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와 태양
1. 신국판 62페이지의 분량으로 중단편 정도의 분량이다. 읽기에 부담은 없는 문장이지만 SF에 가까운 상황에 적응이 어려워서 초중반 집중하기 쉽지 않았다.
-. 로사와 클라라는 멋진 삶(멋진 주인을 만나기를)을 꿈꾸는 로봇 가게의 AF(Aftificial Friend)라고 하는 로봇이다. 오늘도 내일도 언제나 좋은 생각을 하며 더 나은 내일을 꿈꾼다.
-. 클라라는 창가에서 조시라는 아이와 마주한다. 조시는 클라라에게 태양의 움직임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다.
-. 늦은 시간 로사는 창 밖의 세계에 대한 의문을 품는다. 클라라도 궁금한 모양이지만 로사에게 크게 이입하지는 않는다.
-. 클라라와 로사는 동시에 창밖의 어떤 상황(택시 운전사)을 목격하지만 서로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면서 말 다툼을 한다. 둘은 결국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고 클라라가 그냥 대화를 포기한다. 매니저가 사람에 대한 이야기(사람은 행복과 아픔을 동시에 느껴)를 하는데 둘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 2주일 뒤에 조시가 찾아왔다. 이번에도 엄마와 함께 왔고, 조시는 클라라를 마음에 들어하지만 지난번 부터 엄마의 눈치를 보고 있다. 조시는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털어놓고 클라라는 다 들어준다.
-. 클라라는 가게 중앙 자리로 옮겨지게 된다. 곧 쿠팅스 머신(굴착기로 추정되는 중장비)이 가게 앞에서 땅을 파고 연기를 뿜으며 태양을 보기 힘들게 만드는 공사를 시작한다.
-. 한 여자아이가 아빠와 왔는데 클라라에게 관심을 보이는 순간 매니저에게 더 나은 B3 모델을 추천 받는다. 클라라는 아마도 더 낮은 모델로 보인다. 매니저가 나중에 하는 말이 마음 아프다. “아이들은 툭하면 약속을 해…다시 오겠다고 하고…안 오는 아이가 훨씬 많아…”
-. B3가 새로 입고 되면서 로사는 안쪽 방으로 밀려 들어갔다.
-. B3가 클라라로부터 스스로 선을 긋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연출된다.
-. 어느날 매니저는 클라라에게 창가로 옮겨질 기회(?)를 준다. 하지만 그저 아저씨와 개만 구경 하며 시간을 보낸다.
-. 클라라는 다시 뒤로 옮겨지고 조시가 왔다. 조시는 엄마의 눈치와 실험에도 불구하고 B3보다는 B2인 클라라를 선택한다.
2. 느낀점
카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클라라와 태양'의 1부는 클라라라는 인공지능 로봇의 시점을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다. 클라라는 단순한 로봇이 아니다. 그녀는 어린아이들의 친구로 만들어진 인공지능 로봇, 즉 인공지능 친구(AI Friend)다. 하지만 그녀의 관찰력과 순수한 시각은 우리가 인간 관계와 미래 사회를 새롭게 이해하게 만든다.
클라라는 가게의 진열대에 서서 세상을 바라본다. 그녀의 시선은 태양을 신성하게 여기는 순수함으로 가득 차 있다. 태양은 그녀에게 단순한 에너지 원이 아니라, 그녀의 존재를 유지시켜주는 신성한 존재다. 클라라는 매일 아침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경외감으로 바라보며, 태양이 그녀에게 주는 에너지에 감사한다. 이 순수한 시각은 클라라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잘 보여준다.
가게 밖의 세상은 클라라에게 무한한 호기심의 대상이다. 그녀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가게를 방문하는 손님들을 주의 깊게 살펴본다. 사람들의 표정, 말투, 행동 하나하나가 클라라에게는 새로운 정보와 학습의 기회다. 특히 조시라는 소녀와의 만남은 클라라의 삶에 큰 전환점을 가져온다. 병약한 조시를 돌보기 위해 클라라가 선택되면서, 그녀는 새로운 역할에 대한 기대감과 책임감을 느낀다.
클라라의 시점에서 인간과의 상호작용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녀는 조시와 그녀의 어머니를 통해 인간 관계의 복잡성을 배운다. 인간의 감정, 사랑, 희생은 클라라에게는 새로운 개념이지만, 그녀는 이를 이해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가진다. 클라라의 순수한 시각은 우리에게 인간 관계의 진정한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소설의 1부는 클라라가 가게에서 조시의 친구로 선택되어 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과정은 독자에게 기대감과 긴장감을 동시에 안겨준다. 클라라가 조시와의 관계를 통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그녀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 이는 단순한 로봇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성과 그 의미를 탐구하는 철학적 여정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미래 사회의 설정 속에서 이루어진다.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친구가 되고, 병약한 아이들이 존재하는 이 세계는 기술 발전과 그에 따른 사회적 변화를 상징한다. 우리는 클라라의 눈을 통해 미래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성과 기술의 조화를 고민하게 된다.
3. 가장 좋아던 부분
단연 클라라가 창 밖의 태양과 각종 사물, 사람을 관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로사와 서로 같은 장면을 보면서도 서로 다르게 해석하며 말다툼을 하는 모습을 보며, 현실을 풍자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중심을 클라라의 시점에 집중해서 클라라의 시점이 되어서 새롭게 사물을 보면 그럴 수 있겠구나 생각하며 읽었다. 중간 중간 매니저가 클라라에게 해주는 다소 직설적인 뼈를 때리는 조언도 좋았다. 충분히 설득력이 있으며 매니저의 입장과 클라라의 입장이 둘다 이해되었다.
