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탄진 강가 모래밭에는 사래가 긴 보리밭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풍광이지만, 천강은 그곳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쿵덕거립니다.
처녀 시절, 천강은 무애와 같이 길을 걷다가 갑자기 강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팔장을 끼고 찾아간 곳이 신탄진 모래밭이었습니다.
모래밭에 앉아 물소리를 들으며 별을 헤며, 별보다 반짝이는 앞날의 사랑을 꿈꾸었습니다.
그때 어둠처럼 다가온 검은 그림자가 있었습니다.
갑자기 다가선 검은 그림자는 무애의 입을 틀어막으며, 무겁게 말했습니다.
"소리 내면 죽인다!"
두 사람은 무서워 아뭇소리도 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자 다시 무겁게 말했습니다.
"움직이면 죽인다!"
벌벌 떨고 있는데, 그 그림자가 무애의 치마 속으로 손을 넣었습니다.
"으아, 안돼요!"
검은 그림자가 무애를 덮치는 사이, 천강은 후다닥 튀었습니다. 그러자 검은 그림자가 "어, 저년이!" 소리치며 뛰어왔습니다. 퍽퍽 거리는 모래밭에서 몇 발짝 못 가서 잡혔습니다.
그 사이 무애도 소리없이 달렸습니다. 무작정 달렸습니다. 신탄진 여울 소리가 귀에 담겼겠지만, 그날은 아뭇소리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 천강은 산부인과를 다녔습니다만, 무애에게는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신탄진 바람소리 때문에 감기가 들렸었으리라고 무애는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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