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고향 나들이 길, 4일次
2022년 2월 8일 화요일
음력 壬寅年 정월 초여드렛날
강원도 산골집이나 이곳 하동의 아침 기온이 조금
올라간 것 같다. 그래도 산골집은 영하 13도라서
꽤 추울 것 같은데 아내는 씩씩하게 혼자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반면에 하동은 영하 4도에 머무른다.
이 정도의 기온에도 춥다라고 하는 이곳 사람들의
호들갑이 의아스럽다. 워낙 추위에 단련된 촌부는
봄날처럼 느껴지는데... 그래서 사람은 자기가 처한
환경에 적응하게 되는 것이라고 하는 것인가 보다.
근래 보기 드물게 오랫동안 집을 떠나 고향 나들이,
혼자서 유람 중이다. 오늘로 벌써 닷새째가 되었다.
고향 나들이 나흘째,
아무리 혼자 유람을 하고 있지만 고향을 찾았으면
친척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그 많던 친인척들도 이제는 도시로 떠나
몇 집 남아있지 않았다. 하긴 촌부도 어려서 고향을
떠나 55년이란 세월이 흘려 이제는 7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고 강산이 변하듯 고향도 많이 변했다.
아침나절 남해군청에 근무하는 사촌동생을 찾았다.
넷째 작은아버지 막내아들이라서 고향 남해에서
일어나는 집안일을 모두 도맡아서 하는 아우이다.
작은어머니는 연로하시고 치매초기 증상이 있어서
읍내의 노인주간센터에 계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잠시 짧은 시간은 면회가 가능하다고 찾아가 뵙고
왔다. 어려서부터 조카인 촌부를 예뻐해주셨던 분,
세월이 흘러서 많이 늙으신 모습을 보는 순간 울컥
했다. 세월앞에 장사가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손을 꼬옥 잡아드리고 건강하시라는 말로 서글픔을
대신했다.
주간센터를 나와 차를 몰아 이종사촌 여동생 사는
마을로 갔다. 전화를 했더니 내외가 밭에서 시금치
수확을 하고 있었다. 올해는 시금치 수매값이 좋아
다행이라며 웃었다. 그 말이 반가웠다. 다른 일정이
있어 밭에서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려는데 아우가
오빠가 왔다가 그냥 가면 서운해서 절대 안된다고
하면서 집으로 쫓아가더니 손수 기른 참깨로 짠 것
이라며 참기름 한 병을 주는 것이었다. 시금치도 싸
주려고 했지만 얼마전에 택배로 보내준 것이 있어
사양했다. 밥 한 끼도 안하고 선 걸음에 그냥 보내
어쩌냐는 아우를 뒤로 하고서 외갓집으로 향했다.
외갓집은 외숙모를 모시고 사촌 아우가 살고있다.
아우는 농기계수리를 하러 멀리 나가고 없었으며
외숙모님께서는 연로하여 병환으로 누워 계셨다.
그래도 오랜만에 찾아간 조카를 알아보시고 손을
붙잡고 반갑고 고맙다고 하시며 눈물을 글썽였다.
챙겨주고 싶어도 거동이 불편하여 그럴 수가 없어
어쩌냐시며 당신 죽기전에 꼭 한번 더 다녀가라는
그 말씀에 너무 뭉클하여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그래도 이번 고향 나들이 길에는 어르신들도 뵙고
아우들도 만나고 가게 되어 마음은 한결 가볍다.
다시 하동으로 들어오면서 55년전 다녔던 학교를
지나왔다. 오래전 폐교가 되어 지금은 노인대학과
농촌힐링센터로 활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래전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는 느낌이 들어 한참
서서 바라보고 서있었다. 학교에서 조금 지나오면
방파제가 있는 곳이 보인다. 그 옛날 모습은 없고
보수를 한 것 같았다. 옛날 이곳 비탈진 잔디밭에서
놀았던 생각, 그 아래 바다에서 수영을 하던 기억,
이 길을 따라 등하교를 했던 추억이 떠올라 혼자서
12살 어린날의 추억들을 하나하나 소환해 보았다.
임시거처 하동 친구네에 도착해 늦은 점심을 먹고
화개장터 구경을 나섰다. 아주 오래전 해태제과에
근무하던 시절에 출장을 왔던 이후 처음인데 아주
확 바뀌어서 옛모습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않았다.
생각나는 것은 가수 조영남이 불렀던 노래뿐이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따라 화개장터엔
아랫마을 하동사람 윗마을 구례사람
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
구경한번 와보세요
보기엔 그냥 시골장터지만
있어야 할건 다있구요
없을건 없답니다 화개장터
장날이 아니라 그런지 아니면 코로나19 시절이라
그런지 아주 썰렁한 분위기였다. 약초상과 식당만
문을 열었으나 지나다니는 사람은 숫자를 셀 만큼
적고 한산했다. 날씨마저 을씨년스러워 대충 돌아본
다음 되돌아왔다. 길가에 벚나무가 도열하듯 서있는
모습을 보니 봄이 되어 벚꽃이 피면 멋질 것 같았다.
첫댓글 여유롭게
여행 하시는 촌부님
오늘도 두루 다니시며 파이팅 하세요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드시며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소망 합니다
추억의 현장
화개장터를 바라보는 모습은 어땠을까요?
고향을 찾아서 둘러보는 모습이 정겹기만 합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익어가는 듯합니다. 행복하세요
참으로
힐링 여행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