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十一 章
탕룡광마(蕩龍狂魔)
- 아무도 그의 권위에 도전하지 못했다.
용주삼이 눈에 살기를 머금고 우칠을 노려보며 말했다.
"네 놈, 이제 무릎을 꿇고 항복해라!"
그 말을 들은 우칠이 웃기 시작했다.
"으하하, 이 쥐새끼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진짜는 지금부터다.
그리고 이 우칠의 무릎은 오로지 주군과 주모님 앞에서만 굽어 질 수 있다.
너따위에게 꿇으라고 있는 무릎이 아니란 말이다."
용주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우칠의 고함소리와 웃음소리로 보았을 때,
그의 내상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을 안 것이다.
이는 용주삼의 착각이었다.
우칠은 분명히 작지 않은 내상을 입었다.
하지만 그가 익힌 무공은 저주받은 마공인 천마인혼대법을 더욱 발전시킨 마공이었다.
그 정도의 내상은 순식간에 아물고 있었다.
차라리 우칠에게 기회를 주지 말고 바로 공격했다면 우칠은 내상으로 인해
더욱 위기에 몰렸을 것이다.
그것을 모르는 용주삼과 지켜보던 무사들은 그저 놀랄 뿐이었다.
용주삼은 이를 악물고 고함을 질렀다.
"탕마금강을 펼쳐라!"
철혈삼사의 두 번째였다.
순간
우르릉 하는 뇌음과 함께 사방에서 마른번개 치는 소리가 들리면서
철혈사자대원 중 우칠의 정면에 있는 무사의 검에서 가공할 정도의 빛이
뿜어지면서 우칠을 공격해갔다.
그리고 그 틈으로 육조 조장 한자상의 단검이 비상하며 우칠의 급소를
노린다.
"이야아."
우칠은 고함을 지르면서 철봉을 도끼처럼 찍어갔다.
십절광마륜의 구절인 천붕마광(天崩魔狂)이었다.
하늘마저 붕괴시킨다는 광기.
우칠의 눈에 광기가 어렸고, 그의 철봉에서 뿜어진 광채가 미친듯이
돌아가면서 철혈사자진의 검강을 향해 벼락처럼 꽂히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인물들 중 누군가가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보, 봉강이다."
그가 말하지 않아도 우칠의 봉에서 뿜어진 기운을 본 자들은 그것이
봉강임을 알 수 있었다.
그것도 어설픈 봉의 강기가 아니었다.
두 개의 기운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면으로 충돌하였다.
텅!
하는 괴이한 소리와 함께 우칠의 신형이 뒤로 오 장이나 날아가 땅바닥에
거꾸로 떨어졌다.
"으으으."
용주삼은 신음을 흘리면서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지금 정도의 충격이라면 제 아무리 금강불괴라도 죽었을 것이다.
그는 일단 우칠을 확인한 후 철혈사자대를 살펴보았다.
"지독한 놈."
한자상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철혈사자대의 무사들 중 다시 삼십여 명의 대원들이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싶었다.
어찌 되었거나 우칠을 처리한 것이다.
한자상이 안도의 숨을 쉴 때였다.
와아~ 하는 함성 소리가 메아리 쳤다.
철혈사자대가 아닌 무사들은 자신도 모르게 우칠을 응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 조장님."
용주삼의 곁에 있던 철혈사자대의 무사가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부르고 있었다.
일반 무사들의 고함 소리가 자신과 철혈사자대에게 보내지는 찬탄으로
오해했던 용주삼이 물었다.
"뭐냐?"
"저, 저기......."
한자상은 수하가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눈을 부릅뜨고 말았다.
우칠이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아니 이미 일어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눈에서 뿜어지는 광채가 자신이
있는 곳까지 뚫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매화각 안에서 달려 나오려던 북궁연과 매화단의 여무사들도 동작을
멈추었다.
"천하에 나를 이길 수 있는 분은 주군뿐이다. 이제 모두 죽인다.
이 개자식들아!"
마지막 말은 고함이자 기합이었다.
우칠은 철봉을 앞으로 세운 후에 직선으로 달려오면서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의 봉에서 뿜어진 밝은 광채가 뱀처럼 꿈틀거리며 철혈사자대를 밀물처럼
쓸어 갔다.
