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재도 입도를 3번 시도한 끝에 어렵게 들어갔다.
섬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안타까움이 있어야 한다.
언제든 찾아갈 수 있고 단절감이 없다면 그건 섬이 아니다.
섬에서는 세상과의 인연을 잠시 접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면 될 뿐이다.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천사섬으로 불리는 전남 신안군.
그중에 만재도는 육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섬이다.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5시간 40분 정도 걸려야 갈 수 있었다.
2021년 직항노선 개통으로 목포에서 2시간 30분 내외에 갈 수 있게 됐다.
바다 한가운데 멀리 떨어져 있다 하여 먼데 섬 또는 만대도라고 했다.
또 다른 지명 유래로는 재물을 가득 실은 섬의 의미로 만재도(晩財島)라 했다.
세 개의 산으로 이뤄져 있는데 선착장에서 보면 세 개의 산은 T자로 연결되어 있다.
만재도에 3개의 산이 있는데 정상 표시가 없었다.
출발 전에 장바위산, 물생산, 마구산의 표지를 만들었다.
출발이다
목포에서 남해고속 뉴퀸호가 매일 14시 40분에 출항, 만재도까지 직항한다.
이 배는 만재도에 기항한 후 가거도까지 간다.
원래 배삯이 6만원이 넘는데 목포시가 보조해줘 반값으로 할인해줘 땡잡았다.
만재도항
뉴퀸호는 약 2시간 30분만에 만재도항에 도착하였다.
지붕의 색이 일률적으로 파란색으로 칠해진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름답기는 하지만 섬이 점점 인공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 씁쓸하였다.
하늘에 있는 섬
마을 한가운데 헬기장 앞에 거대한 마을 표지석이 있었다.
섬 시인으로 유명한 이생진은 만재도를 ‘하늘에 있는 섬’이라고 했다.
1997년 이생진 시인은 만재도에 관한 시만 무려 93편을 써서 시집 한 권으로 묶었다.
화평이네 만박
인터넷으로 오랜 검색 끝에 '화평이네 민박'을 예약했다.
사장님이 자전거를 끌고 선착장까지 마중 나와서 우리를 안내했다.
사장님은 낚시를 하고, 부인은 해녀이기 때문에 밥상이 풍요롭다.
마을 구경에 나서다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마을 구경에 나섰다.
어느 섬이나 마찬가지이지만 만재도 역시 거의 비어 있다.
마을로 드는 길은 돌담이 미로처럼 이어져 있다.
양쪽이 바다로 되어 있어 끊일 듯 이어진 섬을 따라 거니는 맛이 있다
돌담
이곳은 골목골목이 모두 돌담이다.
채소밭까지 돌담으로 둘러쳐져 있다.
돌담이 없으면 지붕은 바람에 날아간다.
지붕까지 높게 두른 돌담은 태풍과 맞서 싸우는 성벽 같아 보였다.
만재도교회
이런 오지까지 교회가 들어와 있다.
은퇴한 목사가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단다.
바다를 향해 있는 십자가가 지친 사람들을 부르고 있는듯 하다.
귀여운 텃밭
손바닥 만한 땅이라도 그냥 놀리지 않는다.
돌담 안에 숨어있는 아담한 텃밭이 무척 귀엽다.
상추와 갓, 부추를 정성껏 가꾸어 놓은 할머니의 손길이 느껴진다.
만재슈퍼
이곳은 '삼시세끼'가 만들어낸 ’핫 플레이스(hot place)‘이다.
당시 만재슈퍼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조영남의 '화개장터'가 압권이었다.
’구경 한 번 와보세요~있을 건 다 있구요. 없을 건 없답니다.'
쥔장이 없어서 우리는 브라보콘을 먹고 돈통에 돈을 넣고 나왔다.
있을 건 다 있다
보건진료소, 발전소, 학교, 치안센터...있을 건 다 있다.
학교는 폐교되어서 '만재도펜션'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생존에 필요한 전기와 물이 해결되어서 좋다고 한다.
<삼시세끼>촬영지
만재도는 신안 사람들도 잘 모르던 외진 섬이었다.
최근에는<삼시세끼> 촬영지로 채택되면서 전 국민에게 소개되었다.
