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가 뻗어 나간 지점마다 피멍이 들어 있다 흔들리는 줄기를 오래 타이른 듯한 흔적 뛰쳐나오거나 빠져나온 것들, 흔들리는 일종이다 오래된 굴절을 기록하고 있는 관절, 그 사이마다 효능이 붙어 있다 공들여 퍼올린 줄기의 많은 효능에 비해 나무는 가볍고 속이 비었다
마모의 효능이 몰려가 있는 시옷 모양 누가 처음 그 아픔을 물어왔을까 고통이 오래 묵으면 효능이 된다고 누가 처음 알려 주었을까 긴 팔을 벌리고 서서 바람을 가득 품고 있던 욱신거리는 통풍 한밤 졸아들고 있는 저 요법과 달그락거리는 양은뚜껑 나뭇가지들은 원래 흔들리는 푸른 뚜껑에 덮여 있던 것들
나를 맡기고 몇 가지 효능을 사보면 안다 내가 나를 가장 잘 아는 병(病)이고 약(藥)이라는 것을 약효가 다 사라지는 때가 온다면 피붙이들의 왁자한 울음의 효능밖에 남지 않을 것 잠시 잊고 있던 발목이 시큰거리고 접골목(接骨木) 한 묶음을 사서 주전자에 끓이는 한밤 나무에 들지 못한 바람이 춥고 구부정한 관절의 효능을 김으로 풀어내는 마지막 응집력들이 불 앞에 서 있다
—《유심》2015년 12월호 ------------- 이서화 / 1960년 영월 출생. 상지영서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8년 《詩로 여는 세상》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