십절광마륜의 마지막 절기인 광마진천하(狂魔振天下)였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용주삼이 악을 쓰면 고함을 질렀다.
"철혈사자혼(鐵血獅子魂)을 펴라! 저 놈을 반드시 죽여라!"
철혈사자대의 무사들이 일순간에 도열하며 모든 진기가 하나로 모아진다.
철혈삼사의 마지막 절진이자 최고의 살수인 철혈사자혼이 펼쳐진 것이다.
대사자금강진으로 펼칠 수 있는 최고의 절진.
비록 대주와 조장들의 부재, 그리고 수많은 대원들이 쓰러짐으로 인해
본래 위력보다 약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능히 경천동지였다.
그러나 우칠의 십절광마륜의 최후 초식인 광마진천하도 전혀 그에 밀리는
절기가 아니었다.
비록 광마신공을 대성하고 제대로 수련을 못해서 손에 익지는 않았지만,
그 위력의 무서움이야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퍽! 슈리링.
소리가 연이어 들리더니 이어서 벼락 치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철혈사자대의
일부가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무려 오십여 명의 철혈사자대의 인물들과 한 명의 조장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고, 우칠은 다시 삼 장이나 주르륵 밀려갔는데, 입과 코가 완전히
피투성이였고, 두 개의 검이 그의 오른쪽 어깨에 박혀 있었으며, 한 개는
그의 허벅지에 박혀 있었다.
그리고 한자상의 소도 한 자루는 우칠의 배에 박혀 있었다.
모두들 멍한 표정으로 우칠과 철혈사자대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상황을 그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명에 불과한 우칠의 경이적인 무공 앞에서 압도당한 것이다.
비록 네 개의 무기를 몸에 박에 있었으며,
심한 부상으로 움직이지 못할정도가 되었지만,
철혈사자대 또한 거의 괴멸되다시피 되었다.
비록 쓰러진 사람은 백여 명에 불과 했지만, 남은 사람도 반수 이상은
심한 부상이었고, 성한 자가 없었다.
또한 그들만으로는 대사자금강진을 형성한다고 해도 철혈삼사를 펼치진
못할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놀라움은 아직 다 끝난 것이 아니었다.
우칠은 두 자루의 검이 박힌 쪽 손으로 철봉을 잡은 다음, 다른 손으로
어깨에 박힌 검을 뽑아내었다. 그리고 배에 박힌 단검과 허벅지에 박힌
검도 뽑아 버렸다.
그 다음 봉을 손으로 붕붕 돌리는 것이 아닌가?
용주삼과 한자상은 하마터면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하였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느 놈도 내가 졌다고 하는 개자식이 있다면 입을
찢어 버리겠다. 난 우칠이다. 내 주군은 고금천추제일무적이신 권왕 아운님
이시다."
사방을 보면서 고함을 지르는 우칠의 모습에 놀라서 주저앉은 무사도
있었다. 우칠의 시선이 용주삼과 철혈사자대를 향했다.
철혈사자대의 무사들은 모두 기가 질리고 말았다.
"내 철봉을 받아라!"
고함과 함께 우칠이 철봉을 휘두르며 철혈사자대를 공격하려 할때였다.
"멈춰라!"
"멈추세요."
동시에 두 개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매화각과 철혈사자대의 뒤쪽에서
하나씩의 그림자가 무서운 속도로 날아왔다.
약속이나 한 듯이 거의 동시에 나타난 두 개의 그림자는 철혈사자대와
우칠의 중간 사이에 마주섰다.
우칠은 북궁연의 목소리를 듣고 동작을 멈추었다. 그리고 우칠이 동작을
멈추는 순간 그의 앞엔 북궁연의 뒷모습이 보였으며, 그녀의 맞은편으로
중년의 남자가 보였다.
육 척이 넘는 키에 당당한 체구의 중년인은 손에 작은 단창을 들고 있었다.
그를 본 무림맹의 무사들이 일제히 허리를 굽히고 인사를 하였다.
"부맹주님을 뵙습니다."
북궁연 역시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총사가 부맹주님을 뵙습니다."