<삼시세끼>를 촬영했던 집에는 파란 신발 한 켤레만 덩그라니 놓여있을뿐...적막하였다.
너를 뿌리칠 수 없었다
고독 앞에선 내가 너무 약하다
바다가 겹겹으로 싸돌고 있는 섬
그 섬이 다시
겹겹으로 나를 싸돌고 있다
너
만재도로 오라
왜 이렇게 먼 데 있고 싶은지 모르겠다...............................이생진 <숨어살기-만재도1> 전문
할머니 당숲
멀리서 보니 신령스런 기운이 감도는 숲이 보였다.
학교 옆의 동백나무 숲이 할머니 당숲이다.
오래전부터 섬사람들은 이 할머니 당숲에서 당제를 지내왔다.
달피미짝지에서 본 물생산
물생산은 달피미짝지에서 보아야 장관이다.
장쾌한 암릉이 마치 설악산을 축소해 놓은듯 하다.
그러나 가는 길이 험해서 끝까지 가지 못하는게 아쉽다.
저녁밥상
저녁밥상엔 생선회와 우럭 구이, 뿔소라 무침이 차려졌다.
적당히 숙성된 생선회와 맛깔스런 반찬이 끝내주었다.
이곳의 민박집은 1박3식에 1인당 6만원이다.
<화평이네 민박> 적극 추천한다. 010-6262-7193, 010-4726-7193
고양이 천국
골목길을 지나노라면 고양이들을 많이 만난다.
섬에는 먹을 것이 풍부하여 고양이들이 많은가 보다.
밤중이나 새벽에 어찌나 시끄럽게 하는지 잠에서 깨기가 일쑤다.
샛개재의 일몰
저녁 식사 후 샛개재에 올라 일몰을 감상하였다.
옅은 구름이 깔려서 노을빛이 그렇게 아름답지는 않았다.
내일 다시 태양이 떠오를 것을 알기에 두렵지 않았다.
혜자네 주막
아침 식사를 마치고 혜자네 주막에서 모닝 커피를 마셨다.
주인이 육지로 남편 만나러 가느라 바쁜데도 커피를 타주었다.
커피를 마시는 건지, 바다를 마시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ㅋ
가라지의 추억
이 작은 섬이 한때는 돈섬으로 불리며 돈이 풍족했던 적이 있었다.
주민들은 만재도의 황금기를 1930~1960년대라고 회상한다.
당시는 만재도 근해에서 가라지라는 생선이 대풍을 이루던 시기였다.
전갱잇과의 가라지는 고등어보다 크고 맛이 좋아 고급 어종으로 꼽혔다
몽돌해수욕장에 진을 친 기생집에서는 노랫가락이 밤새도록 멈추지 않았다 한다.
계속될 것만 같던 풍족함은 1960년대 초 안개처럼 사라지고, 섬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큰짝지해수욕장
아침 9시에 앞산(장바위산) 트레킹에 나섰다.
큰짝지해수욕장은 세 개의 해수욕장 가운데 맏형 격이다
2006년 KBS-2TV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 <봄의 왈츠>의 촬영지이다
‘짝지’란 자갈땅을 일컫는 남도 사투리다.
섬 여행을 하며 그런 이름을 봤다면 몽돌이 깔린 해변으로 이해하면 된다.
주인장이 가르쳐준 대로 길을 찾아갔다.
바위지대에는 시멘트로 계단을 잘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계단의 경사가 급해서 바람이 불면 몸이 휘청인다.
혼자 있으면 선녀가 보인다
꽃가마 타고 내려와
내마도 외마도
형제섬 사이에서 미역감고
시원한 바람에 멀리 머리 말리는 것이 보인다
다시 줄을 타고 올라갈 선녀를
누가 그냥 보고만 있겠는가
바위 소나무 그런 하늘 그런 구름
만재도는 아무도 없으면 금방 선녀가 내려올 섬이다
선녀를 유혹하기에 알맞은 섬
나는 여기서 선녀를 기다린다...........................................................................이생진 <혼자 있으면 보인다> 전문
건너짝지해수욕장
바위 계단을 넘으면 초원이 나오고, 이어 조그만 모래해변을 만난다.
몽돌해안이 반원형을 만들고 있는 건너짝지는 앞짝지의 축소판이다.
