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래옥 최영숙 대표 / 조선일보
'우래옥'이다. 어마어마한 가게세는 논외로 하더라도 '아무나 들이지 않는다‘는 콧대높은 소호 거리에 당당히 한식당 간판을 내 건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래옥은 소호뿐 아니라, LA 베버리힐스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한국의 맛을 알리고 있다.
우래옥의 성공에는 최영숙 대표(59)의 뛰어난 경영감각이 있었다. 그는 "요즘은 아침에 눈을 뜨면 여기가 LA인지 뉴욕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면서 "각각 3주씩 머물며 식당을 관리하는데 너무 바빠 세월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평범한 가정주부이던 최 대표가 식당 경영에 나선 지 벌써 33년째. 이제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그는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최근 인천 송도에서 열린 한상(韓商)대회 참석을 위해 모국을 찾은 최씨를 만나 성공 비결을 들었다.
최씨는 결혼 2년만인 1976년 남편과 함께 미국 LA로 이민을 갔다. 당시 LA 한인타운에는 1974년부터 한식당 '우래옥'을 운영하고 있던 시어머니 고(故) 이춘봉씨가 있었다. 요리엔 자신이 없던 최씨지만 시어머니 일을 도와 열심히 식당을 키웠고 30여명에 달하는 직원을 고용할 만큼 장사가 잘 됐다.
10년이 넘는 세월을 LA 우래옥에 보낸 최씨는 1980년대 말 베벌리힐스의 고급 주택가에 들어선 중국식당을 찾았다가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
"중국음식을 파는 곳인데 분위기가 꼭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 같더라구요. 이거다 싶었죠, 우리 한식을 기본으로 하되 레스토랑 분위기를 현지인 취향에 맞게끔 꾸미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최씨는 이 때부터 한식당의 현지화 방안 찾기에 나섰다. 그것도 아주 지독할 정도로.
"새로운 개념의 식당을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푸드 컨설턴트인 엘마 코마카타를 고용했어요. 그에게 한국 요리책을 주고 공부해 오라고 시켰는데 얼마 안 돼 못하겠다고 두손을 들더라고요. '끓는물에 살짝 데친다,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다' 이런 불분명한 표현을 가지고 어떻게 제대로 된 요리를 만들겠냐는 거였어요. 그 때부터 요리 계량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 ▲ 베벌리힐스 우래옥 내부 / 조선일보
메뉴, 서비스, 분위기 등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마친 1993년 베벌리힐스에 '우래옥' 2호점을 열었다. 방패연을 이어붙인 외관에 높은 천정과 세련된 실내 분위기를 연출, 서양의 조화를 꾀했다. 무엇보다 음식의 '정체성'을 중요시하던 최씨는 '퓨전' 이 아닌 한식 본연의 맛을 추구했다. JapChae(잡채), BinDaeDduk(빈대떡), Dak(닭구이)처럼 우리식 발음 그대로 메뉴 이름을 표기했고 조리 방식이나 재료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덧붙여 메뉴 선택에 혼란이 없도록 했다.
현지인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우리 식당에 오는 손님의 90% 정도가 한식을 전혀 몰랐어요. 그런데도 '원더풀' 을 외치며 단골이 되더라고요. 손님들이 은대구조림 국물에 밥까지 싹싹 비벼먹고 빈그릇만 남기며 일어설 때마다 얼마나 뿌듯했는지 몰라요."
베벌리힐스에서 큰 성공을 거둔 최씨는 진짜 승부수를 던져보기로 결심했다. 까다로운 입점 조건은 물론 대외 인지도까지 고려해 가게를 들인다는 소호에서 99년 또 다른 '우래옥'을 개업했다.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를 갖췄고 모델, 배우 지망생 등 '꽃미남' 현지인을 종업원으로 고용했고, 완벽한 한국음식 설명이 가능하도록 교육시켰다.
최씨의 이런 열정 때문에 우래옥은 별 1개를 받기도 어렵다는 뉴욕타임스 음식 평가에서 무려 3개의 별을 받았다. 또 마돈나, 샤론 스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다녀간 맛집으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 ▲ 방패연으로 장식한 베벌리힐스 우래옥 전경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