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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구재단, 너 누구냐 (대학신문 2009년 04월 05일 (일) 15:08:58 이대한 기자)
한국연구재단법 공포, 남은 시간은 3개월 뿐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 한국과학재단(과학재단),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을 통합해 한국연구재단을 설립하는 ‘한국연구재단법’이 지난달 25일 공포됐다. 이에 맞춰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지난달 30일 한국연구재단 설립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한국연구재단법은 지난 10개월 동안 △재단의 학술 지원 성격 강화 △연구사업 관리전문가(PM: Program Manager)제도 법적 근거 마련 등에 대한 논의를 거쳐 보완이 이뤄졌다. 그러나 법안이 예정보다 3개월이나 늦게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도 ‘한국연구재단법 입법예고 후 100일, 거인 탄생…미숙아로 태어날지도’(『대학신문』 2008년 9월 22일자 기사)에서 제기했던 △행정편의적인 졸속 추진 △인문사회계 홀대 △학문의 자율성 침해 △PM 공정성 확보 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3개월 후 2조7천억원 규모 거대 연구재단 탄생하는데…아직도 베일에 싸인 운영안=이번 법안에는 재단의 독립성과 자율성에 대한 명시적 보장과 함께 논란이 됐던 PM제도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마련됐다. 아울러 부칙 제1조에 따라 한국연구재단은 3개월 뒤인 6월 26일에 공식 출범하게 된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관이나 PM제도 운영방안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교과부 연구정책과 노경원 서기관은 “재단의 정관은 설립준비위원회에서 충분히 검토되고 있고 PM제도 운영규정에 대한 공청회를 오는 5월에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학진 학술정책단장을 역임했던 황영호 교수(군산대 행정학과)는 “재단 출범까지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까지 제시된 내용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며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는 공청회가 재단 출범 한달 전인 5월에 열린다는 것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막중한 권한 가진 설립위, 학계 의견수렴 대신 외부 컨설팅?=지난달 30일 출범한 설립위원회에는 과학기술계 인사 7명, 사회과학계 인사 4명, 인문학계 인사 1명이 포함됐다. 설립준비위원회가 설립위원회로 전환되면서 과학기술계 인사 2명이 추가됐고 강태진 공대 학장(재료공학부)은 위원장직을 유지했다. 설립위원회는 앞으로 3개월간 정관 작성, 임원 추천, 설립 등기, PM 운영규정 검토 등의 업무를 추진한다.
학자들은 위원회가 주력해야할 과제로 △운영의 독립성 및 자율성 확보 △PM제도의 공정성 확보 △학문 분야의 특성에 맞는 지원 제도 마련 등을 꼽았다. 사회과학분야중점연구소협의회장 장상환 교수(경상대 경제학과)는 “설립위원회는 지원체제 전반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가장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특히 PM에 대한 평가제도뿐만 아니라 PM을 평가하는 외부 심사위원회에 대한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위원회가 더 적극적으로 학계의 의련을 수렴해야 한다는 지적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최갑수 교수(서양사학과)는 “재단 통합에 대한 의견수렴이 일방적인 설문조사와 편향적인 공청회 등 행정편의적으로 추진돼 왔다”며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대표성을 띤 학술단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계 의견수렴이 부족하다는 지적 속에서 위원회는 기업 경영 컨설팅 업체에 조직안에 대한 자문을 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영호 교수는 “기업 경영이나 구조조정을 자문하는 컨설팅 업체의 특성상 학술지원이라는 재단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경제논리에 따른 효율성을 기준으로 조직을 평가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연구재단 통합이 공기업 선진화? 누구를 위한 선진화인가=한국연구재단 설립은 연구재단을 통합해 지원을 효율화하고자 시작됐다. 한국연구재단 통합안은 지난해 8월엔 제2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포함되기도 했다. 학진 인문학 단장을 역임했던 조성택 교수(고려대 철학과)는 “정부는 통합의 철학에 대한 고민 없이 경영효율성 제고를 위한 물리적인 통합만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상환 교수도 “부처 통합에 따라 지원재단도 통합하겠다는 것은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라며 “교육부와 과학기술부의 통합에 대한 불협화음이 여전히 제기되는 상황에서 무리한 통합 추진은 오히려 갈등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육부 산하의 학진이 주로 상향식으로 이뤄지는 인문사회 분야와 기초과학의 지원을 담당했던 반면 과학재단은 하향식의 국책사업 등 응용과학 분야의 지원을 주로 담당했기 때문이다.
인문학자가 단 한명뿐인 위원회 구성은 인문사회 분야의 소외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강태진 위원장은 이런 우려에 대해 “인문사회 분야의 지원을 축소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학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통합을 통해 학문융합이 촉진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현실적으로 전체 예산 규모의 1/10정도 밖에 되지 않는 인문사회 분야가 다수의 논리에 밀려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통합의 시너지 효과로 부가가치 창출 기대’를 근거로 정부는 한국연구재단 설립을 결국 성사시켰다. 3개월 뒤 공식 출범하는 2조7천억원 규모의 거인 재단이 어떤 옷을 걸칠 지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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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구재단 비상임 이사 12명 내정, 창립 이사회 구성 완료 (교육과학기술부 보도자료, 2009-06-17 오전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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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의 선진형 연구지원전문기관 「한국연구재단」 출범 (교육과학기술부 보도자료, 2009-06-26 오전 09:00)
- 정부 R&D사업예산의 21.1%인 2조 6,081억원 연구사업관리 -
□ 기초연구지원시스템의 효율화 및 선진화를 위해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과학재단, 한국학술진흥재단,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을 통합하여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전 분야를 지원하는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박찬모)이 6월 26일(금) 공식 출범한다.
□ 한국연구재단은 유사기능 통폐합, 大부서 체제 전환 등 조직 효율성을 강화하고, 연구사업관리전문가(PM) 중심의 전문조직으로 재편되어 이사장과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5본부, 2센터, 33단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 한국연구재단에서 관리하는 연구사업은 ’09년기준 정부R&D예산의 21.1%인 2조 6,081억원 규모로 국내 최대이며, 정부R&D투자가 확대되고 기초원천연구비중이 2012년 50%까지 확대될 예정임을 고려하면 2012년까지 약 4조원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 한국연구재단은 공공기관선진화를 위한 조직ㆍ인력 효율화도 추진할 예정이다.
○ 정원대비 간부비율*을 축소(15.4%)했으며, 최하단위조직 인력규모*는 8.4명으로 확대하였다.
* 과학재단(31%), 학술진흥재단(24%) / ** 과학재단(5.5명), 학술진흥재단(6.2명)
○ ▲간접적인 임금피크제 도입, ▲보직수 조정에 따른 인건비 절감 ▲정년퇴직 고액연봉자를 신규인력으로 대체, ▲직급별 초임 삭감 ▲책임급 직원을 대상으로 연봉 자진 반납 등으로 직급ㆍ보수체계 개선을 통한 경영효율화도 추진할 예정이다.
□ 한국연구재단은 한국연구재단법 제15조에 따라 분야별 전문가가 연구기획→과제선정ㆍ평가→진도관리→성과관리 등 연구사업 전 과정을 관리하게 되는 연구관리전문가(PM: Program Manager)제도를 운영할 예정이다.
○ 한국연구재단 PM으로는 분야별 전문성이 중시되는 기초연구본부, 인문사회연구본부, 국책연구본부의 본부장(3), 단장(18) 등 상근 PM 21명과 본부장과 단장의 전문성을 지원하게 되는 비상근 PM 280여명이 활동하게 된다.
○ 한국연구재단PM은 과제선정과정에 직접참여하고 일부사업(일반연구자지원사업)의 경우 과제선정권 부여받는 등 역할과 책임이 크게 강화될 예정이며, 이에 따라 PM의 공정한 업무수행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외부평가위원회를 교육과학기술부에 설치ㆍ운영키로 하였다.
□ 국내 최대의 연구지원전문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이 출범함에 따라 ①과학기술과 인문학의 학제간 융합을 통한 창조적 신지식창출 촉진, ②최고의 전문가(PM)에 의한 최고수준의 연구지원서비스 제공, ③평가 및 연구관리제도 개선을 통한 창의적 연구환경 조성, ④분야별로 특화된 연구지원체제 구축 등이 기대된다.
