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첫 날 취침 시작 시에 갑자기 자발동공이 터져나온다. 수술 상처때문에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막지는 않고 내버려둔다. 그러자 몸은 누워서 수술 전에 할 수 있는 모든 동작을 가능하게 만들어버린다. 수술 자리가 아파 내 힘으로는 도무지 할 수 없는 동작들이었는데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발동공을 하면서 느낀 내 수술 후유증 극대화의 원인은 항문과 고환 사이 엉치 아래 부분이 뻣뻣하게 굳어 있기 때문이었다. 본디 막힌 혈일 수도 있고 이번 하반신 마취가 풀리지 않은 이유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부분이 단 한 번의 수련으로 모두 풀려나갔다고 느꼈다. 최소한 일시적으로는, 나중에 다시 막힐지라도...
그래서 자발동공 후의 나는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신체적 진보를 기대한다. 그러나 그 어떤 회복의 조짐은 없다. 새벽 3시까지는 그랬다. 평소처럼 변이 샜다고 느끼면 씻어내가면서 비몽사몽으로 정신병에 걸릴 것같은 두려움에 떨어야했다.
너무나 큰 실망감으로 자다가 자발동공이 발동하고 있으면 효과도 없는거 이젠 제발 그만하라고 빌었다. 이거 대신 편안한 수면을 달라고...
그런데 새벽 3시 이후로는 단 한 번도 깨지 않고 새벽 6시 넘어까지 잤다. 야밤에 변이 흐르기 시작한 후로 이렇게 긴시간동안 한 번도 안깨고 잔건 처음 있는 일이다.
원인은 자발동공 아니면 새벽 세시에 먹은 맨밥 두 숟가락이다. 누가 이런 소규모 기적 창조의 주인공인지는 더 명확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미루어두기로 하자!
더욱 놀라운건 다음날 아침 식사를 하러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병자처럼 조심 조심 몸을 일으키지 않고 순식간에 퉁겨 일어났단 사실이다. 순간 느낌으로는 이미 다 나아있었다. 소변이 수술 전처럼 시원시원하게 쏟아졌다. 타이레놀 세알복용으로 인한 설사 후 진통제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식사도중에 변이 줄줄 새는 일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정말 오래간만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화장실로 향한다.
PS : 단백질을 못먹게 된 이후로 하루 콩 열알이든 고기 한조각이든(치질 수술 후에는 한번도 안먹었다.) 단백질을 먹으면 온 몸의 뼈마디를 부수는 소리를 내며 몸이 풀려나간다. 피곤한 날도 마찬가지이다. 병원에 잠시 다녀온 수술 16일차에도 그렇다. 몸에 쌓인 독을 풀어내려는 자율신경의 작용으로 보인다.
그런 반응이 일어나면 독의 원인을 찾아 발생을 중단시켜야 한다. 단백질 분해과정에서 독소가 많이 발생한다는 말은 사실인것 같다.
단전호흡 수련은 자율신경의 해독 작용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는걸로 보인다.
과거에는 많은 독이 있어야 눈에 보이게 발동하던 자율신경이 늙어놓으니 아주 미미한 독소에도 반응을 하는 것 같다. 심히 불편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