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기획, 구국의 용병들
남쪽에서는 봄소식이 한창이었지만 날씨는 의외로 쌀쌀했다.
갑자기 불어 닥친 한파로 사람들의 옷차림은 다시 두툼해지고 얇게 입고 나온 사람들은 몸을 달달 떨면서 지나갔다. 3월 1일이었다.
그런 쌀쌀한 날씨에 일곱 명의 남자들이 봉고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삼일절에 왜 데모를 하고 지랄이지?”
“그러게 말입니다. 삼일절이나 광복절이면 폭주족 애들은 공연히 들떠서 한밤의 도심을 질주하곤 하죠. 나라를 위해 만세를 불렀고 그걸 기념하는 날이 삼일절이고 광복절은 일제의 치하에서 광복한 날을 기념하는 건데 폭주족은 왜 지랄들인지 모르겠습니다. 노동법을 고치라고 지랄하는 새끼들은 왜 하필 오늘 데모를 해서 우리 구국의 용병들을 피곤하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몇 놈 대가리가 깨져봐야 정신을 차리지, 마침 삭발식을 한다니 삭발한 대가리를 야구 배트로 때려 버리면 즉사하겠군. 삭발식이 시작되기 전에
이발사들하고 노동자 대표들을 두들겨 패서 쫓아버려야겠지.”
“한 30분 여유 있으니까 몸들 풀고 있어라.”
“예.”
봉고차에서 내린 설태희는 벤치에 앉아 핸드폰을 켜고 바둑을 두기 시작했다. 봄바람이라기엔 차가운 바람이 옷깃과 얼굴을 스쳤다.
손을 호호 불면서 바둑을 두는 사이 다른 대원들은 여기저기서 몸을 풀고 있었다. 이색적인 광경이었다. 체격이 좋은 젊은 사내들이 검은 양복을 입고 있는 모습은 마치 영화에서 나오는 조폭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이 이상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았다.
그때 양백호가 설태희를 향해 다가왔다.
“뭐하냐?”
“바둑을 둡니다.”
“바둑 한 판 두는데 시간 많이 걸릴 텐데?”
“맞습니다. 제대로 두려면 제법 시간이 걸리지만 저는 초속기로 둡니다.
5분 바둑으로 해놓고 후다닥 승부를 가리지요.
집에서 컴퓨터로 두면 승률이 높지만 이렇게 기다리는 시간에 시간 죽이기로 두면 승률이 별로죠.
아무래도 심리 상태에 따라서 승부가 갈리곤 합니다.”
“실력이 어느 정도야? 단이나 급이나 있잖아.”
“여기서 시간 죽이기로 두는 바둑은 1단이나 2단으로 둡니다. 피씨방이나 집에서 제대로 두면 2단, 3단을 오락가락합니다. 지금은 5단만 되면 좋겠는데, 첩첩산중이라서 기력이 올라는 것이 하늘에 별따기와 같습니다. 9단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꿉니다.”
“그 정도면 잘 두는 거잖아. 나도 아다리는 알아. 사람들이 10급 정도 된다고 하더군.”
“요즘은 아다리라고 안하고 단수라고 합니다.
아다리는 옛날에 바둑을 배운 사람들이 많이 쓰던 일본말의 잔재입니다.
나중에 시간 나면 다섯 점 깔고 한 수 가르쳐 드릴게요.”
“다섯 점은 심하다. 나도 기본은 하는데 그렇게 깔고 지겠어?”
“정말 10급 정도면 다섯 점이 적당해요. 언제 실제로 한 번 두어 보면 알겠죠.”
“그래, 언제 한번 두자.”
“그래요.”
10분 정도 바둑을 두던 태희는 기권을 선언하고 핸드폰을 닫았다. 상대방은 초읽기에 몰려가면서 버티고 있었다. 30집 이상을 지고 있었지만 상대방은 던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미 승부가 난 바둑을 왜 던지지 않느냐고 항의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승부란 그런 것이다. 이기고 싶다면 끝까지 두어서 이기면 된다. 하지만 설태희는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었으므로 그냥 돌을 던지고 말았다. 기권패라고도 하고 불계패라고도 한다. 던지는 순간, 상대방은 3단으로 승단했다. 상대는 초반 정석에서 착각을 하고 그 실수를 끝내 회복하지 못하자, 분한 마음을 달래면서 바둑을 두어나가고 있었다. 중국 애들은 돌을 잘 던지지 않는다. 기질이라기 보다는 그들은 바둑을 스포츠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축구에서 아무리 점수차가 벌어져도 기권을 하지 않는 이치와 같다.
태희는 그런 상대방에게 기원을 하고 승리를 안겨주고는 미련 없이 대국장을 나갔다.
그리고 양백호에게 말했다.
