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줄지않고 나날이 늘어나는 짐들을 당장 필요치않다고 버릴수도없고
그저 쌓아두는 베란다창고
뭐하나 꺼내려면 줄줄이 사탕으로 줴다 끄집어내야하니
문 닫혀진 창고안 바닥틈으로 그간 쌓인 먼지가 손마디를 씨꺼멓게 번져놓는다
다신 안볼것처럼 던져 올려놓고 억지로 문을 닫아 내눈에서만 안보이게 감춘다
그 창고안에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고있는 골프채
요즘 붐처럼 남녀노소 연습장에서도 많이 볼수있고
상류층레져가 아닌 일반인들도 취미생활로 하는건 알지만
난 하고싶은 마음이 전혀 생기질않는다
지금 우리집창고에 있는것은 아주버님이 초기에 배우던걸 남편에게 준건데
남편도 별 흥미를 못느끼고 나랑 가끔씩 등산을 할 뿐이다
묵직한 가방속엔 여러개의 골프채가 있는데
그것도 요소요소에 필요하다니 그냥 한개로 쳐버리지 스트레스풀려다 골치가 더 아플것같다
가장 기본적인 채 하나는 비서학을 부전공으로하는 딸애가
교양과목에 골프실기가 있어 연습하며 잡아보는정도.
강당에서 골프시간에 한번식 배팅하면
옆에 서있던 친구들이 서로 "사모님 나이스샷~!!' 해주며 깔깔댄다던가..
골프는 아직도 사치스럽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생각이 박혀있는 나에게
작년 가을 아주버님대신으로 우리부부가 중소기업경영자쎄미나에 3박4일 참석하게되었다
모여진 회비로 가는거라 안가면 손해이고
몸이 불편하신 아주버님이 우리보러 가라고한거여서
난 제주도 신라호텔에서 숙박이며 하루 두시간정도 쎄미나참석만하면 되는거라 들떠있었고
들고갈 핸드빽이 마땅치않아 딸과 같이 들기로하고 고가의 명품백을
처음으로 큰맘먹고 마침 무이자할부라 홈쇼핑에서 주문했는데
그곳 창고담당자 실수로 두개가 와서 그거 하나 돌려주고 가슴쓰린 기억이 바로 그때다
아시는 분은 기억하시리라....
딸이나 남편이 출장중에 사용하는 끌고다니는 기내가방에 간단하게 갈아입을 옷과
가는날은 정장과 그 비싼 핸드빽을 들고
남편도 가장 번듯한 양복에 잘 챙겨입혔다
안내팜플렛에 만남의 장소로 쓰여있는 곳으로 가니
부부들의 모습이 모여들고 매년 같이들 갔는지 서로들 인사하고 되게도 반가운척들을 한다
우린 처음이라 아무도 아는사람이 없고
멀둥멀뚱 쳐다보며 아침도 걸르고 일찍 가서 패스트푸드점에서 밀빵과 쥬스를 먹고있는데
거기서도 부부들이 함박꽃을 피우고있다
짐들을 보니 모두 골프가방 부부가 하나씩 있고
기내가방도 홈프러스에서 산 우리가방이 아닌 유명 명품이름이 대문짝만하게 쓰여있거나
아무리봐도 우리꺼랑은 비교가 안 될만큼 고급스러워 우리가방을 끌어다 내 발밑으로 땡겨놓았다
그때부터 서서히 기죽기시작..
난 사실 명품이니,,메이커니..그런거에 치중을 전혀 안하는 사람이다
내 멋에 살고 나만 좋으면 되고 싸고 좋은 것을 찾아서 멋내는 사람이 진짜 멋쟁이라고
여기던 사람이었는데..
그 강한 의지가 바닷가에 쌓아올린 모래성처럼 서서히 무너져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내가 입은 옷도 우리나라 메이커정장이었는데
다른 싸모님들을보니 명품의 골프웨어에 명품구두..
남편이 명절날 가져다 준 구두티켓으로 산 내가 신은 가장 편한 에스콰이어구두는
왜 이리 구닥다리 신발같은지..
