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중년
윤종석
‘꽃중년’이란 말이 있다. 다음 사이트에 ‘외모를 가꾸고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함으로써 남에게 아름답게 보이려 노력하는 중년의 남녀. 또는 그러한 중년의 시기’라고 한다. 꽃중년은 지난 듯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함께 생활영어회화를 공부하는 교실에 오래된 팝송 노래가 흘러나온다. 많은 수강생이 흥얼거리며 따라 부른다. 정확한 가사는 모르지만, 기억에 있는 노래다. 50년도 더 지난 음악을 듣는 것도 즐겁다.
대구중구노인복지관에서 회화를 수강한 지 1년이 지났다. 간간이 영어책을 읽고, 유튜브로 짧은 문장을 시청하며 공부했지만, 교과서를 갖고 영어 선생님과 함께 목차에 따라 공부한 것은 아주 오래되었다. 요즈음은 매주 수요일 10시에 복지관을 찾는다. 회화 공부하러 간다. 수업은 교과서에 있는 내용뿐만 아니라 오래된 팝송도 배운다. 책에 없는 유용한 표현은 복사해 나눠주기도 한다. 교과서의 영어 문장은 간단한 것들이다. 그래도 많은 부분이 생소하다. 쉬운 문장을 익혀도 한 주가 지나면 기억에서 가물거린다.
한때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한 적이 있다. 직장에서 퇴근한 후 영어학원에서 젊은 대학생 틈에서 근 1년 동안 고군분투했다. 나이 50 즈음에 그런 노력을 했다는 것이 가상하다. 사정상 계속하지 못하고 그만둔 지 20년이 지났다. 힘겹게 공부하며 버텼던 그때가 기억 속에 가물거린다.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어학 능력이 세월과 함께 많이 사라졌다. 젊은 패기와 열정으로 영어 공부한 것은 그때가 마지막이 아닌가 싶다.
영어 회화 과정을 큰맘 먹고 신청했었다. 첫 수업 시간에 마주한 교실 분위기가 어색하다. 공부하는 기존의 수강생 태도가 아주 진지하다. 뭔가를 배우려는 열정이 보인다. 수업 중간 휴식 시간에는 단체로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눈다. 서로 친목을 도모하니 분위기가 친근하고 화기애애하다. 열심히 공부하고,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이 진정 노인 복지를 실현하고 있는 분들 같다.
수강생은 연령대가 대체로 일흔 살 근처다. 적지 않은 나이다. 몸이 아프거나 불편하여 결석하는 이도 있다. 모두가 건강에 관심이 많다. 먼저 아파 본 사람은 병원에 다닌 정보와 예방법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된다. 나도 몸이 자주 삐끗거린다. 병원 가는 횟수가 많아지니 나이가 든 것을 실감한다. 몸 따라 마음마저 노인 사고에 익숙해진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노인복지관 회원이 되었으니 지금까지의 사고방식도 바꿔야겠다. 항상 배우는 자세로 임하고 새로운 표현법도 적극적으로 익히고 싶다. 복지관에 비치된 운동 기구도 더 자주 이용하리라. 오래도록 건강하고 맑은 정신이 유지되면 좋겠다. 수업 시간에 회화 공부 열심히 하고 즐겁게 노래하며 지내야겠다. 예능 방송에서 등장한 꽃중년은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여가 활동과 사회 활동에 적극적인 중장년층이다. 물적인 나이로는 벗어났으나 여기에서 공부하는 동안은 나도 꽃중년으로 남고 싶다. (원고지 8.0장)
첫댓글
윤종석 선생님의 작품 ‘이게 바로 꽃중년’을 정리해 본 글입니다.
집단원 선생님들께서도 ‘내가 쓴 글이다’ 하는 생각으로 작품을 다듬어 보기 바랍니다.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의 전달 방법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구성이나 표현 방법에 따라 독자가 느끼는 정도가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작품을 읽고 내가 쓴다면 어떻게 쓸까? 하고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글쓰기 능력이 많이 향상될 수 있습니다.
천천히 한 번 더 읽어 보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너무 어설픈 글이라서 카페에 올릴까 말까 여러 번 망설였습니다. 그런 저의 글로 수업을 진행하시고, 함께하는 여러분의 의견을 듣게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글도 많이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