”요즘은 금연구역이 아닌 곳이 없어요. 저 담배 피우러 화장실 갈 건데 같이 가실래요? “
양백호와 설태희는 나란히 걸어서 화장실의 뒤편으로 갔다. 그곳은 여기저기 담배꽁초가 흩어져 있고 오줌 싼 흔적이 있었다. 역한 지린내가 코끝을 찌른다.
어쩐지 여기서는 담배를 피워도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설태희가 담배를 꺼내어 양백호에게 건네고 자신도 입에 물고 양백호에게 불을 붙여주고 자신의 담배에도 불을 붙였다.
담배를 진하게 한 모금 빨아 삼킨 양백호가 말했다.
“설태희. 너 이런 일 한다고 결코 주눅 들지 마라. 우리는 구국의 용병이야.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도 된다.”
“뭐라구요? 악역 전문의 일을 하는 우리 서울기획이라는 단체가,
남들이 용역 깡패라고 손가락질 하는 우리가 구국의 용병이라고요?”
“너는 내가 아끼는 후배야. 알잖아. 평화원 출신은 아무리 주먹이 좋아도 불러다 쓰지 않았다.
그게 나름 내 원칙이다. 몇 명의 후배들이 찾아와서 같이 일하자고 했지만 거절했지.
그런데 태희 너는 내가 직접 스카웃했단 말이다. 기억하지?”
“고아원 나와서 오갈 데 없이 막노동으로 전전할 때 형님이 불러줘서 너무나 감사했죠.
더군다나 보수도 많고, 집까지 얻어 주고 말입니다.”
“우리가 그거잖아. 왜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그런 정신.”
“국가 정보원의 이념이죠?”
“그렇지. 야당의 집회를 엉망으로 만들고 야당의 인물을 테러하고 저렇게 점거 농성하고 있는 노동자들 두들겨 패서 쫓아내는 일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지. 우리가 그런 필요악적인 일을 하고 돈을 받는 것이니 구국의 용병이라고 해야겠지.
다른 의미로 보면 악역이지만 이 나라를 지탱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고 그걸 우리가 하는 거지.”
두 사람은 담배를 다 피우고 다시 본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왔다.
검은 양복을 입은 일곱 명의 젊은 사내들이 양지쪽에 여기저기 쪼그리고 앉아서 서로 장난을 치거나
혹은 자기들끼리 노닥거리고 있었다. 앞 건물에는 노동 악법 철폐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다섯 개의 의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곧 노동법의 개선을 요구하는 삭발식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기자들 들이닥치기 전에 저걸 저지해야 한다. 만약에 기자들이 사진을 찍어버리면 우
리 얼굴 팔리고 임 전무님한테 한 소리 들을 거야. 지금 의자 부숴 버리고 몇 명 두들겨 패고 빠지는 게 좋겠다. 우리는 그것만 하고 빠지면 된다. 삭발식이 끝나고 나면 곧 시청 앞까지 시위한다고
하는 정보가 있어서 경찰들이 들이닥칠 거야. 타이밍상 10분 후에 실행을 해야겠지?”
백호 형은 42살이었다. 한때 태권도를 했고 미들급에서 금메달을 여러 개 따고 국가대표 생활까지 했지만, 마약과 대마초에 손을 대다가 경찰에 잡혀서 3년의 교도소생활을 했고 그때 정부의 모 요원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용역 깡패 일을 시작하였다. 가평의 평화원이라는 고아원에서 자란 백호 형은 우리에겐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그러니 그와 같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이 많았지만 절대로 데려다 쓰지 않았다. 인물이 후지다. 키가 작다. 주먹이 약하다는 등등의 이유를 달면서 거절을 했다.
그런데 유독 태희에게는 달랐다. 먼저 연락을 했고 전셋집을 얻어 주었고 모든 일을 열정적으로 밀어주었다.
덕분에 태희는 초고속 승진했고 서울기획의 부장이라는 타이틀과 명함을 가졌다.
파죽지세와 같은 성공 가도를 달린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 그의 실체는 용역 깡패에 불과했다.
“싸움은 어디서 배웠냐? 운동은 뭐 했어?”
“고아원에서 무술 교본 책 여러 권을 사다 놓고 발차기 연습하고 품세 단련하고 그랬어요.
운좋게 고아원에 태권도 하는 애랑 유도하는 애가 있어서 그 녀석들하고 실전연습을 많이 했죠.
길거리 싸움에서는 누구에게도 지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제대로 체육관 다닌 적은 없지?”
“네, 없어요.”
“싸울 때 특기는 뭐냐? 요즘 말로 하면 필살기.”
“날라 차기입니다.”
“날라 차기라..... 네가 그래서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거다. 네가 상대한 주먹들은 다 약한 주먹들이지. 날라 차기라는 말 자체가 없다.
굳이 말하자면 날아 차기가 맞겠지. 그러니까 네 발길질이나 주먹질은 족보가 없는 거란 말이다.
