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고 놀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노워리기자단 이은희
우리 딸애는 7개월부터 어린이집을 다녔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18평 남짓한 규모의 영유아 전문 어린이집이었다. 아침부터 오후 7시까지 아이를 봐주었는데 일이 늦게 끝날 때는 제일 늦게까지 남아서 엄마를 기다리곤 했다.
아이를 하원 시킨 뒤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 데리고 가면 그네와 시소를 타고 모래놀이를 하며 놀았다. 겁이 많아서인지 위험한 놀이기구에는 절대 가지 않았으며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른 엄마들과 달리 나는 우리 아이가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과격하게 놀기를 바랬으나 우리 아이는 단 한 번도
넘어져 무릎이 까진다거나 다치는 일이 없었다. 조심성이 많은 아이는 손을 짚지 않고 혼자 걷는 데까지 무려 17개월이 걸렸다.
우리 집에는 장난감이 많았다. 부엌 놀이, 그네, 인형의 집과 같은 대형 놀이기구도 있어 흡사 키즈 카페를 그대로 옮겨 놓은 거 같았다. 아이와 제대로 못 놀아준다는 미안함도 있었고 또 내가 장난감을 좋아하는 철없는 어른이었던 탓도 있다. 매일 새로 사 주는 장난감, 하루 놀고 버리는 장난감, 지나고 보니 잘한 일은 아닌 거 같다.
아이가 커 가면서 가정 어린이집이 아닌 더 큰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후보지를 선정해 아이 손을 잡고 집 근처 어린이집부터 하나하나 같이 다녔는데, 일명 ‘놀이학교’라는 곳에 눈이 갔다. 시설도 넓고 쾌적하며 반 아이들 숫자도 적고 원비가 비싸다는 단점빼고는 모든 것이 좋아 보였다. 일산지역에 있는 놀이학교들 중에 아이와 내가 동시에 좋아하는 곳으로 결정했다. 그런데 문제는 하원시간이었다. 오후 2시면 수업이 끝났고 이후 한 시간 정도 ‘트니트니’(체육)와 발레 같은 보충수업을 시킬경우 1시간 더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 또한 추가 금액이 붙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일이 늦게 끝날때가 문제였다. 6시 하원 시켰던 어린이집이 그리웠다. 이름은 놀이학교인데 왠지 놀이보다 공부를 더 많이 시키는 것 같아 불편했다.
놀이학교에서 일찍 끝난 아이는 그때부터 키즈카페 순회를 시작했다. 아이를 혼자 놀게 하고 나는 노트북을 갖고 가서 일을 하는 식이었다. 키즈카페에는 아이들을 살피는 아르바이트생이 있어 혹여 다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어 편했다. 프렌차이즈를 포함한 동네 키즈카페 놀이 시설은 모두가 비슷비슷했다. 소꿉놀이, 방방이, 실내 자동차, 완구 원목, 모래놀이 등. 우리 애 곁에 와서 같이 놀자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아이는 혼자 놀기를 좋아했다. 왠일인지 같이 잘 어울리지 못했다
아이가 6살이 됐을 때 일산에서 파주 운정으로 이사 오면서 일산에 있는 놀이학교까지 셔틀을 태워 보냈다. 여기저기 들려 아이들을 태우다 보니 목적지까지 약 40분 정도 소요됐다. 이른 아침 버스를 타야 하는 것에 아이가 힘들어하던 차에 때마침 대기를 걸어야 간신히 들어갈 수 있다는 어린이집이 우리 집 앞으로 이사를 왔다. 새로 건물을 지으며 반 인원을 충원한다는 고급 정보를 얻은 나는 행운이다 싶었다.
어린이집 아이들을 데리고 하루에 한 번 야외 활동도 하고 실내 체육도 많이 하는 내가 보기에 아주 바람직한 곳이었다. 그러나 그건 내 생각일 뿐이었다. 6살, 7살 아이가 나이를 먹으면서 어느 순간 어린이집 가는 것을 완강히 거부하기 시작했다.
매일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이 아니라, 엄마와 함께 있을 수 있으면 안가도 되는 자율성이 보장되다보니 아이의 생각이 가기 싫다가 된 것이 아닐까.
할 수 없이 내가 일하는 곳에 아이와 동행하기 시작했고, 회의하는 시간 동안 내 휴대폰을 쥐어주고 잠깐 보고 있으라는 크나큰 실수(?)를 하게 됐다.
그리고 초등학생이 된 아이는 더 이상 키즈 카페도 놀이터도 가지 않았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됐을 때 자신의 스마트폰이 생긴 아이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기도 하고 이모티콘 작가가 되고 싶다고도 했다. 그렇다고 게임 중독은 아니었고 놀게 없어서 스마트폰을 본다고 했다. 다른 놀이가 있으면 스마트폰 없이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노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는 잘 놀아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놀아줘야 하지? 어릴때는 가능했다. 그러나 커가면서 고민이 커진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 우리 아이는 학원을 한 곳도 안 간다. 학교 갔다 집에 오면 오후 3시, 그때부터 잠이 들 때까지 방안에서 혼자 논다. ‘뭐하냐, 심심하지 않냐’ 물어보면 안 심심하다고 한다. 친척 언니랑 통화하는 소리도 들리고 큰 웃음소리도 나온다. 행복해 보인다. 그런데 내가 불안하다.
나는 하루 종일 우리 아이를 놀게 한다. 그런데 뭐 하고 놀아야 하지? 혼자 어떻게 놀아야 할 줄 몰라하는 아이를 볼 때 마음이 아프다.
나는 어떻게 놀며 컸지? 혼자 공상도 하고, 그림도 그리러 나가고, 책도 읽고 했는데 우리 아이는 내 눈에는 하는 게 없다. 스마트폰 안에 모든 세상이 들어 있다고 하지만 과연 올바른 것일까? 걱정된다.
