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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 남서쪽에는 수락골(벽운동계곡)이 절경을 이룬다. 영조 때 영의정을 지낸 홍봉한이 이곳에 우우당(友于堂)을 짓고 당대의 석학들과 더불어 정치와 충효를 논했다. 남쪽 기슭에는 선조의 생부인 덕흥대원군의 묘역이 자리 잡고 있어 일명 덕릉이라 불린다. 그 원찰로 흥국사가 있고 서울 상계동에서 남양주시 별내면 덕송리로 넘어가는 고개를 덕릉고개라 부른다.
수락산 동쪽의 내원암은 정조의 적극적인 후원 아래 크게 번성했으며, 왕세자인 순조의 탄생 설화를 간직하고 있다. 또 남쪽 도솔봉 아래의 용굴암은 1882년 임오군란 당시 명성황후 민씨가 여주 지방으로 피신하면서 이곳에 들러 치성을 드린 것으로 유명하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천진무구한 천상병 시인이 의정부 방향의 수락산 하변에 살았다. 그는 계곡 언저리를 떠돌며 허구한 날 막걸리를 마셨다고 한다. 천상병의 무욕의 삶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귀천) 등의 주옥같은 절창을 낳았다.
마지막 매점을 지나 신선교 목계단을 건너면 제법 길이 가팔라진다. 20분쯤 거친 돌길을 오르면 넓은 공터인 새광장이다. 이곳에서 길이 갈리는데, 깔딱고개로 가려면 왼쪽 길을 잡아야 한다. 오른쪽 길은 절터샘을 지나 도솔봉 근처 주능선으로 올라붙는다. 새광장은 주말 오후 1~4시쯤 나이 지긋한 아저씨의 주도로 노래자랑이 열린다. 누구나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새광장에서 깔딱고개까지는 20분쯤 걸리는데, 이름처럼 숨이 꼴딱 넘어가는 된비알이다. 이 길은 수락산 정상으로 가는 가장 짧은 길이라 오르내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기에 하산길로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깔딱고개에서 정상까지는 철로프를 잡고 오르기에 스틱은 배낭에 넣는 것이 안전하다. 길은 험하지만 본격적으로 수락산의 아기자기한 암릉이 시작된다. 15분쯤 낑낑거리고 오르면 사람 크기의 손가락바위(독수리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손가락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남성의 상징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나는 사람마다 기념사진을 찍고 바위를 만지며 즐거워한다.
다시 로프를 잡고 능선을 기어오르면 커다란 바위가 나온다. 생김새가 북한산 사모바위와 비슷한데, 능선에서 보면 마치 배낭처럼 보인다고 해서 배낭바위라고도 불린다. 바위 옆으로 난 목계단을 따라 오르면 철모바위가 있는 주능선 삼거리에 올라붙게 된다. 이곳은 수락산에서 가장 통행이 많은 곳으로 라면과 막걸리를 파는 간이매점이 있다. 여기에서 산길은 정상까지 갔다가 다시 삼거리로 돌아와 남쪽으로 이어진 주능선으로 따르게 된다. 순한 능선을 따르다 좁은 암릉 길을 오르면 곧바로 정상이다.
정상에는 약 3m 높이의 둥근 기암이 서 있고, 그 위에 태극기가 걸려 있다. 그 밑에 ‘수락산 주봉 637m’라고 새겨진 조그만 표지석이 있다. 수락산의 높이는 2005년 발행된 지형도부터 ‘640.6m’로 바뀌었다. 조망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선 동쪽으로 북한산에서 도봉산으로 이어진 능선이 거대한 장벽을 이룬다. 그리고 북쪽 의정부 방향과 북동쪽 가평의 산들이 그리는 첩첩 산세가 장관이다.
교통
7호선 마들역, 수락산역, 장암역, 4호선 당고개역에서 접근할 수 있다.
맛집
수락산역 수락골 입구에서 150m 거리에 있는 초암공원(02-3391-7746)은 12가지 약재가 들어가는 한방 백숙(30,000원)이 유명하다. 수락산역 2번 출구와 가까운 순대 전문 아바이옛집(02-938-6225)은 30년 전통으로 단골 산꾼이 많은 집이다. 순댓국 5,000원, 아바이모듬 30,000원. 3번 출구 근처의 평양칼국수(937-5002)는 인근 주민들의 맛집이다. 김치, 소고기, 돼지고기 등의 재료를 국산만 고집한다. 칼국수와 왕만두 각 6,000원.
/ 글·사진 진우석 산악전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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