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준 선생님흘러간 동화1
향호리추천 0조회 024.04.09 12:54댓글 0
따뜻한 겨울
전세준
“엄마! 어떻게 해 우리?”
엄마 품속에 머리를 파묻고 있던 점박이가 살짝 고개를 내밀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엄마를 살며시 쳐다봅니다.
“엄마, 이젠 겨울이 올 텐데…. 우린 어쩜 좋아?”
엄마를 향한 점박이 목소리에 흰둥이도 겨우 몸을 움직이며 엄마를 쳐다봅니다.
바람이 위잉-위잉- 소리를 내며 산등성이를 타고 겨울이 가까이 왔다고 알려 줍니다.
“으응…. 그래 지금도 이렇게 추운데.…. 어떻게 겨울을 보낼까 엄마도 걱정이다.”
점박이 식구는 엄마와 점박이, 그리고 흰둥이. 이렇게 세 식구입니다.
지금까지 엄마는 혼자 산속에서 살아왔지만, 예쁜 단풍잎들이 팔랑이는 가을에 점박이와 흰둥이가 태어나자 엄마가 사시던 조그마한 바위틈에 새로 집을 지었습니다.
점박이와 흰둥이가 태어나 눈을 떴을 때 가을 산은 온통 붉은 단풍으로 예쁘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엄마! 우리 집이 참 좋아요. 동굴도 있고…, 산도 예쁘고….”
“그래, 우리 집이 참 좋지?”
흰둥이도 끼어듭니다.
“그런데…, 아빠는 어디 갔어?”
흰둥이와 점박이가 태어날 때부터 아빠 얼굴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빠는 어디로 갔는지 나도 모른단다. 먹이를 가져 오겠다고 마을로 내려간 후 소식이 없구나. 이젠 우리들을 잊은 모양이야. 너희들 보기가 미안하구나.”
엄마의 목소리에 힘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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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숙아, 아기 강아지들이 불쌍해-
-그래, 아빠 얼굴도 모르고, 또 이렇게 산에서 태어나서….
-응, 그래 앞으로 먹을 것도 구하기 힘들고….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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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박이와 흰둥이는 아빠의 얼굴도 모릅니다. 얼마동안 눈도 못 뜨고 엄마 젖을 먹으며 엄마 품속에서 자랐고, 눈을 뜨고부터는 산속 바위틈에서 엄마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얘들아, 이제 조금 더 있으면 이 산속에 눈이 오고 추워진단다. 엄마는 오랫동안 여기서 살았기 때문에 괜찮은데 너희들이 걱정이다.”
“괜찮아요. 우린 엄마 품에서 엄마하고 같이 살면 돼요. 걱정 말아요.”
점박이가 제법 의젓하게 말합니다.
“그래요. 엄마, 걱정 말아요. 우린 추위를 이겨낼 수 있어요.”
흰둥이도 거듭니다.
“아니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너희들처럼 어렸을 때 이곳으로 온 것이 아니고 어른이 되어 이곳에 왔기에 추위를 이겨낼 수 있었지만, 너희들은 추위를 이겨내기 힘들게야”
엄마는 걱정스럽다는 듯 스르르 눈을 감습니다.
“여기 잠간 내려 소변 보고 오너라.”
도시 아파트로 이사 가면서 주인아줌마는 엄마를 길 옆 큰길에 내려놓고 쏜살같이 타고 온 승용차로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깜짝 놀라 소변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엄마가 타고 간 승용차를 따라 줄달음쳤지만 엄마는 혼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몇 번인가 옛날 살던 집을 찾으러 기억을 더듬어 찾았으나 결국 정든 집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엄마는 집을 잃고 길에 버려진 몸이 되었습니다. 시골 마을 쓰레기통에서 겨우 겨우 먹을 수 있는 것을 찾아 고픈 배를 채웠고, 이곳저곳 울타리 밑에서, 또 낯선 집 처마 밑에서 밤을 지내며 혹 주인아줌마가 다시 찾아올 날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그 후 주인아줌마는 다시 볼 수 없었고 하루, 이틀…, 떠돌이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저기 있다! 조심조심!”
“그물을 쳐! 빨리빨리!”
어느 날 빨간 자동차를 타고 온 사람들이 여기저기 긴 그물망으로 길을 막고 엄마를 잡는 작전이 시작되자 엄마는 몇 번이나 용케 피해 가까운 산으로 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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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 개라고 누가 신고를 한 모양이야-.
