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방학하고 행복한 교사 알파한입니다.
오늘은 지난 칼럼에 이어 제 첫 교직 생활의 첫 학기 후기를 준비해봤습니다. 더 빨리 쓰고 싶었으나 5~7월 후기면 적어도 방학을 해야 제대로 쓸 수 있을 것 같아 1주 텀을 두고 쓰게 되었네요. 과연 2~4월과 비교했을 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또 한 학기가 끝난 시점에서 알파한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지를 같이 작성해볼 테니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면 시작할게요~
5월 초: 가정의 달 행사와 연휴
5월에는 가정의 달 3단 콤보로 어린이날,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이 있습니다. 이 3개 중 교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로, 어린이날에는 소체육대회를 준비하고 어버이날에는 아이들과 함께 카네이션 만들기 수업을 했습니다.
어린이날 당일이 공휴일이므로 어린이날 행사는 주로 5월 4일에 하는데, 제가 근무한 학교에서는 학년별로 2교시씩 체육관에 모여 스테이션 게임을 했습니다. 선생님 한 명이서 게임 2개씩, 총 8개를 동학년회의에서 정해서 준비했으며, 한 교시에 4개씩 아이들이 게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다리는 학생들을 위해 무대 위에 투호, 딱지, 제기 등도 준비했습니다) 저는 '평균대왕놀이'라고 평균대 위에서 아이들이 양쪽에서 오면서 가위바위보를 하는 게임과 '만보기 댄스'라고 2분 동안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만보기 횟수를 올리는 게임을 준비했는데, 아이들이 좋아해서 뿌듯하더라고요. 그렇게 아이들이랑 2시간 놀고 나머지 2시간은 교실 게임 1교시와 엄마와 아이의 몸이 바뀌는 어린이날 특집 단편 영화를 틀어주면서 1교시를 보냈는데, 교사 입장에서도 수업보다는 아이들과 노는 게 재밌었습니다. ^^ 단편 영화는 재밌어서 아래 유투브 링크를 첨부하니 시간되면 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nlxW5e_PKWE&t=313s
그리고... 5월 5일 목요일 공휴일에 7, 8일이 주말이었는데 저는 6일에 출근을 했습니다... 주변에서는 다 재량휴업일인데 제가 근무한 학교만 재량휴업일이 아니더라고요... (방학 이틀 빨리 했으니 인정하지만, 이때 정말 서러웠습니다;;) 마침 5월 8일이 어버이날이라 금요일에 출근해서는 2시간은 수업하고, 2시간은 아이들이랑 카네이션 만들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카네이션은 종이접기 키트로 잘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학년에서 공동 구매한 키트로 수업을 했는데, 결과물이 생각보다 더 예뻐서 놀랐습니다.
5월 중순~말: 학급 규칙 수정 및 전출 처리 2건
어린이날 행사 때 개인적으로 좀 마음에 걸렸던 부분이, 다른 학급과 비교했을 때 제가 가르치는 학급의 아이들이 질서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지내기를 바라며, 친구 같은 선생님이 되길 원했습니다. 그런데 학급 간 비교를 해보니 생활지도 측면에서 너무 신경을 못 썼다는 생각이 들었고, 5월 중순부터 학급 규칙을 수정했습니다. 쉬는 시간에 교실에서 뛰거나 심한 장난치지 않기, 쉬는 시간에 칠판에 그리지 않기 등 모두 기본적인 내용임에도 반에서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 많아 조정했는데, 솔직히 규칙이 있어도 여름방학 전까지 잘 지켜지지 않더라고요. 이래서 선생님들이 학기 초에 기강을 잡으시나 봅니다.
