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보문단지에서 (9/14)
- 20060914, 목요일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 벤 스타인
경주 보문 관광단지는 유적의 도시 경주에 다양한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종합관광휴양지'이
다. 경주시가지에서 동쪽으로 약 6.5km 떨어진 명활산 옛 성터 밑에 있는 50여 만 평의 보문
호를 중심으로 조성 총 323만평의 대지에 국제적 규모의 관광호텔 골프장, 테니스장 등의 운
동시설, 토산품점, 쇼핑 센터, 그밖에 물 흐르듯 쭉 뻗어난 산책로, 보문호 중앙에 위치한 높
이 100m의 고사분수 등 수많은 위락시설을 갖춘 경주의 종합 관광단지이다.
봄이면 보문 호수에 휘날리는 벚꽃이 무척 아름다우며, 가을에는 단풍이 무척 곱다는데, 9
월 중순에 발걸음한 보문 단지는 높은 하늘과 깨끗한 거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토암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보문단지의 야경
예약한 보문단지 내의 한화콘도 신관에 여장을 풀고 한숨을 돌린 후 토함산으로 향하였다.
휴양림에 버금가는 청정지역 산허리를 돌고 돌아 토암산에 오르니 시계추는 이미 여섯 시
를 넘었으며 사위가 깜깜하여 석굴암을 볼 수 없었다. 보문단지의 야경을 바라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심호흡을 하며 내려왔다.
- 보문단지 야경
유수정('흐르는 물처럼')에서
지인에게 전화로 물으니 토암산에서 보문단지를 향해 내려오노라면 분위기 좋은 한정식집
이 있을거라고 알려주었다. 지나쳐온 길을 다시 더텨가 들어간 곳이 태극마크가 그려져 있
는 '유수정'이라는 곳이었다.
상호인 '유수정' 은 '흐르는 물처럼'이라는 뜻이 깃들여 있다고 개량한복을 입은 주인장이
설명해 주었다. 그 집 건물의 흙벽에 걸려 있는 플랑카드에는 지난 여름 '7080 음악회를 열
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우리 고유의 소품이 자연스레 어울리는 그 곳을 돌아 보며 '역
시, 우리 것이 좋은 거여!'하고 재삼 고개를 끄덕였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금방 구운 국
화빵을 샀는데 달지 않고 별미였다.
- 흐르는 물처럼(유수정)
- 유수정 뒤란에서 만난 애호박
- 벽에 붙어 있는 시화
울릉도에서 독도로(9/14)
- 20060915, 금요일, 쾌청
<어디에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어디로 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 올리버 웬델 홈스
그 섬에 가시거든
이제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그 섬엘 드나들 수 있게 됐다지요
갈매기와 대구 명태 정어리, 고깃배와 헬리콥터나 오가던 섬
마라도처럼 백령도처럼 마음대로 찾아갈 수 있게 됐다지요
그 섬도 좋아할 것입니다
우리와 처음 만나던 날의 금강산처럼 진심으로 반가워할 것입니다
벌써부터 가슴을 설레면서 우리를 기다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심장이 되고 떨려서 밤새 뒤척일 것입니다
줄지어 밀려드는 사람들을 보고 수줍어 고개도 들지 못하면서
낯을 가릴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드리는 부탁입니다
안아주고 싶더라도 그냥 바라만 보아주세요
사랑의 손길을 모르고 살아온 곱고 여린 몸이라
생각보다 쉽게 병이 날지도 모르니까요
그 섬에 가시거든
떠들고 노래하기보다는 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세요
우리를 기다려 쌓아둔 이야기가 참 많을 테니까요
독도에서
태풍 '산산'이 다가오고 있다는 예보로 인해 울릉도 숙소에서 여장을 풀고 점심 식사를 마치
자마자 일정을 앞당겨 독도행 삼봉호에 몸을 실었다.
포항에서 울릉도까지 3시간 넘게 배를 탄 후 이어서 왕복 다섯 시간 정도 걸리는 독도에 가기
위해 다시 배를 타려니 아무래도 무리일 거 같았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꼭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키미테를 의지하여 용기를 냈다.
독도는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산 1~37번지의 행정 구역에 있으며 독도의 소유권은
대한민국 해양수산부(관리청:해운항만청)이다. 독도의 실제 민간인 실제 거주는 1953년 4월
20일 독도의용수비대이며, 거리 상으로는 울릉도 동남쪽 89.493km, 한반도 본토의 울진군 죽
변면에서 220.354km, 일본에서 제일 가까운 시네마현 오끼섬에서 약 160km에 위치한다.
독도까지 가는 동안 종종 큰 파도가 일었으나 배는 비교적 잔잔한 물결을 헤쳐 부지런히 나
아갔다 드디어 독도에 도착했다. 뱃사람들과 전경들의 안내 하에 독도 땅에 발을 디딘 순간
가슴이 쏴~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용솟음치는 감회로 인해 부지런히 디카의 셔터를 누르는
데 둥근 원을 그리며 "독도는 우리 땅~♪"의 노래를 힘차게 부르는 아주머니들...모두들 한마
음이 되어 합창하며 기념 촬영을 하다 보니 허락된 15분이 지나가고 20여 분이 금새 흘렀다.
