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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공모 절차를 거쳐 선정한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 조성계획 조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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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봉건과 반외세를 외쳤던 동학농민혁명은 이 땅에서 일어난 최대 규모의 민중항쟁이었다. 호남지방만이 아닌 조선 땅 대부분에 걸친 거대한 변혁의 움직임인 혁명의 불길은 당시 조선과 청나라, 일본을 둘러싼 동북아시아 정세를 뒤흔든 대역사였다. 하지만 그동안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가치를 일반시민들이 엿볼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탓에 혁명에 대한 인식은 뒤떨어졌다.
이처럼 제반여건이 미흡한 점이 여러차례 관련 학계·유족회측에서 지적되면서,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 조성에 대한 공감대도 확산됐다.
그 결과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의미와 이념을 현대적 가치에서 재조명하고, 총탄에 스러져간 무명 농민군을 추모하기 위한 역사적 공간인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이 조성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기념공원의 운영비 부담 주체 등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어, 이런 산적한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 숙제로 남아 있다.
△기념공원 조성 배경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과 전북도, 정읍시는 정읍 황토현전적지 일대 33만5800㎡에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앞서 이 사업은 1990년대 말 당시 전북도가 정읍 황토현 유적지에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을 설립하면서부터 가시화됐었다.
현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이 담지 못하는 역사적 현장의 사실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기념공원이 조성돼야한다는 필요성이 강하게 부각된 것이다.
하지만 사업 주체 선정이나 예산 확보면에서 어려움에 부딪히면서, 기념공원 설립에 대한 논의는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그러던 중 학계·유족회측에서 기념공원 설립을 강하게 요구하자, 2010년 김생기 정읍시장은 민선5기 시장공약사항에 ‘동학농민혁명 희생자 공동묘역 조성’이라는 계획을 포함시켰다.
이후 시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협약을 맺은 후 발주와 시행을 맡아 공동추진한 연구용역은 대학교수, 건축, 건설, 디자인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기본계획을 만들어 냈다.
이 기본계획은 기념재단 명의로 문체부와 기재부의 심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적정성 검토 등을 거쳤고 정읍시와 전북도의 적극적인 예산확보활동까지 더해져 국회를 통해 383억원의 예산이 반영됐다.
△2017년 완공 예정
기념공원은 2017년 완공될 예정이다. 부지는 정읍시와 전북도가 모두 제공했다. 이곳에는 혁명 당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공간과 위령탑 등의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 청소년 역사교육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역사문화체험관과 연수동, 야외캠핑장, 숙박시설 등을 마련한다.
황토현전적지는 1894년 4월 7일(양력 5월 11일) 동학농민군이 관군과 치른 최초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전승지다. 1963년 10월 3일 첫 기념시설물인 ‘갑오동학혁명기념탑’이 이곳에 건립됐다. 이 탑은 ‘동학란’이라 불리던 당시의 역사에 대해 최초로 ‘혁명’이란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희생자 명예회복의 초석을 다졌다는 의미가 크다.
앞서 지난 10월 정읍시 덕천면 황토현 전적지 일대에 건립될 예정인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의 설계 공모 당선작이 발표됐다.
동학농민혁명 기념재단은 해당 공모 최우수상(당선작)으로 ‘땅의 기억을 환기’라는 주제의 안계동(대표설계자, 동심원 조경기술사 사무소)·노윤경(공동설계자, 우리 동인 건축사 사무소)·정욱주(서울대)·최정민(순천대) 씨의 작품을 선정했다.
동학농민혁명 기념재단 관계자는 “기념공원은 혁명 초기, 가장 중요한 전투였던 황토현 전투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공간이자, 전국적으로 발생했던 혁명의 역사적 기록을 담아내는 중심공간으로서 기능해야 한다”면서 “동학 이념의 현대적 가치를 널리 전파하기 위한 거점 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역사적 체험 공간으로
기념공원은 동학농민혁명 당시 기억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역사적 사건을 상상하고 체험하는 장으로 꾸며질 계획이다.
방문객이 동학혁명의 의미를 다층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기억의 들판’을 통한 경관적 체험, ‘동학의 길’에서의 서사적 체험, 장소적 상징성을 지닌 ‘울림의 기둥’, ‘씨앗을 뿌려 헌화’하는 추모공간, 전장과 경작을 체험하는 ‘체험의 장’ 등으로 꾸며진다.
이 중 기억의 들판은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방문객들은 황토현의 옛 길을 걷고, 바라보며 황토현 전투의 현장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옛 농경생활과 황토현 전투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전국 각지에서 들불처럼 일어났던 농민 항쟁의 지역적 분포를 알 수 있는 상징물도 조성된다.
기존의 사발통문 광장을 시작으로 방문자센터, 캠핑장, 연수동, 교육관, 편의시설, 기념관, 전시추모공간을 거쳐 전적지를 연결한다.
이 동선은 단순한 연결 및 통과동선이 아니라 시설구역과 들판을 매개로 휴식과 조망할 위한 장소이다.
이 밖에도 총탄에 스러져간 농민군을 추모하는 공간도 꾸며진다.
한 동학관련단체 관계자는 “동학농민혁명의 시작과 끝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기념공원이 설립되면, 그동안 체계적으로 기리지 못했던 혁명의 정신과 의미가 자손만대까지 이어질 것이다”면서 “정읍 황토현 기념공원이 우리나라를 뛰어넘어 세계 속에서 빛나는 농민혁명 기념시설의 ‘메카’로 자리잡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념공원 운영비 부담 주체 ‘논란’
국비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의 향후 운영비 부담 주체를 두고 전북도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모두 기념공원 국비 운영에 긍정적 의견을 내고 있지만, 공원부지(전북도·정읍시·정부 공동소유) 통합관리 주체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문광부 특수법인)에서 운영하는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의 경우 부지 소유가 전북도라는 이유로 매해 운영비를 도가 부담하고 있어, 기념공원 부지 통합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자칫 전북도가 운영비를 부담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앞서 전북도와 문광부 등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 조성 관련 기관들은 지난 8월 27일 기념공원 부지통합 관리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기념공원 예정부지(정읍시 덕천면 하학리 33만6992㎡) 대부분을 소유한 전북도와 정읍시는 정부에 부지 무상양여 의사를 밝히면서 통합관리 주체를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념공원 부지 소유 비율은 전북도 44.68%, 정읍시 49.78%, 국유지 5.41%, 사유지 0.13% 등이다. 앞서 전북도는 법률 검토를 마친 결과 행정재산의 무상양여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받았다.
반면 문광부는 행정재산의 무상양여는 현행 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는 만큼 부지 통합 관리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2011년부터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을 전북도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당시에도 전북도는 문광부 산하 기관인 기념재단에 운영비 부담을 요구했지만, 재단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아직 자치단체의 운영비 부담 여부는 논의 단계에 있지만, 최근 정부가 지역에서 국비로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자치단체의 운영비 부담을 요구하고 있는 추세로 봤을 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