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중 집 밥이 그립다면? 꼭꼭 숨은 `고블락식당` 찾기

[현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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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탐방] 제주 애월읍 ‘고블락식당’

10년 전 제주도에 여행을 갔을 때 식사시간만 되면 여행가이드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 있다. ‘제주도에 갈 곳은 많은데 먹을만한 음식이 없다’는 볼멘 소리였다. 10년이 지난 후 다시 찾은 제주도는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을 견뎌내고 신천지가 돼있었다. 관광지 곳곳에 으리으리하게 지어진 음식점들은 한국의 중심이라는 서울의 음식점보다 세련됐다는 느낌마저 들게 했다. 볼 것 많고 먹을 음식마저 다양해진 제주도가 참으로 반가웠지만 마음 한 켠에는 아쉬운 마음도 적지 않게 들었다. 분명 음식점을 찾기도 쉽고 서비스의 질도 좋아져 편리해지긴 했지만 왠지 제주도 고유의 무언가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애월읍 고내포구 근처 팔각정 부근에서 ‘고블락식당’의 위치를 안내하는 표를 찾을 수 있다.

그러다 찾은 곳이 ‘고블락식당’이다. 사실 직접 찾았다기보다는 꼭 가봐야 할 음식점이라며 자세히 가는 법까지 듣고 난 후에 가게 된 곳이다. ‘고블락’이란 제주도 방언으로 숨바꼭질이란 뜻이다. 한번 찾아가보니 왜 식당이름이 ‘고블락식당’인지 이해가 간다. 번화한 관광지에 위치한 것도 아니고 차가 자주 다니는 도로변에 위치해 있지도 않다. 돌담이 집으로 들어오는 바다 바람을 막고 있는 애월해안도로에 있는 마을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야 마주할 수 있다.

4대째 살고 있는 제주도의 옛 집에 그대로 만든 ‘고블락식당’

식당 간판만 때놓고 본다면 영락없는 제주도 가정집이다. 실제 가게를 운영하는 부부가 사는 집이라고 한다. 집이 가진 역사만 놓고 보면 참 오래되기도 했다. 4대째 이곳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는 중이다. 집 대문 쪽에 위치한 부엌을 개조해 조리공간을, 사용하지 않는 방을 손님이 식사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었다. 방 안은 별다른 개조를 하지 않아 제주도의 옛 가정집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고블락식당의 대표메뉴인 ‘상추밥’. 함께 싸 먹을 수 있는 제육볶음도 함께 나온다.

장소만큼이나 메뉴도 소박하다. 집 밥을 연상케 하는 음식들이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상추밥이다. 상추 한 잎당 알맞게 주먹밥이 들어가 먹기 편하도록 준비돼 한 바구니 가득 담겨 나온다. 쌈에 넣을 제육볶음도 넉넉히 준비된다. 꼭 제육볶음을 넣을 필요는 없다. 함께 나오는 검은깨 소스만 넣어 먹어도 싱그럽고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고추장아찌나 호박지짐을 쌈에 넣어도 좋다.

고블락식당의 도새기김치찌개. 얼큰한 맛이 일품이다.

돼지고기 듬뿍 넣고 자작하게 끓인 ‘도새기김치찌개’와 제주산 고등어를 사용한 ‘고등어조림’ 맛도 일품이다. 도심을 벗어나 바닷가 옆 돌담집 방에 들어앉아 먹기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특별할 것 없는 메뉴임에도 맛은 참 특별하다. 관광지 이곳 저곳을 돌며 지친 두 다리를 편히 뻗고 제주도의 정을 맛볼 수 있는 이 음식점이 참 특별하다.

고블락식당
위치: 제주시 애월읍 고내포구 앞
전화: 064.799.0393
주메뉴: 상추밥(1만원), 도새기김치찌개(8천원), 고등어조림(中-2만원, 大-2만5000원) 등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정재균 PD (jeongsan5@gmail.com)

 

[추장]

한끼 식사로 충분해 보입니다,정갈해 보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