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시인 옛날 대천여고와 대천고 선생님이었다죠.
그 신현수 여섯번째 시집 『인천에 살기 위하여』를 소개합니다.
신현수 시인을 잘 아시는 보령분들 중에 책 제목을 보며 아주쬐끔은 서운하신 분이 있으실 겁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14523653425EA02B)
벌초
콘크리트 아파트에서 키우는 화분에는
열심히 물을 주면서
조상들 누워계신 산에
벌초하러 와서는
샅샅이 풀을 뽑는다
원래 꽃과 나무가 살 곳이 아닌 곳에
억지로 데려다 놓고서는
살리려고 애쓰면서
(단지 내 눈에 보기 좋으라고)
원래 자기들 집이었던 곳에
잘 살고 있는 산 위의 나무와 풀들은
죽이려고 애쓴다.
(단지 내 눈에 보기 싫으니까)
삼십 년 가까이 해온 내 선생질 닮았다.
그런 나를 비웃는 듯
잠자리 한 마리
내 머리 꼭대기에 날아와 앉았다.
- 시집『인천에 살기 위하여』중에서-
오늘 구럼비 바위가 폭파되어버린 날
오늘 구럼비 바위가 폭파되어버린 날
오늘 구럼비 바위가 모두 폭파되어버린 날
눈물도 없는 날
하루 종일 구형 신형 책걸상 통계 내느라
하루를 보냈어요.
이 미친 시대에 나는
선생이랍시고
학교 안에서
아이들과 있었어요.
혹시 내가 미친 건 아닐까?
오늘 구럼비 바위가 모두 폭파되어버린 날
선생이랍시고 학교 안에서
학교 안에서
- 시집『인천에 살기 위하여』중에서-
나는 걸었네
1월 1일 아침
나는 걸었네
성환에서 천안까지 나는 결었네
짐 진 당나귀처럼 나는 걸었네
걸으면서 나는 생각했네
강정 해군기지에 대해,
죽도록 열심히 일하는데 언제나 빈손인 졎가
99퍼센트인 우리들의 가난에 대해
꿈도 희망도 없이 스러져가는
우리 아이들에 대해,
아, 무엇보다도 내 시가
이세상 모든 모순과 고통의 해결을 위해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한다는 열패감에 대해
2012년 새해 벽두부터 나는 걸었네
내리는 눈 맞으며 나는 걸었네.
- 시집『인천에 살기 위하여』중에서-
![](https://t1.daumcdn.net/cfile/cafe/2158474D5342694E32)
신현수 시인은
충북 청원군 가덕면에서 태어났으나, 한 살 때 인천 부평으로 이사한 후 주로 인천에서 성장했다. 부평서초등학교, 부평중학교, 부평고등학교, 공주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국어교육 전공)을 졸업했으며, 인천대학교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과를 수료했다.
충남해양과학고로 첫 발령을 받았고, 대천여고를 거쳐 대천고에 근무하다가 89년 전교조 문제로 해직되었다. 94년 다시 대천여고로 복직한 후 인천 부개여고와 부평여고를 거쳐 현재는 모교인 부평고에서 후배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계간지 「시와 의식」(1985년 봄호)에 ‘서산 가는 길’ 등 5편이 박희선, 김규동 시인에게 추천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서산가는 길』(1989. 호서문화사), 『처음처럼』(1994. 내일을 여는 책), 『이미혜』(1999. 내일을 여는 책), 『군자산의 약속』(2004. 내일을 여는 책) 『시간은 사랑이 지나가게 만든다더니』(2009. 도서출판 이즘), 『신현수 시집(1985-2004) 상, 하』(2009. 도서출판 이즘) 시선집『나는 좌파가 아니다』(2012. 작은 숲) 등이 있으며, 그 밖의 저서로 『선생님과 함께 읽는 한용운』(2004. 실천문학사. 서울시교육청 선정 중고생 필독도서), 『시로 만나는 한국현대사』(2009. 북멘토), 『시로 쓰는 한국 근대사』1,2 (2012.작은 숲) 함께 낸 책『그래 지금은 조금 흔들려도 괜찮아-대한민국 희망수업 1교시』(2010. 작은숲) 논문으로 「소설 작중인물의 역사의식 연구 - 신상웅의 ‘심야의 정담’을 중심으로」 (석사학위 논문. 1989) 등이 있다.
그 동안 전교조 대천·보령지회장, 전교조 인천지부 부지부장, 민예총 인천지회 부지회장, 한국작가회의 인천지회 지회장,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상임대표, 사단법인 지역복지센터 ‘나눔과 함께’ 이사장, 우리 땅 부평미군기지 되찾기 및 시민공원 조성을 위한 인천시민회의 공동대표, 부평신문 이사 등으로 일했으며, 현재는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상임고문, 인천 의제 21 실천협의회 운영위원, 인천문화재단 이사로 일하고 있다.
2003년부터 2004년까지 경인일보에, 2005년 인천일보에 칼럼을 연재하였고, 지난 2001년에는 ‘민족통일 대축전’의 남측 대표단, 2005년에는 민족작가대회 남측대표단의 일원으로 두 차례 평양과 백두산, 묘향산 등을 다녀왔다. 2005년 <시사저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인천을 움직이는 인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첫댓글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이셨어요. 고맙습니다. 시집도 읽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