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재약산 (사자봉 1189m, 수미봉 1108m, 밀양)
〈산행일〉'98. 10. 30(금)∼10. 31(토) 맑음
〈산행자〉san001, 작은 아들외 8명
〈산행개요〉
영남알프스라 불리는 7개 산(가지산,운문산,고헌산,재약산,간월산,신불산,취서산)중의 하나인 재약산은 억새풀로 유명한 사자평, 고사리분교 및 표충사(表忠寺)로 그 이름이 더욱 알려져있다.
재약산과 천황산은 각종 등산안내책에 별개의 산처럼 표기되나, 실제로는 서로 마주보고 있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여 같은 산행지에 포함된다. 또한 현지 안내팻말에서는 두 산을 통틀어 재약산으로 통칭하고 있으며 재약산정상은 수미봉, 천황산(天皇山)정상(1,189.2m)은 재약산 사자봉으로 부르고 있다. 이것은 천황산이 일본 천황에서 유래된 명칭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조치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 산행은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억새를 보기 위한 목적과 그동안 거리가 멀어 가기 어려웠던 영남알프스를 처음으로 접한다는 두가지 목적을 갖고 출발하였다. 마침 팀원들과 함께 산행을 할 수 있어 더욱 보람이 있는 산행이었다.
〈산행요약〉
◆ 코스
: 얼음골∼천황사∼사자봉∼재약산정상(수미봉)∼사자평(고사리분교)∼층층폭포~
홍룡폭포∼표충사
◆ 산행거리 및 시간 : 산행거리11.5km, 산행시간 4시간52분, 총시간 7시간58분
◆ 구간별 거리 및 시간
호텔∼(0.2km,3분)∼천황사∼(0.3km,5분)∼얼음골∼(1.8km,55분)∼주능선∼(1.4km,31분)∼사자봉∼(0.8km,20분)∼고개∼(0.9km,26분)∼재약산정상(수미봉)∼(0.7km,20분)∼진불암갈림길∼(0.3km,11분)∼고사리분교분지∼(0.7km,11분)∼층층폭포∼(1.2km,43분)∼홍룡폭포전망대∼(2.0km,45분)∼표충사∼(1.2km,22분)∼정류장
〈일정〉
10/30(금). 22:00 서울역 출발(새마을호)
23:55 밀양역 도착
10/31(토). 00:10 밀양역 출발
00:45 얼음골 아이스밸리호텔 도착
08:19 산행시작
08:22 천황사 (얼음골, 가마볼협곡 갈림길)
08:27 얼음골 (가마볼 협곡 200m)
09:00 얼음골 0.8km, 사자봉 2.3km
10:02 지능선안부 도착
10:22 주능선 도착 (얼음골 1.8km, 사자봉 1.4km)
10:33 얼음골 2.1km, 사자봉 1.0km, 신명마을 2.0km
10:42 전망대 휴식
10:52 출발
11:03 사자봉 도착
11:13 사자봉 출발
11:33 고개 (사자봉 0.8km, 재약산정상 0.9km, 내원남 2.2km)
12:07 재약산정상(수미봉) 도착
12:55 재약산정상 출발 (사자봉 1.7km, 고사리분교 1.1km)
13:15 고사리분교 0.4km, 재약산정상 0.7km, 진불암 0.7km
13:26 고사리분교의 분지 (재약산정상 1.0km, 층층폭포 0.7km, 진불암 1.0km)
13:36 휴식후 출발
13:44 층층폭포 0.2km, 고사리분교 0.6km
13:47 층층폭포
14:30 홍룡폭포 전망대 (층층폭포 1.2km, 표충사 2.0km)
15:25 표충사 도착
15:55 표충사 출발
16:17 정류장 도착
16:30 정류장 출발
17:10 밀양시외버스터미날 도착
17:25 밀양역 도착
18:04 밀양역 출발(새마을호)
21:55 서울역 도착
〈산행기〉
【떠나는 마음】
깊어가는 가을-- 예년만큼 단풍소식이 빈번하지 못하다. 지난 여름의 이상기후로 일조량이 적었고, 때늦은 무더위가 가을산을 더욱 푸르게 만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가을의 정념은 사진속에 묻혀있고 가까이에서 바라본 북한산의 나뭇잎도 자신의 본분을 다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고 있다.
