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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통해 기록하고 있는 여행기를 공유합니다. 5불당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약간이나마 보템이 되었으면 합니다..
박물관 패스를 끊어놨더니 비자발적으로 부지런히 돌아다니게 됐다. 순수박물관을 제외하곤 박물관 패스로 입장이 안된다는 곳은 안가게 됐다.
순수박물관(THE MUSEUM OF INNOCENCE)_1018
오르한 파묵이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박물관이다. 그의 책과 그에 관한 비평집을 읽다보니 찾게됐다. 특이하게도 순수박물관 책에는 이 박물관 입장권이 포함되어 있다. 혹시나 이스탄불에서 한글판을 구할 수 없을까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불가능했다. 영문판을 사도 못읽을게 뻔해서 그냥 입장료내고 찾아갔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작가와 박물관 설립 배경에 대해 알고가니 보는 재미가 쏠솔했다. 오전에 가니 사람도 없고 전시에 아주 몰입했다. 한 사람의 일생과 수집력에 관한 전시라 오래된 이스탄불 물건들을 잔뜩 볼 수 있었다. 수 천개의 담배꽁초가 입구부터 압도했다. (우린 터키가 세계에서 담배를 가장 많이 피우는 나란 줄 알았다. 카페에서 차이와 담배를 끝도없이 피고 마셔대기 때문이다. 막상 찾아보니 OECD 국가 중 5위 권이다. 그럼 1위는? 무려 그리스..) 2층, 3층에 걸쳐 시계, 장신 구 등 잘도 모아놨다. 오래된 이스탄불의 사진들도 있다.
아야 소피아(AYA SOFYA)_1020
아야 소피아를 보겠다고 처음 술탄 아흐멧으로 건너갔다. 탁심만 붐비는 줄 알았는데 여긴 또 어마어마하다. 이스탄불 시내 교통이 중심이라는 EMINONU에서 내려 걸어갔다. 시장통 골목이라 어지럽다. 돌아오는 길엔 트램길을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는 걸 알았다.
비잔틴 제국이 지은 걸 모스크로 쓰다가 박물관으로 만든 거란다. 스케일이 웅장하다. 타일이 인상적인데 내부는 공사 중이라 정신이 없다. 나중에 그 옆에 무덤도 들어가봤다. 다른 입구로 무료로 들어가면 됐다. 투르크 족이 유목민 성향이라 그런지 게르처럼 무덤을 만들고 그 안에 그냥 관을 모셔놨다.
터키 이슬람 예술 박물관(TURKEY ISTANBUL ART MUSEUM)_1021
한창 ‘아랍’책을 읽을 때고, 마침 오스만제국 시기를 지나서 가니 유익했다. 대략 600년 이후의 터키와 이슬람 세계의 역사를 유물과 함꼐 보여줬다. 한쪽엔 코란이 많았고, 그 다음엔 예언자 무함마드의 흔적들이 고이 모셔져있었다. 기왓장 너머로 블루모스크의 자태도 볼 수 있었다.
예술박물관과 블루모스크 사이의 광장에는 오벨리스크도 있고, 오전엔 낙엽 날리는 이스탄불의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블루모스크 조망하기에도 좋았다. 언덕을 내려가니 한적한 잔디밭과 모스크가 있었다. 그 앞에 터키스러우면서도 쾌적한 카페가 하나 있었다. 거기서 터키쉬 커피를 마시며 햇볕을 마음껏 쪼였다.
귤하네 공원(GULHANE PARK)과 모자이크 박물관(MOSAIC MUSEUM)_1022
주말을 맞아 톱카프 궁전을 끼고 있는 귤하네 공원을 갔다. 나란히 옥수수를 물고 가는 커플들도 많았다. 여편님도 하나 드셨다. 이스탄불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간식 중 우리가 가장 사랑한 것은 옥수수였다. 보통 2리라 정도에 찐옥수수나 군옥수수를 골라 먹을 수 있었다. 관광객 뿐만 아니라 이스탄불 남녀노소가 즐기는 간식이다. 군밤도 한 두 번 사먹었는데 좀 고급 간식이다. 그래서 그런지 탁심 거리엔 군밤 장수만 있었다. 공원을 통해 보스포루스 해협을 가려고 했으나 그쪽은 다 공사중이었다.