□ 한국연구재단은 6월 26일 11시 대전 한국연구재단 학연산교류동 대회의실에서 김중현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및 내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신임 이사장, 감사, 사무총장 등에 대한 취임식을 개최하고 재단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 한편, 지난 3.25일 한국연구재단법이 제정 및 공포된 이후, 교육과학기술부는 한국연구재단 설립위원회(위원장 : 강태진 서울대 교수)를 구성ㆍ운영(’09.3.30~)하여 정관제정, 임원추천, 설립등기, 재단의 조직ㆍ정원ㆍ예산ㆍ각종제규정 검토 등 재단 설립을 위한 작업을 진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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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 통합 시너지는 ‘환상’, 학진·과학재단 특성화 필요 (교수신문, 2008년 03월 17일 (월) 10:10:09 이덕환/ 서강대·화학)
긴급기고_ 교육과학기술부에 출범을 보며
과학기술계의 적극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부총리 부서인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통합된 ‘교육과학기술부’가 출범을 하고 말았다.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국가연구개발 사업 전체를 종합적으로 기획하고 총괄하는 기능을 가진 정부 조직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의견을 완전히 묵살 당해버린 과학기술계는 크게 실망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불평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현실은 현실로 인정하고,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크게 왜곡된 현실 인식을 가진 일부 행정학자와 국가의 미래보다는 눈앞의 득표에만 눈이 멀어버린 정치인들의 잘못된 결정에 굴복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 사회과학자들과 정치인들도 현대 사회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더욱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그렇다고 과학기술자들이 구걸하듯이 과학과 기술의 중요성을 이해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명백한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 전문가는 전문가로서의 자격이 없다. 과학기술자들이 국민에게 과학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상식을 ‘공부’시켜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우선 우리의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교육’과 ‘과학기술’ 행정의 통합으로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는 환상은 확실하게 버려야 한다. 그런 시너지는 교육 행정과 과학기술 행정이 모두 탄탄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경우에나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의 형편은 그렇지 못하다.
과학기술 행정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가장 심각한 과제는 국가연구개발 사업의 관리다. 정부 조직을 슬림화 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국가연구개발 사업은 15개 부처·청에서 수행하게 된다. 그렇다고 우리의 국가연구개발 사업의 규모가 부처별 자율 경쟁을 허용할 정도에 이른 것도 아니다. 우리의 국가연구개발 사업은 일본의 6분의 1 수준이고, 미국의 2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부처별 경쟁을 전제로 하는 중복 투자는 절대 감수할 수 없는 형편이다. 우리의 규모에서는 철저한 종합적인 기획과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3년 전에 어렵게 만들었던 종합 기획·관리 기능을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40년의 역사를 가진 30여 개의 정부출연 연구원의 운영도 심각한 문제다. 종합 관리 기능이 없어진 상황에서 자칫하면 과거처럼 출연연구원이 정부의 특정 부처에 소속되는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일이 벌어질 경우, 이제는 상황이 매우 어렵게 된다. 자칫하면 심각한 국제 통상 마찰의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출연연구원의 기능과 역할을 분명하게 재정립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관리체제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번 통합의 명분이었던 대학의 연구개발 지원을 통한 고급 인재 양성의 효율화도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인재 양성은 과학기술 분야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문·사회·예술 분야의 고급 인재 양성도 과학기술 분야의 인재 양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다. 대학의 연구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업무와 엄청난 비용이 필요한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 수행을 지원하는 업무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이번 통합으로 두 업무의 구분이 없어지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번 통합을 절망적이라고 포기할 수는 없다. 진정한 초중등 교육의 개혁과 대학 자율화를 가속화시키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실패한 것이 확실한 교육과정을 획기적으로 개편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학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완전히 바꿔야 한다. 본질과 특성이 전혀 다른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지원 사업과 인문·사회 분야의 연구지원 사업도 독립적으로 특화시켜서 발전시켜야 한다. 학술진흥재단과 과학재단의 특성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무리하고 불합리한 통합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는 교육계와 과학기술계의 노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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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F 모델로 … “연구자들에게 불이익 없다” (교수신문, 2008년 03월 24일 (월) 13:58:31 박상주 기자)
학진-과학재단 통합 방향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과 한국과학재단(과학재단)이 올해 하반기에 국가학술연구재단(가칭)으로 통합된다.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장관은 20일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같이 보고하면서, 가칭 ‘국가학술연구재단법’을 올 9월까지 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통합배경을 “연구비 배분체계 개선”이라고 설명하고 이 기관들의 “장학 사업은 가칭 국가장학재단을 신설해 이관한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통합 모델을 미국국립과학재단(NSF)으로 본다고 밝혔다.
통합과 함께 떠오른 문제점은 △연구비 배분 구조 △프로젝트 심사 및 성과관리 체계 △각 재단 인력 구조조정 △통합재단의 구성 방식 등이다. 특히 자연과학·공학·의약학 등 학문분야가 중복되는 사업, 학진이 담당하는 인문학·사회과학·예체능·복합학 분야 지원 방향이 연구자들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학진-과학재단이 각기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 심사 방법과 연구 성과관리 방법을 통합하는 과정도 문제다.
연구자들은 이번 통합으로 기초학문분야, 특히 인문사회과학분야 연구가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조성택 고려대 교수(철학, 전 학진 인문학단장)는 “기초학문분야는 국가가 보호하고 대학이 담당하는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통합이 기초학문분야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하고 이번 기회에 국가가 이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인문사회과학의 경우 개인 연구지원보다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는 “과학재단의 과제 심사나 성과관리는 학진에 비해 엄격한 편”이라면서 “이공계 연구자들은 이미 국가정책으로 지정된 연구를 수행해와 통합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인문사회과학분야가 과학재단의 성과 관리 방식에 영향을 받게 되면, 연구주제 선택 등에서 자유로운 학술활동을 제한받거나 (분야특성상 불가능한) 정량적 평가로 흐를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양 기관 모두 “통합과 관련해 연구자들에게 특별한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제창 학진 사무총장은 “통합과 무관하게 정부가 연구개발 예산을 늘리는 것을 공언하고 있기 때문에 누가 이를 관리하든 크게 걱정할 것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형철 과학재단 혁신전략본부장은 “미세한 부분이 조정될 수는 있지만, 전체적인 면에서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분야별 지원 사업이 정리돼 연구자들이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9월 국가연구학술재단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통합 형식과 내용에 대한 협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NSF 모델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국 실정을 고려한 적용 등 구체적인 통합모델을 제시하지는 않은 상태다. 학진은 선진국 연구지원 기관 사례 수집을 끝내고 한국 상황에 적합한 모델을 제안할 계획이다. 과학재단은 이미 자체 연구관리 시스템을 NSF에 맞춰 둔 상태다.
