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가보는 일본 땅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하고 복잡해지던 심경이
포근한 설산이 끝없이 펼쳐진 구름 위 하늘에 오르고 나서야
마음이 평온해 진다. 무슨 억한 감정이 가슴을 짓눌렀을까
집사람 그리고 서울누님과 함께 하는 2박3일 여행
한달전에 비행기편을 예약해 놓고
간단한 일본어 회화도 틈틈히 연습 해보며
여행 준비의 달콤한 맛을 실컷 즐기며 좋아 했다
혹시나 무슨 변수가 일어 나지 않을까 작은 가슴은 콩닥 거리는데
인천공항으로 가는 새벽길은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세찬 추위로 시샘을 한다
새벽 4시에 일어나 9시 반 비행기를 타고 센다이에 도착하니 11시 45분
서툰 출국 수속을 하나하나 통과해 나가면서
인천국제공항의 위용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고
우리 국민이 무언가 성취해 냈다는 자부심이 안들수가 없다
제2청사도 곧 가동된다고 하니
하늘 길은 우리나라도 단단하게 닦고 있는게 분명하다
센다이는 일본의 중소도시 크기로 아시아나 항공편이 하루에 한번 왕복 한다
한국인 승객은 별로 없고 일본인이 대부분이다
2시간 반을 비행해서 센다이공항에 도착하니
그져 작은 도시에 찾아온 호젓함 그런 느낌이다
입국심사를 잘 마치고 나서자 반가이 맞이하는 동생부부
혈육의 정은 그래서 징하다
더구나 머나면 이국땅에서 만나니,
공항에서 집까지는 고속도로 경유 약 2시간 거리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첫 일본 음식으로 우동을 주문했다
라면은 먹어 보았는데 일본 음식은 밋밋한 맛이 그져 그렇다
맵고 짭짤한 맛이 없지만 그래도 일본맛을 실컷 느껴 보려하니
우리 음식처럼 확 당기는 맛은 없다 기대도 하지 않는다
휴게소 음식맛이 그렇지 그냥 입맛으로 먹는다 단무지도 안준다
동생은 당연한것처럼 말한다
반찬으로 아무것도 안나온다고
그냥 웃는다 그 흔한 단무지가 여기서는 안준다고,
큰 산은 보이질 않고 둥그스런 휴화산 아래로 꽤 넓은 들판
우리나라 남도 마을의 전경이다 단지 산위에 흰눈이 덮힌 겨울 풍경 외엔
일본식 2층 전통 가옥이 산 밑으로 늘어서 있고 집마다 담장이 없다
도둑이 없어서 일까 아님 섬나라 마을의 원래 그런 모습일까
우리나라도 언제부턴가 시골 마을도 담이 만들어지고
이웃의 사생활을 존중하면서 사람간의 간격을 멀게 만들었다
동생네 집은 완전한 일본 전통 양식의 오래된 집으로
40여년전에 리모델링했다는데 아주 튼튼하게 지었으며
옛 모습을 좀더 다듬은 정성이 구석구석 묻어 있다
다디미 방에 방마다 미닫이 문, 2층구조에 붙박이 장, 내부 계단
축소판 신사의 선반, 신위를 모셔 놓은 특이한 조각장 등등
집구경을 하는데도 한참이나 걸린다
우리의 한옥구조와는 전혀 다른 모습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가족 납골당이 있었다
절에서 관리해 주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향불 피우고 참배하니 참 실용적이란 느낌이 든다
화장장으로 유골함을 가족 묘지석 아래 함께 안치한 후
비석에 고인의 이력을 기록하는 간편한 장례식의 한 단면이다
그러나 1년간 매월 같은날 상석을 올리고 3년. 7년제를 올린다니
가문의 전통으로 지켜온단다 아직까지,
숙소인 온천 호텔은 그냥 깨끗하다
작은 계곡에 위치한 이곳 온천은 단체 모임 장소로 인기가 좋고
궁금했던 온천욕은 식후에 하기로 한 후 가족연회장으로 자리하니
양가집 식구들이 단촐하다
동생 내외를 축하해 주는 작은 연회장은
작지만 정성이 넘치고 여직원들의 몸에 밴 친절은
