않는 것도 그렇고. 그뿐이 아니다.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화난 표정을 지을 때조차도 그녀에게는 어떤 페이소스가 풍긴다. 우리 영화에서 좀처럼 목격하기 힘든 정한이. 나는 벌써 이 두 여우들의 차기작들을 고대하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