NSF에는 인문사회과학 지원 사업이 없다. 있다 해도 과학기술개발에 따른 윤리문제, 사회적 영향문제 등 종속적 지정과제 뿐이다. 인문학은 별도로 국립인문학기금(NEH, National Endowment for Humanities)에서 지원한다. 우 사무총장은 “NEH 연구비는 한국보다 훨씬 짜다. 미국에서는 인문학이라고 할 만한 게 없어서 5만 달러를 지원받으면 축제를 열 정도다. 인문학 지원만 두고 보면 한국이 미국보다 더 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공계 분야 연구지원은 완전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 문 본부장은 “학진의 자연과학 분야 연구지원이 1천700억 원가량인데 이공계 연구로서는 부족하다. 교수 단위 연구지원이 10분의 1수준인 상황인데, 재단간 기능통합이 이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공계, 인문사회과학계 연구지원은 이제 완전히 별도로 운영돼야 한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필요성과 보호 차원에서 연구지원 정책은 학문간 벽을 좀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심사와 연구 성과관리는 학문 분야별로 구분된다. 학진과 과학재단이 공유하고 있는 이공계 분야는 별 무리 없이 과학재단 연구관리 시스템 ‘연구마루’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인문사회과학은 분야 특성상 새로운 지원체계가 만들어 질 것으로 보인다. 학진은 영국 왕립연구협회, 미국 국립연구협회, 호주 연구협회 등 인문사회과학을 지원하는 외국 연구지원기관을 벤치마킹 모델로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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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적 연구지원기관으로 가는 길 (교수신문, 2008년 04월 07일 (월) 11:04:09 천명기 / 숭실대·물리학)
연구자 입장에서 본 한국학술진흥재단-한국과학재단 통합방향
신정부 정부조직개편으로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 통합이후,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과 한국과학재단(과학재단)통합 방침이 지난 3월 2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확인됐다. 하지만, 통합의 구체적 방안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정부는 ‘업무보고자료’에서 과학기술강국 건설을 위해 과학기술 국가전략 수립, 대학/연구기관 핵심역량강화 및 연구지원하부구조 강화라는 3대 정책을 제시했다. 이 중 연구지원하부구조 강화 정책 내 ‘연구비배분체계 개선’ 항목에서 두 재단 통합 방침이 언급됐을 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미국과학재단(NSF) 형태의 통합재단 모델” 및 “분야별 최고 전문가들에 의한 평가시스템”을 제안하고 “R&D 재원의 분배기능에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하 과기위)의 역할 강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NSF의 특징은 그 사업 성격에 있다. 우리나라처럼 일반사업 내 분야별 지원이 아니고, 과학기술 분야별 지원 사업형태다. 학문분야별 개별 특성을 유지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OSTP(Office of Science and Technology Policy)이다. OSTP는 미국 과학기술 R&D정책의 핵심기관으로 우리나라 과기위에 상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과기위는 과거 참여정부 때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상위기관이지만, 주로 혁신본부의 자문기관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었다. 새 정부는 과기위에 실질적인 R&D예산 조정기능을 부여했다. 결국 두 기관의 내재적 통합 원칙은, 일반적 연구지원사업은 현재 사업을 통합, 주요 국책사업은 분야별 위주 사업으로 정리, 과기위가 예산의 주요 배분권을 유지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5개 주요기술 분류로 된 과기위 ‘운영위원회’ 산하 5개 ‘전문위원회’ 성격을 보면, 예산배분 원칙은 주로 기술위주의 분류를 중심으로 배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통합 당사자인 두 재단은 연구지원 단순집행기관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역할 강화의 기회로 판단,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할 것이다. 현재 양 재단은 정부지원금이 출연금 형식으로 지원되지만 실제적으로는 관련부처의 간접지원 방식으로 지원되고 있다. 결국 책임권한은 정부부처에 귀속 될 수밖에 없어 양 재단은 연구지원의 단순 집행기관에 머물고 있다. 양 재단은 통합 이후 그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데 우려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인문·사회 등 특성 존중해야
재단통합 관련자들의 이해를 바탕으로 통합과정에서 반드시 고려돼야할 사항을 연구자의 입장에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결국 두 재단 통합은 연구지원의 기능적 통합이 그 요체이므로, 연구자들의 관심은 연구지원사업의 변화 추이다. 양 재단 지원사업 중 과학재단의 ‘기초과학지원사업’, 학진의 ‘연구지원사업’은 어떤 형식이든 일원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때 인문사회, 기초과학 및 응용연구 등의 학문(또는 연구분야)별 예산/평가/지원 방식에서 학문별 특성을 존중할 수 있는 시스템의 확보가 전제돼야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인문학과 같이 학문 고유 특성을 가지고 있는 분야의 경우 기존의 지원방식의 합리적 변화를 심도 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의 고려사항은 소규모그룹 연구(일명 풀뿌리 연구)를 포함하는 개인연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중규모 및 대규모 집단연구와의 지원 비율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합리적 접근방식이다.
또한 신정부가 구상중인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이나 기타 국책연구와 같은 대규모 사업과의 예산 배분에 관한 분명하고 합리적인 가이드라인 설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존의 R&D 예산 배분비율은 그대로 유지하되 순수하게 증액되는 예산 중 일정비율을 신규사업이나 국책사업에 투자한다는 등의 원칙적 선언이 필요하다. 제로섬게임에 본의 아니게 길들여져 왔던 우리나라 연구자들에게 좀 더 확실한 메시지로 작용되리라 본다.
두 번째는, 두 재단 고유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학진의 BK21이나 NURI사업 등 인력양성사업 및 과학재단의 ‘특정연구개발사업’ 등의 ‘기금사업’문제다. 사실, R&D정책과 인력양성정책은 개념적으로는 분리 가능해도 연구 현장에서는 분리가 거의 불가능하다. 참여정부의 경우 그 분리(과기혁신본부 및 인적자원혁신본부)를 시도했지만 그 성과를 검증하기 전에 이제 두 부처가 통합됐다. 따라서 차후 합리적인 통합개념에 의한 지원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과학재단의 ‘특정연구개발사업’은 주 수혜자가 정부출연구소이지만 실제적으로는 대학 연구자들이 위탁의 형태로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연구소를 둘러싼 제도적인 환경변화(PBS, 연구소 인력흐름의 정체성, 연구소 위상의 잦은 변화 등)에 민감한 연구소가 자체 현안을 정리하면서 복합적으로 접근해나가야 할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통합 후 정부부처와 연구지원기관과의 위상 설정문제다. 현재와 같은 연구지원을 위한 단순집행기관 기능만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좀 더 정책 및 기획기능을 보강해 미국 NSF와 같이 정부부처로부터 독립적이며 명실상부한 연구지원기관으로 갈 것인가 하는 분명한 비전 및 실천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문제는 정부가 현재 구상 중인 과학기술위원회 구성 및 그 역할과도 관련된다. 이때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점은 NSF를 둘러싼 환경과 우리나라 환경의 차이를 입체적으로 조망하면서 접근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R&D 기획·조정 중장기 안목 필요해
네 번째로, R&D 예산 배분과 연구지원의 평가 문제다. 현재 신정부 구상으로는 국가 R&D 예산 배분권이 기획재정부로 이관돼 있는 상황이다. 물론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과기위의 기능에 자체 평가기능을 강화시켜 과거의 조사·분석·평가 기능을 대폭 축소시키는 시도는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떤 형식으로든 평가 기능을 유지해 예산 배분의 합리적 근거자료로 활용하고, 더 나아가 민간 R&D 및 정부 R&D를 포함한 국가 전체 R&D의 기획 및 조정기능에 대해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하는 시야를 가질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과학기술기획평가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및 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 관련기관과의 역할에 관심을 기울일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신정부는 국가 경제를 위해 기술개발이야말로 가장 크고 직접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기초과학의 진정한 토대가 없는 기술개발은 이미 그 한계에 도달해있다.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이 함께 가는 공생의 길로 현 상황을 지혜롭게 돌파할 수 있는 R&D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 과거 과기부와 교육부에서 각각 적용해왔던 연구지원 사업의 분류체계인 학문 및 과학기술분류체계, 더 나아가 지식경제부의 산업분류체계까지 시야에 넣을 수 있는 포괄적 연구분류체계로 양 기관 통합을 좀 더 밀도 있게 접근해야 보다 효율적인 R&D 지원 정책이 수립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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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진·과학재단 통합 밑그림 … ‘비상임 이사회’가 중심 (교수신문, 2008년 06월 02일 (월) 10:15:40 박상주 기자)
교과부, ‘한국연구재단’ 시안 발표
연말 신설될 한국연구재단·한국장학재단 밑그림이 발표됐다. 연구재단은 국가과학기술위원 등이 포함된 비상임 이사회 15명과 상임 전문경영인 ‘총장’으로 지배-경영을 분리한 체제로, 현행 사업부문별 지원을 학문분야별 지원으로 바꿀 예정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29일 서울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 강당에서 ‘연구지원시스템 개선 및 맞춤형 장학제도 구축을 위한 한국연구재단 및 한국장학재단 설립·운영방안(시안)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연구재단 시안을 발표했다. 공청회 참석자들은 학문분야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이공계 분야 토론자들은 대체로 “보완 후 찬성”을, 인문사회과학분야 전문가들은 “학술개념이 부족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번 연구재단 시안은 교과부 ‘한국연구재단 설립 정책연구팀(책임자 박재민 건국대 교수)’이 입안했다. 박재민 교수(소비자정보학과)는 “연구자 친화적 지원시스템, 전문성 중심 연구기획·평가체제, 창의성 중심 우수과제 발굴 지원을 통해 우리나라 기초·원천연구역량 제고를 도모할 것”이라고 전략을 비쳤다. 시안에 따르면, 연구재단 지배구조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 등이 참석하는 15명 내외 비상임 이사회가 중심이 된다. 이사회를 민간전문가로 구성, 연구사업 정책을 분석·수립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상근 최고경영자는 ‘총장’으로 이사회가 선임해 교과부 장관이 임명할 계획이다.