편해문 작가는 10년 전 일 때문에 만난 적이 있다. 놀이터를 디자인하는 직업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엄마들이 감시(?)하고 지켜보는 놀이터가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놀이터, 똑같은 놀이터가 획일화되어 있는 아파트 문화에 큰 충격이었다. 안전한 놀이터, 지루한 놀이터가 위험하다며 아이들은 놀다가 다칠 권리가 있다고
했는데 아쉽게도(?) 우리 아이와는 별개의 이야기였다.
아이들의 놀이, 스마트폰 하나인 게 맞는 걸까?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가면서 우리 아이는 무엇을 하고 놀아야 할까? 괜한 걱정인 거 같다가도 이럴 바에야 차라리 아무 학원에라도 보낼까 싶은 마음이 든다. 답을 찾기 힘들다.
첫댓글 아이의 성향에 따라 책에서 말하는 놀이와는 다른 결로 놀 수도 있겠지요. 그럼에도 혼자 노는 것에 익숙해지고 빠져 있는 아이를 볼 때 부모는 안타깝기도, 걱정이 앞서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저도 첫째를 보며 선생님이 하는 고민이 들 때가 많아 공감하며 읽었어요. 아이는 나름 즐겁게 놀고 있는 걸지도 모르는데, 하고 놀 게 없어 그러나 싶어 휴대폰을 놓지 않는 아이를 보면 뭘 더 해줘야 할 것 같은, 뭘 못해준 것 같은 무거운 마음이 드네요ㅠ
세 살 터울의 언니가 딱 그랬어요. 모임때도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같은 부모 밑, 같은 환경이라도 저는 나가서 밤 늦도록 놀고 언니는 집콕하더라고요. 성향, 기질의 차이가 그런 거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에게 책을 권해보시면....ㅎㅎㅎㅎㅎㅎㅎ
아 정말요? 모임에서 얘기한 것처럼 저랑 제동생도 그랬는데ㅎㅎㅎ
돌아 보면 전 운동신경이 둔해서 몸으로 하는 놀이가 재밌지 않았던 거 같아요. 고무줄 정도가 재밌었는데, 그것도 종이인형 놀이만큼 재밌진 않더라능🙄
다들 같은 마음으로 사시는 군요.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너무 좋네요 ^^
태어난 나라가 운명의 50%를 좌우한다더니 ㅠ 우리는 운명공동체
은희샘이랑 비슷한 고민하는 학부모님들 많으 실 거에요. 저희 애도 중학생되더니 핸드폰 사용 시간이 급격히 느네요. ㅜㅜ 친구들은 각자 학원 다니고 오프라인에서 만나서 노는 것만이 놀이는 아닌거 같더라구요. 온라인 통해서 팬카페 덕질을 하기도 하고. 저희가 자랄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노는데 은희샘이 글에서 쓰셨듯이 어른들 눈에는 '아무것도 안하는 것' 처럼 보이구도 하구요. 계속 같이 고민해봐요.
제 딸도 중학교 시절 젤 열심히 한 과목이 덕질입니다, 친구도 팬카페 언니동생들하고 더 친했던 거 같아요. 팬픽 쓰기(국어), 팬카페 친구들하고 상시 소통(사회성), 오빠들 얼굴 따다 스티커 디자인(미술), 디자인 판매(경제)
은희샘 아이도 외동인가요? 저도 딱 6학년 딸아이 외동으로 키우는데 여기저기 학원양육하면서 겨우 키우네요. 스마트폰도 6학년때 사줬는데 지금은 스마트폰과 살아요. 요즘에는 현관에 바구니 걸어놓고 오후 8시부터는 자제하자고 하고 저도 동참중이에요. 아주 죽겠어요.샘 글 백퍼공감하며 읽었습니다 ^^
아주 죽겠어요ㅎㅎㅎ
https://blog.naver.com/noworry21/223165409434
오늘 업로드했어요.
'가정형어린이집-놀이학교-키즈카페-더좋은 어린이집-스마트폰 입문-집콕하는 6학년'
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속으로 쏙 빠져들게 만들어요. 은희 샘은 스토리텔링 능력이 진짜 탁월하신 거 같습니다!
이번 글도 뒤에 가서 힘이 좀 빠졌는데ㅠ 아이에게 심심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아이가 심심하지 않다고 했고, 행복해보인다고까지 했어요. 근데 나는 어릴 때 더 다양하게 놀았던 거 같아 방에서 스마트폰만 하는 아이를 보면 불안하다->독자 대부분 공감할 듯요. '올바른 것인지 걱정된다'->이것도 백퍼 공감, 근데, 결론이 학원에라도 가게 해야 하나?로 끝나니까, 좀 김이 빠진달까. 글까지 쓰게 되엇으니 아이에게 좀더 구체적인 질문(스마트폰으로 주로 뭘하고 노는지)해 보셨으면 어땠을까, 만약 기대한 대답이 나오지 않았거나, 뭔가 나왔다면 그게 왜 좋은 건지, 그 안에 무엇이 그렇게 즐겁게 만드는 지도 궁금하고요. 중간까지 이어지는 전사에 비해, 현재가 너무 소략된 거 같아요. 현재의 일상이 좀더 구체적으로 그려지면 읽고 나서 훨씬 더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 될 거 같아요
유튜브를 만들기도 하고, 이모티콘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니 가끔 뭘 그리는지도 궁금하고요. 왜 그 일이 하고 싶은지도 궁금하고;; 은희 샘 글은 스토리가 객관적 사실 중심으로 전개되다 보니 읽을 때마다 질문이 10개 쯤 생기는 거 같아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