억새. 한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다만 갈대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이미지속에서 부드러움과 넓은 고원을 상상했다. 단풍과 더불어 가을을 상징하는 억새풀이 상상속의 사자평과 함께 오버랩된다. 충남 오서산, 창녕 화왕산, 정선 민둥산-- 최근 가고 싶다고 느끼던 모든 산은 억새풀과 더불어 어느덧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너무 멀어 가기 어려운 영남알프스. 이제 도상연구는 그만해야겠다. 거리가 먼 것이 아니고 내 마음이 준비되지 않았다.
처음으로 팀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산행을 한다. 다소 거리가 머나 새마을호 기차를 타면 의외로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새삼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 느낌이다. 기차 여행의 즐거움을 아는 세엽이가 잠을 자지도 않는다.
약12시경 도착한 밀양역은 의외로 조용하다. 아직까지는 밤바람도 부드럽다. 지난달 세엽이와 구례구역에서 느꼈던 가을바람의 스산함은 일행이 많아서인지 느낄 수 없다. 역 앞에는 숙소에서 보내준 미니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간단하게 술과 안주를 준비했다.
【그림같은 숙소... 아이스밸리호텔】
얼음골 입구에 자리잡은 아이스밸리호텔은 상상한 것 이상이다. 하얀 목재로 마감한 벽체는 스위스의 산장을 연상케한다. 깨끗한 방과 시설에 상쾌한 느낌이다. 간단하게 술을 마시고 잠을 청했다.
창으로 들어오는 신선한 아침공기가 정신을 맑게한다. 현관에서 바라본 재약산 능선은 상상을 초월해 직벽에 가깝게 눈앞에 있다. 너무나 가깝게 보인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가파른 산행에 대한 걱정으로 다가온다.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가을 단풍을 비로소 볼 수 있다. 해장국으로 아침을 먹는다. 세엽이가 밥을 먹지 않아 걱정이다.
【얼음골】
아침식사후 호텔에서 준비한 김밥을 넣고 출발했다. 도시락준비가 제 때 되지 않아 계획보다는 약50분 늦어졌다. 등산길은 호텔 뒤로 이어졌다. 바로 옆에 계곡은 물이 말라 온통 바위덩어리로 덮혀있다. 북쪽사면이라 전체적으로 어둡다는 느낌이다.
조금 가니 새로 짓고 있는 절이 나온다. 오래된 절에서 느끼는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없고 건축자재가 널려있어 산만하다. 좁은 터에 뒤로 막힌 절벽과 협곡이 절터로서는 부족하지 않은가 생각된다. 출발한지 약10분후 시례빙곡 일명 얼음골이라 생각되는 곳에 도착했다. 울타리가 처진 얼음골에서 기대하던 얼음은 볼 수 없다. 처서가 지나 얼음이 녹아서 일까-- 안내판도 없는 것이 다소 의아하다.
본격적으로 급경사길이 시작된다. 옆으로 보이는 계곡 사면은 무너져 내린 돌로 인해 굉장히 큰 너덜지대를 이루고 있다. 무너진 경사면은 나무 한그루 볼 수 없어 삭막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얼음골에서 약30분 올라오니 나무에 가려졌던 전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흙과 나무사이로 이어지던 산행길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너덜지대로 이어진다. 맞은편으로 가지산과 운문산의 거대한 능선이 하늘금을 이루고 있다. 산내면이 저아래 펼쳐지고 언양으로 가는 국도가 석남고개를 향해 아득히 멀어져간다. 양쪽 옆은 깎아지른 듯한 단애와 붉은 빛을 더해가는 나무들이 너덜지대의 삭막함에 어울리지 않게 위용있게 펼쳐져있다. 멀리 호텔이 저 아래 아득히 보인다. 언제 이 높은 곳까지 올라왔는지 한걸음 한걸음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낀다.
너덜지대를 어느정도 올라가니 하늘이 보인다. 산행 약1시간40분만에 지능선에 올라섰다. 산능선에 가려졌던 햇빛도 비치기 시작한다. 길은 흙과 나무로 된 다소 부드러운 길로 이어졌다. 급한 경사길이지만 너덜지대에 비해서 오르기는 한결 편하다. 집사람과 통화를 하였다. 이 시간 이후 산행시간내내 안테나가 잡히지 않아 통화를 할 수 없었다. 약20분후 주능선의 하늘이 보인다.