연구지원 체계는 현행 사업부문별 지원에서 학문분야별 지원으로 변경된다. 총장 산하에 기초연구본부(이공계), 인문사회연구본부(인문사회과학계), 국책연구본부(우주기술·원자력기술 등)의 3개 연구본부, 각 연구본부 아래 세부학문분야별 연구단이 연구사업을 기획·관리한다. 또 연구본부는 각각 사업운영위원회와 기획관리실을 둬 독립적인 행정체계를 가진다. BK21·세계적 수준의 연구 중심 육성사업(WCU)·인력양성사업은 대학연구진흥본부가, 국제협력은 부설 국제협력센터가 담당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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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독립성 놓고 격론 … ‘인문사회홀대’ 지적도 (교수신문, 2008년 06월 02일 (월) 13:22:18 박상주 기자)
[지상중계]‘한국연구재단’ 공청회
한국학술진흥재단(이하 학진)·한국과학재단·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 통폐합으로 만들어지는 ‘한국연구재단’ 밑그림에 뚜렷한 비전이 없고, 인문사회과학 연구단 학문분류를 엉뚱하게 뭉쳐놔 “인문사회과학계 홀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29일 학진에서 ‘한국연구재단’ 통합시안 발표와 함께 공청회를 가졌다. 공청회 좌석은 시작 전부터 만원을 이뤘다. 학진 직원들이 간이의자 수십 개를 들고 와 자리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자리가 부족해 서서 듣는 사람들이 태반을 이뤘다. 안내데스크 직원은 “인쇄된 자료집이 부족하니 당장 필요하지 않은 분들은 자료집을 돌려 달라.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료집을 내려 받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한 참석자는 “연구지원 관련 유일한 재단이 될 테니 관심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청회 참석자들은 연구지원기관 통폐합의 근본적인 문제부터 구체적인 운용방식까지 문제를 제기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 재단성격, ‘시너지 효과’는 뭔가=조성택 고려대 교수(철학)는 “명칭에서 ‘학술’이 빠지고, 연구재단의 주요 역할이 ‘원천기술’ 등 ‘돈 되는 연구’에 집중됐다. 국가 기초학문 지원은 학술 발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왜 학술이라는 말을 굳이 배제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돈 되는 연구는 기업이 지원하고 국가는 학문을 키워야 한다. 연구재단 성격에 심각한 우려를 가진다”고 밝혔다. 또 “선진형, 창의적, 연구자 친화 등으로 연구재단을 설명하는데 이는 이미 학진이나 과학재단에서 추구해왔던 것이다. 연구재단 설립으로 더 나아지는 장점 등 비전과 철학이 없다”고 비판했다.
박정훈 서울대 법학연구소장은 “통합은 정부 자율로 할 수 있지만, 헌법상 학문의 자유는 지켜져야 한다”면서 “학술진흥, 학문이라는 용어가 어디엔가는 나타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철구 연세대 교수(물리학)는 “연구재단이 재원확보를 위한 기관인지, 평가를 위한 기관인지 불명확하다”면서 “연구재단법 등에서 구체적인 역할이 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과학재단 관계자는 “교과부는 통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했는데, 국제협력센터를 부설로 두는 것이나, 창의사업을 과학문화재단으로 넘기는 것은 통합과 반대방향으로 가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양오봉 전북대 교수(화학공학)는 “시안이라면 안을 5개 정도는 만들어 와야 할 텐데, 달랑 하나를 내놓고 우리가 갈 방향이라고 하는 것은 불충분하다”면서 “각 연구본부 예산을 3분의 1씩 나눈 걸 보면 분리를 염두에 둔, ‘이혼을 위한 결혼’처럼 보인다. 국제협력센터는 국제협력실정도면 될 일 같은데 위인설관 같다”고 평했다.
□ 지배구조, 독립성 보장 관건=연구재단은 효율성을 위해 지배와 경영을 분리, 15명 내외 이사회가 연구지원정책을 정하고 상근 전문경영인 ‘총장’을 선임하는 독립 체제를 지배구조로 한다. 김철구 교수는 “15명 비상근 이사가 전체 연구기획 기능을 담당하기 어렵고, 정부의 당연직 이사도 빼기 어려워 독립성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이사회는 존치하되 자문그룹은 저명한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학술이사회나 과학위원회 등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독립성 유지를 위해 총장은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이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성택 교수는 “효율성을 목적으로 하자면 지배-경영을 통합, 책임경영제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사회체제로 가면 그 상위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이사회(국가권력 등)가 분명히 있다. 법·제도적으로 독립성을 보장해야한다”고 말했다. 여준구 항공대 총장은 “미국 NSF는 독립 기구지만 정부가 더 많은 예산을 늘여준다. 연구재단이 부처소속기관이라도 독립성을 더 많이 줘야 할 것”이라면서 “이사회는 견제의 의미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 PM확대, 민간전문가 책임소재 불분명=연구재단은 민간전문가를 학진 단장급의 프로그램매니저(PM)로 선임, 국내외 PM이 연구지원 전 과정을 관리·평가하고 외국 학자들의 피어리뷰를 시행할 계획이다. 여준구 총장은 “연구재단은 행정보다 연구자 위주 조직이 돼야한다”면서 PM제 도입에 찬성을 표했다. 김철구 교수는 “우수한 PM을 확보하려면 미국과학재단보다 독일 DFG를 고려해봄직하다”면서 “현재 기초연구 수혜자가 7~8명 중의 1명인 상황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연구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연구비를 주는 ‘풀뿌리연구지원’이 정착돼지 않는다면 학자들이 PM 결정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국제 피어리뷰에 찬성하면서 “그러나 외국학자들은 응답률이 낮다. 일본이나 중국 등과 함께 상호평가협약을 맺으면 상대기관이 책임지고 국제 평가를 수행해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병기 기계연구원 재료연구소 선임연구부장은 “PM이 민간전문가라면 이들 역시 어느 기관에 소속된 사람이다. PM의 책임소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각 PM이 담당하는 학문분야별 예산 배분안이 나오지 않아 역할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안을 작성한 박재민 건국대 교수(소비자정보학)는 “국가기초과학위원회에서 (각 학문별 예산배분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공청회 사회를 맡은 전승준 고려대 교수(화학)는 “이번기회에 종합적으로 예산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학문별 지원, 학제·융합연구 미비=연구재단은 현행 연구사업별 지원에서 학문분야별 지원으로 연구지원 형태를 바꿨다. 재단 산하 기초연구본부가 이공학을, 인문사회연구본부가 인문사회과학을 담당한다. 우주기술·원자력기술 등은 국책연구본부에서 담당한다. 각 연구본부는 사업운영위원회를 두고 있다. 여준구 총장은 학문분야별 협력체계 보완을 강조했다. “미국과학재단도 부처 간 갈등이 생겨 협조가 어려웠었다. 그러나 지금 NSF 내 프로그램들은 연구사업별로 관계된 다른 프로그램과 협조관계를 형성, 서로 예산을 함께 투자하기도 한다”며 “학문분야별 예산은 나눠 갖는 게 아니라 협조해가면서 리서치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철구 교수는 “기초연구와 국가부처연구는 각기 다른 성격으로 접근해야 한다. 국책연구본부는 국책연구센터처럼 별도 기관화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복합연구단이 인문사회과학분야 산하에 있는 것에 대해 김 교수는 “이공계, 인문사회계 공동에 둬 학문분야별 협조의 창구나 가교로 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조성택 교수는 “사업운영위원회 기능과 역할이 정해진 바 없다. 불분명한 위원회가 학술 방향에 일관성을 훼손할 수 있다”면서 “오래전부터 분과 학문 구분은 있었다. 해결점은 학제연구나 융합연구 방안인데, 연구재단은 이런 연구경향에 대해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채 후진적인 낡은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연구단 구성, 인문사회 홀대?=연구재단은 학문분야를 이공학, 인문사회과학별로 나눠 연구본부를 만들고, 연구본부아래 세부 학문분야별로 연구단을 구성했다. 연구단 구성은 이공계의 경우 ‘수학’, ‘물리학’ 등으로, 인문사회계의 경우 ‘인문1(언어·문학·예술·체육)’, ‘사회2(사회·문화·교육)’ 등으로 예시를 들어 놨다. 공청회 참석자들은 연구단 예시를 두고 “인문사회 홀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성택 교수는 “인문사회분야가 서자 취급을 받는 느낌”이라면서 “예술과 체육은 문학과 공학만큼이나 다르다. 어떤 철학으로, 어떤 이유로 이렇게 인문사회 분야에 여러 분야를 뭉쳐 넣었는지 모르겠다”면서 인문사회과학이야말로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다. 국가경쟁력 담당자를 이공계가 독점하는데 대해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ㄱ아무개 전북대 교수는 “연구단을 이렇게 나누면 이공계는 13개, 인문사회계는 5개 연구단을 가진다. 분류나 구성 기준이 뭐냐”고 따졌다. 전승준 교수는 “그건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이걸 보고 인문사회 홀대 언급이 나오는데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면서 “예를 뭔가로 들어야 할 것 같아 적은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 공청회 참석자는 “아무리 예시로 잡았다해도 숨겨진 의도는 들어간 것”이라면서 “공청회 의견이 수렴되는지 지켜볼 일”이라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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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구재단 출범 시비 (서울, 이성형 정치학 박사 중남미전문가, 2008-07-29 30면 )
신정부 들어서 통폐합 담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부처와 공공기관의 통폐합 드라이브를 통해 그동안 붙은 기름기를 빼고 국가기관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참으로 경하할 만한 일이다. 국민 세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서비스 수준을 제고하겠다는 뜻이니 말이다. 하지만 가끔 이해하기 힘든 기구 개편과 통합도 있다. 한국과학재단과 학술진흥재단의 경우를 말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6월 한국연구재단법과 한국장학재단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연구재단이 현 한국과학재단과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하고, 한국장학재단이 현 한국학술진흥재단(이하 ‘학진’)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인문사회과학계는 이를 우려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어떻게 주된 업무가 연구와 학술 지원인 학진을 한국장학재단의 이름으로 승계할 수 있을까.