우칠은 상대가 무림맹의 부맹주인 신창 조원의라는 것을 알았지만, 허리를
숙이지 않았다.
얼굴 표정 역시 변함이 없었다.
그에게 있어서 신창이나 부맹주란 직위는 별로 큰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자신이 그의 수하도 아닌 바에야.
조원의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기절한 자신의 아들이 보였고, 거의 괴멸된 철혈사자대의 모습들도 보인다.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조금만 더 빨리 알았으면 막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늦었다.
자신이 어떻게 하기엔 보는 눈도 많았다.
자식이 지금처럼 실망스러웠던 적이 없었다.
조원의의 마음을 알기 때문일까?
철혈사자대의 부대주인 용주삼은 고개를
숙이고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이게 뭐하는 짓들이냐? 그렇지 않아도 혈궁의 움직임이 심창치 않는 판에
간이 힘을 합해 싸워야 할 아군끼리 혈투라니. 지금 제 정신인가?"
용주삼은 더욱 허리를 숙였지만, 북궁연의 표정은 담담했다.
조원의는 그 모습에 더욱 화가 났다.
"총사는 이 일에 대해서 해명을 해 보시오."
"이 일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일입니다. 설마 부맹주님만 모르고
계시리란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참으로 시기적절하게 나타나셨습니다.
그래도 정 모르신다면 나에게 묻기 이전에 철혈사자대의 부대주에게
물어보심이 나을 것입니다."
몰랐으면 어떻게 이곳에 나타났는가? 하고 묻고 있었다.
또한 지켜보다가 철혈사자대가 괴멸될 때쯤 나타난 이유가 뭐냐고 따지는
말이기도 했다.
만약 우칠이 죽었다면 나타나지도 않았으리라.
바보가 아니라면 다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강경한 북궁연의 태도에 부맹주도 움찔하고 말았다.
"이번 일은 더 이상 따지지 않기로 하겠소.
대신 총사는 당분간 매화각에서 나오지 말고 자숙하시오.
그리고 철혈사자대 역시 당분간 활동을 중지시킨다. 그리 알고 돌아가도록."
"명심하겠습니다."
붕궁연이 고개를 숙이며 그 말을 받아 들였다.
용주삼 역시 허리를 숙인 채 대꾸조차 못하고 있었다.
부맹주가 돌아가고 철혈사자대가 물러서자, 매화단의 여무사들이 만세를
부르며 좋아했다.
엄격한 의미에서 우칠이 승리한 결투였던 것이다.
북궁연과 우칠이 당당하게 매화각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매화각의 문이 닫히는 순간 우칠은 그대로 쓰러진 채 기절해 버렸다.
호난화가 우칠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고 있었다.
후에 무림사가들은 우칠이 철봉 하나로 대사자금강진을 괴멸시켰다고
적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우칠이 흑룡과 철혈사자대를 이기면서 수많은 무인들은 그를 일컬어 용을
쓸어버린 광마라고 불렀다. -
탕룡광마(蕩龍狂魔) 우칠은 이렇게 탄생했다.
권왕은 세력을 가지지 않았지만, 그의 충복들이나 그를 따른 자들은 추후
무림을 이끄는 중추세력으로 자라났다.
모두 그의 영향 아래 큰 자들로
그들은 모두 권왕만이 진정한 무적이라 칭송하였으며 아무도 그의 권위에
도전하려 들지 않았다.
그들 중 가장 강한 자가 바로 탕룡광마 우칠이었다.
불과 이틀 전에 있었던 하인들과의 육박전에서 그들을 일방적으로 이긴
금룡단원들은 사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벌써 세 번째 격투였다.
처음에 비해서 두 번째는 쉽게 이겼고, 마지막 세 번째는 일방적인 구타였다.
소광은 오로지 사자명만을 쫓아다니며 괴롭혔는데, 사자명은 소광에게
맞아서 거의 반 죽음직전까지 갔었던 적도 있었다.
결국 세 번째 결투 이후 사자명은 팔다리가 부러진 채 다시는 일어서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소광이 사자명의 거시기를 발로 밟아 버린 것은 치명타였다.
그것을 본 흑칠랑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었다.
"어째 자꾸 누군가를 닮아 가는 것 같은데."