블루모스크 뒤 편에 있는 모자이크 박물관을 갔다. 융단박물관도 가보고 싶었지만 박물관 패스는 안 받는단다. 받아준다는 모자이크 박물관을 갔다. 가는 길엔 여러 기념품 매장이 많았다. 모자이크 박물관의 모자이크는 그 타일은 아니고 비잔틴 시절 모자이크 바닥들을 보존한 곳이었다. 비잔틴 시기답게 힘차고, 자연스러운 모자이크가 많았다.
주말엔 아쉬굴이 없어 돼지 고양이 밥 주는 등 집안일이 많아 관광을 쉬었다. 하루는 이사를 했다. 박물관 패스가 이틀 남아 다시 관광을 재개했다.
톱카프 궁전(TOPKAP PALACE)_1026
이스탄불 관광의 화룡점정, 긴장된 마음으로 아침부터 여편님을 보채 길을 나섰다. 오스만제국 최전성기의 궁전과 유물들을 볼 수 있었다. 진귀한 보석을 모아놓은 곳도 있다는데 못봤다.
엄격한 입장 절차를 마치고 입구로 들어섰다. 다들 가운데부터 몰려가길래 오른쪽 길로 샜다. 주방이었다. 엄청난 크기의 솥과 기구들로 왕실과 궁중 식구들의 음식을 만들던 곳이다. 그 주요 식기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생동감이 넘쳤다. 또 한켠에는 프랑스, 러시아, 독일 등 다른 왕국으로부터 받은 식기 세트도 있다. 톱카프 궁전의 장점은 각 구역별로 주제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주방을 다 둘러보고 나서 시계방, 무기방 등을 관람했다. 주방과 시계 모두 오스만제국 것은 물론, 중국과 유럽 왕실 등 어디서 온 것인지 표기되어 있었다. 동서 교류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대충 1차 관문의 방들을 둘러보고 다음 관문으로 들어섰다. 정원이 있었다. 이슬람 양식의 타일로 둘러쳐진 건물과 그 안의 쇼파, 창으로 비치는 장미 정원이 아름답다. 정원과 왕실의 건물들을 둘러보고 나면, 뒷편의 보스포루스 전망을 볼 수 있는 테라스로 이어진다. 여기 카페 가격이 무진장 비싸서 커피는 제겼다. 어쨌든 파묵이 노래하던 그 해협을 보니 또 이스탄불의 감동이 벅차올랐다. 흑해와 에게해 나아가 지중해를 잇는 해협이라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 많은 교역선이 드다드는 해협이다. 한데 워낙 좁은 해협이라 물살이 거세 사고가 잦다. 한 번은 유조선과 양 3만 마리를 실은 화물선이 충돌해서 바다는 기름 범벅과 양의 울음 소리로 가득찼다고 한다. 고작 몇 마리의 양 만이 근처 카페에 있던 사람들에게 구조됐고 대부분 몰사했단다. 침몰한 배에서 불도 나서 해협에 위치한 목조 저택들이 타거나, 검게 그을렸다고 한다.
정원 한켠에는 신성한 방이 있다. 예언자 무함마드의 수염과 발자국을 찾은 많은 이슬람 교도들이 경건하게 관람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또 아브라함의 사발, 요셉의 터번, 모세의 지팡이, 다윗의 검, 세례 요한의 팔 뼈가 있다. 조지아 예수의 망토에서부터 차오르기 시작한 여편님의 신앙심이 의심으로 고조되었다. 검색 결과 세례 요한의 유해와 무덤만해도 세계 여기저기 분포한다고 한다.
끝으로 하렘을 둘러봤다. 터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타일과 수도꼭지가 아름답다. 박물관 샵에 들러 엽서를 샀다. 터키 박물관 샵은 매력적인 상품들이 많다. 심지어 바겐 세일까지 하니 늘 관람객의 마음을 흔든다. 톱카프 궁전에서 나오니 박물관 샵이 하나 더 있다. 여긴 상품이 더 많다. 엽서도 더 많다. 후회했다.
