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이와 밥을 먹고 옷을 사러 지원이가 자주 간다던 매장에 들렀다. 언제나 그렇듯이 남자 옷 코너에 지원이와 서 있다가
여자 옷 코너로 발걸음을 돌렸다.
나도 이제 애인도 있고 -정말 뻥 안치고 18살 때는 좀 꾸미고 다녔다.―
섹시미를 방송에서 강조하기로 했으면 이제 좀 꾸미고 다니는 게 나은 것 같아서였다.
그나저나 지원이는 내가 여성복 코너에 있는 게 신기한지 핸드폰으로 사진까지 찍고 있었다.
"죽는다? 너?"
그래도 그는 좋다고 낄낄거릴 뿐이었다.
"와아- 이시현. 너도 드디어 여자가 돼가는구나!"
그러더니 자기가 한 술 더 떠서 이것저것 내 몸에 갔다댄다. 여름에 7부 이하는 안 입는 내 취향을
알기 때문에 7부 카고바지들을 가져오는데 한숨만 날 뿐이다. 그가 가져온 것들을 물리치고
S 사이즈의 작은 옷들을 골라 거울 앞에 서 보았다. 지원이는 그런 날 보고 신기하다며 또 사진을 찍는다.
"어쩌라구!"
내가 역정을 내가 그는 또 낄낄거리더니 핸드폰을 집어넣고 남성의류로 가버렸다. 저런 능글맞은 놈.
그를 빤히 쳐다보다가 나 혼자 다시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소영이가 있으면 그래도 물어 볼 수나 있을 텐데.
민우가 너무 짧은 거 입지 말랬는데……. 내가 지금 들고 있던 치마를 쳐다보고 잠시 미국에서 촬영을 하고 있을
그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에이, 몰라. 있을 때는 안 입으면 되지. 게다가 오늘 클럽까지 가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허벅지 까지 오는 하얀 바탕에 빨간색으로 Don't Lose your HEART!라고 쓰여 있는 치마를 들고 탈의실로
향했다. 문을 두드리니 안에 누가 있다고 노크한다. 문 밑에 있는 샌들을 보니 꽤 비싸보였다. 어느 부잣집 언니일 까나.
나야 지원이가 사주니까 상관없지만. 아무튼 부럽다.
한참 후, 안에 있던 언니가 나왔는데 그 언니는 거울 앞에서 자신의 옷을 비춰보다가 들어가려는 날 붙잡고 당긴다.
손목에 감기는 그녀의 뼈 투성이 손가락의 감촉이 썩 좋지만은 않다.
"저기- 혹시 시현이 언니-"
날 알아보나? 뒤를 돌라보니 그녀는 쥬얼리의 이지현양이었다.
"아, 언니 맞네! 안녕하세요!"
"아- 이 선배. 오랜만이네요."
"에이- 딱딱하게 이선배가 뭐예요. 그냥 지현이라고 불러주세요."
애교 만점인 목소리가 그래도 싫지만은 않았다. 이래서 민우가 하룻밤에 홀랑 간 거구나.
"그래요, 지현씨"
그 말에 그녀가 빙긋 웃는다.
"언니- 무대에서도 안 입는 거 입어요? 너무한다―"
그러더니 내 손에 들고 있는 치마를 훑어보고는 내 어깨에 손을 올려놓는다.
"언니 이거 윗도리도 있어야 되잖아요. 언니는 키가 좀 커서 어울릴 옷 많아요."
그러더니 이것저것 끈나시를 나한테 가져다 대더니 세트인 것 같은 옷을 집어왔다.
영어로 뭔가 쓰여 있었는데 하필이면 'Touch me, I'm Bitch.'라고 쓰여 있다니.
"아- 지현씨 미안한데 이건 좀 곤란해요."
"왜요?"
"이거 때문에."
내가 나시티에 프린트 된 영어단어를 가리키며 말하자 그녀가 큰 눈을 동그랗게 뜬다.
"무슨 뜻인데요?"
"난 발정난 암캐니까 만져줘요."
그 말에 그녀가 얼굴을 확 붉히며 어색하게 웃더니 얼른 그 옷을 제자리에 갖다 놓고 다른 옷을 집어왔다.
이번엔 큐빅으로 나비 문양이 박혀진 옷이다. 난 흡족히 웃으며 그 옷을 받고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입고 나왔다.
몇 년 만일까. 이렇게 작은 옷 입는 게. 난 항상 힙합이었는데. 아무튼 지현양은 아주 흡족히 웃고 있었다.
"언니 너무 잘 어울린다― 민우 오빠도 같이 왔으면 좋아했겠다. 같이 왔어요?
"아뇨. 그리고 민우는 나 짧은 옷 입지 말라고 강요하던 인간이라……. 아무튼 대신에 지원이랑 왔-"
"어, 지원이 오빠 저기 있네. 오빠!!"
그러더니 손을 쭉 뻗고 지원이를 부른다. 그 바람에 옷을 고르던 지원이라 놀라 고개를 돌리더니 그녀를
보고 피식 웃으며 이쪽으로 달려온다. 그러더니 날 보고 놀라서 핸드폰 샷.
벌써 3장이나 허락해버렸다. 저 망할 자식.
"정했냐? 야- 이시현 진짜 사람이 틀려지냐?"
