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9월 27일 수요일, 맑음.
아침에 일어나 시계를 확인하고 식사를 하러 가려했는데 시간이 이상하다. 시차가 있는 것 같다. 한 시간이 느리다. 날은 훤해졌는데, 시간을 한 시간 번 느낌이다.
숙소에서 제공해 주는 아침을 먹는다. 콘프러스트와 와플, 치즈, 잼으로 식사를 했다. 날씨는 참 맑은, 보석같이 푸른 날이다. 아침 8시에 출발을 한다.
89번 도로에 차를 올렸다. 처음 목적지는 홀스슈 벤드(Horseshoe Bend)를 찾아가는 것이다. Horseshoe Bend는 Arizona의 Page 시내 남쪽으로 몇 마일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Page 시내 남쪽 1.4마일 달리면 오른쪽에 Horseshoe Bend로 트레일 하기 위한 작은 주차장이 나온다. 10분 정도를 달리니 도착이다.
입장료는 없지만 주차비를 받는다. 10달러다. 2019년 4월초부터 Horseshoe Bend 주차장이 유료로 바뀌었단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옆에 언덕이 있는데 그 위로 올라가면 본격적으로 트레일이 시작된다.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사진에서 보듯 그늘이 전혀 없어 여름에는 매우 덥고 바닥은 모래로 되어 있어 걸음걸이가 일반 평지에서 걷는 것 보다 더디다.
다행히도 여름은 지나고 가을, 아침인데도 햇빛에 대비한 선크림과 각종 모자, 시원한 물 한 병 정도는 가져가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저 끝에 뭔가 푹 꺼져있는 것 같지만 엄청난 절벽 바로 앞에 다가가기 전까지는 모양이 잘 안 보인다. 짧고 쉬운 트레일로 생각하고 시작했다가 의외로 만만치 않다.
왕복 3km가 안 되는데 좀 힘들어 보인다.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약간 지쳐 갈 때쯤, 길은 끝나고 그곳에는 안전장치도 없이 그야말로 "기가 막히는" 경치가 눈앞에 펼쳐진다.
사진으로 보던 풍경이 더 크게 눈앞에 펼쳐진다. 감동이다. 말 발 모양의 엄청난 계곡이다. 모양을 따라 곡선으로 흐르는 강물이 보인다.
사진에 그 느낌이 제대로 담기지 않아 아쉽다. Horseshoe Bend 방문 시간 선택의 여지가 없는 분들은 그 시간에 갈 수 밖에 없지만 보통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사이 하루의 딱 중간에 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리는 너무 빨리 왔다. 등 뒤에서 뜨는 태양이 검은 그늘을 만들어 사진이 맘에 안 든다. 이왕이면 더 취향에 맞는 풍경을 선택해서 가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빛의 방향이 변하면서 달라지는 느낌이 있다. 지금시간, 오전 9시 이전은 제일 안 좋은 모습이다. 사진을 멋지게 담으려고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이 불안해 보인다.
규모에 놀라고 모인 사람들로 재미가 있다. 스케일이 어마어마하다. 사진으로는 실감이 안 나고 직접 가서 봐야지만 느낄 수 있다. 자연의 대단함을 느끼게 해주는 장소였다.
한국 사람이 많다. 주차장에는 대형 관광버스도 여러 대 보인다. 밝은 아침에 붉은 빛 황무지가 빛이 난다. 돌아 나오는 길에서 작은 해바라기 노란 꽃과 흰색 들 꽃도 만난다.
간판에 있는 홀스슈 벤드가 더 선명하다. 주차장 옆에 있는 화장실이 귀엽다. 다시차를 타고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이제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으로 목적지를 삼고 달려간다.
가는 길은 사우스림(South Rim)이다. 캐머런에서 64번 도로로 우회전한다. 암벽들 사이를 돌아가는 도로를 지난다. 매표소 전에 나오는 그랜드 캐니언 사인(Grand Canyon National Park Sign)이 보인다.
차에서 급하게 사진을 찍어본다. 동쪽 매표소 전이다. 에뉴얼 패스를 보여주고 지도를 받고 들어간다.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Grand Canyon National Park)은 미국 애리조나 주에 있는 국립공원이다.
미국의 국립공원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웅장하고 신비로운 대협곡(그랜드 캐니언)이다. 유명한 세계적인 관광지로 꼽히며, 음역어로 大峡谷国家公园(대협곡국가공원)이라고도 한다.
한해에 이 공원을 찾아온 방문자 수는 무려 600만 명에 이른다. 1,600m의 깊은 계곡에 흐르는 콜로라도 강을 사이에 두고 남쪽과 북쪽 양쪽으로 공원이 나뉜다.
캐니언의 폭은 제일 좁은 곳은 180m에서 제일 넓은 곳은 30km까지 되며 협곡의 깊이는 약 1마일(1.6km)이 되는 협곡이다. 북쪽의 공원을 노스림(North Rim)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북쪽의 가장자리란 뜻이다.
남쪽 가장자리는 사우스림(South Rim)으로 불리는데 대부분의 관광객은 사우스림을 찾아온다. 사우스림(South Rim)은 해발 2300m의 고원지대이며 강우량이 적은 편이나 노스림(Nouth Rim)은 해발 2700m가 되어 비교적 비와 눈이 많이 내린다.