-그래, 맞아. 요즘 자기가 키우던 애완견을 너무 늙었거나 병들면 길에 버린데.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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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먹이를 찾아 하루 한 번씩 마을로 내려가 여기저기 쓰레기통을 찾아 겨우겨우 먹이를 찾아 끼니를 채울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마을 뒷동산에 혼자 살고 있던 엄마에게 찾아 온 것은 지금의 점박이와 흰둥이의 아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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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박이 아빠도 누가 버린 떠돌이였던가 봐.-
-맞아, 그러니 갈 곳이 없어 그물을 피해 산으로 온 모양이야.-
-아무리 병들고 늙어도 그렇지. 어떻게 자기들이 키우던 애완견을 내다 벌릴 수 있니?-
-그래, 그렇게 버리려면 처음부터 기르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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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빠는 바위틈에 있는 집에서 며칠을 사이좋게 살면서 결혼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인사도 없이 점박이 아빠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후 마을 어디에서도 점박이와 흰둥이의 아빠를 볼 수 없었습니다.
밤하늘 별들도 사라지고 아침 햇살이 수풀 사이로 살금살금 스며든 산속의 이른 아침입니다.
“너희들 어디가지 말고 집에 가만히 있어라. 집을 벗어나면 길을 잃을 수 있다. 내가 마을로 가서 먹이라도 찾아올게.”
“으응, 알았어. 빨리 다녀와야 해!”
“엄마! 맛있는 것 많이 가져와!”
“그리, 그래.”
언제나 두 남매를 두고 먹이를 구하러 마을로 내려가는 것이 불안했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먹이를 얻는 공부도 시키고 마을 구경도 시켜줄 겸 같이 가고 싶지만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엄마는 잘 알고 있습니다.
길 여기저기 그물을 치고 엄마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언제 또 나타날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 사람들에게 쫓기면 엄마는 재빨리 집으로 달려올 수 있지만 아기들은 잡혀갈 것이 뻔한 일입니다.
마을로 내려온 엄마는 마을 회관 옆에 있는 쓰레기 모아 놓은 곳으로 갑니다. 가끔 그곳에서 아기들의 먹이와 엄마의 먹이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앗! 또….”
엄마는 큰길 쪽에 나타난 그물을 든 아저씨들을 발견합니다.
“아니! 저기도….”
순간 엄마는 쏜살같이 줄달음치며 길 옆 수풀 속으로 몸을 숨깁니다. 숨도 크게 쉬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엄마를 찾습니다.
“에잇! 또 놓쳤어! 참 빠르네.”
“그 녀석은 천치인가 봐! 자기를 보호해 주려고하는 것도 모르고 도망만 치니. 쯧쯧….”
“녀석을 해치려는 줄 생각하는가 봐! 바보 같은 녀석! 호강시켜주려는 것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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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아저씨들한테 잡히면 좋은 곳에 가서 잘 먹고 살 텐데….-
-자기를 해코지 하려는 줄 생각하는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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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우리를 돌봐준다고? 그래서 나를 잡으려는 거야?’
엄마는 아저씨들이 하는 얘기를 가만히 듣습니다.
“빨리 잡아야지. 추운 겨울이 오면 산에서 어떻게 하려고. 먹을 것도 없을 텐데. 쯧쯧….”
아저씨들은 이야기를 나누며 그물을 쳐 놓은 마을 어귀로 갑니다.
‘정말일까? 아닐 거야. 나와 같은 떠돌이들을 모두 잡아 없애려고 하는 것 일거야! 아니, 정말 우리들을 도와주려고 하는지도 몰라….’
엄마는 어느 쪽이 맞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먹이를 얻지 못하고 엄마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살금살금 수풀 속을 지나 산으로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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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말이 맞는 말이다! 너희들을 구해주려는 사람들이니 어서 산에서 내려오렴.-
-겨울에 어떻게 아이들을 산에서 키우려하니?-
-걱정 말고 아기들을 데리고 마을로 내려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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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 겨울에 어떻게 먹이를 구해 아이들을 키울 수 없을 것 같아.’
아기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에 도착한 엄마는 큰 결심을 한 듯 아이들한테 입을 엽니다.
“자! 가자. 점박이도, 흰둥이도 나를 따라오너라. 이곳에서 겨울을 날 수 없다. 마을로 내려가자. 사람들의 말이 정말이라면 우리들은 살고 아니면 우리들은 죽는다! 자, 조심해서 날 따라 오너라 혹 먹을 것도 실컷 얻어먹을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먹을 것도 많아요?”
“추운 곳이 아니에요?”
엄마가 앞장서 산을 내려갑니다. 점박이와 흰둥이는 무슨 영문인 줄도 모르고 엄마 뒤를 따릅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산 아래로 내려갑니다.
