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나무.
'불교 최고의 이상인 불타정각의 지혜'라는 뜻의 '보리'를 빌려 작명된 고귀한 나무.
내가 젤 처음 이 나무 이름을 접한 것은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에서였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성문 앞 우물곁에 서있는 보리수(1).....’ 그리고 부처님이 보리수나무(2) 아래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그 나무. 어디선가 보리수나무(3) 열매로 스님들의 염주를 만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다가 지금 내가 사는 집 뜰에 내가 심지도 않았는데 어느 해부터 쑥쑥 자라는 나무가 있는데 이름이 궁금하여 식물 판별 앱으로 찍어보니, 이런, 이 녀석 이름도 ‘보리수’(4)가 아닌가! 그것도 물경 모두 다섯 그루씩이나 자리잡고 있다니!
언급한 네 종류의 보리수가 같은 종류인가? 내가 아는 바로는 부처님이 그 그늘 아래 좌정했을 그 나무는 엄청 큰 거목이던데 이게 제대로 자라면(생장 속도가 엄청나다) 내 집을 온통 덮어버리지는 않을까? 그리고 풍수지리에 의하면 집안에 큰 나무를 키우면 사는 사람에게 흉액이 든다 했거늘. 그리고 물리적으로다가 생각해봐도 주택 아래 땅속으로 뻗어드는 뿌리줄기로 집이 기울어질 수도 있고. (낙숫물이 바위에 구멍은 뚫는다지 않은가?)
그래서 이 보리수 다섯 그루를 여하히 처분할 것인가를 판단하기 위해 먼저 이 녀석에 관해 벼락공부를 했다. 그 결과는 이렇다.
(1) 보리수:
이 보리수는 틀린 이름이다. 원래는 독일에서 자라는 종은 ‘피나무’다.(우리나라에도 있는 ‘굴피나무’ 종류.) 그런데 왜 이런 왜곡이 생겼느냐? 짐작컨대, 슈베르트의 노래에 우리말 가사를 붙인 아무개 씨가 “성문 앞 우물곁에 서있는 ‘피나무’.....”하면 그 어감과 느낌이 노래 분위기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아 우리 정서에 익숙한 ‘보리수’로 살짝 바꾸지 않았을까? 내 생각이다.
(2) 보리수:
뽕나무과의 활엽수. 부처님과 연관. 일명 '인도 보리수'라 불린다. 아열대 수종.
(3) (중국) 보리수:
온대지역인 중국에서는 인도 보리수가 잘 자라지 못한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모양의 중국산 나무에 이 이름을 붙였다 한다.
(4) 보리수:
‘뜰보리수’가 정확한 이름. 원산지는 현해탄 건너 일본. 이름이 보리수인 것은 보리가 한창 익는 유월에 결실한다 하여 붙인 이름이라는 속설도 있다. 우리집 보리수가 이 나무.
내가 위에서 언급치 않은 (5)번째 보리수:
우리나라 토종 ‘왕보리수’. 여타 종류의 보리수와 다르므로 '왕'자를 붙였다. 시월쯤에 결실. 열매 꼭지가 바로 가지에 연결된 모양이 특징.
좋다, 뜰보리수 이 녀석들, 베어버릴까 했는데 너희들은 운이 좋다. 크게 자라지는 않는다니 너희와 함께 오래오래 살기로 결심했다. 때때로 전정하는 것은 참아달라. 우리집은 고작 150평일 뿐이다.
<보리수> 노래
자연물이 다 그러하지만, 특히 나무는 사람 건강과 심신 안정, 힐링에 도움이 된다 하니, 이 여름 큰 나무 그늘 밑에 반듯이 드러누워 나뭇잎 살랑대는 소리를 들으며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잠시 올려다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