무려 200명의 부부가 출발을 하는데 화물칸에 가방을 부치러
길다랗게 줄을 섰고 내 눈엔 그넘의 골프채가 눈에 거슬린다
나이는 한눈에 봐도 우리보다 연장자이긴한데
간혹 비슷한 연배들도 또 골프가방은 옆에 차고있는것이다
"야~ 이깟거같고 뭐 기죽어서 그래 이경선바부당..아자~!"
혼자 내 기분을 업 시키며 노력은 하는데
이젠 눈에 사람얼굴이 보이는게 아니라 그사람 짐보따리와 입은 옷의 영어단어를 읽고있는것이다
이미 즐거운 여행을 바랬던 나는 초장부터 먹물이 흐려져있다
신문을 들여다보고있던 남편에게 조그맣게 지금의 내 기분상황을 설명하니
남편은 하하하 웃는다
뭘 그런거갖고그러냐면서 우리것도 좋아,괜찮아~!!하더니
그럼 면세점가서 가방 하나살까? 한다
"아냐,아냐,,저건 버리구??미쳤나봐~!!"
갑자기 명품에 눈이 돌아간 허황된 마누라가 되다보니 매번 일본출장에 들려보내도
아뭇소리 안하고 잘 들고다닌 남편이 존경스럽기까지..
아직 탑승시간이 안되서 대기의자에 앉아있다가
딸에게 이 비참한 엄마의 실황을 고하지않을수없었다
"엄마지금 깨갱이여..야,,모두들,,명품으로 도배를했어야~~그냥 수원으로 가고시퍼..."
ㅎㅎㅎㅎㅎ
딸의 공감하는 터지는 웃음소리와함께
"엄마,,나 중국갈때 심정 이제사 알겠네??
요새 애들도 다 명품들고 다녀,,내가 그때 얘기했을땐
뭐 그런거갖고 그러냐고 한 사람이 누구야? 몸으로 느껴지지?? ㅋㅋㅋ"
약을 바짝바짝 올린다 나쁜 것..
그러더니 또 나를 띄워준다
노친네 사장님,사모님중에서 우리 엄마,아빠가 가장 젊으니 젊음으로 승부하셈~!!! 용용
제주공항에 도착하고
200명인원이 호텔로 갈 대형버스가 몇대 프랫카드를 들고 나와있다
몇년째 행사라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부부끼리들 친해서 옆자리에 앉고
사업이야기며 골프를 어디로 치러갔다는둥
그넘의 골프,골프..
잘 도착했다고 집으로 전화하는 목소리들도 어찌나 우아하고 고상한지
나처럼 딸에게 하소연하는 사모님은 전혀없다..
내집이면 좋을듯한 호텔방에 들어가 가방을 풀고
그가방이나 이가방이나 옷은 잘들어가고 멀쩡히 잘 오긴하더만
근데 넌 좀 갈때까정 저 구석쟁이에 숨어 있거라...
미안시럽지만 내 당장 집에 가면 너 가방부터 바꿔버릴 것이야~!!
점심을 연회장에서 둥그런 탁자에 10명씩 앉아먹고
회사이름과 직책이 쓰여진 명찰 하나씩 나눠주어 목에 걸고 서로의 이름을 보며 명함을 주고 인사를 건넨다
이제사 보니 모두 경영자들만 온게 아니고 부장이 온 회사도있고
그 좋은 호텔방에 부인을 안 데리고 온 사람도 있었다
저녁엔 개그맨 김학래가 사회로 야외부페로하고
지역별로 앉으니 수원은 건너건너 알만한 사람들
남편은 인사하며 명함을 주고받고있다
3박4일의 예정에 오전 쎄미나가 끝나면 레져활동이있는데
골프,등산,관광 3가지이다
우린 등산에 동그라미를 해서 냈다.하루는 관광으로하고.
저녁을 먹고 호텔안을 돌아다니는 부부들은 모두 같이 온 일행들인데
그새 옷들을 또 희안하게 다 바꿔입고 패션쑈를 방불케한다
난 여행을 가면 최소한 옷을 줄이고 소량의 옷으로 개기는? 편인데
이번엔 시행착오다
서로의 이미지관리차원도 있음을..
조찬을 먹으러가는데도 참 신경들 많이쓰고온다,부부들 똑같이..