“야! 저길 봐! 저기 개들이 내려온다.”
그물 앞에 서 있던 사람이 소리를 지릅니다.
“강아지도 있다! 빨리빨리 잡아라!”
사람들이 급히 달려옵니다.
엄마는 정신없이 졸졸 따라오는 점박이와 흰둥이를 뒤돌아보면서 천천히 사람들이 달려오는 골목길 그물 앞으로 갑니다.
“어? 가만, 가만있어요! 개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어! 도망가지 않고….”
엄마 뒤를 졸졸 따라온 점박이와 흰둥이는 사람들을 향해 꼬리를 흔듭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입니다.
엄마는 여기저기서 몰려드는 사람들을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며 길을 가로막고 있는 그물 안으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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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생각 잘했지?-
-응, 그래, 이제야 자기들을 보호해 주기 위해서라는 것을 안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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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박이와 흰둥이는 모여든 사람들이 반가운 듯 꼬리를 흔듭니다. 그러나 엄마는 꼬리를 푹 내리고 겁먹은 얼굴로 사람들 눈치를 살핍니다.
‘내가 잘못 생각한 것 아닐까?’
“참, 잘했다. 너희들은 이제 새 주인을 만나면 따뜻한 곳에 가서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고 너희들 가족끼리 잘 살 수 있단다. 자, 이리들 오너라!”
빨간 옷을 입은 아저씨들이 철망으로 만들어진 개집을 열고 한 마리씩 안으로 넣고는 예쁜 봉고차로 갑니다.
“허허허.…. 녀석들 진작 찾아왔으면 우리들이 고생을 조금 했을 게 아니야. 허허허!”
차에 실려진 엄마는 점박이와 흰둥이를 바라봅니다.
꼬리를 흔들던 점박이와 흰둥이는 조금 전과 달리 흔들던 꼬리를 아래로 푹 숙이고 두 눈은 무서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린 헤어지면 안 되는데…. 멍멍멍!”
“알았어! 너희들은 한 가족이니 한 울타리에서 새 주인을 만날 때까지 같이 살 수 있어.”
같이 차에 오른 빨간색 조끼 아저씨는 엄마의 마음을 어느새 알아차리고 엄마를 바라보며 싱긋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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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걱정마라. 아저씨들은 너희들을 보호해 주려고 좋은 곳으로 데려가는 거야!-
-이제 따뜻한 울타리 안에서 추운 겨울을 나면서 새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주는 밥 잘 얻어먹고 기다려. 그럼 새로운 너희들 주인이 나타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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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에요? 저 아이들이 하는 말이?”
“그래 맞아, 이젠 먹이도 없는 추운 산속에서 고생 안 해도 된단다.”
“고맙습니다. 아저씨! 저는 그것도 모르고 아저씨들이 그물을 칠 때 무서워서 도망치고 했어요. 아저씨들 고생시켜 정말 미안해요. 우리 아이들도 같이 갈 수 있어요?”
“응, 새로 만나는 주인에게 잘 부탁하면 될 수도 있어. 너는 아직 아이들을 더 돌봐야 할 것 같구나. 걱정마라. 우리들이 잘 얘기 해 주마.”
아저씨는 철창 안으로 손을 넣어 점박이를 쓰다듬어 줍니다.
“두 녀석 모두 참 예쁘구나!”
“고마워요.”
“얘들아! 우린 이제 따뜻한 겨울을 지낼 수 있고 맛있는 밥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엄마는 점박이와 흰둥이를 건너다보며 두 눈을 끔벅입니다.
“그래, 그래! 우릴 아저씨들이 새 주인을 만날 때까지 잘 돌봐 주신단다.”
“와아! 고맙습니다. 아저씨!”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점박이와 흰둥이는 다시 아저씨를 쳐다보면서 꼬리를 흔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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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1 잘되었지!-
-응, 그래 이젠 엄마와 점박이 그리고 흰둥이는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게 되었어! 또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되고.…. 아하! 참 잘되었다.-
-저 엄마를 낯선 곳에 버리고 간 그런 사람들은 만나지 말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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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차가운 겨울바람이 씽씽 불며 눈가루를 휩쓸고 갑니다.
엄마와 점박이, 그리고 흰둥이는 햇살이 쏟아지는 양지바른 곳에서 꼬리를 흔들며 따뜻한 겨울을 지내며, 마음 착한 주인을 기다리면서 하루 또 하루를 보냅니다.
전세준 선생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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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강원문인협회, 강릉문인협회, 한국아동문학회, 솔바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