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릴레이- 로마서 11:1~12

[수로보니게]

...하느님의 대답은 무엇입니까? 엘리야 너는 너를 중심으로 세상을 보고 있지만 내 싸움은 니가 보는 것과 다르다. 너는 니 개인적인 입장에서 내가 이겼냐 졌냐 이런 것들을 묻지만 그리고 너의 승리와 패배에 입각해서 하느님이 승리했느냐 계시느냐 안 계시느냐 묻지만 어떤 면에서 하느님께서 엘리야에게 이렇게 묻는 것입니다. 넌 왜 싸웠느냐 무엇을 위해 싸웠느냐 무엇을 위해 네 목숨을 바쳤느냐 니가 얼마나 잘 났는지 시험하기 위해서? 니가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스스로 자만하기 위해서? 자만심을 세우기 위해서...?

...은혜로 된 것은 행위에 근거한 것이 아닙니다. 은혜란 것은 무엇입니까? 행위의 주체가 하느님이 되는 것입니다. 행위는 무엇입니까? 행위의 주체가 인간이 되는 것이에요. 은혜는 궁극적으로 하느님의 선택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은혜는 인간에겐 철저하게 우연으로 경험되는 것입니다. 무슨 필연적으로 말이죠. 이렇게 저렇게 하면 필연적으로 은혜가 오는 종교가 있습니다. 인간의 능력이 세상에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 신적인 힘까지 움직여서 만들어내는.. 이런 종교가 원시종교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사실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가장 필수적인 일은 거기서부터 떠나는 것입니다. ‘내가 얼마나 잘났는지... 내가 얼마나 정당한지...’ 이런 생각에서부터 벗어나야 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내가 정말 잘 났고, 내가 정말 정당하고 이럴 때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린 보통 그렇게 신앙생활하지 않습니까? 하느님 앞에서 자존심 세우고... 그런데 하느님 앞에서 누가 얼굴을 들 수 있습니까? 근본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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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수련회 사진말 프로그램에서 또 그 이후에도 설교에서도 한 번 “질문”을 바꿔야한다는 말씀을 하셨었죠. 아니 어떻게 생각하면 그 메시지는 두 분께서 말씀을 전하실 때마다 저희들에게 묻고 있는, 요청하셔왔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질문은 “나에게 하느님은, 기독교 신앙은 무엇인가?” 에서 “하나님 앞에서, 기독교 신앙 앞에서 나는 무엇인가?“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질문을 들었을 때 좀 멍했습니다. 그리 어려운 문장도 긴 문장도 아닌데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전 질문에 대한 완전한 이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늘 생각해오던 방식대로 제 맘대로 질문을 왜곡하여 답을 했던 것 같습니다. 모태신앙으로 30년 넘게 교회를 다녀왔고 나름 진지하게 고민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하느님 앞에서 하느님이 이루고 계신 역사 앞에서 그 분의 뜻 앞에서 나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없는지... 사실 충격이었고 그 충격은 지금까지 계속 되고 있습니다.

그 질문을 통해 저는 오로지 하느님이 나에게 어떤 의미이고 어떤 의미이어야 하고 내가 무엇이 되기 위해(기도할 땐, 당신의 뜻을 위한) 어떤 빛나는, 시선을 받는, 높이 올라가는(기도할 땐, 당신에게 영광을 돌리기 위해) 그러한 존재로 살기 원하는 나를 위한 나의 욕망의 충족을 위한............그러한 물음과 기도, 간구, 요청 거기에 원망까지 해왔던 자신을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감히 하느님을 도구적인 대상으로 여겼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니 알아왔으면서도 다 그 분을 위한 거야...하며 간교한 이기심을 애써 포장하였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사진말 프로그램에선 질문이 ‘한살림교회에서 나는 무엇인가? 무엇이 되고 싶은가?’ 였는데 그 때 저는 기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답하였을 때, 경숙언니가 본인도 교회 열심히 다니면서 기도 열심히 하였는데 나중에 그렇게 열심히 기도한 것이 결국 자기의 욕망의 실현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그 때도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멈칫 했거든요...