【사자봉】
주능선에서 바라본 재약산은 새로운 세상이다. 부드러운 억새풀 위에 여성의 유두처럼 솟아있는 사자봉은 처음에 언덕으로 착각했다. 점점 사자봉에 다가갈수록 정상의 돌탑과 주위능선의 흐름에서 봉우리임을 알 수 있다. 재약산정상인 수미봉이 넓은 고원에서 피라미드같이 우뚝 솟아있다. 넓은 들판속을 걷는다. 가슴까지 자란 억새풀은 바람에 흔들리며 리듬을 타고 흰색과 갈색이 조화된 들판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풍요로움을 느끼게 한다.
능선안부에서 휴식을 취했다. 깎아지른 북쪽의 절벽 너머로 가지산,운문산,억산이 비록 가보지는 않았지만 너무나 쉽게 구분할 수 있게 저마다의 특성을 자랑하고 있다. 가지산 정상의 암봉이 부드러운 능선의 흐름에서 변화를 주고 운문산은 자기 자신만의 위치를 나타내는 듯 몽땅연필 모양으로, 양옆의 능선은 가파르게 양 옆으로 흐른다. 동쪽은 취서산, 신불산, 간월산이 햇빛의 그림자로 흐릿하지만 장엄한 산세로 영남알프스의 이름을 빛내고 있다. 사진을 찍는다. 너무나 큰 평원에서 이 작은 카메라로 얼마나 많은 모습을 담을 수 있을까--
억새풀 사이의 목장길을 같은 길을 걸어 사자봉 정상에 도착했다. 호텔을 출발한지 약2시간45분이 걸렸다. 넓직한 정상에는 단체로 온 많은 등산객으로 붐빈다. 컵라면과 음료수를 파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놀랍다. 맞은편으로 바라본 재약산정상인 수미봉이 사자봉의 부드러움과는 대비되어 온통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차지는 않지만 바람이 세다. 지쳐보이던 여직원들도 정상에 왔다는 안도감인지 생기가 있어 보인다. 돌탑과 정상 표지석을 배경으로 산행의 보람을 사진에 담는다. 사자봉이 재약산의 정상은 아니지민 수미봉보다 약80여미터 높다.
【수미봉】
하산길은 여전히 억새풀로 덮혀있다. 곳곳에 등산객들이 쌓아올린 조그마한 돌탑들과 납작한 돌을 옆으로 세워놓은 모습이 신비롭다. 올라올 때와 다르게 군데군데 집채만한 바위가 억새풀의 무미건조함에 변화를 주고 있다. 나무 한그루 없는 억새밭은 햇빛에 반사되어 더욱 흰빛을 발하고 있다. 오복식품 직원들이 단체로 올라온다.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로 건네는 인사가 정감이 있다.
재약산 오르기전 고개에서 뒤 돌아본 사자봉은 사자와 같이 힘있어 보인다. 북쪽의 부드러운 모습과 상반된 남성적이고 위엄있는 모습에 왜 사자봉이라 불리는지 짐작할만하다.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나무도 보이고 암릉도 나타나는 제법 산같은 길이다. 고개 옆으로 차량이 주차해 있는 모습이 보인다. 몇 몇 등산객이 차에서 내려 사자봉으로 올라간다. 사자평을 거쳐 언양으로 가는 지방도로가 이 아름다운 자연을 해치는 것이 아닌가 안타깝다. 멀리 사자봉 밑에 보이는 산장과 억새군락이 목장 분위기를 풍긴다. 사자봉을 떠난 지 약55분만에 재약산정상인 수미봉에 도착했다.
정상은 비록 너르지 않지만 암릉으로 이루어져 아름답다. 바람을 피할 수 있어 많은 등산객들이 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고 있다. 호텔에서 준비한 김밥은 산행의 보람에 비례해 더욱 맛있다. 여분으로 준비해준 반찬과 밥이 왕성한 식욕에 깨끗이 정리된다. 아침밥을 안먹은 세엽이가 걱정되었는데 김밥을 맛있게 먹는다. 수미봉 정상도 음료를 파는 상인이 있다. 편리하기도 하지만 신성한 정상을 더럽히는 행동에 대해서는 별로 탐탁하게 생각되지 않는다.
