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强不息(자강불식)
역경에서 유래한 성어입니다. 유교의 경전 중 하나인 ‘역경’은 자연 현상의 원리를 통해 우주철학을
논하는 동시에, 그것을 인간사에 적용하여 구체적인 유교적 규범 원리를 제시하는 책이지요.
건괘 상전에 ‘하늘의 운행이 굳세니, 군자가 이것을 응용하여 스스로 힘쓰고 쉬지 않는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 글은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해가 지면 달이 뜨는 것처럼 천체우주의 운행과 대자연의 순환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함없이 굳건한데, 학식과 덕행이 훌륭한 군자와 같은 사람은 이것을 본받아 자신의 몸을
단련하고 정신을 수양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공자가어(孔子家語)에도 자강불식이 나옵니다. 애공이 공자에게 군자에 대하여 묻자 공자가 대답하기를
“말을 반드시 충직하고 진실하게 하면서도 마음속으로 원망하지 않고, 인과 의를 몸에 간직하면서도
자랑하는 기색이 없으며, 사려가 통달하고 밝으면서도 함부로 말하지 않으며, 행동이 독실하고
도를 믿어서 스스로 힘써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쉬지 않는 사람이 군자다”라고 하였습니다.
자연의 질서는 쉼 없이 지속이 되지요. 우리 인간의 삶도 스스로 힘써 몸과 마음을 닦아 나가기를
자연 현상처럼 해 나가는 것이 군자가 지켜야 할 도리라는 것을 깨우쳐 주고 있습니다.
글/ 한상조 전 청담고 교사
蛇足
‘자강불식(自强不息)’은 스스로 힘써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쉬지 않음을 말한다.
그러면서 강하게 하면서 쉬지 않는 수양이다. 이 말은 주역의 ‘하늘의 운행은 굳건하고
군자는 스스로 힘쓰면서 쉬지 않는다. (天行健君子以自彊不息)’와 논어의 ‘흐르는 것은
이와 같아서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逝者如斯夫 不舍晝夜)’에서 유래했다.
주역과 논어에서는 ‘불식(不息)’을 중단 없이 변화하는 것으로 본다. 여기서 말하는 변화는 무극(태극) –
양의 – 음양 – 오행 – 만물화생의 역리(易理)를 말한다. 다른 말로 천명유행 또는 천리유행이라고 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는 생성, 변화, 운동, 소멸의 과정을 겪는다. 그런데 성리학의 우주론에서
소멸은 죽음이 아니고 변화다. 그 변화는 고요함 속에 움직임이 있고 움직임 속에 고요함이 있는
정중동(靜中動) 동중정(動中靜)이며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인 일이이(一而二)
이이일(二而一)이다. 성리학을 정립한 주희(朱熹)는 불식을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천지의 조화는 가는 것이 지나가면 오는 것이 계속되어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다.
그것이 도체의 본래 모습이다. 그중에 가장 쉽게 지적할 수 있는 것이 시냇물의 흐름이다.”
그래서 이같이 말씀하면서 학자는 항상 성찰하고 한순간도 중단 없기를 바라신 것이다.
자강과 불식은 다르다. 불식(不息)은 수양과 공부를 쉬지 않는 것이고 자강(自强)은 스스로
강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강하게 해야 하는가? 선진유학(先秦儒學)에서 자강은
홀로 있을 때 마음을 수양하는 것이고, 남송 성리학에서 자강은 내면의 깊은 마음을 함양하는 것이다.
중용(中庸)은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군자는 자기를 바르게 할 뿐 다른 사람에게서 이유를 찾지 않고, 원망도 하지 않는다
(正己而不求於人, 則無怨). 위로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아래로는 사람을 탓하지 아니한다
(上不怨天, 下不尤人)’고 했다. ‘화살이 정곡을 맞히지 못하면 과녁을 탓하지 말고,
자기 몸의 자세를 바로 잡으라(失諸正鵠, 反求諸其身).’는 충고다.
노자(老子) 역시 자기 단속의 중요함을 설파하고 있다.
‘남을 아는 것을 지혜라고 한다면, 자기 스스로 아는 것은 현명하다고 할 것이다(知人者智, 自知者明).
남을 이기는 것을 일컬어 힘이라고 한다면, 스스로 이기는 것은 강이다(勝人者有力, 自勝者强)’.
뛰어난 사람은 자기 스스로를 아는 사람이요, 자기를 절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글귀 뒤에는 ‘스스로 족함을 아는 것이 바로 부자(知足者富)’라는 유명한 구절이 뒤따른다.
전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은 승패의 원인을 항상 자기에게서 찾았다.
‘(적이 나를) 이길 수 없는 것은 나에게 달려 있고, (아군이 적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적에게 달렸다(不可勝在己, 可勝在敵)’. 지피지기(知彼知己)하면
백 번을 싸워도 백 번 다 이긴다는 말과 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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