그리고 저희 반에서 5월에만 전출생 2명이 있었는데, 다른 것보다 나이스에 입력하고 처리하는 것이 처음이라 고생을 좀 했습니다. 특히 한 학교에서는 전출 처리 관련해서 10번 이상 반려시켜서 삐약이 교사로 힘들었는데, 덕분에 학기 말에 생활기록부를 처리할 때는 한번 해봤어서 수월했습니다. 전학을 간 두 학생에게는 선생님의 편지와 롤링 페이퍼, 사진 앨범을 만들어 주었는데, 7시까지 남아서 작업하면서도 제가 초등학교 때 전학을 갔던 경험이 있는지라 그 학생에게는 평생의 추억이 될 것을 잘 알기에 그만큼 더 잘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도 '2달 본 학생도 이렇게 정이 가는데 다른 학생들과 헤어질 때 얼마나 감정이 복잡할까'라는 걱정도 들었고, 이는 지금도 걱정입니다.
5월 전반: 여유를 찾음과 동시에 시작한 알파한의 무한도전
여전히 모르는 것도 많고 생활지도는 답을 못 찾았지만, 그래도 5월부터는 루틴이 생기면서 어느 정도는 적응이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온오프라인 병행 수업도 없고, 출결 관리도 깔끔해져서 저도 여유를 찾았는데, 그와 동시에 제 심경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정말 FM대로 살아왔고 이것이 수능과 임고까지 큰 도움이 되었는데,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사회생활을 해보니 FM보다는 융통성이 더 필요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일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고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것이 수업이기에, 제 자신을 내려두고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고, 이는 제 성격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성격이 변하지 않으면 더는 못 버티겠다는 한계를 느껴 강제로 마개조를 해보려 노력했습니다.
성격을 바꾸면서 가장 먼저 한 고민이 '퇴근 후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였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헬스를 하거나 책을 읽고, 또 서사모 칼럼을 쓰면서 하루를 마쳤는데, 앞으로 교사를 계속하려면 그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풀만한 무언가가 있어야 버틸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알파한이 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여가활동을 시도했는데, 축구와 야구 직관, 영어회화 소모임 가입, 댄스 배우기 등 정말 이전의 알파한이라면 상상도 못 했을 도전을 많이 해봤습니다. 이 도전은 지금도 해보고 있는 중인데, 이렇게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고 퇴근 후 시간을 알차게 보낸 덕분에 건전하게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방학 전까지 잘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교사가 워라벨만큼은 확실히 보장되니, 이 부분만큼은 믿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6월: 쿠폰 제도의 도입
저는 상벌점제를 싫어해 웬만하면 하지 않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5월 말부터 아이들의 나사가 풀어지기 시작하더니 6월이 되니 원래 얌전한 아이들도 날뛰기 시작하고, 공부 진도는 많이 남았는데 아이들이 공부하기 너무 싫어해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스티커 5장을 모으면 7월에 자리 우선 선택권을 준다'라고 하며 쿠폰 제도를 도입했는데, 효과가 상상 그 이상이더라고요. 물론 어떤 일을 할 때 '선생님, 이거 하면 쿠폰 주나요?'라는 말을 하면서 이 제도의 한계점을 실감했지만, 아이들이 받아쓰기도 더 열심히 공부하고 수업시간 태도도 확실히 좋아져서 앞으로도 상벌제를 계속해야 하나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일단 지금은 정규 발령 전에 상벌제를 한 번 시도해봤다는 자체에 의의를 두며, 앞으로 학급경영은 계속 고민해봐야겠죠.