정상에서의 한잔-- 이 매력을 잊지못해 캔맥주를 단숨에 마신다. 따뜻한 햇볕이 점심을 먹고 나른한 몸과 마음을 더욱 늘어지게 만든다. 세엽이와 정상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고사리분교와 사자평】
약45분간의 휴식후 고사리분교로 출발했다. 사자평으로 이어지는 125만평의 너른 억새밭은 여전히 우리를 감싸고 있다. 중간정도에 전망좋은 바위에서 바라본 고사리분교는 시골 초등학교를 연상시키듯 한적한 모습으로 보인다. 주위의 높은 산에 둘러쌓인 평원은 이 곳이 약800미터의 높이인가 알 수 없게 만든다. 고사리분교에 가까워질수록 나무들이 주위를 가리기 시작한다. 억새풀만 보다가 나무에 둘러쌓이니 갑자기 답답한 마음이 든다.
약30만에 도착한 고사리분교는 위에서 볼 때의 한적함은 보이지 않고 관광지가 되어 있다. 차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이 나무숲속에 자리를 펴고 음주를 즐기고 산행객을 대상으로 식음료를 파는 아주머니들로 부산한 분위기다. 지난 96년에 폐교된 고사리분교는 상상속의 학교가 아니었다. 우리나라 최고 높은 지역에 있다는 고사리분교는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는 현실속에서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옥류동천】
현재 시각 오후1시30분. 차편은 6시 기차라 여유가 있는 듯 하지만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재약산 최고의 계곡이라는 옥류동천을 향해 내려갔다. 산판로를 따라 내려가는 길은 여기서 어떻게 멋있는 계곡인가 의심케한다.
층층폭포가 200여미터 남은 지점에서 본격적 하산길이 시작된다. 길은 산판로에서 벗어나 계곡을 향해 가파르게 이어진다. 물소리가 들리며 출렁다리가 보인다. 나무에 가려진 시야가 트이면서 약30여미터 높이의 직벽에서 떨어지는 층층폭포가 나타난다. 출렁다리 밑으로 또 하나의 폭포가 있어 층층폭포라 이름졌다한다.
다리에서 바라본 저 밑의 계곡은 사자평에서 느끼던 재약산의 부드러운 인상이 착각이라는 듯 협곡을 이루고 계곡옆 단애의 천길 낭떠러지는 심장을 멋게 하는 듯 하다. 사자평에서 모인 물이 약70∼80여미터 급격하게 떨어지는 모습은 이 계곡의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좁은 하산길은 가파른 사면을 따라 어렵게 이어진다. 마른 흙과 작은 돌들이 가파른 산행길을 더욱 더디게 만든다. 계곡은 밑을 잘 볼 수 없을 정도로 저 아래 펼쳐지고 간혹 보이는 푸른 담과 희게 부서지는 물방울이 붉은 숲속에 절경을 자아낸다. 길은 계속적으로 아찔한 절벽옆으로 가파르게 내려가나 계곡 또한 한치의 여유도 없이 추락하는 듯 밑으로 이어진다.
약40여분후 홍룡폭포가 보이는 전망대에 도착했다. 층층폭포와 비슷하게 이단으로 시원스럽게 떨어지는 하얀 물줄기는 검푸른 담에 소리없이 파묻히고 점점 기울어지는 산그림자에 더욱 깊이를 더한다.
표충사까지는 약2km. 길은 처음보다는 다소 완만해졌으나 이제 인내심과의 싸움이다. 치악산보다는 훨씬 편안한 산행이나 장시간에 지친 세엽이가 조금씩 짜증을 낸다. 사진기를 들고 올라오는 등산객을 보며 걱정이 앞선다. 재약산의 억새풍경을 담기 위해 올라간다는 그를 보고 직업의식의 위대함을 보는 듯 하다.
어느덧 산행길도 많이 내려와 계곡을 옆에 두고 지나간다. 다소 편안한 마음에 신을 벗고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근다. 지난번 치악산 산행시 처음으로 발을 씻었을 때의 상쾌함을 잊을 수 없다. 발이 시리도록 차갑다. 넓은 바위에서 잠시 누워보았다. 기울어 가는 햇빛이 정겹고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이 피로를 잊게 한다.