간만에 엄청난 스케일의 관람으로 허기가 졌다. 술탄 아흐멧 광장에 가면, 아야소피아 반대편 블루모스크를 볼 수 있는 곳의 식당있다. 여길 두 번이나 갔다. 처음에 여편님이 수프를 먹으며 건너편 사람들이 치킨 케밥을 먹는 걸 봤다. 다음에 가서 치킨 스테이크를 시켜 먹었다. 참 닭가슴살을 맛깔나게 구워준다.
이날도 각자 치킨스테이크와 닭꼬치 구이를 시켜 배불리 먹고 노고를 치하했다.
그리고 집으로 향했다. 오벨리스크를 지나 골목길로 언덕을 내려오다보면 건물 사이로 햇살이 부서지는 바다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바다에 크고 작은 화물선들이 떠다닌다. 이스탄불에서 내가 가장 사랑한 풍광 중에 하나다. 이날도 이 풍경을 보다 사진을 찍으려고 보니 사진기가 없었다. 최근 불거진 나의 배를 보고 여편님이 톱카프 궁전 박물관 샵에 놓고 온 것이다. 부랴부랴 왕복 한 시간을 더 걸어 카메라를 찾아왔다.
고고학박물관(ISTANBUL ARCHAEOLOGY MUSEUM)_1027
박물관 패스 마지막 날이라 의무감에 찾아갔다. 비가 와서 오래된 박물관 건물이 운치있었다. 시대상으로 고고학박물관-예술박물관-톱카프궁전이다. 메소포타미아,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유물들이있다. 거대한 조각상들과 사자 장식이 맘에 든다. 계단 한축의 메두사 얼굴도 인상적이다. 이쯤되니 그리스로마 양식의 조각상이나 조각돌에는 감흥이 잦아들었다. 키오스크에 그릇들에 더 눈길이 갔다.
박물관 패스가 끝나고 남은 기간은 평화롭게 보냈다. 대충 독서와 잡일 하루, 가벼운 산책과 관광 하루, 독서와 잡일 하루 이런식으로 보내며 이스탄불의 생활을 정리했다. 바로셀로나 문양이 그려진 롱타올도 샀다. 스리랑카에선 무지개물이 끝없이 나왔는데 이번엔 빨노파 물만 좀 나와서 그냥 쓰기로 했다. 상징처럼 입고 다니던 바람막이가 닳고 달아 츄리닝 세트를 사려고 했다. 맘에 드는게 없어서 편하게 입을 바지만 샀다. 대충 짐정리가 되서 한국으로 택배도 한 번 보냈다. 6키로가 넘었는데도 3만원 선에서 마무리가 됐다.
시장 구역_그랜드바자_향신료바자_이집트바자(GRAND BAZAAR_SPICE BAZAAR_EGYPTIAN BAZAAR)_1029_1102
소포를 보내기에 앞서 시장을 찾았다. 주요 명소도 다 봤으니 득템의 열망이 차올랐다. 막상 건진 건 별로 없었지만 즐거운 시장 탐험이었다. 주말엔 그랜드바자와 향신료바자가 모두 닫았다. 그래도 그 주변의 시장통은 활기가 가득찼다. 일반 시장을 둘러보는 것도 재밌었다. 향신료 시장 주변에는 각종 기념품과 식료품 등등이 잘 범벅되었다. 자연산 올리브와 찢어먹는 치즈를 사서 유용하게 먹었다. 견과류와 새우도 구입했다. 줄서서 사는 커피집이 있어 커피도 200g 샀다. 집에서 물에만 타먹어도 꿀맛이었다.
평일에 시장 구역을 다시 찾으니 그랜드바자와 향신료바자 모두 열려있었다. 보기엔 볼거리가 많았다. 기념품을 못사니 살건 없었다. 한쪽에는 황금 가게들이 몰려있었다. 융단을 침낭으로 쓸 수 있다면 샀을 것이다. 괜히 아쉬운 마음에 비누를 하나 샀다. 향신료바자 입구엔 큼지막한 향신료 가게가 있었다. 거기가 장사가 잘 되니 그나마 신선할 것 같아 견과류와 자스민 차를 샀다. 요즘 이스탄불 관광객이 급감해서 이 바자들이 폐점하고 있단다.