운동을 제대로 한 정통파를 만나면 사정없이 밑천이 드러날 거다.
동네 건달들이 격투기 선수들에게 줘 터지는 이치와 같다. 네가 하는 그런 걸 개발 질이라고 하지. 날아 차기라는 말도 잘 쓰지 않지만,
굳이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이단 옆차기, 공중회전 돌려차기, 반달차기, 공중회전 뒤돌아 옆차기,
뭐 그런 발차기가 있지. 여러 예술적인 발차기들도 있지만, 실전에서 굳이 써먹을 필요가 없다.
에너지 소비도 심하고 실패했을 경우 역습을 당할 확률이 크지. 어떤 운동을 한 어떤 싸움꾼이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지.
세상에는 숨은 고수가 많다 겸손하지 않으면 한 방에 가는 것이 이 바닥이다. ”
“아무렴 제가 국가대표까지 한 형님과 주먹을 논할 자격이나 있겠어요?
진구한테 복싱도 배우고 석호한테 발차기도 배우면서 실력을 늘리고 있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형님처럼 되고 싶습니다. ”
“그건 그렇다 치고, 너 나를 배신하지 마라. 나 배신하고 떠나면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 죽여 버린다.
그게 내 원칙이다. 너를 위해서 내가 전세까지 얻어 주고 옷 사주고, 밥 사주고 여자 친구까지 소개해줬다. 나 양백호, 가평의 하얀 호랑이가 유일하게 믿는 놈이 너란 말이다. 너는 나에게는 형제와 같은 놈이지.”
“형님의 은혜는 각골난망입니다. 뼈에 새기겠습니다.”
“그런 틀에 박힌 말투 싫다. 그래도 너는 머리가 좋은 주먹이잖아.
어두운 쪽으로 안 빠지고 나랑 일하니까 전과도 없고 명성도 얻고 얼마나 좋아.
내가 은퇴하면 네가 서울기획을 책임져야 한다. 임 전무님한테도 다 그렇게 말을 해 놨다.”
양백호가 시계를 보더니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검은 양복의 사내들에게 말했다.
“장비 점검하고 지금 친다. 다치게 하는 건 좋지만 죽거나 장애가 남게 하는 과잉행동은 하지 마라.
깔금하게 예리하게 일격에 처리를 한다. 출격 준비되었나?”
“되었습니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저건 뭐야? 김삿갓이야? 아니면 배추 도사 아니면 부채 도사인가?”
“어? 저 인간이 뭐 하는 거지?”
다섯 개의 의자가 나란히 놓여있는 앞으로 삿갓을 쓰고 한복을 입은 사내 하나가 커다란 지팡이를 들고 서 있었다. 그리고 삭발식에서 머리를 삭발할 다섯 명의 사내가 천천히 의자에 앉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삿갓을 쓴 사내가 지팡이를 들어 올리더니 허공에 윙윙 돌리기 시작했다.
“영화 찍나?”
양백호와 태희가 바라보다가 서로의 눈길이 마주쳤다. 양백호는 당황했다. 이건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마침내 다섯 명의 남자가 자리에 앉자 카메라를 멘 기자들과 바리캉을 든 이발사들이 천천히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본 양백호가 소리쳤다.
“조져 버려.”
양백호와 태희를 포함한 일곱 명의 사내들이 야구 배트를 들고 마스크를 쓰고 이제 막 삭발식을 시행하려는 현장을 향해 내달렸다.
먼저 달려간 진구가 야구 배트로 이발사의 등짝을 후려갈겼다.
이발사가 허리를 숙여 피하다가 제풀에 바닥으로 뒹굴었다. 진구의 발길이 이발사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다른 사내들도 일제히 삭발하려는 이발사와 삭발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이던 사내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때 벼락같은 음성이 그들의 고막을 찢었다.
“그만하라. 이놈들아!”
검은 양복의 사내들을 온몸으로 막아서는 사람이 있었다. 조금 전에 등장한 삿갓을 쓰고 한복을 입은 남자였다.
“나라를 좀먹는 빨갱이 새끼들은 몽둥이가 약이다. 너는 뭔데 막아서는 거냐?”
양백호가 나서서 말했다. 사내가 삿갓을 벗어 던졌다. 머리가 훌떡 벗겨진 대머리 사내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이가 제법 들어 보였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70은 넘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벗겨진 대머리 뒤로는 머리가 제법 남아서 스님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위기로 보아 스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주들은 왜 삭발식을 방해하는 거요?”
정중하게 그러나 나지막하고 힘 있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 나라의 권익과 안녕을 해치려는 무리를 응징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다.
나라에서 하는 일을 방해하는 자들은 우리가 용서하지 못한다.
우리는 구국의 용병들이다. 민간인을 해치고 싶지 않으니 비켜라.