일본 사람들의 본심을 불 수가 있었다
풀코스 요리가 정갈하고
일본 전통주가 도자기 병에 그윽하다
주인공인 동생 내외 뒤에 펼쳐진 황금병풍은
아주 특별한 손님에게 배푸는 최상의 서비스
이것 또한 재일 한국인 언니의 마당발 덕택이라니 넘 고맙다
식사가 끝나고 오리지널 가라오케로 여흥을 돋우니
국가 대항전 같기도 해서 두곡이나 불렀다
돌아와요 부산항, 울고 넘는 박달재
일본 노래는 우리나라 트로트풍인데 모두들 즐겁게 부른다
호텔방은 역시 다디미방인데 담요도 이불도 모두 두껍다
화장실은 깨끗하고 손씼는 작은 세숫대가 있는게 특이했다
온천탕은 큰 원탕 하나에 작은 탕이 다섯개인데 온도가 조금씩 다르다
수건은 때밀이 같은 작은것 한장과 큰수건 하나로 모두 해결한다
아침식사는 간단한 뷔페식
온천 가운을 입고 자연스럽게 다니며 식당 출입도 하는데
우리 같으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데 문화 차이려니 한다
둘째날은 관광 풀 코스
눈이 많이 내린다는 민속마을로 가는데
일본에서 세번째로 큰 화산폭발로 생긴 바다 같은 호수를 지나
일본 화폐 천엔에 나오는 사람 생가도 지나서 한 30여분을 더 가니
민속마을 입구가 나온다 일본인들이 더 찾는다는 작은 마을인데
한 20여채가 민속촌처럼 가운데 직선도로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집집마다 전통 공예품이나 민속 음식들을 파는데 우리와 별반 차이가 없다
선물겸 토속품을 몇 점 사면서 잘 보존된 전통 가옥이 오래 보존되기를 바란다
다음코스는 전통 술을 담그는 양조장 견학인데
오늘은 숙성 과정이라 만드는 모습은 볼 수가 없고
양조장 안마당에서 시음과 만든 술을 몇 병 사는데 만족해야 했다
양조장 출입구 위에 녹색 큰 덩어리는 숙성 정도를 나타내는 것인데
녹색에서 갈색으로 변하면 다 익은거라고 설명을 해준다
한과 같은 술떡이 입에 맞아서 작은 케이스 하나에 우리 돈 만원을 주고 샀다
술 종류도 청주에서 약간씩 맛이 다른 여러가지가 있는데 최고급으로 선물을 받았다
구경도 식후경이라 마침 점심시간
읍내서 제일 오래되고 맛있는 전통 맛집이라며 가이드가 입이 마른다
옛 150석 규모의 여관을 개조해서 전통 식당으로 영업을 하는데
꽤 유명세를 타는것 같았다 손님들이 줄지어 들어서고
우리는 2층 다락방 같은데 자리를 잡았다
서빙하시는 분이 연세가 있어 보였고
차근차근 설명하는 친절함도 격이 있다
비빔밥모양으로 나오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고
밥맛은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 역시 반찬은 소량으로 3찬, 그래도 불평이 없다
손으로 만든 모밀국수를 별미로 먹어 보랜다
따뜻하게 한그릇 차겁게 한그릇으로 특별 주문했는데 맛은 그져 그렇다
안동칼국시가 얼마나 맛있다는게 실감난다 가격도 넘 좋은 우리의 전통식
든든하게 식사를 끝내고 다음 코스는 시내 중심에 있는 학일성이라는
오래된 성 관람인데 웬지 마음가짐이 새롭다
시내 곳곳의 신호등은 그 모양이 가로가 아니고 세로로 만들었다
정원의 나무들도 모두 가운데 기둥을 중심으로 가지를 끈으로 묶고 있다
겨울철에 많이 오는 눈을 치탱하기 위해서 이렇게 조형물도 자연에 순응하게 만든다고
어딜가나 깨끗하고 정리정돈이 잘 되어있다
일본인들의 심성을 볼 수가 있는 자연스런 모습이다
일반 가정집에서도 하나 같이 깔끔하고 음식쓰레기가 나울수 없는 식단
그러면서 질서가 몸에 배인 일본은 분명 우리와 다른 그 무엇이 있었다
단순한 문화차이로 보기에는 이해의 깊이가 필요한 부분이다
대부분의 선진문화를 일본을 통해서 우리는 배우지 않았던가
한때는 우리가 지배를 당했지만 지정학적 묘한 인연 때문에
지금도 반일 혐한하면서 이웃하고 있지 않은가 역사는 그렇게 만들어져 간다