학진의 장학 사업(20%)이 아닌 나머지 연구지원사업(80%)은 그냥 한국연구재단에 흡수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응용과학이 주도하는 한국과학재단 아래 인문사회과학이 종속되는 처지가 되지 않을까. 가뜩이나 ‘인문학의 위기’가 심각하다 하여 작년에 ‘인문한국’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금방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의문은 꼬리를 문다.
1959년 영국 과학자 스노는 한 강연에서 과학자와 인문학자 사이에는 메워지지 않는 균열을 보여주는 “두 개의 문화”로 갈라져 있다고 갈파했다. 인문학자들은 과학적 방법이 언어와 문화에 영향을 받는다는 구성주의적 견해를 지지한다면, 과학자들은 편견에 치우치지 않는 과학적 관점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이런 균열은 지난 50년 동안에도 결코 줄어들지 않았고, 점점 강화되어 왔다는 것이 진실일 것이다. 연구자들도 이런 시각이 지배하는 장(場)의 논리에 훈육을 받으며, 그 속에서 살아간다. 가끔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통섭’ 이야기도 있지만, 그것은 분업의 세계를 미덕으로 아는 주류 세계에서 벗어난 극소수에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한국연구재단이 학문의 통섭을 위해 인문사회과학을 흡수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더구나 재단의 주축이 되는 한국과학재단은 주로 응용과학기술연구를 지원하는 기관이다. 바이오, 나노, 원자력, 핵융합 에너지, 우주, 미래유망 기술…. 이런 응용과학 중심의 연구지원이 요구하는 장의 논리가 있다. 여기서는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목표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속도의 논리가 장을 지배한다. 연구비 규모도 크고, 연구진들도 집체적으로 움직인다. 랩을 관리하는 연구자들은 조그만 기업의 책임자에 가깝다. 여기서 만들어진 표준화된 평가방식이 인문사회과학에도 적용된다면 어떻게 될까.
인문사회과학의 장은 응용과학의 장과는 달리 움직인다. 여기서는 속도가 적이다. 공부를 준비하는 시간도 길고, 연구의 호흡도 길다. 대부분 연구가 집체적이기보다는 개인의 고독 속에서 이뤄진다. 보호학문처럼 종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그런 만큼 연구인력을 양성하고, 연구를 지원하는 시스템은 섬세하게 설계되어야 하고, 학문적 특성을 고려해서 지원해야 한다. 한마디로 장의 주변 환경이 복잡한 것이다.
학진은 지난 27년간 우리 현실에 알맞은 연구지원과 인력양성의 노하우를 축적하였고, 효율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하였다. 만약 학진이 한국연구재단에 들러리로 흡수된다면 그것은 재앙이다. 그동안 쌓아놓은 무형의 재산인 노하우와 네트워크가 몽땅 사장될 위험이 있다. 학진은 장학재단이 아니라 한국연구재단의 투톱의 하나로 승계되어야 하고, 지속적으로 한국 학문 발전의 중추가 되어야만 한다. 곧 있을 공청회에서 꼭 옥석이 가려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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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계 교수들, (가칭)한국연구재단 설립 재검토 요구 (교수신문, 2008년 08월 25일 (월) 16:57:15 오주훈 기자)
교육과학기술부가 ‘한국학술진흥재단’과 ‘한국과학재단’,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 등을 통합해 (가칭)한국연구재단(이하 연구재단)을 발족하겠다고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인문 사회계 연구 단체들이 ‘재단 설립 재검토’를 요청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인문과학연구회협의회(회장 고규진 전북대 교수), 사회과학분야중점연구소협의회(회장 장상환 경상대 교수), 학술단체협의회(상임대표 서유석 호원대 교수)는 “‘연구재단’ 설립 계획이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추진되는 가운데, 그 기본 취지와 추진 절차, 내용 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연구재단 설립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채택, 지난 20일 관계 부처에 제출했다. 이들 단체는 의견서에서 △충분한 검토와 의견수렴 없는 졸속성 △ 국가학문지원정책과 관련한 통합 필요성의 부재 △성급한 통합 시도를 대신할 ‘국가학문위원회’ 설립 △(가칭)한국연구재단 설립의 전면 재검토 등을 주장했다.
정부 안에 의하면 연구재단은 ‘기초연구지원시스템의 효율화와 선진화’라는 원칙 아래, 연구지원을 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해 사업구조를 간소화, 체계화하고, 세 기관의 통합을 통해 지원체계를 일원화하며, 관리제도의 전문성 및 효율성을 제고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기초원천연구의 창조적 역량 극대화’, ‘지식기반사회 성장잠재력 확충’, ‘과학기술 5대 강국 조기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학문 단체들은 “학술연구지원제도의 선진화라는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학문분야별 독립 지원 체제가 나은지, 아니면 통합된 단일 지원기관 체제가 유리한지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하는 단순통합 시도는 각 기관의 축적된 전문성과 정통성의 발전적 계승은 고사하고, 오히려 학문분야 사이의 갈등만을 낳을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고규진 회장은 “연구재단 설립 법안을 보면, 한국연구재단이 과학재단을 승계함으로써 사실상 학진까지 흡수 통합하는 형식이다. 지금까지 학진이 축적해온 역할이 위축되거나, 학진의 기능이 축소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우려했다. 장상환 교수도 “정부의 연구재단 설립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인문사회분야의 독립성이 보장될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하면서, “예산 증액이 없는 수요자 중심의 연구에 대한 강조는 단기적 성과와 효율성에 집착하게 해 결국 장기적 안목이 필요한 인문사회과학 및 기초과학분야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유석 상임대표도 “이번 통합은 유사기관 통폐합을 성급하게 단행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주먹구구식으로 입법초안을 바꾸는 교과부의 모습에서 장기적인 학문정책의 비전이 결여돼 있음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권석민 교과부 연구정책과 서기관은 “근거 없는 막연한 불안감이다. 추진 주체도 구 과기부가 아니라 교과부다. 인문사회계 예산 삭감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인문사회계 학문단체들의 문제의식은 지난 8일 프란치스꼬 교육회관에서 이들 단체가 주관한 ‘(가칭)한국연구재단 설립 관련 공개토론회’에서 이미 제기됐다. 최갑수 서울대 교수(서양사)가 「국가학문정책의 올바른 방향」을, 이명원 지행네트워크 연구위원(전 디지털대 교수)가「학진·과학재단 통합의 문제점과 인문학의 위상」을, 황영호 군산대 교수(행정학)가 「학진·과학재단 통합안과 사회과학」을 발표했다. 김남두 서울대 교수(철학), 성태용 학진 인문학단장(건국대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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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 탄생, 위협받는 기초학문 (2008년 08월 25일 (월) 17:45:18 교수신문, 오주훈 기자)
인문사회 학자들, 한국연구재단 설립 재검토 주장
지난 8일 학술단체협의회등 3개 인문사회계 학술단체가 서울 정동에서 공개토론회를 열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최갑수 서울대 교수(서양사학과) : ‘국가학문지원정책의 올바른 방향’요약
