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CEO' 시대] 전문가 진단 「업종과 경영능력은 별개」 최근 우리사회에 조직의 장이 내부에서 충원되지 않고 별로 관련 없어 보이는 타 업종의 외부 인사가 발탁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국민은행 김정태 행 장, 이스텔 서두칠 사장, 라이코스코리아의 가종현 사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 다. 이러한 현상이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과거엔 주로 내부인사가 최고 경영자로 승진하는 것이 상례였기 때문이다. 즉 내부노동시장(internal labor market) 모델이 우리나라 조직에서 중요한 인사원칙이었다. 이 모델은 경영환경이 안정적이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역량이 비교적 천 천히 변하는 경우에는 매우 유용한 인사관리 모델이었다. 그러나 경쟁이 격화 하고 단기간 내에 경영성과를 내야하는 요즘에 이르러 당장에 필요한 경영자 를 모셔와야 하는 상황에는 잘 맞지 않는 면이 있다. 특히 새로운 기술의 등 장으로 이를 잘 아는 인력이 필요한 경우나 새로운 경쟁방식 등장(e비즈니스 대두, 업종간 장벽소멸 등)으로 이에 잘 대처할 수 있는 경영자가 필요한 경 우, 부득이하게 조직외부에서 인재를 모셔올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필요한 인재를 그때그때 외부에서 조달하는 형태를 현물노동시장(spot labor market) 모델이라고 하는데 원론적으로는 우수한 인재발탁을 조직의 내 부만으로 국한하게 되면 경쟁력향상을 저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최고경영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현물노동시장 모델의 확산 은 앞으로 더 증가되리라 보인다. 이유는 기술과 경쟁양상의 변화속도가 빨라 지고 단기간 내에 경영성과를 보여야하는 시장압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 문이다. 이처럼 업종을 옮기는 경우에도 좋은 경영성과를 낼 수 있는 이유는 마케팅 능력 혹은 e비즈니스 능력 등 자신의 부문관리 능력(functi onal managerial compe tence) 혹은 전문능력(exp ertise)은 타 업종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경 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능력의 이동성(competence portability)때 문에 업종이 다르더라도 타 업종의 회사가 경영자를 스카우트하는 경우가 일 반적이다. 미국의 경우 최고경영자를 통상 5년 계약으로 선발해 경영성과를 평가한 후 재계약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선발은 이사회의 임원선임위원회에 서 하게 되며 경제지 등에 광고해 널리 외부의 유능한 경영자를 물색하게 된 다. 이 때 타 업종의 경영자도 당연히 후보군에 포함되며 타 업종 출신이라 할지라도 뛰어난 경영자로 검증된 사람은 선발되는 때가 많다. 미국의 경매기업 이베이의 휘트먼 회장도 비록 이전에 경매회사에 근무한 적 은 없어도 이베이의 경영에 중요한 도소매영업 부문에서 오랜 경력을 보유하 고 있었으며 이전 기업에서 최고경영자로 보여준 일반관리능력 때문에 이베이 에 스카우트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 이스 텔 서두칠 사장, 라이코스코리아의 가종현 사장 등도 현직에 오기 전 비록 타 업종에 있었지만 그들의 전문능력 혹은 일반관리 능력의 탁월성 및 그 이동가 능성으로 업종의 경계를 넘어 선발된 경우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은 글로벌 경쟁에 직면하고 있으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 해 탁월한 경영자의 영입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 업종을 가리지 않고 검증된 경영자를 선발하는 일은 더욱 빈번 해지리라 보이며 이는 곧 기업경쟁력의 중요원칙 중 하나인 경영자가 기업 간 에 최적 배분되는 과정이므로 우리나라 기업계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리라 본다. <매경이코노미2002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