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임진년 새해가 밝아온지 6일째이자 1월 첫주 마지막 출근하는 날이다.(1.6)
아파트문을 열고 나서는 바깥공기가 예사롭지 않다.1.8(일) 산행예정지인
연천[성산] 날씨를 걱정하며 동두천기상대에서 기상 확인을 했지만 막상
영하14도라는 그 온도를 생각하니 코끝이 더욱 매섭게 느껴진다.
어제밤(1.5) TV뉴스에서는 지리산을 포함한 남부권에 눈이 내린다는 기상
예보가 전파를 타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무심결에 스쳐갔을 기상캐스터의 낭낭한 목소리가 유난히 아름답게
들렸던 어제의 기억이 떠올려지며 지난 여름에 다녀왔던 6월의 지리산 풍경이
그려졌다. 그간 코스는 달랐지만 지리산이란 이름을 갖고있는 그곳을 찾아간
기억이 6번이지만 유감스럽게 겨울지리산은 한번도 가본일이 없다.
겨울지리산은 어떤 모습일까?
적어도 산행 만큼은 “궁금하면 즉각 행동으로 옮겨야한다”라는 평소 생각이
바로 반응되어 졌다.
늘 생각해오고 준비해왔던 지리산 산행 계획을 즉각 작성하여 아침 일찍
공지하였다.
예상보다 반응은 좋았다.결국 18명이란 최소한의 인원이 확정되어
아직 한번도 보지 못한 겨울 지리산을 보기위해 나름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겨울철이라 도로가 결빙되어 성삼재에서 차량통제라는 악재를 접하고 산행을
강행 할것인가 말것인가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하다 결국 코스를 변경하여
거림~세석~천왕봉~중산리로 이어지는 지리산을 찾아가기로 최종 결정하였다.
산은 지리산이다. 삼남에 뿌리를 내린 큰 산, 지리산. 남에서 북으로 거슬러
가는 백두대간의 시발점이다.그 어디쯤인가? 산청이라는곳에 서림이 있다.
그곳 서림이라는곳!
날씨는 맑고 쾌청했다.
삼삼오오 무리지어 세석대피소까지 6km라 쓰여진 이정표 곁을 지나가며
가볍게 흥분되어지는 마음이 느낄 수 있었다.
듬성듬성 눈도 쌓이고 이리저리 얼기설기 얼켜져 있는 등산로를 따라 서서히
고도를 높힌다.
매 산행마다 여전히 후미를 지키는 나는 후미산행에 나름 익숙해지며 즐기고 있다.
천천히 여유롭게 오르며 주변 풍광을 보며 걷는 감미로운 산행은 나만의
산행감상법이다.
후미의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주어지는 특권이기도하다.
산행 들머리부터 함께하던 많은 분들은 앞서나가고 산행 중간쯤부터는 채송화님과
천사님이 후미로 쳐졌다.
특히 채송화님의 걸음걸이가 유독 힘들어 보였다.
세석까지는 그리 멀지않은 거리지만 즐거워야할 산행이 매우 힘들어 보여져 마음이
편치 못하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상에 올랐을 때 느끼는 성취욕 때문에 산에 가신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이왕이면 즐기면서 여유롭게 가는 산행도 좋은 산행이다.
어렵사리 5시간 산행 끝에 세석대피소에 도착했다.찬바람이 휑하니 불어오고
간간히 날리는 눈발로 대피소 분위기가 조금은 을씨년스럽다.
다른 국립공원 대피소 풍경과 별반 다를게 없는 이곳에서 우리는 하룻밤을
묵어갈 곳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씩 안정되어진다.
산행에 지친 산객들을 위해 산중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은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편의상 편성한 각 조별로 취사장에서 저녁식사 준비하느라 요란하다.
이름하여 개띠라 불리는 멍멍이 친구들 4명에 불새를 조장으로 해놓은 조가 가장
재미있어 보인다.
요리사 출신인 불새의 지휘와 그네들만의 언어술이 어우러져 주위 사람들마져
즐겁게 만든다.
우리조는 천사총무님이 준비한 돼지고기 두루치기와 소주2명으로 화려한 만찬을
즐겼다.
편안한 집에서의 잠자리를 생각하면 누가 누추하고 불편한 이곳에 와서 잠을 자겠는가?
함께 같은 곳을 보며 같은 생각을 하기에, 어렵사리 이곳까지 올라 함게 잠을 자는
것이다.
자는둥 마는둥하는 하룻밤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고 모든분들이 함께 경험하는
또 다른 추억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날이 밝기도 전인데 주변이 어수선하게 돌아간다.
2.4 아침 일출 예정시간이 07:27분이라는 것을 미리 확인했지만
바깥날씨는 일출과는 거리가 먼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지리산 일출을 볼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할만큼 어렵다는게 실감나는 오늘의 기상 조건이다.
