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장례식장
김연종
늘 푸른 신호등처럼
그곳에 정지선은 없다
레퀴엠이 행진곡처럼 흐르고
진동의 휴대폰이 주머니 안에서 훌쩍 거린다
잘? 데워진 슬픔 한 덩이
돼지 머리고기 곁에 납작 눌려 있다
여지껏 살아온 치부의 날들만
채반에 차륵차륵 쌓아간다
늙은 상주 과부 며느리와 50년을 함께 살다
돼지 머리처럼 서로 닮아버린
구순 보살의 저 들창코,
한번 벌름거릴 때마다
새우젓 비린내가 구두코를 찌른다
하루를 삭힌 발 냄새와 한 생을 꽃 피운 국화 향 사이에서
잠시 망설이다 향을 지핀다
영정 속 국화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국화들이
제 몸의 향을 꺽어 분향하고 있다
푸른 이파리 사이로
제 삶의 무게만큼 피어오르는 각각의 향
한 치 흐트럼 없는 꽃들의 합창
초록으로 불타는 봄밤의 레퀴엠
―《현대시》2009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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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종, [그린 장례식장]
이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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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28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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