조금 낯이 익은 젊은 부부들과 식사를 하는데
"오늘 어느쪽으로 가시나요? " 남편에게 물어본다
워낙 레져인원의 80%가 골프니 몇군데 필드로 나누어 나가는 모양
으례 하려니하고 물어본건데 밥 먹다 사래 들릴뻔했다
"아,,우린 한라산 등산하기로했어요" 남편의 말
"아니,왜 골프 안하시구요?"
"어떻게 한다한다하고선 준비는 해놓고 시작을 못했네요 허허"
준비는 뭐,,아주버님꺼 받아놓고,,남편도 조금 주눅이 들긴드나부다..
같이 밥먹던 부인들도 골프얘기에 화제가 돌아가고
바보처럼 이러고있는 내가 싫어서
"글쎄 전 하고싶다면 했을텐데,,하고싶질 않더라구요.
그 돈으로 애들에게나 투자하는게 낫지않나 싶은생각이 먼저 들구요
이제사 나에게 투자하는 건 왜 이리 아까운지요?
근데,와서보니 다들 골프하러가시니 등산가는게 초라해보이는거있죠?"
ㅎㅎㅎㅎㅎㅎ
사실대로 말해버렸다,모두들 공감하며 웃는다
그렇게 말하고나니 속이 시원하다~
그랬더니 그젊은 사장은 우리도 사실 작년엔 등산갔었고
자세히 말은 안하지만 지금 우리의 주눅든 심정이어서
내년에 올땐 꼭 골프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올해 처음 하는거라고 고백한다. 후후
작년연휴에 울산바위정상 808계단까지 죽을 힘을 다해 올라간 힘으로
또 제주도 한라산 을 정복했다,백록담을 지나 사진도 찍고
병풍으로 둘러놓은 것같은 산줄기를 따라 곳곳에서 아이들에게 전화해서
같이 왔으면 좋을텐데,,너무 좋다 내새끼들아~!!
너희들도 꼭 기회만들어 오려무나~~
그렇게 3박4일이 지나고 여자들과도 친해졌다
서로 연락처도 받아들고 사진도 찍고..
해산물시장에 가서 선물도사고 다음에 또 만나요~~ 글쎄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서울로 출발하는 제주공항 면세점을 한맺힌사람처럼 달려가
명품가방코너에서 딸에게 전화를했다
"000 그거 가방하나 살테니까 너도 들을래?"
"얼만데 엄마? "
"응, 가격은 묻지말고 우리도 한번 들어보자꾸나
같이 들면 되자너."
12,26사태 김재규의 대사 치르는 심정이라면 오버일까??
힘없이 가느다란 목소리의 딸,,
"그래,,엄마 들고싶으면 사..."
"응,알써~" 당장 실행준비돌입~!!
조금후에 남편폰이 울린다
받더니만 "응,,그래,,그래 알았어.." 하고 끊는다
누구냐니까 말을 안하고..
명품가게를 몇바퀴 돌아보니 조금전 같아도 당장 살것같은 마음이
이런거,,비슷한거 있는데,,사야하나? 로 생각이 바뀌어진다
몇바퀴를 돌고 돌다가 가격표 만져보곤 돌아서고,,
사고싶으면 하나사라,,,고 옆에서 그러니 더 못사겠다
이젠 몇바퀴 그냥 돌아 아가씨 눈치보여 다신 그매장엔 가지도 못하고..
보리빵 형님네,엄마네 드릴꺼 사고는 비행기를 타버렸다
핸드폰 전원을 끄려고보니 딸에게 온 문자가 와있는걸 그제사 보았다
"엄마,우리 예전처럼 살아요 .우리 그지되는거 시러...앙앙 "
아까 남편에게 온 전화는 딸이었고
엄마 아무것도 못사게 말리라고했다고 몇천피트 상공에서 남편은 전해준다
참으로 부끄러운 3박4일 여행
사행심리,,명품심리에 동조되어 이성을 잃은 나
집에 돌아오니 아들녀석
"이제 현실이야 맘~!! 며칠 꿈이었다고 생각하시지 왕비님~~" ㅎㅎㅎ
오늘 열어 본 창고안에 골프채를 보니 갑자기 작년생각에 웃어본다
올해도 만약 가게 된다면
또 그넘의 명품에 눈이 돌아갈지는 또 미지수?
