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끼바리쌀 20kg 한포의 위력
지난 6월21일에 과학문화유산을찾아서라는 프로그램으로 태안에 있는 신두리 해수욕장을 다녀왔다.
“신두리해안사구는 우리나라 최고의 사구지대로 태안군 신두리 해수욕장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곳에는 사막처럼 펼쳐진 넓은 모래벌판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 신 두리 해안사구는 빙하기 이후 약 1만 5천년 전부터 서서히 형성된 것을 추정이 되며 강한 바람에 모래가 파랑에 의해 해안가로 운반되면서 오랜 세월을 거쳐 모래언덕으로
만들어 졌다.
따라서 북서 계절풍을 직접적으로 강하게 받는 지역으로 북서계절풍에 의해 주변 산지의 운모편암이 깎여 바다로 들어간 뒤 파랑을 타고 다시 바닷가로 밀려들거나 파랑의 침식으로 깎여간 침식물 들이 해안가로 밀려와 쌓여 형성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곳에는 해안 사구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생태계가 조성되어 식물 군으로는 전국 최대의 해당화 군락지, 통보리사초, 모래지치, 갯완두, 갯매꽃을 비롯하여 갯방풍과 같이 희귀식물들이
분포하여 있으며 동물군으로는 표범장지뱀, 종다리, 맹꽁이, 쇠똥구리, 사구의 웅덩이에 산란을 하는 아무르산개구리, 금개구리 등이 서식하고 있다.
사구는 육지와 바다의 완충지대로 해안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부터 농토를 보호하고 바닷물의 유입을 자연스럽게 막는 역 할을 한다. ”
장영균 선생님으로부터 버스안에서 짧은 강의로 많은 것을 알게 된 내용들이며
이번 사구답사에 도움이 되어 고마웠다.
오늘의 내 파트너가 된 고척고 1년생인 김민성군과 함께 신두리 사구를 둘러 보았다.
길 게 늘어진 신두리 해변의 끝 부분에 위치한 사구를 보러 갔으나 신두리 사구가 이제는 황폐해서 한국의사막이라고 하던 국내 유일의 사구(모래언덕)가 전날 비가 온 탓인지 진흙이 질퍽거렸고 잡초만 무성했다.
신두리 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을 삼삼오오 짝을 이루며 우리는 물속으로 걷기도 하고 조개를 잡으며 명사십리를 마음껏 걸었다.
모래를 파보면 아직도 대란의 흔적이 남아 있는지 검은 모래가 손에 묻어서 끈적거리는 느낌에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우리는 4개조로 20명씩 팀을 만들어 기차놀이, 방울소리듣고 걷기, 줄다리기를 하며 온갖 시름을 잊고 동심으로 돌아가 젖먹던 힘까지 짜내면서 한시간여의 악전고투를 벌였다.
대장님은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메가폰을 잡고 시종일관 깔깔대시며 좋아라 하신다.
줄다리기할 때는 끌려가지 않으려고 땅바닥에 뒹굴며 매달렸지만 오뉴월 개끌려가듯 질질 속수무책으로 끌려갔다. 이때처럼 비참해 보기는 난생처음이다.
한사람의 힘으로는 어쩌지 못하는게 줄다리기 경기인가 보다.
우리3조는 노땅들이 많이 참석해 주셔서 꼴찌를 했다고들 위로아닌 위안을 삼고 마음을 삭였다.
그래도 대장님의 현명하신 처사 즉, 상품을 1등이나 꼴찌나 모두에게 똑같이 아끼바리쌀 20kg 한포씩을 주셨다.
꼴찌는 희열을 느꼈고, 1등은 넉넉한 마음으로 받아 들였고, 봉사자의 몫은 장애인에게 더 얹어 주어, 사양의 미덕을 쌓았으니, 모두가 기쁘고 흡족한 마음의 여유를 갖는 하루가 되었다.
즐거운 시간들은 한 컷의 사진에 담고, 동심은 신두리 모래사장에 발자국 남기듯 남기고, 아름다운 추억만을 가슴에 간직하고 떠나왔다.
귀경길에 우리차는 황선지봉사자님이 3명이 합승했으니 무거운 쌀포대를 3포대나 트렁크에 싣고는 집을 향해 내달렸다.
침술원에도착해선 황선지님으로부터 쌀을 넘겨 받은 순간 묵직하고 다루기가 어려워 잠시 낑낑 맸다.
이런 것을 여자의몸으로 우리에게 주시려고 들며 날며 하셨으니 얼마나 힘드셨을까?
이 또한 기쁜 마음으로 하시니 할 수가 있었으리라.
겨우 침술원안에 들여 놓곤 여장풀고 잠시후, 예약손님도받았다. 퇴근무렵엔 아들이 손자와 함께 들어왔다.
아들이 “웬 아끼바리 쌀이에요?” 라고물어 본다.
“응 부름의전화에서 주셨어.”
아들녀석은 싱긋이웃으며 “작년에도 받아 오시더니 올해도 주셨내요?” 라고 말하며 고마워 하는 눈치다.
이 한포가지면 우리식구는 한달정도는 먹을 것이다.
옆에 있던 3살짜리 손자가 내게 묻는다. “할버지 이게 뭐야?”
둘의 대화를 다 듣고도 물어보는 것이 이 또래들의 습관인가 보다.
“응 쌀이지.” 라고 난 대꾸해주었다.
그러자 또 손자가 묻는다. “누가 주었어?” “응 부름의전화에서 주셨지.”
그러자 손자가 “와! 부르전 만세!” 발음도잘 안되는 말로 만세를 불러 우리는 한바탕 웃었다.
어린것도 쌀이 먹는 건지는 알아서 먹을게 많이 생겨서그런지 기쁜가 보다.
집에 도착해선 아들녀석이 쌀포대를 어깨에 둘러맨 쌀을 식탁밑에 내려 놓으니 며느리가
“웬 쌀?” 라고 물어본다.”부름의전화에서 주셨대.” 아들녀석이 말했다.
며느리 얼굴이 확 펴지고 반색을 하며 “아버님 고맙습니다.” 라고 맗한다.
“고맙긴 뭘 부름의전화가고맙지.” 대꾸하는 내 목소리에도 어딘지 모르게 힘이 들어 갔다.
다시 며느리가 하는 말이 “그렇지 않아도 쌀이 똑 떨어져 홈플러스에가야하는데 한번 가면 이것저것 사다보면 십만원이 금새 달아나 버려서요 가기가 무서워요.
이젠 안가게 되어 십만원이 굳었으니 아버님께 고마울 밖ㅔ요.” 라며 생글생글거린다.
쌀 한포대로 우리식구 모두가 즐겁고, 주는 이도 기쁜 마음으로 주셨으니 기쁠테고
하여튼 쌀 한포의 위력이 대단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모두가 행복한 하루였다.
2009년 7월 25일 시각장애우 고성연 씀
첫댓글 행복한 가정의 모습이네요. 고성연님! 건강하시죠? 더위에 건강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