보아하니 산속에서 도를 닦느라 세상 돌아가는 걸 모르는
촌뜨기인 모양이니 내 특별히 한번은 봐 줄 테니 옆으로 비켜서라. 그렇지 않으면 다친다.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은 노인네라 내 특별히 도망가도 쫓아가지는 않겠다.
목숨이 아까우면 빨리 도망쳐라.”
“안민 당이 키우는 똥개 새끼들이었군. 구국의 용병이 아니라 매국의 똥개들이구나.
그냥 돌아가면 내 특별히 이 죽장으로 매질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양백호가 어이없는 웃음을 날리고는 뒤에 서 있는 사내들을 향해 손짓했다.
“죽지 않을 만큼만 패라.”
진구의 야구 배트가 날았다. 사내의 등짝으로 그대로 배트가 날았다.
하지만 사내는 어느새 몸을 날리면서 피해내고 진구의 복부를 걷어찼다.
제법 매서운 솜씨였다. 하지만 사내는 작았다. 160cm도 안 되어 보이는 키에 몸무게도 50kg가 넘지 않아 보였다.
반면에 진구를 비롯한 사내들은 185cm에 100kg가 훌쩍 넘는 거구들이었다. 체급차가 나도 너무 난다. 그리고 그들은 늘 운동으로 단련된 젊은 사내들이었다. 하지만 노인은 빨랐다. 복부를 맞은 진구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주먹을 날렸지만
슬쩍 피하더니 허공으로 뛰어올라 양발로 진구의 양 볼을 가격했다.
발길은 제법 맵지만, 진구를 쓰러뜨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늙은 쥐새끼가 나를 놀리네?”
야구 배트가 휭휭 날았다. 아슬아슬하게 피하긴 했지만,
워낙 작은 체구의 늙은이 인지라 보는 사람들에게는 긴장되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구경만 하지 말고 다른 놈들도 다 조져 버려.”
양백호가 소리치자 일곱 명의 조직원들이 일제히 날뛰기 시작했다.
몇 명의 이발사가 몽둥이에 맞고 쓰러지자 누군가 핸드폰으로 신고 전화를 했고
삭발당하기 위해 대기하던 사내들도 일제히 달아나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양백호가 진구를 비난하면서 싸움판으로 끼어들었다.
“늙어빠진 쥐새끼 하나 못 잡아? 천하의 허진구가 왜 그래?”
100kg가 넘고 키가 190cm에 육박하는 사내가 가볍게 스텝을 밟으면서 노인을 향해 나갔다.
그리고는 가볍게 탁 탁 발길질을 했다. 발로 던지는 잽이 예술이다.
“늙은 쥐가 말이야. 무슨 토착 무술이나 전통무술을 했는지,
방방 날아다니기는 하는데 어디 이 몸하고 한번 붙어서 살아남는다면 살려 보내드려야지.”
양백호의 발길질이 날았다.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발차기였다.
국가대표로 전국을 호령하던 발차기였다. 비록 오래도록 손을 놓고 있던 까닭에 전성기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강하고 날카롭다.
“발차기를 아트의 경지로 끌어 올린 게 나야. 늙은 쥐.”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밀려나던 노인이 진구의 앞으로 밀려왔다.
진구의 수도가 양백호에게서 밀려나는 노인의 목덜미를 강타했다.
앞으로 휘청하는 순간, 양백호의 거칠고 둔탁한 발길질이 복부에 박혔다.
으윽, 소리와 함께 노인이 쓰러졌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렸다.
멍청하게 서서 구경만 하던 태희가 노인을 보았다. 쓰러진 노인의 눈빛이 슬퍼 보였다.
한복을 입고 방방 뛰던 노인이 아니라 그저 힘없고 약한 노인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진구가 노인을 일으켜 세우더니 야구 배트로 사정없이 등짝을 갈겨버렸다.
아마 양백호의 명령이 아니었다면 머리통을 후려갈겼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코피가 툭, 솟으면서 툭 툭 툭 툭 걸어서 떠밀리듯이 태희의 앞에서 멈추었다.
태희의 발이 턱을 받쳤다. 그리고 주먹질을 하려다가 노인과 눈이 마주쳤다.
들었던 주먹을 날리지 못하고 다시 내렸다. 한 대 때리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권력의 개야. 내가 불쌍해 보이냐?”
“적당히 하죠? 더 개기다간 오늘이 제삿날이 됩니다.”
첫댓글 문피아와 네이버웹소설에 올린 내용입니다.
세네편 연재하고 출판공지 띄울 것입니다.
와룡소 동도들에게 떨리는 마음으로 공개합니다.
시대적 배경이 인공지능이 나오기 전인가요? 후인가요?
이후입니다
시공간에 구애받지않고 자유롭게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넘나들지만
주무대는 현실에 가깝습니다
관심가져주셔서 고마워요
@비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