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은 못 봤지만
그럴 수 있어 / 양희은 / 웅진 지식하우스
華曇 정순덕
인제에 양희은씨가 공연을 왔다. 10월21일. 토요일. 저녁 5시. 언감생시 공연을 보러가진 못했다. 토요일이고 저녁시간이고..
늘~그렇듯 바쁘면 더 신경질이다. 자기몸 만 아프고 나는 철인이니까. 인내하고 장사에 몰두하려고 해도 계속 옆에서 부아를 돋운다.
공연이 끝나고 저녁을 얻어먹을 요량으로 전화했던 동서에게 큰아버지를 불러내게 해서 그냥저냥 큰 싸움없이 지나갔다. 다음 날 시동생님이 내게 내민 책. 생전처음으로 책을 선물 받았다. 싸인은 못 받았다며 건네 준 "그럴 수 있어" 이다. 책 좋아하는 형수를 위해 준비해 준 시동생이 새삼 미덥다.
중간에 <인제사랑수기> 원고 심사를 보느라 주춤했지만, 편하게 읽히고, 양희은씨를 마주보고 이야기를 듣는 듯 상상하며 읽었다.
양희은씨의 나이가 내 남편과 같다. 노래경력이 오십년 넘었는데도 늘 무대앞에서 긴장되는가 보다. 작사도 하고, 여성시대에 다달이 원고를 내고, 라듸오 방송에서 시청자들의 편지를 읽어주고. 늘 글을 읽고 노래를 하는 사람이라 얼굴은 평온해 보이신다. 몇 년 전 원주 댄스페스티발에 가서 아들 덕분에 같이 사진도 찍어 주셨는데..
이런저런 생각들과 나의 현실을 대비해 가며 에세이 집을 읽었다. 누구나 '그럴 수 있다' 라고 생각을 먹는다는 것은. 더없는 긍정적 삶이고 관대해야하고 나를 희생하며 산다는 것일테다. 내가 절실히 그래, 그럴 수 있지. 하고 봐 줘야 할 한 사람이 떠 오른다. 오늘도 여지없이 실망만 안겨주는 사람. 휴~ 道를 더 닦아야 겠다.
그녀의 어릴 적 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 코메디언 이었다니 조금 의아하다. 양희은씨 동생은 연기자다. 어쩌면 고운 목소리가 그렇게 똑 같은지 눈을 감고 들으면 누가누군인지 모를 지경이다. 노래도 잘한다.
대중목욕탕에도 자주 다닌다고 책에 밝혔다. 목욕탕에서 동네 돌아가는 소식도 듣고, 찜질도 하고, 어쩌면 그 취미?도 통하는것 같아 슬몃 미소가 나오는, 힐링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