다만 왼편 어깨를 언덕에 기대고 있다는 것과 그 규모가 작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장바위산으로 오르는 길은 풀이 우거져 있다.
산죽터널과 동백숲도 지나야 한다.
발 밑에서 뱀이 나올까봐 염려스러웠지만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다.
앞산(장바위산)
드디어 장바위산 정상에 섰다.
정상에는 돌무덤이 표지석을 대신하고 있었다.
새가 양 날개를 펴고 있는 모습의 만재도 한눈에 들어왔다.
집에서 만들어온 정상 표지판을 매달아 놓고 인증샷~~
바람을 마시다
앞산 정상에 부는 바람은 달콤하고 시원하였다.
오래오래 쉬면서 바람을 마음껏 들이마셨다.
세속에서 가져온 온갖 잡념과 헛돤 꿈들을 날려버렸다.
국도
장바위산 정상에서 뒤를 보면 또 하나의 봉우리가 보인다.
그 뒤로 무인도인 국도가 보인다.
국도의 주상절리는 지질학적 가치가 높아 6월이면 천연기념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내려가는 길이 매우 위험해 보여서 가까이 가는 걸 포기했다.
녹도
녹도의 명물인 주상절리가 눈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직사각형의 막대 기둥들을 일렬로 세워놓은 모양이다.
제주도 등에서 그동안 보아왔던 주상절리들과는 격이 다르다.
길이 잘 보이지 않는 풀숲을 헤쳐가면서 비탈길을 내려간다.
숲속에는 혀가 말린 모습의 천남성꽃이 피어 있었다.
하산길에서 본 섬은 '하늘에 있는 섬'이 아니라 하늘을 날으는 독수리 같다
쇠끝너머
점심 식사를 마치고 큰산과 물센산 트레킹에 나섰다.
발전소 옆으로 나있는 데크를 타고 올라가면 쇠끝너머다.
여기서부터는 우거진 풀숲을 헤치고 올라가야 한다.
샛개재
쇠끝너머에서 10분 정도 올라가면 샛개재다.
능선에 서면 사방이 뻥 뚫리면서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오전에 다녀온 앞산(장바위산)이 제법 높아 보인다.
내마도와 외마도
코끼리를 닮은 내마, 외마 두 개의 섬이 나란히 붙어 있다.
오랜 세월 파도에 깎인 바위들이 어우러져 절경을 그려내고 있다.
여기서 오른쪽은 큰산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물생산으로 가는 길이다.
마구산 정상으로 가는 길엔 키 작은 억새가 무성하다.
등산로 자체는 무난하지만 왼편은 급경사 낭떠러지다.
그 낭떠러지 뒤로는 바위섬(내마도, 외마도)이 있다.
만재도 등대
만재도에서 가장 높은 큰산의 정상에 등대가 서 있다.
가거도와 태도, 홍도, 흑산군도 주위를 항해하는 선박들에게 불을 밝혀준다.
정상의 삼각점이 목재 데크의 가운데에 세워져 있다.
큰산(마구산)
이곳 전체가 하나의 숲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할아버지 당숲'이라고 부른다.
땔감이 아무리 부족해도 절대 손을 대지 않고 신성시했다.
이곳 할아버지 당숲과 짝을 이루는 곳이 할머니 당숲이다.
삼라만상에 음양이 존재하듯 이곳 만재도의 당숲도 음양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시 샛개재로 내려와서 물생산(물센산)으로 간다.
바위산인 물생산의 웅장한 자태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마구산이 여성적이라면 물생산은 남성적이어서 옹골차다.
물생산(물센산)
끝까지 가는 것은 위험할 것 같아 중간에서 멈추었다.
물살이 세다고 해서 물세이산, 혹은 물센산이라 부른다.
몇 명의 등산객들이 무리하게 오르다가 추락, 사망한 적도 있다고 한다.
마남바위
물생산에서 방파제 쪽을 내려다보면 미남바위가 보인다.
뾰족한 코, 쌍꺼풀진 눈, 검은색 턱수염까지...미남 얼굴이 영락없다.
구릿빛 얼굴 주름은 비바람과 풍파를 견뎌온 억겁 세월 흔적이다.
민박집 사장님이 처음 발견했다고 자랑이 대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