따라서 북쪽 노스림은 남쪽의 사우스림보다 더 숲이 울창하고 기온도 낮다. 노스림과 사우스림 사이의 거리는 까마귀에게는 짧은 거리지만 자동차로 갈 수밖에 없는 사람에게는 5시간을 운전해야 하는 220마일(354km) 장거리가 된다.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의 면적은 4930㎢로 제주도 섬 전체 면적(1,846㎢)의 2.7배에 해당되는 방대한 면적을 차지한다. 공원 지역 내에서의 콜로라도 강의 길이도 무려 443km다.
한국의 한강 길이 (494km)에 가깝다. 세계적인 자연 경관의 대 협곡, 그랜드 캐니언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려는 미국 정부의 노력은 1882년부터 시작되었으나 국립공원이 되기까지는 30여년의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03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해서 그랜드 캐니언을 보고 감격해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그랜드 캐니언을 보고 나는 경외와 놀라움에 차버렸습니다. 이 세상의 어느 것과도 견줄 수 없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전대미문의 것입니다. 이 놀랍고 신비한 자연을 잘 보존하여야 합니다. 이 웅장하고 장엄한 아름다움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합시다. 우리가 더 좋게 손질할 수 없습니다.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있는 그대로를 후손을 위해 보존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후손, 온 미국 시민이 지금 이 자연의 신비를 볼 수 있게 합시다."
이와 같은 열정에도 불구하고 5년이 걸린 1908년에 와서야 그랜드 캐니언은 내셔널 모뉴먼트(National Monument)로 지정될 수 있었다.
또 11년이 지난 1919년에 윌슨 대통령 재임 중 마침내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다.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은 1979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우리는 먼저 데저트 뷰(Desert View)포인트에 들어섰다. 콜로라도 강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명승지이다. 이스트림의 끝에 있으며 여행객 안내소도 있다.
데저트 뷰 워치타워(Desert View Watchtower)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Desert View Point에 위치한 Tower다. 낯익은 장면이다. 함께 사진을 찍었던 상희가 생각난다.
선구적인 그랜드 캐니언 건축가 메리 콜터가 1932년에 설계한 7층 높이 석탑이다. 라푼젤의 타워가 연상된다고 아내는 말한다.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티켓을 줄서서 받아야 한다.
4층이며, 각 층은 계단 20개 정도다. 창문이 많아서 Grand canyon을 보기에 매우 좋다. 그랜드뷰 포인트(Grandview Point)는 1901년 기차가 들어오기 전 까지는 관광객이 가장 많이 오는 센터 역할을 했던 지점이었다.
전망이 좋은 지점이다. 1540년 스페인 사람이 처음으로 그랜드 캐니언을 발견했던 지점이 이곳으로 알려져 있다. 엄청난 그랜드 캐니언을 내려다본다.
웅장하고 장엄하고 대단한 감동이다. 이 장면을 또 보다니 복도 많다. 자세히 보니 보라색 들국화도 있고 붉은 색 꽃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벼랑에서 사진을 찍는다. 전에는 용감하게, 불안하게 사진을 찍었던 장소인데 지금은 별로 무섭지 않다. 사람은 변해가는 데 이 자연은 그대로 인 것 같다.
계곡 밑에 콜로라도 강이 보인다. 더 살펴보기 위해 차를 몰고 다음 포인트로 이동한다. 전망이 좋은 계곡의 가장자리 여러 지점에 이름을 붙여서 포인트(Point)라고 부르는데 어느 곳이나 모두 각각의 특징이 있어서 차별할 수는 없으나 인기 있는 명승지가 있다.
모런 포인트(Moran Point)로 간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계곡을 보러 간다. 토마스 모런(1837~1926)이라는 사람이 그랜드 캐니언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 표시되어있다.
1873년 작품이란다. 그림과 대조해서 계곡을 살펴보니 재미있다. 여기의 감동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 부럽다. 미국의 작곡가 그로페(Grofe)는 음악으로 그랜드 캐니언의 감동을 표현했다.
깎아지른 절벽의 빛은 각양각색의 암석의 질로 해서 무지개처럼 7색으로 빛났다. 또 달밤에는 보라색 베일을 쓰고 신비경을 이룬다고 했다.
이곳을 구경 왔던 그로페는 그 웅대한 절경에 매료되어 다섯 편(일출, 채색된 사막, 산길에서, 일몰, 호우)으로 된 조곡<그랜드 캐니언>을 썼다.
처음으로 이곳을 구경한 세기의 지휘자 토스카니니는 대자연의 조화와 감탄하면서 비로소 그로페의 그랜드 캐니언을 레퍼토리에 올렸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Pink Jeep Tours 차량도 보인다. 계곡을 한 참 바라보다가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발견했다. 한 번 걸어보기로 했다. 돌길에 암벽과 절벽이 공포감을 준다.
경사가 급하고 허술한 길이다. 내려가면서 계곡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다. 계곡의 속살을 만난다. 오래된 길이다. 힘들게 버티고 있는 소나무와 잡목들, 벼랑 끝에 선 바위들이 대단하다.
낡은 통나무 계단이 금방 흘러내릴 것 같다. 가시나무 사이에 핀 노란색 꽃도 강해 보인다. 다시 올라오니 좋다. 차를 타고 다시 이동한다.
점심을 먹을 겸해서 장소를 찾다가 숲속에 거니는 엘크들을 만났다. 차를 세우고 커다란 엘크를 구경한다. 멋진 뿔을 가진 수놈이 한 마리 따로 놀고 있다.
여러 마리의 덩치 큰 암놈들이 풀을 뜯고 놀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 사진을 찍는다. 겁이 없다. 도망가지도 않고 도리어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접근을 한다. 주차한 차에서 점심을 먹는다. 햄과 김과 밥이다. 거기에 삶은 당근 추가다.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