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ew Life, 행복한 귀향, 사랑의 아이
‘아이들은 사랑 속에서 자라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 사랑은 꿈을 꿀 수 있는 즐거움이 있어야 하며 안전해야 합니다. 보이지는 않으나 아이들이 두려움이나 걱정 없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친구를 기다리고 만나고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반짝거리는 스텐볼을 이용한 벤치조형물로 즐거운 느낌으로 형상화 하였습니다.’
우리 사는 아파트 경내에 세워놓은 작은 소녀상에 새겨놓은 글이 그랬다.
올 1월에 아파트 준공되면서 전산하라는 분이 제작한 것으로, 그 소녀상 붙여진 이름이 이랬다.
‘사랑의 아이’
아이들만이 노래를 흥얼거릴 것이 아니었다.
나도 노래를 흥얼거렸다.
아파트 옆으로 펼쳐진 들판을 보고 그랬다.
이삭 팬 들판과 발갛게 익어가는 사과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과수원 풍경을 보다 보니, 저절로 입에서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충북 옥천 출신으로 6.25 전쟁 당시에 납북된 서정시인 정지용의 시에 곡을 붙인 ‘향수’라는 노래였다.
다음은 그 시 전문이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우 늙으신 아버지가
짚 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을 줍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