“최근 정부는 ‘신정부 출범 및 교육과기부 발족에 따른 기초연구지원 시스템 효율화 및 선진화’라는 구호 아래 이른바 ‘한국연구재단’의 설립을 꾀하고 있다. 핵심적인 내용은 기왕의 ‘한국과학재단’과 ‘한국학술진흥재단’을 통합하여 새로운 연구관리전문기관을 세운다는 것인데, 교육과기부가 배포한 자료에는 두 개의 부처의 통합에 따른 조치라는 점 외에는 이렇다할만한 기관통합의 논거를 발견하기 어렵다. 이를테면 새 집단의 발족을 통해 ‘기초원천연구투자 확대’와 ‘기초연구지원시스템 효율화 및 선진화’가 이루어져 ‘기초원천연구의 창조적 역량 극대화, 지식기반사회의 성장잠재력 확충, 과학기술 5대 강국 구형의 기초체력 강화’라는 목표를 이룬다고 자료는 밝히고 있는데, 연구투자의 확대는 새 재단의 설립과는 아무런관계가 없는 사안이고 또 새 집단이 생긴다고 하여 연구지원체제가 자동적으로 더 효율적인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울러 통합의 기대목표라는 것도 두 재단의 발전적 해체와는 원칙적으로 무관하다. 두 재단이 존속한다고 하여 그런 목표가 포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통합을 계기로 ‘기초원천연구의 기회 확대’가 우리 학문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문화적 역량을 더 튼실하게 해 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본다면 교육과기부가 통합에 임하는 자세는 다소간 실망스럽다. 통합을 발전의 적극적인 계기로 삼으려는 의지가 돋보이지 않거니와, 더 근본적으로 우리 학문의 현 상태에 대한 진단과 이에 입각한 방향 모색의 고민이 결여된 듯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과학재단’과 ‘한국학술진흥재단’을 통폐합하는 형식으로 새 학술재단이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정부의 R&D 기금 운영의 구조 개편’의 일환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의 사항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 양 재단은 그 나름의 정체성과 전문성을 갖고 있다. 차제에 인문사회계와 이공계에 대해 아예 별개의 지원기관을 존치시키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차제에 새 재단은 연구관리전문기관으로서 독립성을 확보해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연구지원업무의 공정성, 전문성, 객관성을 살리는데 더 적절하다. 셋째, 새 재단의 주 업무인 기초연구에 대한 지원이 대학의 연구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게끔 새 재단의 운영방식이 혁신되어야 한다. 넷째, 연구지원재단의 성패는 학문분야별 특성에 적합한 평가체제의 구축 여부에 달려 있다. 다섯째, 연구비 사용과 관련하여 새 재단은 감독만 하고 아예 대학에 위탁 관리시키는 과감한 집행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여섯째, 새 재단의 연구지원사업은 새로운 문제의식과 지적 실험에 대해 열려있어야 한다. 일곱째, 새 재단이 기초연구지원이 주목적이라면, ‘연구개발활동과 연구개발인력’이란 표현도 ‘연구활동과 연구인력’으로 달리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이명원 지행네트워크 연구위원 : ‘학진/과학재단 통합의 문제점과 인문학의 위상’요약
“기존의 단체를 통폐합한 새로운 연구재단의 평칭은 한국연구재단이다. 이 명칭은 여러 논자들에 의해 지적되었지만, 체계적인 국가학술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으로 적당하지 않다. 많은 연구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재단의 명칭에 ‘학술’이라는 용어를 분명히 명시함으로써, 학술지원 및 정책기관으로서 성격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한국 연구재단의 설립모델은 미국의 국립과학재단(NSF)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미국의 국립과학재단은 명칭에서 보이듯, 인문사회과학 중심의 지원모델이 아닌 이공계 중심의 정책지원기관이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기관의 통폐합 이후 한국연구재단이 인문학 분야의 연구 및 정책 기능이 약화될 것을 인문학자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에 국가학문정책의 수립 및 지원에 있어 학문분야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 때문에 학술연구 및 정책지원 기관이 분리되어 있다. 그렇게 본다면, 한국과학재단과 한국학술진흥재단을 굳이 ‘한국연구재단’으로 통합하는 것이 선진화와 효율성의 목표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는 근거는 빈약하다.
새롭게 설립되는 한국연구재단은 ‘사무총장 중심운영’을 뚜렷이 하고 있다. 사무총장은 전권을 갖고 인사, 재정, 경영, 정책 등을 총괄한다. 명목상의 이사장은 있지만, 비상근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그 책임성이 떨어진다. 많은 논자들이 지적한 대로 이러한 구조는 이사장·사무총장의 역할분담 및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이사장은 인사 및 재정 부분을 총괄하고, 사무총장은 경영 및 정책부분을 총괄하는 식으로 업무분담을 재조정해야 한다.
한국연구재단의 설립에서 특징적인 것은 이른바 PM제도에 있다고 보여진다. 미국의 국립과학재단의 프로그램 담당관(PO, Project officer)를 모델로 한 것으로 보이는 이 제도는 오히려 한국연구재단의 연구지원정책의 전문성과 공정성의 확보에 독이 될 수 있다. 한국연구재단안을 보면, 소수의 PM이 연구재단 정책의 전 영역을 사실상 좌지우지하게 되어 있으며, 더구나 민간전문가로 구성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일단 PM의 직무의 공정성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체계화가 없다면, 이는 연구자들에게 상당한 불신을 초해할 뿐만 아니라, 연구의 자율성과 목표를 사실상 검열하는 학문사회의 ‘빅브라더’가 확률이 높다.
새 정권이 출범했다고 해서 학문정책이 효율성과 선진화로 획일화된다면, 이것은 학문의 본령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우를 범할 확률이 높다. 학문의 목표는 가령 실용학문의 경우는 국책에 입각한 정책연구가 필요한 부분도 불가피하게, 때로는 전략적으로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인문사회과학 분야는 개별적 연구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학문의 존립이 불가능해진다.”
황영호 군산대 교수(행정학과) : ‘학진/과학재단 통합(안)과 사회과학’ 요약
“양 기관의 통합은 ‘기초연구지원 및 관리체제의 일원화’라는 일차적 수준을 넘어, 지식기반사회 국가발전의 핵심동력으로서 기능할 기구를 확대, 재편하는 측면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설립법안 마련, 국가 R&D 설명회, 입법공청회 등을 통해 현재까지 드러난 준비과정은 양 기관의 고유기능과 역할 및 연구 현장의 요구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토대로, 통합의 시너지를 창출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미래지향적 방향제시를 고려하는 기능주의적 관점이 아니라, 기존 양 기관의 기능을 물리적으로만 취합하고 단순화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심지어 두 기관의 시스템 중 하나만을 임의로 취사선택하여 획일화하는 행정적, 관료주의적 관점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이러한 과정에서 연구지원의 폭과 깊이가 상대적으로 짧은 인문사회분야에 대한 홀대가 우려될 수밖에 없다.
통합의 궁극적 목표는 연구자의, 연구자에 의한, 연구자를 위한 ‘학술연구지원체제의 효율화·선진화’이어야 한다. 최우선적으로 다음 사항에 대한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는 고려와 검토를 제언하고자 한다. 이는 첫째, 정부에서도 전면에 내세우는 현장 중심, 수요자 중심의 정책추진을 위한 연구현장과의 소통, 둘째, 선진화를 위해 벤치마킹 대상으로 제시되고 있는 미국국립과학재단(NSF)의 구조 및 작동원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정책적 함의 도출 및 실제적인 적용, 셋째, 연구지원기관의 전문성 강화와 축적 및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다. 결국 진정으로 연구자의 입장에서 연구자가 만족하고, 학문분야별 특성이 고려되고 전문화된 연구지원기관으로의 통합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하루빨리 연구자들과 공감대 형성을 기반으로 하는 비전과 중장기 발전계획이 제시되어야한다.”
한국연구재단 설립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인문사회과학자들과 단체들은 지난 20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보낸 의견서에 대한 반응의 본 뒤, 국회의원들도 참여하는 대규모 공개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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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에도 ‘선진화 계획’ 불똥 (2008 09/02 뉴스메이커 790호, 이명원 문학평론가·문학박사)
이른바 ‘공기업 선진화 계획’이 경영 논리와는 다소 동떨어져 보이는 학계에도 불똥이 튀게 하고 있다. 유사 중복 기능을 갖고 있는 기업과 기관을 통폐합함으로써 선진화와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학술진흥기관의 통폐합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교육과학기술부는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과 한국과학재단(과학재단)을 통합하여 가칭 한국연구재단을 설립하겠다는 입법예고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정부의 이러한 조직개편안을 알고 있는 학자는 극소수며, 설사 그 내용을 인지하고 있는 학자들조차 정부의 계획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고등교육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지원 시스템이 미비한 상황에서 학술진흥재단은 인문사회과학을 포함, 특히 기초학문 분야에 대한 학술진흥 및 지원정책을 꽤 활발히 수립해왔다. 이에 반해 한국과학재단은 과학기술 분야의 응용·개발 부문과 같은 정책 용역 연구를 지원해온 기관이다. 연구지원 기관이라는 점에서 이 두 기관은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연구 지원의 범주 및 성격은 매우 다르다.