나 또한 머리속까지 일본인들의 야만성과 군국주의 이런것들로 꽉 차있는데
좋은 생각을 쉽게 가질수는 없다 그러나 언제까지 변화가 없어야 하는지
그들만의 문화를 아끼고 보존해 가는 정성은 대단하다는 것은 인정해야
너무나 빠른 변화속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지 않을까
지나칠 정도의 경쟁과 배타심 자고 일어나면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유행에 뒤쳐지기라도 할세라 무리할 정도로 하는 소비 심리
아직도 사촌이 논사면 배 아파하고 내 잘못 보다는 남의 작은 흠은 못 참는
우리의 오래된 폐단은 잘 버무려서 정리해야만 한다 그게 더 좋다
서로 사랑하자고 얼마나 떠들고 다니는가
이웃과 스스럼 없이 잘 지내고 있는지 반성도 얼마나 하는가
교양 프로그램도 많고 시사 토론도 넘치도록 많이 한다
하지만 쉽게 바뀌지 않은 국민성은 후대에게 그대로 물려 줘서는 안된다
본론을 벗어나서 혼자서 중얼거려본다
마음속 어딘가에 많은 상처가 있음을 감추지 못함일게다
멀리 설산이 보이는 길을 달리며 보는 창밖의 시골 풍경이 정겹다
길거리나 집 근처에 자주 보이는 감나무에는 감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우리나라 떫은 감 크기인데 수확을 하지 않는다 사연은 자세히 모르며
예전에 천황께 올리던 진상품이었다는데 지금은 따지 않고 그대로 둔다고,
도착한 곳은 커다란 사찰 입구
우리나라 조계종 정도 되는 종파로 그 규모도 꽤 크다고 했는데
하지만 안내판에는 12월 1일 부터 내년 3월 말까지 출입금지란다
어디가나 보이는 신사와 달리 일본에서는 사찰이 드물고 보기도 어렵다고 하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였다 발걸음을 돌려 일본의 성을 보는 코스로 향했다
피로감 보다는 많은 것을 보고 와야겠다는 욕심에
걸음은 빠르고 눈의 초점은 더욱 또렸해진다
언제 또 이렇게 일본의 속속을 들여다 볼 수 있을까
안사장어른 자매분들과 함께 그들의 전통 모습을 보고 있다니
생각하면 머리속이 묘하기도 한데 잠시 뿐이다
학일성(鶴一城)이라는 옛 성인데 원형 모습이 잘 보존되고 있었다
지금도 일반인에게 공개를 하면서 한쪽으로 보수를 하고 있으며
영화로만 보아왔던 성의 위용과 아름다운 모습에 고개를 끄덕인다
입구에서 부터 고목의 매화나무가 성곽 바깥쪽에 파놓은 연못과 함께
지난 세월의 영화가 무상함을 말없이 전해주고 있는듯 했다
자연석으로 쌍아 올린 석성은 적의 침입을 막는 요새로
너무나 견고하게 그리고 조형적으로 균형미가 있었다
장비도 없었던 시대에 어떻게 쌓았을까
성주는 우리나라 지방관 정도로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성의 무게감은 분명히 위계질서를 잡는데 손색이 없어 보이고
성의 꼭대기는 전망대로 사방이 다 보이는 평지속의 인공요새다
각층마다 성의 역사를 자료와 함께 잘 정리해 놓았는데 일본도는 섬찟하기도 했다
사무라이들의 정신세계가 오늘의 일본을 만들지 않았는가
성내에는 신사가 있고 넓직한 정원에는 잔디가 잘 조성되어 있으며
무사들의 훈련장으로도 사용하지 않았나 짐작해 본다
구석구석 다 둘러 보지 못하고 겉만 들여다 본것 같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학일성을 뒤로 하는 발걸음이 괜히 무겁다
오후 4시가 가까워진다
놀때는 왜 시간이 빨리도 가는지 누구나 그렇게 말들한다
마지막 코스는 유리로 만든 제품을 전시 판매도 하고
체험도 해볼 수 있는 유리제품 박물관이다
우리나라도 유리공예품 전시장이 여러곳 있다는데
한번도 가보지 못한 나로서는 사뭇 기대감이 컸다
전시관은 2층으로 윗층은 외국산으로 전시되어 있고
아래층은 일본제품으로 섬세하고 아름다운 작품들이 주류를 이룬다