4. 첫사랑?
본 작품과 유사하게 사물에 정을 주고 눈물 흘렸던 기억이 있다. 초등학생(국민학생?) 시절 어떤 어린이 잡지책 부록으로 종이접기가 수록되었고, 그 안에 종이를 접어서 개미와 회전목마 같은 것을 만들었다. 학교에 가서도 늘 집에 가면 그 종이 개미를 만지고 놀 생각을 하던 시절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 종이 개미가 찢어져서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 그 종이로 접은 개미는 시중에 팔던 잡지의 부록에 있던 개미로, 당시 형편에는 그 종이 개미를 위해 잡지를 추가로 구매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테이프로 고정을 해도 예전같지 않았고 결국 정이 떨어져서 정리하게 되었다. 매우 마음이 아팠던 첫사랑(?)의 추억이다. 때문에 아주 나중에 출간된 켄 리우의 <종이동물원>을 읽고 상당히 공감했다.
복수의 여신
1. A4 여섯 페이지의 적지도 많지도 않은 분량이다. 본 서사를 펼치기에는 알맞은 분량이다. 총 여섯개의 단락장으로 구성되었다.
-. 주인공 윤은율은 복수의 여신이다. 첫 단락은 윤은율이 복수의 여신으로 활동하게 되는 계기로 시작된다. 남자애들이 친구 세령이를 괴롭혔고, 은율이가 나서서 괴롭힘을 저지했다. 그때부터 은율이는 친구들이 부르면 달려가 귀여운 복수를 해주는 복수의 여신이 되어버렸다. 그 중에 조윤혁은 은율이 주로 복수하는 남자애다. 복수의 여신이라는 별명도 윤혁이 지어줬다.
-. 어느날 비가 오는 날 은율은 우산이 없었다. 앞을 보니 윤혁이 어떤 여자 아이와 함께 우산을 쓰고 걷고 있었다. 은율을 비를 맞으며 윤혁을 뒤따라 가다가 힘껏 복수를 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은율은 다 젖은 상태로 집에 와서 엄마의 걱정스러운 말을 듣지만 들리지 않는다.
-. 결국 은율을 앓아 누워서 꿈을 꾼다. 꿈에서 윤혁을 만나고 웃는 윤혁이와 함께 비오는날 우산을 쓰고 몸은 전혀 젖지 않았다.
-. 은율이 삼일만에 등교하자 윤혁이 복수의 여신을 기다렸다는 듯이 약올린다. 그렇지만 은율은 왜인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은율은 복도에서 윤혁과 우산을 쓰고 가던 여자애를 마주치고 그녀가 윤혁의 여동생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 친구들이 윤혁을 잡아두었지만 은율은 아직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복수를 하지 않는다. 더 이상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 했다.
-. 세령이라는 친구는 복수를 하지 않고 지내는 은율에게 아쉬움을 말하지만 은율은 개의치 않아 한다. 이윽고 은율은 윤혁을 마주치는데, 윤혁은 복수를 당하던 시절이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은율은 가슴이 뛴다. 윤혁이 은율을 약올리고 도망간다. 은율은 다시 윤혁을 위한 복수의 여신이 된다.
2. 본 동화는 얼떨결에 복수의 여신이 된 주인공 은율의 소심하고도, 개인적이며, 사랑스러운 복수극이다. 윤혁을 자꾸 생각하고 그 친구 앞에서 흥분하는 모습에서 은율이라는 어린 소녀의 감성이 느껴진다.
3. 비오는 날 우산을 쓰고 가던 그녀가 윤혁이 여동생이었다는 설정이 매력적이다. 완전히 연결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실상 그로 인해서 은율이 다소 안심(?)하고 복수를 하게된다.
합평글
언덕 위 하얀 타일 집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한편의 수필 같다. 한편으로의 분량과 완결성도 좋았으며 전체적인 문장은 부드럽게 읽을 수 있었다. 본 수필의 키워드는 아빠와 집이다. 아빠는 많은 시간에 걸쳐 집에 공을 들였다. 한편으로 집에 집착하는 모습처럼 보였지만 어떤 면에서는 사실 가족을 위한 책임감을 혼자 감당하는 모습같아서 안타까웠다. 글의 후반부에 낡은 집에 타일을 붙여 겉보기에 멀끔하다는 문장과 세월을 비유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어떤 의도로 문장을 구성했는지 저자의 의도가 딱 와닿는다. 흐려진 기억에 대한 아빠와 사라진 집에 대한 마지막 단락의 결말까지 감탄하게 만든다.
불꽃놀이
지인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읽었다. 남자 둘이 만나서 대화를 한다. 대화는 실제 뉴스에서 떠들썩 했던 비트코인 사업 이야기로 시작된다. 늘 사업에서 성공을 꿈꾸던 그는 부지런 해서 이것 저것 일을 잘 벌리지만 수습도 빨리 하며 아직 변변치 못한 형편으로 보인다. 그런 그가 또 다른 사업을 함께 하자고 설득하기 위해 주인공을 불러냈다. 주인공은 어릴적 불꽃놀이의 추억을 떠올리며 동네 아이들과 함께 구경하러 어두운 산에 오르려고 하다가 굳어졌던 스스로가 떠오른다. 주인공은 그 불꽃놀이의 추억을 떠올리며 지금 또 다시 망설이고 있다. 사실 과거에 사업을 부추기전 사람이 주인공이었다는 본 글의 마지막 문장에서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