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꼬추 수확
요짐 밤공기 차침 차가워졌다. 아침들녘에는 작물에 찬이슬이 맺혀있다.
낮에 날씨는 쾌청하다. 땅바닥에 서리 엉겨있다. 농촌에서는 서리 내리기전에 갈귿이 거둬딜어야 헌다.
가실은 결실의 계즐이다.
가실이 되면 부모님은 바쁘시다. 나도 가실되면 젱일 덩달아 바쁘다. 축제가 열리고 행사가 많다. 축제 종사원에 차출되어 일을 해야 하고 애경사도 열심히 댕겨야헌다.
지난 5월 5일 밭에다 1,070주 꼬추모종 정식을 했었다. 꼬추모를 다 심고 나서 두둑에 말뚝을 박았었다. 꼬추 지지대 틈새기에 끈을 매는 일이 서툴러 나는 아버지한테 이러쿵 저러쿵 혼꾸녕을 들었었다.
오늘 아침에 풋꼬추 수확하러 들판에 나갔다. 콤바인으로 벼 수확하는 모습이 이 논 저 논에서 보였다. 낯모르는 아낙이 수로 모탱이에서 수확한 작물을 연신 추럭에다 올렸다. 그런 아주머니 모습은 분주한 표증이다. 정겹다.
여름철에 형님이 고추밭에 물을 주고 댕기며 심을 쓰셨다. 여름에 가물었어도 농약을 하고 물 관리 들구한 덕분에 고추가 많이 열렸다. 수확량이 작년에 비하여 즘점 늘어났다. 올 해 꼬추농사는 풍년이다. 꼬추가격이 예년에 비해 올랐다. 풍족하다.
꼬추모종
첫번째 꽃봉우리 피어난 날
용숫말 들판에 이끌려 식재된 꼬추모
매서운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릴 기세
부지런한 촌로
꼬추 지지대 틈새기 끈을
굴비 매듯이 어린 꼬추모 엮었다
어찌 비바람 맞으며 생물은
흔들리지 않고 성장할 수 있으랴!
나는 공직생활 수십년 밋밋하게 해왔다
배수로 도로가 웅딩이 살고 있는
만만한 우렁이 우리가족
강한 비바람에 흔들리며 살아가는
매운 꼬추가족 부럽지 않다
꼬추모종을 밭에다 심은 지 5개월 지났다. 세월 빠르다. 한로가 지나자 고추가 붉게 익지 않았다. 걸러쿰 걸러큼 뻘깃뻘깃한 꼬추가 보이고 풋꼬추는 밭에 사방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어머니는 심한 퇴행성관절염으로 고생하셨다. 10여 년 전 천안에 있는 ‘본정형외과병원’에서 오른쪽 인공관절수술 받았다. 눈에 보이는 일을 보고는 지나칠 수 없어 오늘도 집에 계시지 않고 밧고랑텡이로 일하러 나왔다.
어머니의 무릎
어머닌 80이 넘어도 농사일을 합니다
무릎 85년 살고 있습니다.
10여 년 삼을 2,000자 삼으셨습니다.
두 무릎 엉금엉금!
나이 들어 퇴행성관절염에 걸리셨습니다.
인공관절수술을 받으셨습니다.
달나라도 세계여행을 혼자 걸어 갈 수 있는
우주인이 되셨습니다.
어머니는 밭에서 김을 매는 날과 고추밭에서 고추를 수확하는 날 잔딩이 비닐을 두르고 왕겨를 담아 묶은 비료 푸대를 들고 밭으로 나가신다. 가지고 간 비닐 푸대에 밧고랑텡이 틈새기에 철퍼덕 주잔져서 농사일을 하신다. 이제는 연세가 80이 넘으셨다. 농사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다. 하지만 어머니는 몸에 베인 쉽사리 끈을 놓지 않고 있다.
60여년 농사를 경작한 부못님은 싱싱한 꼬추대 뿌리를 뽑아 버리기에는 아까운 생각 들었다. 우리 가족은 주말을 이용하여 풋꼬추 수확을 하곤 했다. 풋꼬추 따는 일은 줄어들지 않았다. 점심시간 그지서야 우리가족은 집으로 돌아왔다.
4kg 풋고추 한 봉지가격은 5천원까지 했었다. 최근 2천 5백원 가격대로 풋꼬추 가격 떨어졌다. 우리 가족 5명은 한 나절 일하여 풋꼬추 40여 봉지를 수확을 했다. 가격은 떨어졌지만 아까운 풋꼬추를 더 수확하여 청과상회에 넘겨야하나, 꼬추대 뿌리를 아예 뽑아 내년 농사 준비를 해야 하는 고민을 했다. 가격이 떨어져 오늘 우리가족이 오전에 5명이 일한 풍깝도 않나왔다.
부모님은 농작물을 사랑하셨다.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눈으로 보면서 작물을 버리기가 아까워하셨다.
나는 얄팍한 생각으로 풋꼬추 5천원의 가격대와 2천원대 가격을 비교해보았다. 나의 뇌 속에는 5천원대에 팔았던 기억이 더 남아있다.
주식가격이 5천원에서 거래하다 갑자기 2천원의 가격으로 떨어지면 선 듯 주식을 팔기가 어렵다. 돈을 벌고 싶은 욕심 때문에 자꾸 손해 본 금액이 머릿속에 남아있다.
올 한해 고추농사는 행복하다. 즐거운 고민이다. 어느 해보다 풍년이 들어 행복허다. 부모님의 일손을 도와주면서 최근 승진에 메말렸던 내 얼굴의 주름살이 버쩍버쩍 풋꼬추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내맴 욕심을 버리자 째끔식 행복이 다가오는 듯 하여 펜안허다.
※ 이 글은 이명재 시인 <충청남도 예산말 사전> ‘제 1권,’
‘제2권’, ‘제3권’에 수록된 충청도 예산 말을 차용하여
쓴 글입니다.
첫댓글 우렁이 가족이란
표현이 정겹습니다.
일하는데 옆 수로에 우렁이 많이모여 있어
우렁이가족을 생각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