학진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기초학문 분야나 학문 후속 세대를 대상으로 한 여러 정책은 기초학문의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은 아닐지라도, 어쨌든 열악한 연구 환경을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문제는 과학재단과의 통합으로 탄생하는 가칭 한국연구재단이 ‘선진화’나 ‘효율성’이라는 정책 목표 아래, 실용성을 최우선 목표로 한 과학기술 연구 지원으로 편향될 위험성이 다분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연구재단의 설립 계획은 미국의 ‘국립과학재단’을 모델로 하고 있으며, 연구지원 계획을 들여다보면 ‘기초연구’ 지원이 아닌 과학기술 부문의 ‘기초원천연구’ 지원 확대를 분명히 함으로써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문제의식의 결핍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교육부가 설립 모델로 검토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도 ‘국립과학재단’과 ‘국립인문재단’이 양립하고 있는 이유는 기초학문과 실용학문의 조화가 고등교육 정책의 당연한 임무임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정부의 계획은 우려스럽다.
물론 나 자신이 한국연구재단의 설립 문제를 단지 연구 지원의 편향성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고등교육의 이념 및 정책 방향이 과연 ‘선진화’나 ‘효율성’이라는 간명한 목표로 정리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점이다. 적어도 고등교육과 연관된 학술진흥정책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자 한다면 한시적인 정권의 국정 목표를 뛰어넘는 교육과 연구의 거시적인 목표와 방향성에 대한 체계적인 논의가 학계 내부에서 선행돼야 하는 것이 아닐까.
동시에 가뜩이나 학문의 국가 통제 및 시장에의 종속이 심화하는 시점에서, 한국연구재단이 그야말로 일원화된 공룡과도 같은 학문규율시스템으로 기능하여, 연구 자율성과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관리하고 검열하는 국가기관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역시 부정하기 힘들다. 인문사회과학은 국가와 시장 부문 자체를 비판적 성찰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역설적으로 사회의 공공성에 이바지한다. 거대 국가기구에 의한 비판적 학문의 위축이 진심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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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학문의 자유마저 통제하려나" (프레시안, 오창은/대안지식연구회 연구위원, 2008-09-01 오후 2:29:43)
[기고]'한국연구재단' 설립, 난도질 당하는 학술 조직
인문학을 전공한 연구자들의 모임에서 '학술진흥재단이 없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 소리에 한 문학박사가 귀를 쫑긋 세우며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놀라워했다. 다른 연구자는 그간 학술진흥재단(학진)이 학문세계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거론하며, 차라리 잘 되었다고 맞장구를 쳤다.
어찌되었든, 그 모임에 참석한 연구자들은 대부분 한두번 인문사회과학 기초학문 지원사업에 참여한 적이 있었고, 몇몇은 이번 여름을 인문한국(HK) 연구계획서 작성에 온전히 투자했으며, 한 연구자는 두뇌한국(BK)사업 중간보고 때문에 몸과 마음이 모두 소금에 절인 듯 무거워진 상태였다. 이 모든 사업은 학진에서 주관하고 있다. 학진의 사업일정은 박사급 비전임연구자들의 일상을 지배한다. 그것이 현재 한국사회의 현실이다.
대학의 전임교수보다는 박사급 비전임연구자들에게 더 존재감이 높은 학진이 없어진다고 한다.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조직인 학진의 존폐가 무어 그리 대수이랴. 하지만, 그 이면의 맥락은 만만치 않은 함의를 안고 있어 문제적이다. 한국 학문세계의 이데올로기적 지형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점차 한국학문은 국가기구에 의해 관리되는 '이데올로기적 장치'로 기능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학진의 존폐가 아닌, 새롭게 탄생한 '한국연구재단(가칭)'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과 '한국연구재단(가칭)'의 탄생
문제는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연구재단의 재편에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학술연구정책실에 따르면, 한국과학재단, 한국학술진흥재단,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을 통합해 '(가칭)한국연구재단'을 설립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그야말로 매머드급 '거대 학문 권력'의 탄생을 예고하는 일대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른바 '제2차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에 묻혀 그 심각성이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연구재단을 통합해 출범하게 될 '(가칭)한국연구재단'의 설립은 한국학문에 대한 거시적 시각에서 볼 때, 철회되어야 할 정책 추진이다. 더불어 이와 관련한 심각한 논의를 통해 한국사회에서 인문학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학문의 자율성 옹호가 한국사회의 일상에 어떤 의미가 있는 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치적 성과주의에 매료된 통합의 논리
'(가칭)한국연구재단' 설립을 위한 문제의식은 '공공기관 선진화와 기구 통폐합을 통한 효율화', 그리고 '신정부 출범 및 교육과기부 발족'에 따른 새로운 체제의 필요성에서 출발하고 있다. 즉,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식으로 '새로운 연구지원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 문제의식의 출발이다.
정치권에서 '잃어버린 10년'을 외쳐대며, '과거 흔적 지우기'에 몰두하는 맥락에서 '(가칭)한국연구재단'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매머드급 '(가칭)한국연구재단'이 설립되면, 그것이 비록 기존 연구관리기관의 통합일 지라도 새로운 조직의 탄생이기에 '하나의 성과물'처럼 보일 수도 있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일종의 성과주의적 차원에서 조직의 통합을 바라봄으로써, 학문사회가 견지해야 할 자율성에 대한 고려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학문 정책이나 학문 기구의 개편이 오로지 새정부 출범이라는 정치 논리와 효율이라는 경제논리에 의해 난도질 당하는 모습을 볼 때, 학문연구자들은 스스로 폭력의 희생양이 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여기에는 학문이 전혀 자율적이지 못하는 상처를 포함하고 있으며, 학문세계가 궁극의 가치를 향할 수 있는 근거가 사라지는 극심한 좌절감을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
정부의 통합안에는 1977년에 설립되어 31여 년의 역사성을 가진 '한국과학재단', 1981년에 설립되어 27년간 한국학문 진흥의 논리를 개발해 온 '한국학술진흥재단'에 대한 존중의 정신을 찾아볼 수 없다. 인문정신은 과거와 역사에 대한 존중으로부터 시작한다. 청산하고 재편하려고 칼부터 들이대는 태도에서 인문학을 포함한 학문을 존중하려는 태도를 읽어낼 수는 없다. 다분히 청산주의적 태도를 보이면서, 정치적 성과를 위해 기획된 듯한 '(가칭)한국연구재단' 설립은 그 발상부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게다가 통합의 논리도 빈약하기 이를데 없다. '(가칭)한국연구재단'이 설립되면 이공분야와 인문사회분야의 융합연구가 촉진되고, 기초연구 비중이 높아지며, 연구자의 행정부담이 완화되고, PM의 역할이 강화된다고 한다. 이러한 개선 사항이 왜 통합을 통해서만 가능한 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논의를 찾아보기 힘들다.
통합의 효과로 제시된 사항은 기존 조직 체계에서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할 사항인데, 오직 통합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논리는 어디서 나오는가. 통합의 논리는 단지 조직의 일원화를 통해 국가 관리의 수월성을 제고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일 뿐이다. 게다가 연구 지원을 받는 당사자인 학문연구자들의 광범위하고 실질적인 의견수렴과정을 거치지 않고 급박하게 추진하는 현 상황도 문제가 많다. 수요자 중심의 연구관리 제도를 확립하겠다는데, 수요자가 무엇을 원하는 지에 대해서는 무심하다. 행정기구의 재편에 따른 파장에 대해서는 무심한 채, 연구자들에게 재편 이후의 상황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강요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학문지원정책과 대리인 이론(agency theory)
현 정부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이야기하는 시기의 국가 주도의 학문지원정책은 '대리인 이론(agency theory)'에 입각해 있었다. 대리인 이론은 주당사자(principal)가 대리인(agency)에게 자신의 권리를 양도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가시적이기도 하고 비가시적이기도 한 이러한 부가가치는 장기적이면서도 지속적인 투자와 간접화된 개입방식을 특징으로 한다.
