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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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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 . 명 산 .후기 스크랩 뛰어난 조망에다 진달래꽃 잔치까지 갖춘 상투봉-광려산-대산(‘15.4.18)
청마 추천 0 조회 126 15.07.01 16:4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상투봉(725m)-광려산(匡廬山, 752m)-대산(大山, 726m)

 

산행일 : ‘15. 4. 18()

소재지 :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마산합포구와 함안군 여항면의 경계

산행코스 : 삼계성당 앞 도로변투구봉상투봉삿갓봉광려산대산바람재쌀재고개만날고개(산행시간 : 5시간5)

함께한 산악회 : 청마산악회

 

특징 : 오늘 오른 산은 광려산과 대산 등 2개이다. 그러나 상투봉을 하나 더 추가시켜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들 광려산의 부속 봉우리쯤으로 보고 있지만 두 봉우리 사이의 골이 깊어 따로 분류하는 것이 더 옳을 것 같아서이다. 그건 그렇고 오늘 오른 산들의 특징을 들라면 뭐니 뭐니 해도 뛰어난 조망(眺望)’이 아닐까 싶다. 함께 산행을 한 마음을 다스리는 산행의 저자 이석암 선생께서도 망설임 없이 꼽았을 정도이니 말이다. 눈을 들면 서북산과 여항산 등 낙남정맥의 산군(山群)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데 하도 시원스러워서, 다도해(多島海)의 빼어난 풍광은 차라라 보너스로 쳐야할 정도이다. 그렇다고 진달래를 빼놓을 수는 없다.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광려산과 대산의 정상에 봄이면 화사한 연분홍 꽃 잔치가 열리기 때문이다. 산행을 하다보면 곳곳에서 진달래꽃 터널을 통과하게 되는데 혹시 천국에 들어온 것이나 아닌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거기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암릉까지 끼고 있으니 어떻게 해서든지 한번쯤은 올라봐야 할 산들로 꼽고 싶다.

 

산행들머리는 천주교 삼계성당 앞 도로변(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삼계리)

중부내륙고속도로 내서 I.C에서 빠져나오면 곧바로 4거리다. 4거리를 직진으로 통과한다. 그러면 곧 T자형 3거리를 만나게 되는데 왼쪽의 동신아파트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이정표의 마산 방면이다. 다시 300m쯤 가면 정면으로 고가도로가 보인다. 고가도로에 닿기 전의 4거리에서 우회전하여 광려천을 거슬러 올라가다 삼계삼거리(내서읍 삼계리)에서 다시 우회전하여 들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산행들머리인 천주교 삼계성당 앞에 이르게 된다.

 

 

 

도로에서 법륜사(法輪寺) 진입로를 따라 들어가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진입로에 들어서면 가장먼저 길가에 도열해있는 돌탑들이 길손을 맞는다. 아니 이 길을 절에서 만들었을 테니 중생(衆生)이라고 표현하는 게 옳을 것 같다. 절 앞에 이르자 마치 기계체조라도 하고 있는 듯 일렬로 등에 올라타고 있는 일곱 마리의 돼지들이 나타나고, 그 뒤에는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돌부처들이 늘어서있다. 그 외에도 환하게 웃고 있는 득남불(得男佛)이나, 동자불(童子佛) 등 다양한 부처님들이 경내는 물론이고 산자락에까지 빽빽하게 들어찼을 정도로 사방이 부처님 천지다. 그 부처님들이 종류별로 하나 같이 똑 같은 모양새에 똑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아쉬웠지만 말이다.

 

 

절은 비록 부처님 세상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사찰의 내력은 끝내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진입로 초입에 세워진 문설주에는 분명 대한불교조계종 소속이라고 적혀있었는데도, 조계종 홈페이지에서도 검색이 되지 않으니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 조계종 소속의 법륜사가 전국에 11개나 있는데도 말이다. 경내(境內)를 통과하며 보았던 풍물들에서 짙은 미신의 냄새가 느껴졌는데 설마 그 탓은 아니었기를 빌어본다. 그건 그렇고 절에 들어서면 요사채 앞에서 오른편으로 빠져나가는 길이 하나 보인다. 그러나 그 길로 들어설 필요는 없다. 그래봤자 절을 한 바퀴 빙 둘러서 다시 대웅전 앞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요사채 앞에서 왼편의 정자(亭子) 쪽으로 가면 몇 걸음만 걸어도 닿게 되는 대웅전을 한참을 돌게 만든 것이다.

