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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가 새로 도입되는 '참수리' 심벌이고 아래는 기존의 '흰머리 독수리' 심벌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참수리 심벌은 부리(용맹)가 아래로 날카롭게 도드라져 용맹스러워 보이고 눈빛(통찰력)은 예리하며 깃털(진취적 기상, 수호 이미지)은 날렵합니다. 날개 역시 훨씬 역동적이고요. 더 꼼꼼히 보시면 가슴과 날개, 깃털을 나누는 공간이 경찰 60년을 상징하듯 60개입니다.
경찰은 새로운 심벌을 만들기 위해 자문위원회와 직원뿐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도 설문조사(9만여명 상대)를 실시했는데요. 100개 시안 중 최종 선정된 것이 바로 위에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토록 경찰이 공을 들여 새로운 '참수리' 심벌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존의 경찰 마크인 '흰머리 독수리' 심벌은 미 군정 하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미국을 상징하는 흰머리 독수리는 잘 아시죠. 1984LA올림픽 마스코트였던 '샘'도 흰머리 독수리였죠. 바로 아래 보이는 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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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경찰은 이왕 올해 환갑을 맞았으니 새롭게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경찰의 정체성도 확립하고 혁신을 거듭하는 경찰 이미지를 반영한다는 의미로 경찰 통합이미지(CI) 도입을 추진하게 됩니다. 그 중 하나가 참수리 경찰 마크인 것이죠.
아시아 북반구에만 분포하는 한국 전통의 참수리는 매목 수리과의 맹금류로 천연기념물 243호입니다. 몸 길이는 수컷 89cm, 암컷 102cm 정도입니다. 경찰 마크처럼 큰 부리와 쐐기모양 꽁지가 특징이죠. 우리나라에선 겨울에 눈에 띄는데 낙동강 하구 등에 무리를 짓기도 한다네요.
바로 이 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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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참수리 심벌의 요소요소마다 스며 있는 의미를 한번 찬찬히 따져 볼까요.
무궁화(국가와 국민) 위에 날개를 펴고 앉은 모습은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는 동시에 무궁화를 잡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형상으로 안정된 치안서비스망을 구축하겠다는 의미입니다. 태극은 만물의 근원을, 꽃잎 5장은 忠 信 勇 義 仁을 표현했다고 하네요.
목 부분의 저울이 보이시나요. 이는 '정의와 형평'을 뜻합니다. 어떠한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공평무사한 법 집행을 하겠다는 다짐입니다.
그런데 이 저울을 두고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뭔고 하니 저울은 '법의 평등'을 이념으로 하는 법원 혹은 사법기관의 상징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기존의 심벌에선 보이지 않던 저울이 참수리 심벌엔 살짝 들어가 있으니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오해를 살 수밖에요. 혹자는 경찰이 수사권 조정을 이미 기정 사실화 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말이죠.
사실 이 '참수리' 심벌 때문에 27일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경찰이 3장짜리 참수리 심벌 관련 보고를 내놓고 막상 기사를 쓰려고 했더니 참수리 심벌 사진을 못 주겠다는 것이었죠.
이유인즉 참수리 심벌을 포함해 경찰 CI를 경찰의 날인 10월 21일 멋드러지게 발표할 생각이었는데 미리 발표하면 맥이 빠진다는 것이죠. 한가지 덧붙여 순찰차나 깃발 등에 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아직 손 볼 부분이 많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미 몇몇 인터넷 매체를 통해 참수리 심벌은 세상에 알려지고 말았습니다. 소위 엠바고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 온 거죠. 그런데도 경찰은 끝까지 참수리 심벌 사진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급기야는 사진기자가 서면 보고에 있던 참수리 심벌 사진을 카메라로 찍어가는 소동까지 빚어졌죠.
경찰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 일처리 수준이 조금 한심합니다.
어쨌든 경찰청은 새 심벌 등 이미지 통합작업(CI) 결과를 10월 21일 공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