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반해 '1997년, 부산 광안고'라는 구체적인 시간과 공간을 드러낸 〈응답하라1997〉의 실제 촬영은 대부분 서울에서 진행됐다. 그럼에도 드라마 배경을 모두 '부산'이라고 믿(고 싶)었던 것은 1990년대의 향수 때문일까. 이 드라마의 배경 '부산'은 부산이 아닌 곳에서 그 시간을 보냈던 이들까지, 그러니까 1990년대를 기억하는 모두에게 '부산'을 알렸다. 정작 부산에서 촬영하지 않았으면서 1990년대 문화를 드러내는 배경으로 부산도 함께 부각시킨 것이다. 드라마를 보며 부산에 가면 지금도 그때의 공간과 공기가 그대로 남아있을 것 같은 기분, 들지 않던가.
여행을 좋아하거나 여행 좀 다닌다는 이들은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를 쉽사리 알아맞히곤 한다. 촬영지를 중심으로 한 여행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응답하라1997〉을 보며 부산 여행을 시도한 이들, 시도할 이들 있으리라. 드라마 촬영지가 부산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한번쯤 윤제와 시원 그리고 언젠가 빛났던 시간이 멈춰있을 것 같은 부산에 가고 싶었으리라. 지금부터 당시의 노래며 기억, 그리고 당시의 나를 만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을 품고 부산으로 가보자. 보통은 촬영지를 따라가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 드라마 대사 속 공간을 출발점으로 '윤제와 시원이 데이트 했을만한 곳'을 여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