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는 묵직하다.
무거운 숫자를 짊어지고 나설 때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 몸 상태가 배탈, 후유증으로 죽을 먹으며 속을 달랬다. 며칠을 영양분 없는 식사가 1박 2일간의 무리가 있으면 어쩌나 친구들한테 민폐가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 감기까지 겹쳐 혹 코로나는 아닌지 자가 진단까지 하며 친구들과 합류했다. 내 얼굴을 보는 친구들은 걱정 어린 눈으로 위로를 해주었다. 그렇게 떠난 여행이었다.
리무진 관광버스에 25명은 마치, 수학여행을 가는 기분으로 들떠 있었다. 여행에서 우선 입부터 즐거워야 했다. 약까지 챙겨 왔으니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나눠주는 따끈한 백설기를 먹었다. 간식도 풍성하다, 달리는 차 창 밖 풍경은 5월의 신록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른 시간에 나와서 잠들이 부족하였지만 입은 웃음의 창고처럼 활짝 열려있다. 우선 통영까지 달렸다. 입담 좋은 친구들이 한 마디씩 하면 낙엽이 굴러만 가도 웃던 소녀로 돌아가고 있었다.
1시간 10분 소요의 여객선을 타고 들어간 추도는 고요했다. 친구 지인의 집으로 가기 위해 승용차에 짐을 싣고 각자의 보따리를 짊어지고 왁자지껄 떠들며 10분간의 숙소를 향해 걸었다. 길옆에 부쩍 자란 쑥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머위도 쌈 싸 먹기 좋게 넓게 펼쳐졌다. 야생화도 바람에 한들한들 여유롭게 노닐고 있다. 숙소에서 바라다보는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졌다. 아침에 해 뜨는 것도 볼 수 있는 곳이라서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저녁은 그야말로 만찬이었다. 귀찮게 먹고 들어오지 하는 투덜거림은 금방 눈망울들이 반짝였다. 임원진들이 준비한 회며 쇠고기볶음에 시골스러운 음식들이 쏟아졌다.
그렇게 먹고 웃다 보니, 몸 상태가 좋아지고 있었다. 장기 자랑이 벌어지고 동영상으로 찍어대며 주위에 집들이 없어 마음 놓고 박장대소하며 눈물이 날 정도로 엔도르핀이 마구 뿜어 나왔다. 여기까지 와서 노래가 없다면 심심하다고 노래방 기계가 있는 집으로 우르르 밤길을 걸어 80세 부부가 사는 집으로 가고 나와 친구 몇 명은 자리를 깔고 누웠다. 25명이 자기에는 부족했지만 거실과 소파까지 잠자리를 만들어 몸을 구겨 넣듯 신기하게 잤다는 것에 놀라웠다. 여명이 밝아오고 집을 떠나 하룻밤을 자고 나니 생각 외로 몸은 피곤하지 않았다.
일정이 바빴다. 여객선을 타고 시원한 바닷바람에 온몸은 씻기고 정신 또한 맑아졌다. 바다를 가르며 육중한 배는 달렸다. 케이블카로 탑승하여 통영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높은 산으로 올라가며 숲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빽빽한 나무들이 울창하지만 굵지 않고 잎사귀만 무성하여 산불이 나면 숨도 쉴 수 없이 타버릴 것 같았다. 산불 조심에 주의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올라가니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맞이했다. 점심은 꼬막 정식으로 바다의 맛을 음미했다. 숨 쉴 수 없이 순천만 국제 정원 박람회에 들어서니 입구부터 아름다운 꽃들이 반겨주고 다채로운 볼거리가 눈을 크게 만들었다
워낙 규모가 커서 축구장 면적의 270배, 여의도의 1.2배라니 어마어마한 넓이다. 7개월 동안 3,500만 송이 꽃이 피고 진다니 가히 놀랄만하다. 서울 갈 시간을 갈음하여 대충만 보고 나오는데 아쉽기만 했다. 이곳은 곳곳을 다 보려면 1박은 하면서 봐야 전체를 다 볼 수가 있다고 하니 대단하다. 굳이 외국을 가지 않고 국내만 다녀도 경관이 빼어난 곳이 많다. 만료된 여권을 일부러 만들지 않았다. 내 강산, 곳곳을 다니며 맛집 찾아다니고 계절 따라 운치를 즐기며 다닐 생각이다. 내 옆에는 주로 남편이 동행하며 문학기행에서 가는 여행만 해도 넘쳐난다.
1박 2일이 훅 지나갔다. 추도에서 하루를 더 묵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오아시스에서 살다 온 사람처럼 기분이 밝아지고 꿈속을 지나온 것 같은 아련함이 남는다. 떠날 때는 심신이 불안하여 망설였는데 친구들과 함께하고 마음껏 웃다 보니 아픈 것이 사라지고 표정도 좋아졌다. 여행이 명약이란 생각을 해본다. 좋은 사람과의 동행은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한 해 한 해가 다르게 몸은 쇠약해질 것이다. 자주 만나서 웃음의 보약을 먹으며 허약한 몸을 살찌우자. 단톡이 불이 났다. 추억을 공유하는 사진 속에 얼굴들을 보며 또다시 입꼬리가 올라간다. 기분 좋은 날이다. ( 2023.5 )
첫댓글 어이없이. 정말 어이없이란 제목으로 써지지 않는다.
며칠전 여행으로 따끈한 글 올려요
동창생 친구들과의 멋진 남도 여행 축하합니다.
순천 정원 가 보려고 별렀는데 올해는 꼭 가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