조금 아쉽지만 자연앞에 순응해야 하니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07:00에 세석에서 천왕봉을 향해 출발했다.어둠속에서 우리를 배웅하는 세석을
잠시 뒤돌아보았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그곳에 추억을 남겨놓고 가는
우리에게 세석은 손을 흔드는 듯 했다.
산행 안내선이 주욱 그어져있는 그길이 온통 하얀 눈으로 덮혀있다.
아름답고 이쁘다는 그 산행길!
눈앞에서 펼쳐지는 지리산의 장엄한 모습이 걷는 발걸음을 멈추게한다.
강하게 불어오는 겨울 바람과 무서운 추위도 그 장엄함의 앞에서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촛대봉을 지나
연하봉에서 내려다 보이는 장터목 가는 길이 아름다운 여인이 자태를 뽐내며
누운듯한 곡선으로 허리를 이어가고 있다.
하늘 아래 첫 고개인 장터목은 높이가 1750m나 된다. 설악산 대청봉(1708m)보다
높다.장터목은 화개재와 더불어 장꾼들에게서 사랑을 받던 고개다. 장터목에 장이
섰던 것은 삼국시대부터라고 한다. 봄,가을로 지리산 북쪽 함양 마천 사람들과
남쪽 산청 시천 사람들이 이곳까지 올라와 물물교환을 했다. 지게에 바리바리
짐을 지고 오르는 길이 오죽 고달팠을까. 하지만 지리산을 넘지 않으면 몇백 리를
돌아가야 했다. 몸이 고달파도 산을 넘는 게 지름길이었다.
그 애환이 서린 장터목이 발아래 걸쳐서 나를 기다리는 듯 했다.
산행이 계속되며 날씨는 맑게 개이고 있지만 바람은 여전하다.
1500고지 이상의 고산준봉을 걷는 이 장엄함 앞에서 어찌된 일인지
14개월전에 먼저 가신 어머님이 자꾸 떠오른다.
당신이 남기고 간 불효막심한 이 아들은 건강한 두팔과 두다리로 씩씩하게 이 산을
걷고 있는데 당신은 어디에 계신가? 어찌 그리 가셨단 말인가!
마음속 그리움으로 가득한 생전 모습이 천왕봉에 나타나는 듯 하다.
쳐다본 하늘이 흐릿하게 보여지며 울컥해지는 마음이 허공에 뿌려진다.
그리곤 어머님과 함께 오랫동안 그곳에 머물렀다.
이제 한걸음 한걸음 옮길때마다 우리가 하산할 거리가 짧아질 것이다.
거리가 짧아지면 산행시간이 점점 줄어들것이고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그 아쉬움 탓인가? 마음이 조급해진다.
제석봉 산허리를 가로질러 가는 길이 부드럽다.바람도 부드럽게 느껴진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제석봉 고사목 지대의 고사목이 외롭게 서있지만
그 외로움은 반세기를 넘도록 그 자리에서 지리산을 찾는 모든 산객들에게
지리를 찾는 이유를 보여주며 서있다.
몹시 넓다고 느껴지는 완만한 비탈에 고사목들이 서 있고 바닥은 온통 눈 뿐이다.
고사목 그 자체는 재난으로 생명을 중도에 마감한 나무들의 시체이다.
그러나 고사목 들이 한 두 그루도 아니요,드넓은 땅에 듬성듬성 서있는 모습은
그 자체가 특이한 경관이다. 이곳은 전나무 구상나무들의 고사목 군락지로
고사목 자체가 귀중한 자연경관이다.
50년대의 지리산의 아픔을 60 년째 침묵의 증언을 하고 있는 것에도 많은 뜻이
있을게다.
'하늘로 통한다'는 통천문(通天門)을 지나 1915m의 천왕봉에 섰다.
백두대간의 종착역이다. 바로 이 자리에서 2007.6월 어느날 우리는 백두대간
출정식을 고하는 제(祭)를 올렸었다.그곳에 참으로 오랜만에 서니
그때 그 사람들이 그리워졌다.
지리산에서 시작된다는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표지석에 새겨진
각각의 글자는 언제 읽어도 마음이 불처럼 뜨거워진다.
지리산에 오르는 자는 안다
천왕봉에 올라서는
천왕봉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천왕봉을 보려거든
제석봉이나 중봉에서만
또렷이 볼 수 있다는 것을~~
천왕봉에 서있어도 천왕봉을 제대로 볼수가 없다.
세찬 바람과 매서운 추위가 우리를 철없는 아이로 만들어 버린다.
나약하고 사악한 보잘것없는 너희들이 감히 어디를~~
천왕봉이 우리를 나무라고 있다.
몇장의 인증샷과 단체 사진 몇장 겨우 찍었다.
