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민폐 시위에...“허가해준 판사들, 와서 교통체증 느껴봐야”

[보라토끼]

도심 민폐 시위에...“허가해준 판사들, 와서 교통체증 느껴봐야”

시민들, 출퇴근길 극심한 교통체증에 분통

14일 서울 세종대로를 점거한 민노총 집회로 시민들은 교통 체증과 소음 등으로 큰 불편을 겪었다.

대한문 인근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모(65)씨는 “지난번 민노총이 세종대로 인근에서 집회를 했을 때도 숭례문에서 시청까지 약 1㎞ 구간을 빠져나가는 데 1시간이 걸렸다. 오늘도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배달기사 김모(53)씨도 “대로뿐 아니라 골목길 차량 통행이 모두 막혀 버린다”며 “배달이 20~30분 늦어지는데 돌아갈 방법도 없어 행진이 끝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을지로에 있는 회사를 다니고 있는 임모(33)씨는 “광화문 주변이 막히면 도심권 전체 교통이 영향을 받는다”며 “실제로 팀 단톡방에서 출퇴근 때 어떤 집회나 행진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일상”이라고 했다. 그는 또 “똑같이 나라에 세금 내는 국민인데 왜 매번 우리만 괴로움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집회를 허용하는 결정을 내리는) 법원 판사들이 직접 현장에 와서 교통 체증 상황을 보면 다르게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도 “법원이 퇴근길 도로 점거 집회를 허용하면서 표현의 자유 보호에만 치중하고 시민의 이동권은 경시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명예교수는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집회라는 형식이 되면 시민 다수에게 얼마나 큰 불편을 끼치는지 등을 법원이 고려해야 한다”면서 “장맛비가 내리는 금요일 퇴근 시간대 서울 시내 주요 도로 집회는 현행 집시법 테두리 내에서도 불허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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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점거 집회에 수반되는 위법·탈법 행위를 적극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집회 장소에 설치한 무대를 ‘교통에 방해가 될 만한 물건’으로 봐서 도로교통법 68조를 적용하거나, 교통을 방해하는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 185조 등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집시법에 시간, 장소 등을 제약하는 명문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시법에 금지 관련 규정이 없는 게 문제”라며 “출퇴근길 도로 점거, 지하철 탑승 등 집회·시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법 개정을 국회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