계곡을 건너는 지점에 먼저 내려간 오과장,김과장이 쉬고 있다. 위에서 발 씻은 물로 밑에서 씻었다고 잠시 농담이 오간다. 이제 어느정도 내려왔는지 낙엽이 덮힌 길이 완만하게 이어졌다. 피곤한 몸이지만 길에서 저 높이 가끔 보이는 재약산의 암벽을 바라보며 보람을 느낀다. 사자봉에서 수미봉까지의 짧지 않은 산행길을 어떻게 걸어왔는가 인간의 힘이 대단하다고 새삼 느낀다.
【표충사】
관광객들로 붐비는 표충사에 도착했다. 약15년전 구미에 근무하던 시절 표충사계곡에 야유회를 온 기억이 새롭다. 당시 한적하고 인적드문 표충사가 이제는 관광지로 변해있다.
재약산의 아름다운 암봉에 둘러싸인 표충사는 역사가 깊은 사찰답게 고색창연함을 과시한다. 빛 바랜 대웅전이 시간의 흐름을 과거로 돌려 놓는다. 그 옛날 사명대사가 나라를 구하기 위해 승병을 훈련시킨 곳으로 사명,서산,기허대사의 충의를 표창하고자 나라에서 표충사라 명명하였다. 사명대사 유물전시관에서 전시되어 있는 포로협상을 위한 일본파견도에서 대사의 기품을 느낀다. 사자봉에서 내려갈 때 만났던 오복식품 직원들이 표충사 왼쪽 길에서 내려오고 있다. 아마 한계암, 금강폭포를 거쳐 오는 길일 것이다.
【서울 가는 길】
주차장은 표충사에서 약25분 걸린다. 일반 관광객을 위한 주차는 표충사 경내에 까지 가능하면서 대중교통 주차장은 저 멀리 만들었다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 내려가는 길에 경산버스가 보인다. 고향인 경산을 거쳐 대구로 가는 버스로 반가움이 절로 든다. 밀양가는 버스는 조금 더 내려가 상가와 여관이 있는 집단시설지구에 있다. 시간은 벌써 4시 30분이 다 되어간다. 밀양역에서 소주한잔으로 산행을 정리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덜덜거리는 완행버스를 타고 5시가 넘어서 밀양시외버스터미날에 도착했다. 조급한 마음에 택시를 탔지만 좁은 2차선 도로가 의외로 막힌다. 행정구역 개편으로 시가 되었지만 도시 기반시설의 보강없이 이렇게 도로가 열악할줄은 상상을 못했다. 어렵게 도착하여 역앞에서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한다. 돼지갈비가 1인분에 3,500원이라 시간에 좇긴다는 것이 더욱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멀리 밀양까지 와서 조선후기의 대표 건축물인 밀양루를 볼 수 없는 것도 상당히 아쉽다.
밀양을 출발한 기차는 청도,경산을 거쳐 대구에 얼마 걸리지 않아 도착했다. 내려올 때는 대구에서 밀양까지 너무도 긴 시간이었다. 처음오기에 너무나 멀어 보이던 영남알프스도 이제 내 마음에 가깝게 자리잡고 있다.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억새풀과 함께한 10월의 마지막 날이 산을 관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팀원들과의 산행 또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 더욱 보람이 있다.
〈교통 및 숙박〉
밀양은 서울에서 멀어 당일 산행이 불가능하며 밤열차를 이용하여 새벽에 하차하거나 전날 숙박을 한후 다음날 첫차로 이동하여 산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산행도 첫날 숙박지까지 가는 것을 목표로 하여 준비를 하였다.
밀양까지는 오후8시에 출발하는 새마을열차를 이용 밀양역에 11시55경 도착하였고, 밀양에서 얼음골에 있는 아이스밸리호텔(0527-356-2002)까지는 호텔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미니버스를 이용하여 숙소에 도착하였다. 얼음골입구까지는 여름에만 버스가 들어가며 평상시에는 국도상에서 약1시간 걸어들어가야 한다. 따라서 숙소와 연계하여 버스제공을 받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숙박비는 비수기로 50%할인을 받아 65,000원에 투숙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