불가자다섬(BURGAZADA ISLAND)_1031
날을 잡아 아쉬굴 집에서 만난 젬 아저씨가 있는 섬으로 갔다. 이스탄불 아래에는 대략 3개의 섬이 있다. 예전에 감옥으로 쓰이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PRINCE ISLAND로 불린다. 젬이 섬 이름과 자신이 근무하는 식당 이름을 알려줬다.
이스탄불에는 사설 페리도 있지만 버스, 트램, 지하철 등 대중교통과 환승할인까지 되는 공공 페리도 있다고 했다. 대충 검색해보니 KABATAS에서 페리가 있었다. 9시 반 페리를 타려고 일찍부터 집을 나섰다. 트램을 타고 KABATAS로 공공페리 정류장은 공사 중이었다. 사설 페리 선착장에 가서 물어보니 EMINONU로 가라고 했다. 다시 트램을 타고 EMINONU로 돌아갔다. EMINONU에 가니 여러 공공 페리 정류장이 있었고, 각 정류장마다 노선과 시간표가 비치되어 있었다. 이렇게 간단한 것을 괜히 인터넷을 뒤졌다.
이스탄불 교통카드를 하나만 갖고 둘이 쓰다보니 환승 할인은 한 명만 적용이 됐다. 그래도 5리라라는 저렴한 가격에 페리를 타고 이곳 저곳을 다닐 수 있다는 엄청났다. 아쉬굴도 페리를 타고 출퇴근하길 좋아한다고 한다. 나라도 조금 오래 걸려도 이런 낭만있는 페리를 타고 다닐 것 같다. 지하철 타듯이 교통카드를 찍고 들어가서 페리를 기다렸다.
오전 10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페리에 올랐다. 페리 안에는 차와 시미즈 빵 등 저렴한 매점도 있었다. 차를 한 잔 마시고 서서히 출발하는 창밖을 바라봤다. 신나서 밖에 나가서도 보고 따뜻한 객실에서도 봤다. 페리는 섬으로 바로 가지는 않았다. 공공 페리답게 유럽 지구, 아시아 지구를 거쳐 각 섬을 거쳐 돌아오는 루트다. 첫 번째 섬이 가장 큰 섬인지 여러 리조트와 집들이 언덕을 빼곡히 채웠다. 불가자다 섬은 다른 섬에 비해선 소박했다. 올 때도 같은 페리를 탔는데 하교 시간이라 어린 학생들이 페리에서 우르르 몰려나왔다. 갈 때와 달리 페리 안에선 노래도 부르고 시끌벅적했다. 페리에서 바라보는 낯선 아시아지구, 익숙한 유럽지구의 풍경도 새로웠다. 범고래같은 유조선도 한참을 따라갔다. 다시 생각해도 훈훈한 공공 페리의 광경이다.
불가자다 섬까지는 대략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선착장에서 내리니 헤멜 것도 없이 젬이 일하는 식당이 보였다. 어디 구석진 식당에서 일할 줄 알았는데 섬에서 가장 목 좋은 곳이었다. 청소하던 젬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줬다. 차를 한잔 마시며 섬 살이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곧 섬 구경을 시켜줬다. 작은 시내와 조용한 골목들을 돌아보고, 언덕 산책로도 알려줬다. 동네 개들이 다 따라붙었다. 그리고 다시 젬이 일하는 식당으로 돌아가 점심을 먹기로 했다.
매콤한 요거트 샐러드와 굵은 콩 조림을 먹다보니 토실토실한 물고기가 나왔다. 블루피쉬란다. 신난 김에 낮부터 맥주도 곁들여 먹었다. 쫄깃쫄깃 생선살이 맛있었다. 덤으로 디져트까지 내줬다. 얼마냐고 물어봤다. 무려 180리라. 한국 돈으로 대략 7만원. 여행, 아니 결혼 생활을 통틀어 둘이 한 끼에 나와본 적이 없는 금액이었다. 떨리는 가슴을 달래며 섬 산책에 나섰다.