일렬로 선 전경들의 거수 경례를 받으며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돌아오는 배 안에서 애잔
한 듯, 애틋한 듯,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감회에 젖었다. 우리 모두 힘내어 민족의 혼인 독도
를 영원히 잘 지켜야 한다는 다짐을 하며 두 손을 꼭 쥐었다.
- 독도의 모습
울릉도 내륙 일주 후 전망대에서 (9/15)
- 20060915, 금요일, 촉촉히 비 내린 후 순풍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모른다면, 우리는 결국 전혀 다른 곳에 도착할 것이다>
- 로버트 W. 올슨
울릉도는 3무(三無), 3풍(三豊), 3다(三多), 3고(三高)등이 있다. 3무(三無)는 뱀(蛇)과 도
둑, 공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3풍(三豊)은 물(水)과 향나무, 오징어가 많다는 것을 의
미한다. 3다(三多)는 돌(石)과 바람(風), 미인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3고(三高)는 산과
파도, 물가(物價)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해안의 섬인 울릉도는 강원도 묵호에서 137Km, 포항에서 217Km 떨어져 있으며 포항, 묵
호에서 쾌속선을 타면 3시간이면 갈 수 있다. 사화산(死火山)으로 형성된 울릉도는 해발984m
의 성인봉(聖人峰)이 가장 높은 봉우리이며 섬 전체가 급경사를 하고 있는 섬이다. 특히 섬
전체가 산으로 되어 있으며 산으로 들어가 보면 울창한 숲을 형성하고 있어 마치 열대우림
에 들어온 착각이 들 정도이다. 또한 각종 산나물과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각종 식물들이
많으며 물맛이 매우 좋다.(가이드 말에 의하면 '용천수'라고 함)
가는 곳마다 신비한 형상의 산봉우리와 용암을 보며 절로 감탄사가 일었다. 더구나 만담가
못지 않은 입담을 쏟아내는 분의 안내를 받으며 울릉도 내륙을 관광하는 내내 웃음이 가시
지 않았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울릉도의 정경
- 천냥금 비슷하게 빨간 열매가 열리는 '마가목'
영덕 대게
- 20060916, 토요일, 태풍 '산산' 영향
'노력을 중단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없다.그것은 습관을 잃는다.
습관은 버리기는 쉽지만, 다시 들이기는 어렵다'
- 빅토르 마리 위고
태풍이 온다는 일기예보 때문에 울릉도에서 보낼 일정을 변경하여 포항행 3시 여객선을 탔
다. 갈 때와는 달리 속이 거북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선실에서 자다가 깨어서 티비를 보노
라니(중간 중간에 볼 책을 챙기지 못하여) 어스름이 몰려올 무렵에 포항 여객터미널에 도착
하였다.
영덕에서 대게를 먹기로 하고 밤 그림자를 헤치며 나아갔다. 포항에서는 조용하던 바닷바람
이 영덕에 다다를 즈음에는 집채만한 파도를 동반한 채 거센 소리를 내며 자꾸만 불어났다.
쉽사리 가볼 수 없는 영덕에는 세 가지 유명한 것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대게이며, 둘째
는 해돋이요, 셋째는 복사꽃이라고 한다. 4월이면 이 모두를 묶어 축제를 여는데, 드라
마 '그대 그리고 나'의 촬영 장소였던 탓에 축제의 주제가 '그대 그리고 나' 일색이지만 그
래도 어디보다 볼만하단다. 영덕이 그 드라마로 알려지기 전까지는 오지 아닌 오지였다고
한다.
바닷가에 있는 대게를 파는 일출(대게)횟집 이층으로 올라갔다. 바로 아래까지 차 오르고 있
는 검은 파도를 보니 물의 힘이 얼마나 거센지 짐작할 수 있었다.
다리가 길고 딱지가 유난스레 주홍빛인 영덕대게는 게가 크다는 의미도 없진 않지만 본래는
게의 다리가 대나무처럼 곧고 바르다는 뜻에서 연유한 거란다. 그래서 대게를 죽해(竹蟹)라
고 쓴다고도 한다.
영덕대게를 먹고 나니 형부께서 이야기하신 '강구항'이 생각났다 그러나 시간이 늦어서 마
음으로만 그리며 일어섰다.
정동진에서
- 20060916~17, 토요일, 잿빛 하늘
지난 밤, 자정이 가까워서야 정동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다와 가까운 곳에서 깊은 잠 속
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일출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새벽 5시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따끈한 물로 샤워를 한 후 숙소를 나섰다. 주말이어서 일
까? 아님 평일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정동진을 찾아와 수 년 전의 미니시리즈로 유명했
던 모래시계를 떠올리며 연인 또는 가족과 함께 백사장을 걷고 있는 걸까?