더 머물고 싶은 생각에 주위를 둘러보니 일행들은 이미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참 바보스러워 보인다.
언제 또 이곳에 올것인가.
천왕봉 하늘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다.그 사이로 파란 얼굴이 보였다.
그것은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희망이자 꿈이었다.
※지리산은 1967년 12월 29일 우리나라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경남
함양군, 산청군, 하동군, 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등 3개도, 1개시, 4군에 걸쳐있다.
지리산은 소백산맥의 남쪽에 위치하여 북쪽으로 덕유산으로 이어지며 최고봉인 천왕봉은 1,915m로 남한에서 한라산(1,950m) 다음으로 높은 산이며 서쪽 노고단(1,507m)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주능선에는 반야봉(1,734m)을 비롯하여 토끼봉(1,534m), 명선봉(1,586m), 덕평봉(1,522m), 칠선봉(1,576m), 영신봉(1,652m), 촛대봉(1,704m), 연화봉(1,667m), 제석봉(1,806m)등 1,500m 급 고산준봉이 10개나 솟아 있으며 크고 작은 봉우리가 수없이 많아 웅장한 산세를 이루고 있다.
산줄기 못지 않게 계곡도 많고 골짜기마다 아름다운 비경을 이루고 있으며, 뱀사골계곡, 백무동계곡, 칠선계곡, 대원사계곡, 중산리계곡, 거림계곡, 심원계곡, 피아골계곡, 화엄사계곡, 한신계곡 등 잘 알려진 계곡만도 십여개나 된다.
앞으로 기회가되면 이곳을 두루두루 다니다 가고싶다.
첫댓글 사진과 함께 지리산 산행기 잘 보고 갑니다 산행시작부터 집에 돌아오는 시간까지 안전산행을합니다 수고많이 하셨읍니다
몇년전에 지리산 산행을 하면서 이건 산행이 아니고 극기훈련 이라면서 힘들어 했던 제 모습이 생각 나네요.
그땐 다신 지리산을 밟지 않겠다고 했는데...즐겁게 산행하신 메산님들을 보니까 슬쩍 가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멋진 산행기 잘 봤습니다~~~
지리산은 정말 위대한 봉우리임이 틀림없습니다 계절변화에 확실하게 탈바꿈하여 인간에게 베풀어 주는산 지리산 !!!
역시 총장님은 산박사이십니다. 지리산의 설명을 곁들인 조행기!
많은것을 느끼게 합니다. 좋은글 잘읽었고요, 산을 사랑하는 마음이 우리메산님들 모두의 마음같았으면 합니다.
파노라마처럼 그모습들이 다시 떠오릅니다.
가슴이 쩌릿쩌릿하던 감동을 어찌 말로 할 수 있을까요.
다시 가고 싶다!
어머님과 함께 잠시나마 머물렀다는 글귀에서 가슴이 저려 옵니다.
어찌 이리도 부모 자식간의 이승에서의 인연은 항상 애뜻하고 회환으로 남는지...
눈물이 맺혀 얼른 화장실로 갑니다.
후기너무잘보고갑니다..총장님의글귀하나하나가가슴깊은곳에남습니다..어쩜그리도글들을잘쓰시는지부러울따름입니다^^
여행작가님 다운 훌륭하게 묘사한 실시간 산행기 감동 감동 입니다. 글을 이렇게도 사실표현 될수가 있구나.....어메 기죽어...
18명의 안전과 모든 일정을 등에 함께 짊어지고 지리산의 깊이와 감동을 가슴에 담고오신 우리 총장님.... 산행후기 잘 읽고 갑니다. 저도 얼른 체력보강해서 그 길을 한번 밟고 싶은데..... 그 때가 언제쯤이려나....
산행에 참가하지 않았는데 내가 그곳에 있었던것 같아요.
언제나 말없이 조용하게 함께한 산우를 챙기시는 총장님 노고에 힘든 지리산 즐거웠습니다
저또한 후배들을 위해서 산행을 한다면 언제나 봉사,희생, 배려하는 메아리 산악회 회원으로로 앞장서야겠어요
이제야 봤습니다 감동 감동 또감동
겨울산행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군요........
얼마전 산악인 엄홍길선생의 마음을 담은 책을 읽는 데 이런 문구가 있더라구요...."히말라야는 왜 나를 살려서 돌려보냈을까? 세상으로 나가 무엇인가를 하라고 돌려보내준거같다. 히말라야에서 받은 깊은 은혜를 산으로 되돌려주라는것 그것이 히말라야의산들과 신이 나를 살려서 돌려보낸이유다...더욱 중요한 것은 올랐다 라는 결과가 아니라 오르른 과정이다..........가슴을 때리는 말이었지요...올랐다는 것보다 오르는 과정...저도 지리산을 오르는 과정에 성정하였습니다. 총장님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동 깊게 읽었읍니다...!!!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