아까 젬이 안내해줄 때 따라 붙었던 개 하나가 있길래 가자고 했다. 선뜻 따라나섰다. 살짝 불쌍해 보이는 생김새지만 덩치가 워낙 듬직했다. 데리고 다니니 사람 없는 길도 든든했다. 근데 막상 말이 나오니 우리와 같이 머뭇거렸다. 1시간 정도 산책로를 따라 오르니 곧 섬 전체와 다른 섬, 멀리 대륙의 건물들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날씨도 맑았다. 내려오는 길에 개와 헤어졌다. 남의 구역으론 못 가나보다. 그러다 영화처럼 개가 달려왔다. 감동적인 재회였다. 그리고 다시 젬이 있는 식당으로 돌아가서 인사를 나눴다. 3시 반 페리를 타고 유유히 집으로 돌아왔다.
블루모스크(BLUE MOSQUE)_1102
두고두고 겉모습만 보다가 이스탄불 마지막날 찾았다. 왠지 겉에만 봐도 아름다운 건물이라 아껴두고 싶었다. 12시가 다 되서 갔더니 곧 예배 시간이란다. 서둘러 들어갔다. 내부의 건물 색깔 하나하나가 다 고았지만 푹신한 양탄자가 가장 좋았다. 눈치없이 뒹굴며 사진도 찍었다.
이스탄불 기타 먹방
무스타파 제과점(MUSTAFA TURKISH DELIGHT)
터키하면 터키쉬 딜라잇이다. 사실 메론을 한 번 사먹었는데 거대한 메론이 그대로 설탕 덩어리였다. 과일이 이렇게 달고 맛있으니 딜라잇이 더 달지 싶었다. 동네 제과점에서 한 두번 터키쉬 딜라잇을 사먹었다. 커피를 진하게 타서 함께 먹으니 좋았다. 시내에서 가장 좋아보이는 제과점에 들어갔다. 1800년대부터 있었다는 무스타파 제과점이다. 술탄 마흐멧 초입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어 전망도 좋았다. 주말이라 사람이 미어터졌다. 탄불러들은 어떻게 먹나 봤다. 다들 1인 1딜라잇 체제를 유지했다. 우린 조심스레 치즈돈까스처럼 생긴 걸 하나 시켰다. 뜨거운 돌판에 파삭달달한 겉껍질 안에는 치즈가 가득했고, 위에는 피스타치오 가루가 뿌려져나왔다. 다음 번에는 여편님이 먼저 집에 들어가 쉬는 날 혼자 들렀다. 푸딩케이크를 꼭 먹고 싶다는 여편님이 생각났다. 골라보려는데 아저씨가 바클라바 하나를 집어줬다. 먹고나니 무장해제되어 바클라바 여섯조각을 한 박스에 담고 있었다. 꽤나 비쌌지만 확실히 동네 제과점의 것들과는 품격이 다른 클래스였다.
길거리 음식_고등어 케밥
갈라타 포구 옆의 해안가에 고등어 케밥집들이 늘어서있다. 배에서 파는 것이 특징이다. 옹기종기 모여앉아 케밥 하나를 시켰다. 레몬즙을 쫙 바르고 옆에서 파는 물김치도 하나 사왔다. 온몸에 바다 냄새와 북적이는 거리가 모두 퍼지는 맛이다.
그 외에 앞서 말한 옥수수, 군밤, 기름떡, 아이란, 굳이 길에선 안 사먹게 되는 케밥, 만만한 식당에서 먹는 미트볼 정식 등 막상 다른 나라에 오면 그리워지는 다양한 먹거리들이 넘쳐났던 곳이다. 동생이 추천한 살렙은 마지막 날에야 마셨다. 진작 알았으면 더 많이 먹고 즐겼을 것이다.
고급생선식당_BALIK SABAHATTIN
한 번은 제대로된 생선 요리를 먹겠다고 맛집을 찾아나섰다. 술탄 마흐멧의 구석진 주택가에 자리한 집이다. 한국으로 치면 인사동 한정식 느낌이다. 공무원인지 대기업 입원인지 기사도 있는 분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긴장된 마음으로 홍합밥 하나에 돔구이, 대구튀김을 시켰다. 올리브기름과 빵도 맛있었다. 나중에 젬의 식당에서 먹은 것에 비하면 비싼 것도 아닌데 괜히 긴장했다.