가격도 생각보다 비싸다 그냥 아이쇼핑이다
관람객 대부분이 그런 모습인 것 같다
특히 아주작은 작품들은 일본인들의 손 솜씨가 대단하다는데 공감이 간다
불과 2~30년 전만 해도 소니, 미쓰비시 하면서 그 우수성에 매료되지 않았던가
지금도 골프클럽의 대부분이 일본산이다 그만큼 장인정신은 알아줘야 한다
일본차도 우리나라에서만 그렇지 동남아나 중동에서는 최고 인기차다
그런데 유독 일본에서 우리나라 자동차는 눈씼고 찾아 봐도 보이질 않는다
일본의 자동차에 대한 자존심인지 분명 국산차는 3일 내내 보질 못했다
도시형 경차가 대부분이며 우측통행 하는것이 자꾸만 감각을 무디게 하고
신호등 준수, 횡단보도 앞 정지, 양보운전은 우리도 본 받아야 할 점인것 같다
다시 유리박물관 2층에 올라가니 각국 유명 작품이 전시되여 있다
중동제품과 독일 영국 러시아 제품이 화려하고 고풍스러운데
가격은 화병처럼 생긴 유리병이 천만원을 찍고 있었다
역시 우리나라 제품 전시대는 없었다
저녁노을이 호수 넘어 뒷산으로 느리게 지고 있다
아름다운 황혼길이 이런 풍경일까
눈과 색바랜 나뭇잎들이 멀대처럼 큰 나무가지에 달려있다
눈이라도 펑펑 내렸으면 더 좋았을까
호수옆으로 난 굽이굽이길이 살아 온 여정 같다
마음 속 까지 일본 냄새를 담아 넣으면서
짧고도 긴 일정을 마무리 한다
집에서 잠시
녹차로 약간은 흥분된 마음을 가라 앉히면서,
남매들 모두 함께 하고자 했던 일본 여행
누님 모시고 우리내외만 함께 한 일정이 못내 아쉽다
대구 동생은 회사일로 안산 동생은 안동 이사준비로 의정부 동생은 큰딸 대입 준비로
늘 만족스러움은 없고 적당하면 그러려니 한다 이젠 그게 편하다
짧은 일정이지만 알차게 계획을 세워준 일본 동생 내외에게 고맙고
잠시지만 일본의 향기에 젖어 볼 수 있어서 나름 만족한다
일본어를 조금 더 연습해 갔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곤니찌와 아리가또 고자아마스 오이시이 이이네 미즈 구다사이...
마지막 만찬은 내가 좋아 하는 회전 초밥집으로
집에서 가까이 있어 내심 마음껏 오리지널로 먹어 보고 싶었다
한코너를 식구 모두 자리잡고 초밥이 돌기 바쁘게 접시를 비운다
아사이 생맥주를 겯들여서,
비운 접시가 꽤 쌓였다 싶었다 배부를 때 쯤
연어알을 얹어저 나오는 초밥이 눈에 띄었고
그 외는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손님 요청시에는
같은 매뉴라도 속성으로 만들어 직접 가져다 주는 서비스는 맘에 들고
양가집 참석자 모두 일정을 잘 마무리하니 더 바랄게 있을까
무언가 오고간 마음의 정을 남겨둔체 떠나오는 아쉬움은 여운이 남는다
아침상을 동생이 직접 준비해준다
언제 또 이런 상을 받을 수 있을까
곱게 구운 연어 고기 한조각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
여행내내 함께 찍은 사진을 속성으로 인화해서 전해 주신 동생 시숙모님 넘 고맙습니다
꼭 한번 한국에 나들이 하시기를 몇번이나 권하면서,
센다이 공항은 붐비지 않았다
동생내외와 함께 공항식당에서 라면 별식으로 점심을 먹는다
면줄기가 쫄깃하다 육수를 따로 낸다는데 그런대로 맛이 난다
어쩌면 사람의 정이 더 그리워지겠지
나머지 인생은
운명이고 복이라며 카톡문자를 보낸다
좌측에서 시계방행으로 ... 동생 시어머니 남동생 내외.시어머니 언니. 시어머니 .동생 부부
우리 누님. 그리고 우리 내외
첫댓글 넘 보기좋네. 백수인 나도 좀 초청하지.
혜경인가 동생이?
동생은 글솜씨가 대단해 부러워.
형님은 세계 곳곳을 다 다니시니 제가 따라갈 수가 없네요
일본에 사는 동생은 혜경이고
시어른 49제가 지나서야 문상을 하고 왔습니다
관광은 덤으로 하구요
간만에 들어오니 볼것이 많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