6~7월: 역사 계기교육과 음악 클래식 수업
제 교사관을 한 줄로 표현하면,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는 교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다양한 주제로 수업해보면서 아이들이 각자 무엇에 관심과 흥미가 있는지를 찾아주고 싶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역사 수업'이었습니다. 저는 먼나라 이웃나라 등 저학년 때부터 한국사와 세계사에 관심이 많았는데, 학교 정규 교육과정에서는 5학년 2학기에 처음 한국사를 가르치더라고요. 그래서 계기 교육으로라도 저학년 아이들과 역사 수업을 해보고 싶어 현충일, 6.25, 제헌절, 광복절을 주제로 창체 시간에 수업을 해봤는데, 생각보다 재밌어하는 아이들이 많았고 심지어는 역사 시간을 시간표에 만들어달라는 아이들까지 있었습니다. 물론 저학년 학생들에게 이를 가르친다는 자체가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흥미를 가지는 학생이 1~2명만이라도 있다면 성공한 수업이었는데 그런 측면에서는 성공적인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위 교직관의 연장선에서 떠오른 수업 아이디어가 바로 '음악 클래식 수업'이었습니다. 2학년 아이들은 이제 막 피아노 학원에서 바이엘이나 체르니 100 등을 배우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피아노 학원을 다닌 학생과 안 다닌 학생 사이에 음악적 배경지식의 편차가 엄청 클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 차이를 줄여보고자 창체 시간에 아이들에게 유명한 클래식 음악 (엘리제를 위하여 등)을 소개해줬는데 아이들이 생각보다 훨씬 즐거워했고, 한 학부모님께서 하이톡으로 '오늘 하교 후에 아이가 계속 음악을 흥얼거리던데 어떤 노래인지 알려줄 수 있으신가요'라고 연락이 와서 제 의도대로 수업이 잘 된 것 같아 정말 행복했습니다. (아래는 6~7월에 걸쳐 아이들에게 소개한 피아노 곡 모음입니다)
7월: 생활기록부 처리 및 성적 마감
7월에는 생활기록부 처리 및 성적 마감이 있었습니다. 행발부터 수업 시수, 비교과 활동 작성 등 할 일이 많다고 익히 들어 걱정이 많았는데, 학생 수가 적고 전출 처리 경험이 있어서인지 생각보다는 수월하더라고요. 물론 학년부장 선생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평소에 학생 관찰일지를 써둔 것을 참고하니 행발도 이틀 만에 다 쓰고 악명에 비해서는 할만했습니다. (평소에도 칼럼을 그렇게 쓰는데 행발쯤이야;;)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생활기록부를 써주신 선생님들도 다 이런 과정을 거쳐 쓰신 것을 알게 되어 신기했습니다. (행발에 쓰면 좋을 문장들이 정리되어 있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
7월: 방학이 절실했던 학기 말
7월이 되니 날도 덥고, 교사는 지칠 대로 지쳤는데 아이들이 말은 더 안 들으니 정말 방학이 절실했습니다. 특히 모래놀이나 숲 체험 등 야외 수업을 할 때는 날씨 때문에라도 도저히 못 버티겠더라고요. 아이들도 교사도 방학만을 기다리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학교인지도 모르겠고, 교대에 재학 중인 후배들이 6월 말에 종강한 후로는 종강과 방학 사이가 생각보다 멀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생활기록부 마감과 통지표까지 출력한 후로는 제발 아무 사고 없이 방학이 오기만을 바랬는데, 다행히 큰 사고 없이 방학을 맞이해 행복합니다 ^^ (칼럼에도 절실함이 묻어나는 건 기분 탓;;)
1학기를 돌이켜보며...
가장 힘들었던 일: 학급 내, 혹은 학년 간 폭력으로 볼 수 있는 사건이 발생한 적이 3번 정도 있었는데, 이때가 심적으로는 가장 힘들었습니다. 체력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건.... 매일 힘들었습니다;;
가장 보람 있었던 일: 점프업 프로그램을 통해 제가 가르친 학생의 성적이 뚜렷하게 향상되었을 때 가장 뿌듯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교사에 대한 생각: 생각보다 잘 맞지만, 평생 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교대 재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 저도 현장에서 아이들과 수업하는 것이 정말 두렵고 긴장도 많이 되었는데, 막상 부딪혀보니 어떻게든 하게 되더라고요. 부딪히기 전부터 미리 겁을 먹을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 바라는 것: 기간제 계약이 8월 31일로 끝나는데, 9월 발령이 나지 않고 6개월은 실업급여 받으면서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임고생에게는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 있겠지만, 그래도 노는 게 제일 좋아)
오늘은 이렇게 5월부터 7월까지 교사로 경험한 학교생활의 후기를 남겨봤습니다. 사실 하루하루가 레전드였고 칼럼에 담지 못한 이야기가 정말 많은데, 더 많은 이야기는 기회가 된다면 따로 또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이번 방학 잘 보내시길 바라며, 저는 또 다음 칼럼에서 더 알찬 이야기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