하지만 변함없이 한라산의 정취는 맘 껏 누리고오겠지~~^^
|
첫댓글 은빛님의 심정 너무도 피부에 와 닿는군요. 한 번 필드에 나가면 몇 백이라는 말도 들리더군요. 나의 단 하나인 친구는 내 앞에서 절대로 골프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한 다리 건너서 들려오는 소리에 기가 죽을 때도 많답니다. 은빛님의 솔직한 심정토로가 부럽군요. 저는 겉으로 아닌 척 하지만 애들은 대놓고 아빠친구가
부럽다고 합니다. 어지간히 마음을 다잡지 않고는 은빛님처럼 잠시나마의 유혹에도 벗어나기가 힘들지요. 어느새 격차가 벌어진 친구사이의 경제적 위치에서 비애를 느낀 적도 있긴합니다. 비근한 예로 그 녀석의 차 값이 제 전재산과 맞먹으니말입니다. 나름대로 의지를 가다듬고 살아야 하겠어요. 알뜰한 가족애를 위안으
로 삼고 건강함에 감사하며 나보다 못 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항상 기억하며 살기로 했습니다. 좋은 글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스톤님,스톤님,,우리 스톤님~!!!!!!
아궁..운동 갔다와서 다시 볼께유..싸모님^^~~*^^*..
은빛님 아주 긴 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사실 저도 외국 나가서 필드는 안 돌았지만 골프 치고 ,무려 10 년전 이야기죠,치고 시포 친게 아니라 싸다고 한국에서 못 치니 쳐 보라고,저도 명품 그리 좋아 하지 않아요,나이 어릴때나 메이커나 찾고,유명 상표 고르고 모라 그러나 짝퉁이라고요,요즘은 no 랍니다,무슨 명품 찾고
그러는 것 제일 싫어 해요,ㅋ,자기가 맞으면 좋으면 리어카도 훌륭하구요,좌판 시장도 만족을 줄것이며 구제품이면 어때요,맘에 들고 자기 좋은 멋에 사는게 진정한 멋쟁이 아닐까요,명품족으로 몸을 아무리 휘어 감아도 돼지는 돼지일뿐.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지요,우리 사치 하지 맙시다,예전의 아나바다 운동을
아나바다 운동을 이어 받아 아끼고 나누어 쓰고 바꿔쓰고 다시 쓰는 검소하면서도 알뜰한 삶을 살아야 지요,운동 또한 그래요,골프 좋아요,모 스윙 할때 허리 운동 되고 필드 돌면 걷기 운동 되고,,하지만 지하철 타며 하루 1만보 운동 하면 되구요,,와 지도 흥분 하는지,ㅋ,주제 모르고 날 뛰지 말고 겸허하게 우리 살아요
여자들의 심리를 아주 리얼하게 잘 대변해 주신 우리 은빛님.. 좋은 글 감사해요... 은빛님을 통해서 저를 봅니다. 남편분이 더 존경스럽네요. 균형 딱 잡고 은빛님을 충분히 안고도 남음이 있으신 분! 그런 부모님을 닮아 아주 반듯하고 예쁜 아드님 , 따님 ! 가정에 행복과 건강이 늘 함께 하기를 .......청개구리.
좋은글 감사드려요,,,부러움 은 잠시 부끄러움..다 잊으소서 빈마음 통달의 은빛님의 마음이 더 부자올시다..골프 는 접대용 저에겐..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봉급쟁이 ...젠작에 창고에 쳐박히고 벽걸이 악세사리로 변한지 오래랍니다...ㅎㅎ 지금은 간혹 테니스로 눈높이를 낮추었다오..그것도 시간이 없어.
와우...모습을 그려가며..여자들의 심정..이해가 가지요..
이경선님 홧팅..하하 기죽지 마셈 골프 안 쳐도 잘 살수 있잖아요....등산이 더 좋던데
동창녀석과 통화중에 어디니?뭐하니?.....골프치고 오는중 한다...봉급쟁이 전셋방 사는넘이.......요점은 골프 아무나 맘만 먹어면 할수있나벼...수준에 맞게 삽시다 남이야 뭘 하던지 내멋에 살지용.......>"<덕순님 ~!!지는 등산 중독자여요....내수준엔 등산이딱이져..ㅎㅎㅎ 유행에 아주 민감한 사람 많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