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월동1가 9번지 철길 옆에서 태어났어요. 송월초등학교 16회 졸업생입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모두 인천에서 다녔지요.”
인천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최규호씨(54세). 자신만의 독특한 향기를 담아 직접 운영하는 재즈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1979년 2월. 연극의 매력에 빠져 배고픈 연극인들이 삶의 애환을 담아 열정을 쏟은 인천최초의 소극장 ‘돌체’는 그에 의해 태어났다. 중구 경동 싸리재 고개 근처의 기독병원 앞에 위치한 ‘돌체소극장’은 아이스께끼 얼음 공장으로 사용되었던 곳이라 건물자체가 천장이 높고 벽과 벽 사이에 톱밥이 넣어져 있어 방음까지 완벽하게 되어 연극전용 극장으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당시 최규호씨는 나이 24세에 극장장이 되면서 인천에서의 연극 인생이 시작되었다.
돌체소극장이 무대에 올린 첫 공연작품은 최영준씨의 <취보영감의 소집영장>. 이 작품을 시작으로 ‘돌체소극장’은 인천의 연극공연문화에 새로운 시발점이 되어 많은 연극배우를 탄생시키면서 수많은 작품을 통해 지역공연문화의 요람으로 또한 인천 공연문화의 중심메카로 자리매김 되었다.
언어 없이 표정과 몸짓과 눈빛만으로 배우와 관객이 소리 없는 대화를 나누는 무언극 ‘마임’. 지역극단으로서 1984년 창단해 그가 열정과 혼신의 힘을 다해 이끌어가는 극단 ‘마임’의 정기공연 횟수도 올해 4월 100회를 맞았다.
“마임은 제한이 많습니다. 극장무대에서만 해야 하고 음향과 조명이 있어야하는데 피에로와 어릿광대의 마임인 클라운마임(광대마임)은 그렇지 않죠. 틀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하고 즉흥적이며 오픈된 공간이면 거리 어디에서나 공연을 할 수 있지요. 세상과 현대인의 삶을 광대를 통해 풍자하면서 교훈과 재미도 주고 또 휴머니스트를 느끼게 하고 관객이 늘 생각하게 만드는 게 매력이지요.” 그의 마임사랑은 계속 이어졌다.
아티스트들의 색깔 있는 몸짓언어로 테크닉을 통해 우스꽝스러운 철학을 마임으로 풀어내며 관객에게 감동과 기쁨과 웃음을 선사하는 ‘클라운마임’은 그가 국내최초로 만들어낸 마임의 한 장르이다.
“클라운마임은 몸짓과 눈동자로 연기를 해야 관객이 감동을 받습니다. 백 마디의 언어를 몸짓에 담아 포스하나로 감동을 줄 때 그게 바로 진짜 광대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영혼으로 하는 것이 예술이지요. 신체훈련과 정신세계에 표현방법을 가미한 것이 마임입니다. 마임은 몸짓으로 표현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세계 어느 곳에 가도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무기지요.”
유럽에서는 ‘스트리트 마임(Street Mime)’이라고 하며,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관객과 같이 호흡할 수 있는 단편적인 공연문화로 마술과 코미디 그리고 외발자전거와 장대타기 등 아크로바트와 저글링 및 풍선아트 등을 접목시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등 오랜 경험이 마임에 녹아내려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30여년을 광대로 살았다.
“나에게 연극은 놀이입니다. 그냥 내가 즐거워서 하지요. 안하면 몸이 근질거릴 정도라니까요. 평생 동안 마임공연하고 또 음악연주하면서 살 생각입니다.”
오랜 세월동안 인천연극계의 자존심을 지키며, 인천시 민간국제 축제로 1995년 시작한 국제행사인 ‘인천 국제 클라운마임 페스티벌’도 올해로 16회를 맞는다.
지난해 9월에 열린 ‘인천 국제 클라운마임’축제는 일반인들에게 마임의 예술성을 대중화시키고 수준 높은 작품공연으로 독일, 이스라엘, 러시아, 미국,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의 마임이스트들이 참가해 다채로운 공연과 다양한 퍼포먼스를 제공했다. 4일 동안 총 12회 공연으로 소극장 돌체, 부평문화사랑방, 인천도호부청사, 부평아트센터 등의 야외공연장에서 펼쳤던 모든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현재 세계클라운마임협의회 회장을 맡으면서 예술의 한 영역으로 자리매김함과 관객과의 매개자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교과서에 커리큘럼이 되어 있어서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초등학생들에게 마임을 통해서 상상력과 집중력을 길러주고 제가 지닌 능력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어릴 때 정서가 평생을 좌우한다고 믿거든요. 그리고 꼭 이루고 싶은 한 가지 평생소원은 광대학교를 세워서 전문 광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안경 너머로 빛나는 눈에서 열정이 보였다.
요즘 매주 목요일 오후5시면 경인방송(FM90.7MHZ)에서 그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
프로그램 ‘백영규의 가고 싶은 마을’에서 인천의 숨은 문화를 찾아내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는 그는 인천을 가득 품은 진정한 ‘인천광대’이다.
첫댓글 알찬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