정리하다보면 끝도 없는 이스탄불에 대한 감상이다. 여러 풍경들을 뒤로하고 이스탄불을 지배하는 기억은 거대한 도심 한가운데 가득한 낚시꾼들, PATATOS 같은 최신 식당 안에 들어와 부지런히 감자 조각을 주워먹는 참새들, 고급생선식당에 마구 난입해 화분 뜯어먹는 염소들, 작은 골목 카페에 붙어 앉아 케밥 먹고, 차 마시고, 해바라기 까먹는 사람들이다.
난민
이스탄불에 난민들이 많다. 도움을 청하는 손길도 많다. 거기선 바로 도울 엄두가 안났다. 일전에 알고 있던 시리아 난민 후원 단체에 기부를 했다.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헬프시리아: https://www.facebook.com/helpsyriaplease/
참고_터키 박물관 산책_이희수
책을 직접 읽은 건 아니지만 목차가 큰 도움이됐다.
부록_10월의 독서일기
책 읽기 좋은 계절이고, 차이와 터키쉬 커피의 향기가 어린 책들이다. 터키 가이드북을 포함해 이 무거운 책들을 덜게 됐다. 한동안 배낭이 가벼울 거다.
론리 플래닛:터키 편(720g)+아랍(1186g)+여기에는(510g)+이스탄불(766g)=3182g
론리 플래닛:터키
운좋게 득템한 최신판답게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런 저런 유적이나 건물도 많은데 도움이 많이 됐다. 거기다 역사, 문화, 음식 등과 관련한 지식도 잘 담겨있었다. 거기다 괴레메 트레킹 루트에 대한 소개도 유용했고, 파묵칼레 석양이 좋다는 얘기가 있어서 석양까지 기다릴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장점은 다 한글판이라서 가능했던 것 같다. 영어판은 루트나 교통편만 확인하기도 힘들다.
아랍: 오스만제국에서 아랍 혁명까지_유진 로건_20161101
분량의 압박이 상당했다. 중동 전문가인 인남식 교수님이 추천하신 아랍 역사서 가운데 하나다. 이 책과 함께 추천한 또 다른 책은 ‘현대 중동의 탄생’이라는 책이다. 마지막 한 권은 국내에 번역되지 않았다. 오스만 제국의 정복기 이후부터 2011년 아랍 혁명의 바람이 불 때까지를 다뤘다. 20세기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현재 아랍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분쟁의 뿌리를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다루는 지역은 이집트와 시리아, 레바논, 사우디아라바아, 이라크, 알제리, 튀니지, 모로코 등이다. 생각외로 터키 근대사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다행히 론니 플래닛 터키 편에 있는 터키 현대사 이야기로 대강 흐름을 잡을 수 있었다. 아타튀르크 평전이나 터키 현대사에 대한 책이 국내에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이스라엘의 탄생과 팔레스타인 점령, 여기에 불씨를 제공한 열강의 묵인이 이어지는 부분이다. 이어서 이집트 나세르의 투쟁기를 통해 이 나라의 여러 면을 알 수 있었다. 석유를 탈환하고 이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구축한 아랍 국가들의 도전기는 현대사의 여러 파편들을 연결해 주었다.
끝없는 분쟁 과정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감정적 연민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분쟁의 뿌리를 알고 어디가 문제고 어떻게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할지를 함께 고민할 바탕을 까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면에서 한 시간에 20쪽을 겨우 넘기면서도 800쪽에 달하는 시간을 투자한 것은 잘 한일이다. 이런 두꺼운 책을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것도 여행자가 누릴 수 있는 큰 호사 중에 하나다.
