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강남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글핀샘문학회 회장(역임), 농민문학 운영위원, 시집:《그리운 날에는 바람으로 살고 싶다》(1996, 혜림출판사), 《사랑이 내게로 와서》(2000, 혜화당), 《산이 웃고 바람은 달려오고》(2004, 푸른사상), 《입술》(2013, 순수문학사), 《바람 없이도 흩날리는 꽃잎》(2020,시문학사), 수상:영랑문학상본상(2013), 농민문학작가상(2021) 외
바깥은 봄이 한창이야
박 강 남
꽃잎 펄펄 날리는 4월
언덕 따라 풀어진
길게 휘어진 길을 걷는 동안
연둣빛 새순이 사뭇 흔들거린다
어제 본 영화에서
전쟁 중 연인을 잃은 친구에게
“절망에 빠졌어도 꿋꿋하게 다시 살아내야 해”
살촉처럼 꽂힌 명대사
사람마다 치러내는 혹독한 겨울
쓸데없는 외로움 깊어진 날
빛나지 않는 내 쓸쓸을
햇살이 일으켜준 것을 모두 알고 있는 듯
수런거리는 밖은 봄이 한창이다.
가까운 숲
산이 아니면서 숲이 울창하고
멀리 있는 섬이 연상되는
집을 나서면 금세 닿을 수 있는
공작단풍나무와 갈참나무
벚나무와 튤립나무가 어우러진
그 숲의 마력에 빠져
어떤 날은 내가 사이프러스 나무로 서서
바람을 일으키고
어느 날은 우렁우렁 바람이 치는 매를
날개를 펴 고스란히 맞기도 해
4월은 날아갈 듯 가벼웠고
이제 떠나갈 봄날의 늦은 오후
누구나 다니지만 혼자만 아는 것 같은
비밀스런, 풋내 갓 떨군 봄 숲의 나무들
세상에서 나이를 먹지 않는 건
늘봄 뿐
그리운 사람 같은.
태양을 내려앉혔다
프랑스 오베르에서의 한 발 총성
어둠 속 별빛을 불러낸 그가
론강변 밤풍경으로 회오리를 일으키고
고유한 색감을 일구어
황적색 색띠를 병치한
매혹적 빛깔
붓 하나로
아를의 카페테라스, 씨 뿌리는 사람
해바라기, 노란 집, 별이 빛나는 밤
이글거리는 태양을 화폭에 내려앉혔다
백여 년이 흐른 지금
절벽 끝에 서있던 그 사내가
세상을 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