정말 하느님 앞에서 누가 얼굴을 들 수 있을까요? 말씀을 제게 비추면 비출수록 저의 추악함과 비참함에 어쩔 줄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은혜를 입은 자들, 은혜를 구할 수밖에 없는 자들이라고 그저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주엔 한살림예술제 촬영차, 목사님께서 저희집을 방문하셔서 저와 인터뷰를 하셨습니다. 그런데 2시간이란 인터뷰보다 더 제 기억에 남았던 건 목사님께서 조명을 맞추기 위해 카메라 옆에 놓았던 저희 집 전신거울을 닦으셨던 것입니다. 게으름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 거울을 잘 닦지 않아요. 먼지가 뿌옇게 쌓여있으면 원래의 저보다 더 뽀샤시하고 어여뻐 보이는 효과 때문이지요.^^ (별로 좋지 않은 병이지만 공주병이 좀 있어서 아침에 집에서 나가기 전 거울을 볼 때, 안 예뻐보이면 좀 하루종일 자신이 없고 기운도 빠지고 그러거든요. 엄청난 놀림이 예상되지만... 밝힙니다. 여성들은 공감하는 분들도 계실 듯--;)

그런데 목사님께서 거울을 빡빡 어찌나 깨끗하게 닦으시던지 이젠 그 전신거울은 뽀샾효과 없이 저의 얼굴의 온갖 잡티와 주름, 탄력정도 그리고 전신거울이니 몸의 라인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습니다.

전 그 장면을 “정목사! 마혜진의 전신거울 먼지제거 사건 ”이라고 이름 붙여보았습니다. (좀 더 괜찮게 고치고 싶은데 제 머리에선 이 정도의...--;) 이 사건은 목사님이 목사님의 존재가 또 목사님이 전하시는 말씀이 현재 저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신앙”으로 치환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구요.

이제야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가 무슨 뜻인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질문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알랭 바디우의 사도바울을 공부하면서도 또 한 번 기독교 신앙을 갖는다는 게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느껴지는 바람에 사실 두렵기도 합니다. 헉! 이런 거 였단말야? 완전 헛 알아왔군. 공부하는 내내 이랬습니다. '헉! 헉! 헉! 헉! 헉!.....'

그런데 왠지 모를 기대와 자신감과 믿음, 소망, 생생한 꿈틀거림... 그런 것들도 헉!과 같이 느껴진다는게 저로 하여금 이렇게 또 힘을 내어 글을 쓰게 하는 것 같습니다. 즐거운 고통, 살아나는 죽음... 이런 단어들이 떠오르네요.

오늘 설교말씀도 역시 고민할 주제들이 너무 많아 설교 앞부분의 내용만 가지고 후기를 작성하였습니다! 휴~

이상!

[나비날다]

7000명 의미와 은혜는 하나님의 선택이란 말씀하셨는데, 우리는 선택받은 하나님의 백성임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수정]

마혜진의 전신거울! <밀양>의 송강호가 전도연의 거울을 들어주었다면, 목사님은 마혜진의 환상 거울을 빡빡 깨끗이 닦아주셨군요^^ 이제 마혜진은 그 거울을 통해 자신의 잡티와 주름만 볼 게 아니라....뭘 봐야 할까요?

[수로보니게]

어떤 것들이 보일까 겁도 나고 기대도 되고 그러네요^^

[정혁현]

먼지 덮힌 거울이 정말 얼굴을 뽀사시하게 보여주나요? 먼지 자체가 칙칙한데. 그보다는 자신이 얼마나 이쁜지 확인하는 게 부담스러워서 그런 거 아닌가요? 혹은 '왜 나는 이런 식으로 이쁠까?'라는 의문에 딱히 답할 말이 없어서든지요.ㅎㅎ 정성스런 후기 감사합니다.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