여기에는 아무도 없는 것만 같아요:고뇌의 레바논과 희망의 헤즈볼라_박노해_20161101
아랍을 읽기에 앞서 이 책부터 읽기로 했다. 역사의 순서론 뒤로 읽어야 했지만 가볍기도 하고, 감정적으로 공감대를 갖추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아랍에서 단편적으로 언급되는 헤즈볼라의 투쟁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또한 단순히 숫자나 관찰자의 눈으로만 표현되는 전쟁의 폐혜를 더 입체적으로 겪을 수 있었다. 터키에서 느끼는 것만으로도 아랍 세계는 인류 탄생의 중심지이고, 우리가 누리는 종교와 농경 문화의 뿌리이다. 그리고 현대 문명을 지탱하는 석유가 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생각할 수록 신비하고 아름다운 이 땅이 전쟁으로 폐허가 되고, 이 땅을 지키는 사람들이 그 소중한 유산들 때문에 아픔을 겪고 있다.
이스탄불 도시 그리고 추억_오르한 파묵, 오르한 파묵 변방에서 중심으로_이난아_20161007
오르한 파묵 전문 번역가인 이난아씨의 파묵 연구서를 먼저 읽었다. 이스탄불을 바로 읽으니 별로라는 여편님의 추천이었다. 그의 배경과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좀 더 알고나니 이스탄불을 읽기가 훨씬 수월했다. 그렇다고 다른 에세이 마냥 술술 읽히진 않았다. 그가 너무나도 애정하는 도시 이스탄불과 그의 삶에 대해 끝임없는 묘사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래서 트라브존에 처음 왔을 때부터 이 나라 사람들의 습관 하나하나, 소품 하나하나를 더 눈여겨 볼 수 있었다.
이스탄불이라는 도시에 대한 흥미와 기대감도 더욱 배가 된다. 도시에 여전히 남아있는 대제국의 영광은 서양인들에게는 신비와 아름다움이 되지만, 현재도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아련한 향수가 되고 이는 현재에 대한 비애가 된다. 이런 정서가 이스탄불과 그곳의 사람들에게 꾸준히 남아있다는 얘기를 한다. 파묵은 서양 여행자의 이스탄불 여행기와 회화를 탐독하면서 이스탄불 여행자와 생활자의 상반된 모습을 잘 대비시켜준다.
어쨌든 오르한 파묵과 그의 작품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어느 도시를 볼 때 마다 한 걸음 더 멈춰서 생각해 볼 것들을 많이 던져주는 책이기도 하다. 도시 여행이 대부분인 우리에게 좋은 여행 지침서의 역할도 한다. 그런 면에서 도시를 볼 때 건물 뿐만 아니라 그 건물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는 얘기가 인상 깊었다.
끝으로 이 책에서 주구장창 나오는 얘기가 서구에 대한 터키인들의 열등감과 서구화에 대한 열망이다. 터키가 유로 축구 대회에 나가고, 월드컵 유럽 예선에 속하고, 언제든 유럽 연합에 가입할 준비가 되어있는 나라라는 것들이 여전한 사실임을 뒷받침한다. 허나 총균쇠를 읽으며 형성된 요즘 나의 시각에서는 터키, 그리고 아랍권 모두를 서양 혹은 서구로 분류하고 싶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모두 여타의 종교는 달리 매우 유사점을 많이 갖고 있으며, 그 기원 또한 같다. 한 뿌리를 갖는 두 종교를 중심으로 형성된 세계라는 점과, 터키와 시리아 인근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형성된 농경문화(빵 문화)를 기초로 한다는 점이 이들 문화의 중요한 공통점이다. 이스탄불을 동양의 시작점으로 보면서 터키부터 모두 동양의 세계라고 보는 것은 여러모로 포괄적이지 못한 틀이다.
굳이 이스탄불부터 일본에 이르는 문화권을 하나로 묶고 싶다면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체제를 언제 시작했느냐로 구분하는 것이 옳다. 그런면에서 모두 제3세계에 속했다는 면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자본주의 체제의 후발주자로서 선진국의 문화를 동경하고 과거의 영광스러운 문화를 그리워 하는 면이 이들 지역 사람들이 갖는 정서적 유대감일 것이다. 구분이야 어떻든, 한국전쟁 참전 말고도 우리의 한과 비슷한 비애의 정서를 공유한다는 점을 알게되니 한결 더 친근한 나라로 다가오는 것이 터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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