"오빠 내가 골랐어요. 언니 진짜 이쁘지 않아요?"
"확실히 여자 옷은 입어봐야 알아. 이거 메일로 민우 보내준다."
그러더니 한 장 더 찍는다.
"언니 오늘 어디 가요?"
"아 클럽에. 나도 좀 꾸미고 가볼까 해서요. 공연 땐 옷 신경 안 썼는데 오늘은 놀러가는 거니까."
"그럼 저도 같이-"
눈치 없는 년. 짜증나서 화를 꾹꾹 눌러담고 말을 툭 잘랐다.
"미안해요. 아는 사람이랑 할 얘기가 있어서……. 아무튼 지원아. 갈아입고 나올 테니까 기다려."
그리고는 얼른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지원이 놈은 이지현과 뭔가를 얘기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모양이지. 둘이 친한가? 아무튼, 그녀와 결별하고 지원이를 계산대로 이끌었다. 결국 이 녀석, 자기 옷은 사지 않았다.
많이 비싸진 않길 바라며 계산대 위에 옷을 올려놓았는데 치마는 3만원, 나시티는 2만원이다. 어이가 없어서…….
내가 가격에 놀라 입을 쩍 벌리고 있을 때도 그는 씩 웃으며 기분 좋게 계산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현찰로. 대단한 인간이다. 이런 얘기 하면 안 돼지만 그래도 부모 잘 만나서 부럽다. 상현이가 잘 되서 팔자 피면
누나 좀 도와주려나? 괜히 이런 생각하다가 엄마가 옆에 있었으면 또 맞지. 동생한테 손 벌린다고.
"가자."
그가 옷이 든 쇼핑백을 집어 들며 말했다. 난 그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고 이내 시내 도로변에 있는 차 앞까지 도착했다.
앞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고 그가 시동을 걸기를 기다렸다.
"3년 전에."
그가 시동을 걸며 말을 꺼냈다.
"내가 너한테 사 준 하이힐, 버렸지?"
그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지원이가 생일선물로 사줬던 그 하이힐을 버린 이유는 단 하나.
문정혁이 그것을 만졌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앞에서 휴지통에 처넣었기 때문에 둘 다 상처는 컸겠고
난 그 일을 두고두고 지원이에게 미안해하고 있지만 그 때 난 그 정도로 그가 싫었다.
"운동화 밖에 없지? 클럽 갈 거라며. 그 옷에 운동화 신으면 너하고 인연 끊을 거야. 구두 사러 가자."
그러더니 엑셀을 밟는다.
"신발 정도는 내가 살 거야. 나 3년 전 보다는 형편 좋아. 알잖아."
"억지 쓰지 마. 오늘은 내가 다 내는 거야. 넌 나중에 술이나 사."
왠지 모르지만 다른 때보다는 강압적인 목소리였다. 그래도 난 지고 싶지 않았다.
"너나 억지 쓰지 마."
"생일 선물 미리 사는 거야."
난 그 말에 할 말이 없어져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돈 많은 건 알지만 부모님한테 손은 안 벌리는 놈인 거 아는데…….
제길, 아무튼 우리 둘 다 한심하다. 이런 걸로 싸우고. 픽 웃은 후 다시 그의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그냥 굳어있는 얼굴이 왠지 우습다. 차가 너무 썰렁해서 음악을 틀어놓고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시현아."
그가 말을 내던지듯 날 부른다.
"왜."
"너 힐 오래 못 신지. 통굽으로 하자."
그러더니 핸들을 틀고 헛기침을 두어 번 한다. 난 그런 그의 태도에 피식 웃고는 기지개를 쭉 폈다.
지원이는 좋은 놈이다. 막내 오빠라고 생각하며 이놈과 몇 년을 지내왔던가.
"가면서 지원아. 소영이 옷 좀 사자. 그건 내가 살 거니까 넌 신경 쓰면 안 돼."
그 말에 그가 건성건성 대답한다. 그러더니 신호에 맞춰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서더니 이내 다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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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추천곡 - 주석 - Most Wanted (Feat. 휘성, Eric)
주석 4집, 그리고 곧 나올 드렁큰타이거 6집을 우리 모두 한장씩 삽시다 -ㅅ-)/
친목방에서 나랑 친구먹기로 한 사람들 중에 이거 보는 사람 있으면 꼬리좀 답시다 -ㅅ-)/
유령독자들중에 나한테 감동이라도 [...]주시고 싶으신 분은 감상이나 추천, 표지를 주시면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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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이성연재Ⅰ
《이성》
가난한 엄마(ghetto mama) #74
다크데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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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0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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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아.. 주석씨 4집 나왓군요.. ;ㅁ;aa 잊고 있엇어요. 모 티비에서 새로운 뮤비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감상에 매말라 하시네요~~ ;ㅁ;ㅋㅋ
이렇게나 많은 분들에게 찌르시다니!<- 휘성보다 민우씨가 훨 어울려ㅇ...
ㅇㅁㅇ 처음으로 다크언니 소설 읽어요 ;;; 맨날 읽는다 읽는다 하면서 안읽었던 큐트를 용서해줘요 T^T 아까 1편부터 쭉~ 읽었는데 너무재미있어요 ㅇ_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