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 주택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과속방지턱'이다. 과속방지턱은 주거 환경이나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 속도를 줄이기 위해 설치한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과속방지턱을 한 쪽으로만 넘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쪽으로 넘으니 충격이 덜 가해지겠지"라는 생각과 달리 실제로는 자동차 수명을 감소시키는 원인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다른 문제점이 있는데 바로 규격대로 설치된 과속방지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무게가 한쪽으로 쏠려
차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
일부 사람들은 조수석에 앉은 사람을 배려한다는 이유로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한쪽으로 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습관은 장기적으로 차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과속방지턱을 한쪽으로 넘게 되면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무게가 쏠리는 쪽의 서스펜션에 무리가 가게 된다. 이러한 행동을 반복하게 되면 나중에 서스펜션에 손상이 발생하게 된다.
한쪽에 큰 충격을 주기 때문에 '휠 얼라인먼트'가 어긋나게 된다. 휠 얼라인먼트는 자동차 바퀴의 위치, 방향 및 상호 밸런스 등을 올바르게 유지하는 정렬 상태를 말한다. 휠 얼라인먼트가 올바르지 않다면 주행 불안정을 일으키게 된다.
마지막으로 타이어가 받는 하중이 달라지기 때문에 타이어에 '편 마모'가 생기게 된다. 타이어 편 마모가 생기게 되면 핸들이 특정 방향으로 쏠리거나, 핸들이 좌우로 흔들리거나, 고속 주행 시 소음이 발생하는 현상이 있다. 자동차는 주행 시 네 바퀴에 같은 무게로 분산되어야 한다는 점을 꼭 기억하자.
하지만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시큰둥하다. 한쪽으로 과속방지턱을 넘는 것보다 규격대로 설치되지 않은 과속방지턱이 더 큰 문제라고 말한다.
실제로 과속방지턱에 의해 크고 작은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편이다. 2013년 3월, A 씨는 영암에서 목포 방면으로 운행 도중 파손된 과속방지턱으로 인해 차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4년 11월, 시내버스 기사 B 씨는 운행 도중 과속방지턱을 지나면서 충격으로 인해 1번 요추 압박골절 부상을 당해 3개월간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2015년 2월, C 씨는 과속방지턱을 넘는 도중 '쿵'하는 소리와 함께 차에 충격이 가해졌다. 이후 차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하부 파손을 발견했다.
규격에 맞지 않는 과속방지턱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는 과속방지턱이 규격대로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규정보다 높게 설치했기 때문이다. 특히 아파트 단지 내에는 도로법상 '도로'로 분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제각각으로 설치해도 손을 댈 수 없어 가장 심각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속도를 줄이려고 설치한 과속방지턱이 오히려 차를 손상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서스펜션에 과도한 충격이 가고 심하면 차체에 변형을 가져올 수 있다.
높은 과속방지턱으로 인해 자동차 하부가 긁히기도 한다.
출처경북일보
특히 전고가 낮은 스포츠카나 저상버스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이 바로 높은 과속방지턱이라고 한다. 2000년대 초중반, 저상버스 도입 초기에는 높은 과속방지턱으로 인해 버스가 다니는 구간에 있는 과속방지턱을 대대적으로 보수했다고 한다.
과속방지턱에 대한 규격은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에서 정했으며, 폭 3.6m, 높이 10cm로 규정되어 있다. 노란색과 하얀색을 번갈아가며 사선으로 칠해야 하며, 그 폭은 45~60cm로 한다. 어린이 보호구역, 주택가 등 자동차 속도를 30km/h 이하로 낮춰야 하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
고속도로, 고속화도로, 국도, 지방도 등 주 간선도로와 터널, 교량, 교차로, 버스정류장에서 20미터 이내 설치를 금지하며, 도로 전폭에 설치, 중앙 차선을 비우거나 한쪽에만 설치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이 강제가 아닌 '권고'사항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제로 이를 준수하는 곳이 많지 않다. 한 주택가 도로를 조사해본 결과 과속방지턱 높이가 기준보다 무려 8.5cm나 높은 18.5cm로 드러나 사실상 규정이 유명무실하다.
불량 도료로 시공된
과속방지턱
한때 '불량 차선'으로 인해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과속방지턱도 마찬가지다. 2015년 기준 서울 시내 과속방지턱의 99%가 불량 도료로 칠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차선 등에 사용하는 도료는 일정 규격을 만족하는 접착력을 가진 도료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공사비 절감 등을 이유로 접착력이 부족한 도료를 사용해 차선을 시공한다.
불량 도료로 인해 과속방지턱이 잘 보이지 않는 모습
출처울진 뉴스
불량 도료로 시공했기 때문에 밤이나 우천 시 과속방지턱의 존재를 모르고 고속으로 넘거나 뒤늦게 존재를 알아차려 급제동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접착력이 약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도료가 잘 벗겨진다. 분명 얼마 전에 새로 그린 것을 목격했지만 며칠 후 다시 가보면 갈라졌거나 일부가 없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과도하게 많은 과속방지턱
해외에서는 점점 줄이는 추세
과속방지턱이 과도하게 많다는 의견도 많다. 전라북도 부안군의 군도 8호선에는 무려 600미터 구간 내에 과속방지턱이 4개나 설치되어 있다. 이외에도 횡단보도가 3개가 있어 과도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해당 지역에 사는 주민은 "안전을 위해서 방지턱을 조성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신호등이 더 좋다.", "과속방지턱이 생기고 나서 화물차들이 넘어 다녀 때문에 전보다 시끄러워졌다.", "짧은 구간에 이렇게 많이 설치하는 것은 예산 낭비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과도한 과속방지턱은 소방차와 구급차 출동에 방해가 된다. 1분 1초가 급한 상황에서 과속방지턱으로 인해 속도를 줄이게 되면 그만큼 도착 시간이 늦어지게 된다. 특히 구급차는 환자를 태우고 병원으로 가는 과정에서 과속방지턱으로 인한 충격 때문에 환자 상태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놀라는 것 중 하나가 과속방지턱이라고 한다. 외국에는 이러한 과속방지턱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과속방지턱을 대기오염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점점 없애고 있다. 과속방지턱으로 인해 연비가 나빠지면 그만큼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미세먼지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멕시코 또한 과속방지턱을 2016년부터 제거하거나 다른 시설로 교체하고 있다.
과속방지턱 문제 지자체의 관리 부실이 가장 크다
과속방지턱은 속도를 의도적으로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되었지만 강제성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규격이 무색할 정도로 제각각으로 설치되어 있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서울 시내에만 과속방지턱 7,800여 개가 불량이라고 한다. 또한 과속방지턱 최소 30m 앞에는 안내 표지판을 세워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곳도 많다.
이에 대해서는 도로를 관리하는 관할 지자체의 관리 부실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도로 등 주요 시설물 관리에 대한 조례'를 개정에 정비에 들어가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는 따로 예산을 책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과연 언제쯤 과속방지턱의 공포에서 벗어나 안심하고 도로를 주행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