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지지 마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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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힘
나이 아흔을 넘기며 맞는 하루하루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뺨을 어루만지는 바람 친구에게 걸려온 안부전화 집까지 찾아와 주는 사람들
제각각 모두 나에게 살아갈 힘을 선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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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햇살과 나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문을 열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따라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그만 고집부리고 편히 가자는 말에
다 같이 웃었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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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나,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하지만 시를 짓기 시작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를 받아 지금은 우는 소리 하지 않아
아흔 여덟에도 사랑은 하는 거야
꿈도 많아 구름도 타보고 싶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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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아들이 초등학생 때 너희 엄마 참 예쁘시다 친구가 말했다고 기쁜 듯 얘기했던 적이 있어
그 후로 정성껏 아흔일곱 지금도 화장을 하지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
어머니
돌아가신 어머니처럼 아흔둘 나이가 되어도 어머니가 그리워
노인 요양원으로 어머니를 찾아뵐 때마다 돌아오던 길의 괴롭던 마음
오래오래 딸을 배웅하던 어머니
구름이 몰려오던 하늘 바람에 흔들리던 코스모스
지금도 또렷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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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뚝뚝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멈추질 않네
아무리 괴롭고
슬픈 일이 있어도 언제까지 끙끙 앓고만 있으면 안 돼
과감하게 수도꼭지를 비틀어 단숨에 눈물을 흘려 버리는 거야
자, 새 컵으로 커피를 마시자 |
잊는다는 것
나이를 먹을 때마다 여러 가지 것들을 잊어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사람 이름 여러 단어 수많은 추억
그걸 외롭다고 여기지 않게 된 건 왜일까
잊어 가는 것의 행복 잊어 가는 것에 대한 포기
매미 소리가 들려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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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못한다고 해서 주눅 들어 있으면 안 돼
나도 96년 동안 못했던 일이 산더미야
부모님께 효도하기 아이들 교육 수많은 배움
하지만 노력은 했어 있는 힘껏
있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닐까
자 일어나서 뭔가를 붙잡는 거야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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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올 거야
혼자 살겠다고 결정했을 때부터 강한 여성이 되었어
참 많은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주었지
그리고 순수하게 기대는 것도 용기라는 걸 깨달았어
“난 불행해.......” 한숨을 쉬고 있는 당신에게도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틀림없이 아침 해가 비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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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
나 말야, 사람들이 친절하게 대해주면 마음속에 저금해 두고 있어
외롭다고 느낄 때 그걸 꺼내 힘을 내는거야
당신도 지금부터 해봐 연금보다 나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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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따돌림에 괴로워하며 자살하는 어린이들이 있네
하나님 어째서 살아갈 용기를 주지 않아셨나요
전쟁을 획책한 이 따돌리는 사람들을 당신의 힘으로 무릎 꿇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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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며느리와 아들이 다툰 날 하늘은 금세 흐려지네
어미니 걱정을 끼쳐서 죄송합니다 며느리가 말을 걸어준 다음 날 햇살이 나를 감싸주네
인연이 있어 만들어진 작은 가족 언제까지고 맑은 하늘아래서 살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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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에서 목욕탕에 설날 아침 해가 비춰와 창가의 물방울이 눈부시게 빛나는 아침 62세 아들이 썩은 나무같은 몸을 씻어주네
도우미보다 능숙하지 않지만 나는 지긋이 눈을 감네
“새해를 시작하는 관례로…..” 등 뒤에서 흥얼거리는 노래가 들려오네 그건 예전에 내가 너에게 불러 줬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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