학술진흥재단을 포함한 학문지원시스템은 큰 범주에서는 국가(혹은 교육인적자원부)라는 '주당사자'가 '대리인'으로 학술진흥재단ㆍ한국과학재단을 내세워 진행하는 학문지원정책이다. 그래서 학술진흥재단 등은 다시 '주당사자'가 돼 '각 대학' 혹은 '학문연구자'를 '대리인' 삼아 학문의 성과를 의뢰했다. 서로가 연관돼 있는 이러한 관계는 큰 틀에서 볼 때 학문에 대한 국가의 간접화된 개입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 학술진흥재단은 중간자로서 '학문연구의 내용에 대한 개입'은 가급적 회피해 왔다. 이러한 합리적 학문개입으로 인해 학문연구자들은 학술진흥재단의 지원시스템에 양가적 감정을 가져왔다. 학문의 상대적 자율성의 보존하려는 태도에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도, 지원 제도라는 것 자체가 학문세계에 대한 개입이라는 비판적 인식을 지녀왔던 것이다. 학술진흥재단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연구자들은 근본적으로 국가기구의 학문영역에 대한 개입을 거부했고, 학술진흥재단에 대한 비판을 통해 학문세계의 자율성을 보존하려 노력했다.
국가기구에 의한 학술연구의 종속 가능성
하지만, '(가칭)한국연구재단'의 설립은 대리인 이론이 갖고 있던 합리성마저 포기하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즉, 국가가 직접 학문의 흐름을 주도하려는 의도가 내비춰진다는 것이다. 교과부가 직접 '(가칭)한국연구재단'의 운영에 개입하여 특정 연구과제를 설정하고, 선정에도 개입하려 한다. 즉, '(가칭)한국연구재단'의 국가기구로부터의 독립성이 보장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교과부가 '연구과제의 조직화' '연구개발 계획서의 검토 및 조정'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이 마련한 것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또한 이공분야와 인문사회분야가 '(가칭)한국연구재단'에 함께 존재하게 됨으로써, 이공분야의 논리로 인문사회분야 지원시스템을 만들 경우, 국가가 학술연구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여지에 대한 인문사회분야의 반발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연구주제를 국가기구에서 공모하고, 그 연구팀 선정에 직접 개입하게 될 경우 학문은 도구화될 수밖에 없다. 국가기구가 기능주의적 관점에서 학문을 호명할 수는 있다. 이공계 분야에서는 비일비재한 것이 국가기구의 개입에 의한 특정 과학기술분야의 발전이다. 하지만, 인간의 존재조건에 대한 비판적 거리두기와 이에 관한 성찰을 통해 '다른 미래에 대한 상상'을 지향하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이뤄지는 국가기구의 개입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국가기구가 공동체 내의 담론체계에 이데올로기적으로 개입했을 때, 집단적 불행이 따라왔음은 역사적 사실들이 증언한다.
전체주의 사회는 폭력을 통합 억압으로만 유지된 것이 아니라, 그 시대적 상황을 합리화한 다양한 학문적 지원 속에서 그 기반을 다졌다. 파시즘 체제도 광범위한 대중의 동의를 기반으로 하는 데, 그 동의의 저변에는 동원된 학문세계의 이데올로기적 뒷받침이 있었다. 그래서, 학문지원 체계를 거대기구로 통합해 국가가 관리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가칭)한국연구재단'의 설립은 향후 학문연구자들의 학문적 독립성을 훼손할 뿐 만 아니라, 학문에 대한 국가개입이 노골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거대 학문 권력'의 탄생을 예고한다. 국가 기구가 학문을 조정하려는 순간, 그 사회는 정신적 자유를 박탈당하게 된다. 학문의 자유가 박탈당한 사회는 영혼을 강탈당한 육신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사회는 내년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가칭)한국연구재단' 설립에 모두가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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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구재단법 입법예고 후 100일 (대학신문, 2008년 09월 20일 (토) 21:35:34 강진규 기자)
거인 탄생 … 미숙아로 태어날 지도
국가연구지원 체계의 전반을 관리하는 2조 5천억원(2008년 기준) 규모의 거인이 첫발을 내딛으려 한지 반년이 지난 지금, 거인은 어떤 길을 걷고 있을까? 지난 3월 20일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 한국과학재단(과학재단),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을 통합해 연구지원 체계를 일원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과부는 6월 19일 ‘한국연구재단법’을 입법예고했고, 공청회, 학술단체의 토론회 등이 열리며 각계에서 본격적인 한국연구재단(가칭) 출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한국연구재단 통합 안은 8월 26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제2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포함된 상태다.
◇한국연구재단이란?=정부 안에 의하면 한국연구재단은 ‘기초연구지원시스템의 효율화와 선진화’라는 원칙 아래 △연구지원의 수요자 중심 개편 △지원체계 일원화 △관리제도의 전문성 및 효율성 제고 등을 통해 ‘기초원천연구의 창조적 역량 극대화’, ‘지식기반사회 성장잠재력 확충’, ‘과학기술 5대 강국 조기 구현’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의 조직체계는 비상임 이사회와 총장이 나뉘는 구조로, 지배와 경영의 분리를 통해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구성된다. 구체적인 사업은 크게 기초연구본부(이공학), 인문사회연구본부, 국책연구본부, 대학연구진흥본부, 전략기획본부, 국제협력센터 등으로 나뉘어 추진된다.
◇졸속 행정, 인문계 홀대, 학문의 자율성 침해 등 우려 계속 제기돼=한국연구재단설립 안을 비판하는 학자들은 공통적으로 ‘충분한 검토와 계획 없이 진행된 점’을 우선 꼽았다. 황영호 교수(군산대ㆍ행정학과)는 “준비과정에서 드러난 한국연구재단의 모습은 단순히 해당 기관들의 기능을 물리적으로만 취합하고 단순화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세정 자연대 학장 역시 “기관의 통합을 넘어 정부의 학술연구 지원정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결여돼 아쉽다”고 말했다.
인문사회계열 학자들은 이번 안에 대해 “한국연구재단이 인문사회계열을 홀대한다”고 비판한다. 한국연구재단 설립이 학문의 특성을 무시한 채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성택 교수(고려대ㆍ철학과)는 지난 5월 29일 열린 공청회에서 “이공학을 지원하는 기초연구본부는 13개 연구단인데 비해 인문사회연구단은 5개로 구성돼 인문사회분야가 서자 취급을 받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문학평론가 이명원씨는 “한국연구재단이 ‘선진화’, ‘효율성’이라는 정책 목표 아래 실용성을 최우선 목표로 한 과학기술 연구 지원으로 편향될 위험성이 다분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국연구재단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연구관리자(PM; Program Manager)제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사회과학분야중점연구소협의회장 장상환 교수(경상대ㆍ경제학과)는 “PM제도 도입은 불가피한 것”이라면서도 “인문사회계열과 이공계열의 평가기준을 이원화하는 등 평가방법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현재처럼 성급하게 PM제도를 도입하면 정부의 입장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PM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문과학연구소협의회, 사회과학분야중점연구소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학단협) 등 3개 단체는 “‘연구재단’ 설립 계획이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추진되는 가운데, 그 기본 취지와 추진 절차·내용 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연구재단 설립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견서를 8월 20일 교과부에 제출했다. 학단협 상임대표 서유석 교수(호원대·교양학과)는 “법안이 국회로 넘어오는 시점에 법안을 다시 검토한 후 학자들과 국회의원들이 참가하는 토론회를 개최해 의견을 모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과부, “각계 의견을 수합해 통합할 것”=교과부는 이러한 각계의 비판에 대해 “충분한 검토와 의견 수합을 통한 조정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교과부는 인문사회 연구단보다 이공계 연구단이 더 많은 조직 구성에 대해 “현재 학진과 과학재단의 의견을 수합하는 중”이라며 “해당학문의 특성을 살려 연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재구성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교과부 내에서는 태스크포스(TF)팀이 구성돼 조직 체계를 비롯해 한국연구재단 통합과 관련된 실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통합을 담당하고 있는 교과부 연구정책과 노경원 서기관은 논란이 되고 있는 PM제도에 대해 “PM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교과부는 현재 9명으로 계획된 PM을 수십명으로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수백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한국연구재단법 안은 실무적 측면의 최종단계인 법제처 심사 과정에 있다. 법안이 9월말 법제처를 통과하면 10월 중 국회로 이동돼 늦어도 12월에는 법안이 공포될 예정이다. 교과부는 법이 통과된 후에도 3개월간 공식적인 준비 과정을 거친 후 내년 3월 경 한국연구재단을 본격적으로 설립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