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에는 12만 여권의 장서를 가진 군립도서관이 있다. 한편 나는 젊은 시절 주로 주색잡기와 음풍농월에 골몰하였기에 교양이니 독서에서는 한참 멀어져 있었다. 그러니 쥐꼬리 만 한 연금으로 근근히 버티는 내 처지에 책읽기보다 더 나은 소일거리가 없었다. 본의 아닌 강제 독서인 셈이다. 도서관 홈피에 나와 있는 나의 대출기록을 보니 은퇴 후 7여 년 동안 약 천권의 책을 읽었다. 사흘에 두세 권인 셈이다.
그런데 심오한 철학, 인문학, 과학 관련 책을 읽어내기에는 내 지력이나 집중력이 부족하다. 시집을 읽기에는 나의 감수성이 미치지 못한다. 내 전공이 영문학인데도 세익스피어 희곡집조차 내 상상력이 따라잡을 수 없다. 거기다 결정적으로, 내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니 괜히 모양 나는 책을 붙잡고 폼을 잡을 이유가 없다. 쾌락주의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좋은 핑계거리도 되려니와. 그래서 결론은 농담, 유머, 해학, 위트, 골계가 넘치는 소설책을 주로 읽게 되었다. 비록 우물 안에서 하늘을 우르러거나(坐井觀天) 대롱으로 세상을 볼지언정(管見) 하루하루를 기쁘고 즐겁게 살자는데 누가 뭐랄까?
이런 내 독서 성향의 가시권 안으로 들어온 작가와 그들의 비교적 최신작 몇 권을 소개하련다. 스토리나 문체가 쉬워 만화책 읽듯 책장이 잘 넘어간다.
먼저, 윤 성희라는 소설가.
작가 성 석제.
작가 김 중혁.
작가 윤 대녕.
작가 박 민규.
작가 이 기호.
작가 커트 보니것.
골프나 승마를 즐길 경제력이나 체력이 안되는 분들께, 지성이 저렴하다고 스스로 겸손한 분들께, 위에 소개한 책들로 시작해 보기를 적극 추천합니다.
*** 독서할 때 팁 한가지 ***
의자에 장시간 앉아있으므로 건강을 해치는 경우를 피하기 위해 책상 위에 낮고 작은 밥상을 올려 놓은 다음, 밥상위에 독서대를 거치하고 독서를 하면, 독서와 동시에 선 채로 뒷꿈치 들기, 케겔 운동 따위를 할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