그 말을 들은 야한도 한숨을 쉬면서 대꾸 했었다.
"대체 권왕은 무슨 이유로 이런 괴물들을 양산하는지 모르겠소."
야한의 말을 들은 흑칠랑의 표정이 오랜만에 진지해졌다.
"아무래도 내가 무서운가봐. 그래서 자기 대신 이들로 나를 상대 하려는 것
같아. 비겁한 놈. 그렇게 안 봤는데."
그 말을 들은 야한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대꾸할 말이 없었다.
다시 이십 일이 지나자 아운은 이 조에게 선풍연환검법의 마지막 이식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것을 가르치는 것은 지금 익히라는 것이 아니다.
외워두고 틈틈히 익히라는 뜻이다. 절대 서두르면 안 된다.
중 삼식을 십 성 익힐 때까지는
절대로 익히지 마라! 내 말을 거역하는 자는 무공을 폐해 버리겠다."
"충!"
아운의 무시무시한 엄포에 이 조의 금룡단은 감히 그 말을 어길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미 권왕이 어떤 사람인지 너무나 잘 아는 그들이었다.
아운은 선풍연환검법을 도를 쓰는 자들에겐 도법으로 변화시켜 가르쳤는데,
그게 의외로 위력이 강해서 패도적인 부분에서는 오히려 검법보다
도법이었을 때가 앞설 정도였다.
물론 여운령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아운은 그녀에게 선풍연환도법을 가르칠 땐 여자에게 맞게 변환시켜서
검법으로 가르쳤다.
여운령은 도법을 버리고 검법으로 전환하였다.
이는 아운의 충고 때문이었고, 그녀 스스로도 도법보다는 검법이 자신에게
맞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가문이 도법을 주로 하는 가문이었기에 도법을 익혔었다.
하지만
지금은 굳이 도법을 고집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내가 가르친 무공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 다음 자신이 알고 있는
가문의 무공을 가미해서 스스로에게 맞는 무공으로 발전시켜라!
하지만
지금 배우는 무공이 완전하다고 생각할 때까진 섣부르게 행동하지 말고
단 한 초식이라도 제대로 익히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팔기연환검법은 단 하루도 거르지 말고 익히고 또 익혀라!"
"충!"
새로운 무공, 그것도 능히 천고의 절기라 할 수 있는 무공을 배우는 그들의
감격은 쉽게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아운이 가르치는 무공이 평범할 순 없었다.
백오십여 년 전,
검으로 일가를 이루었던 광검(光劒) 이유성의 절정 검법이
가미된 선풍연환검법과 광영초심기공은 능히 절기라 할수 있는 무공이었다.
물론 전 팔식을 제외하면 하루 이틀에 배울 수 있는 무공은 아니었다.
그러나 배운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들은 즐겁고 감격스러웠다.
아운은 무공을 가르치면서도 편치 않았다.
'과연 얼마나 강해질 수 있을까? 지금 무림의 상황을 이들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조만간 무림엔 피의 폭풍이 불 것이다. 이들 중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운은 대지에 흐르는 피의 폭풍이 보이는 것 같았다.
금룡단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공 수련에 적극적이었다.
특히 실전에 가까운 훈련은 경험이 부족했던 금룡단원들의 실력을 극한까지
끌어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아운 역시 자신의 무공을 수련하고 다듬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비록 무극심공을 구 단계까지 끌어 올리진 못했지만, 팔 단계를 극성
이상까지 끌어 올렸고, 연환육영뢰를 새롭게 다듬어 중첩권을 완성할 수
있었다.
아운은 이 중첩권을 오호연환중첩권(五狐連環重疊拳)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모두 다섯 초식으로 되어진 이 권공은 아운에게는 단순한 권공 이외의
의미가 있었다.
중첩권을 연구하면서 무극신공을 새롭게 되돌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중첩권은 전 삼시과 후 이식으로 나누었다.
전 삼식은 일운섬광(一雲閃光), 환영중첩(幻影重疊), 금강추혼(金剛追魂)의
세 초식이었으며, 후 이식은 일권삼절풍(一拳三絶風)과 낙성혼원기
(落星魂原氣)였다.
이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