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소놀음굿

[콩콩이]

(1) 유래 굿거리 가운데서 대화와 극적인 행위를 통하여 연극적으로 전개되는 것을 무극(巫劇) 또는 굿놀이라 한다. 여기에는 무감이라 하여 굿을 의뢰하는 단골 가정의 식구들에게 무복을 입혀 반주에 맞추어 춤을 추게 하고 노는 놀이도 포함된다. 희곡무가가 구연되는 굿놀이는 굿거리 중에 한 부분으로 삽입된 것도 있고, 전체 굿거리가 굿놀이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지금까지 굿놀이로 불리는 희곡무가가 채록된 것은 경기도 양주의 소놀이굿, 동해안 지역의 도리강관원놀이·거리굿·범굿·중잡이놀이, 제주도의 세경놀이·영감놀이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각 굿거리 후반부에 삽입된 굿놀이는 아직 채록되어 보고되지 않았으나 많은 자료가 전승되고 있다. 황해도의 사또놀이·사냥굿·도산말명, 경기도의 도당굿 뒷전·장님놀이, 서울지역의 뒷전거리에서 장님거리·출산거리·지신할머니거리 등이 모두 희곡무가의 자료이다. 굿놀이의 연희방식은 두가지 형태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주무(主巫)와 반주무(伴奏巫)의 대화로 전개되는 방식으로 동해안의 거리굿, 경기도 양주의 소놀이굿이 대표적인 예다. 이 때 주무는 서고 반주무는 앉아서 주부와 반주무가 대화하는 형태로 놀이가 진행된다. 반주무는 주무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하기도 하고 주무가 이야기하는 도중에 말참견을 하기도 하며, 주무가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출 경우는 장단을 맞추기도 한다. 주무는 이야기를 하되 행위로 묘사하여 극적 제시를 할 뿐 아니라 필요한 등장 인물을 관중 가운데서 지적하여 굿판으로 끌어내어 배역을 맡기고 극적인 행위를 연출하기도 한다. 주무의 분장은 극중 인물의 성격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데, 일인다역이므로 굿판에서 분장에 필요한 의장과 도구를 조달한다. 예를 들면 주무가 며느리거리를 할 때에는 관중석에서 치마와 수건을 빌려 쓰며, 어부거리를 할 때에는 평복에 수건을 이마에 두르고 장대를 들고 등장하여 노젓는 모습을 연출한다. 이처럼 등장인물의 분장은 특징을 나타내는 정도에서 머무르고, 그 도구들은 현장에서 조달하고 있다. 그 밖에 관중 중에서뽑혀 등장한 인물은 주무의 지시에만 따르며 자신의 창조적 언동은 없다. 또 다른 하나는 둘 이상의 극중인물이 등장하여 배역을 분담하여 진행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동해안의 도리강관원놀이·중잡이놀이·탈굿, 황해도의 사또놀이 등이 해당된다. 이들 굿놀이에는 반주무가 나타나지 않거나 있더라도 극의 진행에 개입하지 않고 필요할 때 장단만 친다. 그리고 몇사람이 배역을 나누어 처음부터 등장하고 이들에 의하여 대화와 행위로써 극이 진행된다.   장면이 바뀌면 등장인물이 분장을 바꾸어 다른 배역으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설명만으로 극중 인물의 여러 배역을 혼자 담당하지는 않는다. 분장이나 도구도 미리 준비한 것을 사용하고 현장에서 조달하지 않는다. 한편 굿놀이에서 시간과 공간의 처리는 관념적으로 이루어진다. 등장인물도 내가 누구라고 하면 극중인물로 이해되고, 극중장소도 여기가 어느 곳이라고 하면 아무런 무대장치가 없어도 극중의 특정장소로 이해된다. 