잿빛 구름 때문에 일출을 볼 수 없어 아쉬웠으나 시원스레 부서지는 파도를 보며 새벽 바람
을 쐬노라니 가슴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모닝 커피를 마시고 산책하며 법정 스님
의 글을 달싹였다.
친구여!!
친구여!!
나이가 들면
설치지 말고 미운소리,우는소리,
헐뜯는 소리,
그리고 군소리,불평일랑 하지를 마소.
알고도 모르는 척,
모르면서도 적당히 아는 척,어수룩하소
그렇게 사는 것이 평안하다오.
친구여!!
상대방을 꼭 이기려고 하지 마소.
적당히 져주구려
한걸음 물러서서 양보하는 것
그것이 지혜롭게 살아가는 비결이라오.
친구여!!
돈,돈 욕심을 버리시구려.
아무리 많은 돈을 가졌다 해도
죽으면 가져갈 수 없는 것
많은 돈 남겨 자식들 싸움하게 만들지 말고
살아있는 동안 많이 뿌려서
산더미 같은 덕을 쌓으시구려.
이른 아침의 정동진
봉평 메밀 축제를 보며 (9/17)
- 20060917, 토요일, 오전 : 쾌청, 오후: 가랑비
봉평은 우리나라 단편문학의 백미로 일컬어지는 `메밀꽃 필 무렵의 작품무대이며, 가산 이효
석 선생이 태어나 자라난 곳이다. 또한 지난 90년도에 문화관광부로부터 '전국 제1호 문화마
을'로 지정되었다.
한국 현대문학의 대가 가산 이효석 선생을 배출한 봉평은 '메밀꽃 필 무렵'의 실제 무대이기
도 하다. 해마다 '메밀꽃 필 무렵'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던 터, 기회가 오면 '꼭
가봐야지'하고 기대하며 기다리곤 했었다.
제8회 '메밀꽃 필 무렵' - 평창 효석문화제 (축제기간2006.09.08 ~ 09.17) 는 10일 동안 열
리고 있었다. 봉평의 메밀밭에 들어서는 순간,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라는 글귀가 생각났다.
소설에서처럼 아름다운 메밀꽃밭을거닐며 허생원과 동이, 둘이서 드나들었던 충주집과 물레
방아간과 당나귀 그리고 달빛 아래온통 하얀 메밀꽃을 떠올리며 소설 속으로 들어갔다.
축제 기간 동안에 등장인물과 시대상을 반영한 가장행렬, 문학의 밤, 그 시절 학동들의 전통
민속놀이, 봉평 장터 분위기 등을 만끽할 수 있다고 한다. 메밀밭 속 원두막에서 사진을 찍
거나 소설 속 소품으로 기념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특히, 올해에는 축제위원회가 주관하여
토종 메밀음식들을 한자리에서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도록 하였는데, 쪽진 머리를 하신
할머니가 만든 메밀전병과 메밀빵이 별미였다. 메밀묵은 담백하였으며 노란 콩 인절미는 매
우 고소하였다.
가산 선생의 문학적 열정을 기리고 우리나라 단편소설의 백미인 메밀꽃 필 무렵의 시간적,
공간적 재현을 통하여 참여자에게 가식 없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느끼게 해주는 '효석 문
화제'를 보며 봉평 장터와 5일장의 향수에 젖을 수 있었다.
봉평 메밀꽃 속에서
동화 속 허브나라에 다녀오다 (9/17)
- 20060917, 일요일
평창 흥정계곡에 자리한 '허브나라'는 아름다운 자연과 허브 향이 어우러진 허브농원이다.
봄과 가을에는 진달래와 단풍으로 물든 계곡이 아름답고,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에서 물놀
이, 겨울에는 흰눈에 파묻힌 포근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허브나라에는 허브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Herb Garden(허브 정원)과 허브를 다양하게
이용해 테마별로 구성된 어린이 정원(Children Garden), 향기 정원(Fragrance Garden),
세익스피어 정원(Shakesphere Garden), 달빛 정원(Moon Garden), 나비 정원(Butterfly
Garden), 연못(Water Garden), 햇빛 정원(Sun Farm) 등 7개의 테마 가든과 허브 나라에서
쓰이는 허브를 기르는 농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작나무 집에는 허브로 요리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과 향긋한 허브차를 즐길 수
있는 찻집, 허브차와 허브 상품들을 구입할 수 있는 전시실이 있다. 허브나라에서는 약 100
여종의 허브가 재배되고 있다고 한다.
그윽한 향기 속 각양각색 허브 꽃을 둘러보며 시간이 흐르는 줄 몰랐다. 그러나 한편으론
지난 여름(7/15) 태풍과 폭우로 인해 계곡과 나무에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을 보며 안타까
운 마음이 일었다.
상큼한 향기의 허브꽃과 꽃 이야기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kr.img.blog.yahoo.com%2Fybi%2F1%2F08%2F65%2Fprotour0999%2Ffolder%2F2298546%2Fimg_2298546_1462842_0%3F1150611603.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