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전? 작가 김 훈의 《자전거 여행》을 탐독했던 적이 있었다. 그는 서문 마지막에 이렇게 쓴다.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전국의 산천으로 끌고 다닌 내 자전거의 이름은 풍륜(風輪)(1)이다. 가을의 마지막 빛 속에서 풍륜은 태백산맥을 넘었다. 눈 덮인 소백, 노령, 차령산맥들과 수많은 고개를 넘어서 풍륜은 봄의 남쪽 해안선에 당도하였다. 거기에 원색의 꽃들이 피어 있었다. 이제 풍륜은 늙고 병든 말처럼 다 망가졌다. 2000년 7월에 풍륜을 퇴역시키고 새 자전거를 장만했다 이 책을 팔아서 자전거 값 월부를 갚으려 한다. 사람들아 책 좀 사가라.
갈 수 없는 모든 길 앞에서 새 바퀴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 아무것도 만질 수 없다 하더라도 목숨은 기어코 감미로운 것이다, 라고 나는 써야 하는가. 사랑이여, 이 문장은 그대가 쓰다오.”
김 훈 씨의 구랏빨에 헛바람이 들어서 아내와 나, 읍내에 나가서 제각각 자전거를 구입했다. 가까운 ‘창포원’ 자전거 거치대에 묶어 놓고 몇 번 자전거를 타러 다녔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아내의 자전거 안장이 없어지고 내 자전거는 녹이 슬어 쓸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작년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새 자전거를 구입했다. 그런데 내가 어릴 적 자전거를 탈 기회가 없었기에 타는 솜씨가 미숙하여 창고에 묵혀두고 있다가, 에라, 썩히느니 김 훈처럼 전국 일주를 해서 퇴역시키자, 라고 결심했다. 무릎 보호대, 라이트, 안면 가리개, 썬 크림, 썬글라스 등을 추가 구입했다. 자전거 타기 훈련을 4단계로 작정했다. 저난이도로부터 고난이도까지.
<1단계> 가까운 남하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연습.
<2단계> 마을 앞 500m의 구(舊)도로에서 연습.
<3단계> 창포원(차로 10분 거리)에서 연습.
<4단계> 국도를 경유한 집~창포원 코스에서 연습.
오늘이 2024/06/13. 햇살이 이운 오후 6시 반경 아내의 차에 접이식 자전거를 싣고 남하초등학교로(나는 운전면허증이 없다). 드뎌 <1단계>를 수행하는 첫 날. 지금 시각 5:30, 한 시간 전. 번지 점프를 하기 전처럼 근육에 힘이 실린다. 아내는 내 한 시간여의 연습을 지켜보며 읽을 책을 가지고 간다.
향후 계획.
<5단계> 김 훈처럼 동해안~남해안~서해안~내륙 국토대장정에 나선다. (3년 소요)
<6단계> ***유라시아 대륙 횡단 프로젝트 I*** 블라디보스톡 ~ 산티아고 순례길 따라 스페인까지.(3년 소요)
<7단계> ***유라시아 대륙 횡단 프로젝트 II*** 지중해를 따라 실크로드를 따라 중동~인도~중국~한국 착.(4년 소요)
아내는 향도로서 캠핑카 몰아 동행. 아마도 10년은 족히 걸릴 것 같다. 미래가 계획으로 충만해 있으니 기필코 건강, 장수해야겠지? 아참, 아내가 가고 싶어 하는 한민족 발원의 바이칼 호수도 여정에 포함시켜야겠지,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초등학교로 갔다. 어질어질, 갈팡질팡, 기초체력이 부족한 탓인지 제대로 달려보지도 못하고 포기하였다. 된장! 접이식 자전거를 차에 싣고 내리고, 안전장구를 착용해 본 것으로 오늘은 만족. 나이 70 넘어 자전거를 배운다는게 말이 되나?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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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풍륜(風輪: 바람을 다스리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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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샀던 자전거 이야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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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