이렇게 극중 공간의 설정이 관념적 전제하에서 이루어질 뿐 아니라 공간의 이동 역시 관념적으로 파악된다. (2) 내용 중요무형문화재 제90호로 정해진 황해도 평산 소놀음굿과 중요무형문화재 제70호로 정해진 양주 소놀이굿을 중심으로 굿놀이의 실상을 보자. 한국의 소놀음굿은 '소놀음굿', '소놀이굿', '소머리굿', '소굿', '마부타령굿' 등으로 불리면서 무당이 주관하는 굿의 칠성제석거리 말미에 이어져 놀아져 왔다. 이 굿이 정확하게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자세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오래전부터 굿판에서 농경문화와 연관된 소를 등장시켜 대동성을 띠는 놀이를 벌여온 것만은 확실하다. 벼짚이나 가마니 또는 멍석으로 소와 송아지를 만들어 사람이 쓰고 이것을 마부가 몰고 다니면서 춤을 추고 노래를 하고 대사를 하는 형식의 굿놀이는 현재 경기도 양주와 황해도 평산, 옹진의 것이 전승되고 있는데 이러한 명칭의 놀이를 소놀이굿 또는 소놀음굿이라 한다 이 굿놀이는 가면으로 만든 소를 사람이 쓰고 이것을 사람이 몰고 다니면서 가무악을 동반하여 구경꾼들의 흥을 돋구는데 그 목적은 풍농을 기원하고 액을 쫓으며 마을 사람들의 대동단결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이 놀이를 굿이라고 하는 이유는 놀이 자체가 무당이 펼치는 굿판에서 연희되어 지는 까닭도 있겠으나 놀이 형식이 우리 나라 전통적인 판벌림의 연희 즉, 굿으로 행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소놀이굿에서 마부와 경관만신이 주고 받는 내용이 칠성 제석님께서 명복을 주는 내용으로 짜여져 있기 때문에 제석거리와 관련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소놀이굿은 마을의 큰굿이 있을 때나 또는 큰 무당이 큰굿을 할 때 동네 청장년들로 구성된 난봉꾼들이 굿판에 끼여들어 한판 놀기 위해서 벌이는 굿판속에서의 놀이이다. 1) 황해도 평산 소놀음굿 굿청으로 마련된 마루에서 제석거리가 끝날 때 쯤이면 굿판 마당에는 하늘에서 팔선녀가 내려올 수 있도록 8개로 된 무지개를 상징하는 천을 늘여뜨려 놓는다. 그밑에는 팔선녀가 목욕할 수 있도록 8개의 물통에 물을 담아두고, 각각의 물통에는 바가지를 띄운다. 이것은 평상 소놀음굿에서 등장하는 팔선녀가 하강하여 인간들에게 복을 주고 승천하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 소놀음굿이 시작되면 먼저 옥황상제님에게 전갈이 왔다며 백지를 제석님에게 갖다 준다.   흰장삼에 흰고깔을 쓴 제석님이 그것을 보고 사설을 한다. 옥황상제의 명을 받아 지상에 강림하여 인간을 탄생시키고 조선국을 개국하는 내력의 노래를 부른다. 제석님은 거상춤을 추면서 재배하여 옥황상제님께 조선국에 무사히 나왔음을 알린다. 이렇게 천상의 놀이가 끝나면 지상의 놀이가 이어진다. 이 때 바지 저고리 차림에 벙거지를 쓴 마부가 논갈이를 하는 어미소를 끌고 들어오면 송아지가 뒤를 따른다. 제석님은 마부와 재담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며, 마부는 한편으로는 소를 끌고 다니면서 밭갈이를 한다. 애미보살은 치마 저고리에 머리수건을 쓰고 허리에 바구니를 찬다. 이 때 치마 저고리에 호미를 든 지장 보살이 김을 매면 갓을 쓰고 도포를 입고 책을 든 신농(神農)씨가 농사일을 감독하는 시늉을 한다. 이어서 소 부리기, 쟁기 보습맞추기, 방아찧기, 지정다지기, 아이 점지하기, 복 내리기 등의 놀이가 이어진다. 이 때의 모든 음악은 굿판에서 사용되는 무속음악으로 연주된다. 