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손자를 안아올리다 엉덩방아를 찧는 바람에 허리를 삐끗한
이화영(63·서울 서초구 잠원동)씨. 40대부터 꾸준히 에어로빅을 해
건강에는 꽤 자신이 있었건만, 환갑을 넘긴 탓인지 회복이 더뎠다.
“물속에서 운동하면 허리·손목·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는 딸의
권유로 집 근처 JW메리어트호텔 수영장에서 매주 두 번, 하루
45분~1시간씩 ‘아쿠아로빅(aquarobics)’을 시작했다. 아쿠아로빅은
한마디로 물(aqua)속에서 하는 에어로빅.
“킥, 킥, 왼쪽! 오른쪽! 팔꿈치! 무릎! 굽히지 말고 힘차게 쭉-쭉!”
가슴 깊이 풀 속에서 20분간 수중운동 지도자 김유련(30)씨의 구령과
경쾌한 팝송에 맞춰 사지를 신나게 흔든 다음, 지상 헬스클럽을 물속으로
옮겨놓은 듯한 아쿠아짐(auqagym)으로 옮겨 30~35분 동안 수중
운동기구로 근력 강화 훈련을 한다. 물속에서 쉴 새 없이 다리를
움직이면서 무게 1㎏짜리 아령을 양손에 하나씩 휘두르는 이씨에게
“이젠 허리 안 아프냐”고 묻자, 이씨는 “허리 통증이 싹 가신 것은
물론, 심폐기능도 좋아져서 계단을 척척 올라간다”며 활짝 웃었다.
함께 운동하던 정정자(59·주부)씨도 “아쿠아로빅을 한 뒤 관절염과
허리디스크 통증이 거의 사라지고, 허리가 꼿꼿해졌다”며 “내 나이에
땅 위에서 이만큼 뛰었으면 벌써 관절이 다 망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 수중운동의 종류와 장점 =수중운동은 아쿠아로빅·아쿠아짐 외에도,
따뜻한 물 속에서 파트너와 함께 스트레칭을 하는 ‘왓스’와 조용한
음악에 맞춰 태극권 변형 동작을 하는 ‘아이치’(수중태극권) 등이
있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코리아스포츠메디슨센터 은승표 원장은
“수중운동은 하체 관절이 약하거나 체중이 많이 나가는 중장년층 이상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물의 부력(浮力) 때문에 관절에 실리는 몸무게
부담이 실제보다 줄어들기 때문. 예컨대 체중 50㎏인 사람은 가슴 깊이의
물에서는 자기 체중의 20%, 목 깊이에서는 10%만 느낀다. 지상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데 싫증난 사람에게도 활력소 삼아 권할 만 하다.
운동의 강도에 비해 비교적 칼로리 소모량이 큰 것도 장점이다. 미국
성인이 1시간 동안 물속에서 걷기 운동을 했을 때 칼로리 소모량은
525㎉로, 같은 시간 지상에서 가볍게 조깅했을 때(240㎉)보다 다소
높았다.
한편 서울대 의대 체력과학노화연구소는 당뇨병 환자에게도 매주 3번
하루 1시간씩 수중운동을 할 것을 권하고 있다. 3개월쯤 계속하면
혈당치와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가 크게 떨어진다고 한다.
◆ 주의점 =아무리 좋은 운동도 지나치면 좋지 않은 법. 한양대 의대
박시복(재활의학과) 교수는 “적정 운동량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므로,
체력에 부칠 때는 잠깐씩 쉬거나, 격렬한 동작 대신 ‘물 속에서 걷기’
등 쉬운 동작을 하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매주 3~5번 하루 1시간씩
하면 되지만, 운동을 마친 뒤 2시간이 지나도 관절의 아픔이 가시지
않는다면 운동량을 줄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