또 지정닦기가 이어지면서 지정닦는 소리를 하고, 쌍그네작두타기가 이어진다. 그네작두를 타기 위해서는 작두에 잡귀가 범하지 못하고 부정한 것이 없어지도록 산신님과 장군님을 청한다. 그네작두를 타고 모든 소놀음굿을 끝낸 후 제석님은 소를 타고 나졸들은 춤을 추며 굿판을 돌아 서천서역국으로 떠난다. 이로써 소놀음굿은 끝나고 나머지 굿거리들이 다시 이어진다. 2) 경기도 양주 소놀이굿 양주 소놀이굿은 농사나 사업, 장사 등이 잘 되고 자손이 번창하도록 비는 경사굿에서 하는 것이다. 소놀이굿은 열세번째 거리인 제석거리와 열네번째 거리인 호구거리의 사이에 행해졌다. 소놀이굿은 제석거리가 끝난 뒤 불사맞이 상을 제석상으로 사용하되, 장고앞의 목두(木斗)에 콩을 수북히 담고 소 고삐를 맬 말뚝이라 하여 북어 한 마리의 꼬리를 밑으로 하여 꽂아 놓는다. 무당은 제석거리 복색 그대로 마루에서 앞마당을 향하여 서고 재비들은 무악연주를 위하여 역시 안마당을 향하여 앉아 소가 들어오기 전에 서주(장고 ·해금·피리)가 굿거리 장단으로 울린다. 이 놀이의 주인공인 원마부는 마루 앞 봉당에 선다. 앞마당에는 멍석을 뒤집어 스고 고무래를 짚으로 싸서 만든 소가 송아지를 데리고 선다. 이와 같이 무대가 마루에서 봉당과 앞마당으로, 주역이 무당에서 마부로 바뀐다. 소놀이굿의 진행은 무당과 마부와의 대화, 반주장단에 맞춰 부르는 마부의 타령과 덕담, 마부의 동작과 춤, 소의 동작 등으로 이루어지는데, 연희로서의 구성을 갖추고 있다. 굿이나 판소리가 무당이나 광대가 혼자 하는 형식임에 반해 소놀이굿은 마부와 무당과의 대화형식으로 진행되며, 무당과 악사·원마부와 곁마부·가장한 소 등 주요배역과 많은 구경군으로 이뤄진다. 마부가 부르는 소리는 잡가(雜歌)의 일종으로, 세련된 평민 가사체의 노래이다. 소놀이굿의 소리대목은 "누가 나를 찾나?" 를 비롯하여 20여 가지나 되는데, 주로 소의 모습에 관한 다양성이 돋보인다.   소놀이굿의 순서를 보면, 먼저 서주가 울리고 소와 마부가 등장하여 소가 어디서 왔는가 묻는 '마부 노정기'와 소가 싣고 온 보물이 무엇인가 묻는 '보물타령', 마부들이 대령했는가에 대답하는 '마부 대령인사'가 사설과 타령으로 진행된다. 이어서 소와 소장수가 등장하여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소의 마모색에 대한 타령으로 넘어간다. 소의 머리·뿔·귀·눈·입·이·혀·꼬리·다리·굽·색을 타령으로 소개한다. 그리고 소에게 글 가르치기, 소의 굴레 타령을 거쳐 잡곡농사, 씨타령으로 마친다. 이들은 모두 똑같은 형식으로 진행된다. 즉 무당이 물어 보면 마부가 답하는 사설이나 타령으로 이루어지는데, 무당과 마부와의 대화에서 익살이 나타난다. 다음으로는 무당이 "이 집 성주께서 소를 받겠다고 하며 마부와 소흥정하는" 대목을 부른다. 그러면 무녀는 그 집 주인을 내세워, 콩이 담긴 목두에 꽂아 놓은 것에 명주끈으로 된 고삐를 걸어주게 하고 소값으로 돈을 마부에게 주게 한다. 이 때 마부는 '말뚝타령'을 한다. 소의 매매가 끝나면 성주풀이, 과거풀이 및 축원으로 소를 산 집이 잘 되기를 바란다. 끝으로 살풀이를 해서 살을 막아주는 것으로 소놀이굿이 끝난다. 소놀이굿 이후의 경사굿의 거리는 계속되어 호구거리를 논다. 소놀이굿은 제석거리에 이어서 노는 것인 만큼 무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제석거리에 종속된 일부가 아니고 독립된 하나의 연희이다. 제석거리와 결합하게 된 이유로는 제석거리가 자손의 창성을 빌고, 또 제석항아리의 곡신(穀神)적 성격에서도 볼 수 있듯이 풍년을 비는 농가 의례적인 요소와 불교적 요소가 습합되어 있어 소놀이굿과 유사한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