 

 

등산로는 대웅전 뒤로 열린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산뜻하게 가꾸어져 있다. 길 양편에 돌탑들이 쌓여있는가 하면 동백나무들을 가로수 모양으로 배치해 놓기도 했다 그러나 인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듯 고즈넉하다. 사색하며 걷기에 딱 좋은 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끝에 산신각이 있다. 여기까지가 법륜사의 경내이다. 들머리에서 법륜사까지 5, 절을 벗어나기까지는 10분이 더 걸렸다.

 

 

산신각을 벗어나면서 오솔길로 변한 산길은 갑자기 가팔라져버린다. 왔다갔다 갈지()자를 그리고 나서야 겨우 위로 향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8분이면 능선에 올라설 수 있을 정도로 그 거리가 짧다는 것이다. 등산로 주변에 부지런히 나뭇잎을 따고 있는 동네 아낙들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길가 나무들이 연두색 새싹들을 상당히 내밀고 있다. 그렇다. 봄은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었나 보다.

 

 

일단 능선에 올라서면 산길은 경사(傾斜)를 누그러뜨린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가파르게 변해버린다. 그렇다고 그 가파름이 버거울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난 초반부터 가픈 숨을 헐떡이고 있다. 지난 주 내내 운동을 하지 않은 채로 주지육림(酒池肉林)에 빠져 지냈던 탓이리라. 조망(眺望)이 딱 막혀버린 산길은 지루하게 이어진다. 그저 간간히 나타나는 진달래꽃들에게 눈길을 맞추어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 된다.

 

 

숨을 헐떡거리며 30분 조금 못되게 오르면 드디어 조망이 터지기 시작한다. ‘흔들바위를 닮은 기암(奇巖)이 나타나고, 그 바위를 왼편에 끼고 오르면 왼편 무학산 방향으로 시야(視野)가 트이면서 산군(山群)들 사이로 남해바다가 첫 선을 보이는 것이다.

 

 

첫 번째 조망대에서 다시 한 번 가파른 오르막길을 치고 오르면 10남짓 후에는 또 다른 바위전망대 위에 올라서게 된다. 이번에는 전망대 주위에 진달래꽃까지 피어있어 아름다운 풍취(風趣)까지 더해진다. 발아래에 펼쳐지는 내서읍 시가지가 진달래꽃으로 치장되며 아름다운 그림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바위전망대를 지나서도 오르막길은 계속된다. 단지 그 가파른 기세(氣勢)만 조금 누그러뜨렸을 뿐이다. 그리고 10여분 후에는 투구봉(704m)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화계봉으로 연결되는 능선이 갈리는 이곳에서 오늘 산행에서 처음으로 이정표(삿갓봉 2.4Km/ 화계산 7.0Km/ 삼계회관 2.9Km)를 만나게 된다. 정상표지석은 없다. 또한 이곳이 투구봉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그 어떤 표지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지도(地圖)를 보고 이곳이 투구봉 정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다.

 

 

투구봉에서 상투봉(725m)10분도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지척이다. 거기다 오르막의 경사(傾斜)도 거의 느끼지 못한 정도로 완만하다. 그저 시야(視野)가 터지는 두어 곳에서 조망을 즐기면서 걷기만 하면 된다. 왼편에는 저 멀리 남해바다가 어렴풋이 나타나고, 오른편으로 시야가 열리는 곳에서는 봉화산 아래를 지나가는 79번 국도까지 또렷하게 나타난다.

 

 

 

3~4평 남짓한 분지(盆地)로 이루어진 상투봉 정상은 정상표지석은 보이지 않는다. 이정표(삿갓봉 2.2Km/ 화개산 7.8Km/ 신감마을 1.8Km)에 매달린 정상표지판이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을 따름이다. 생김새로 보아 대구의 산꾼 김문암씨의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상투봉에서의 조망은 썩 뛰어난 편은 못된다. 그저 서쪽 한 방향으로만 시야(視野)가 열리면서 낙남정맥의 산군들이 나타날 따름이다. 참고로 이곳에서 왼편으로 보이는 오솔길은 신감마을에서 올라오는 길로서 요 아래에 있는 광산사에서 원점회귀 산행을 하려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코스이다.

 

 

삿갓봉으로 가는 길은 어른 허리춤 정도로 자란 산죽(山竹) 밭으로 시작된다. 산죽들로 가득한 분지(盆地)를 지나면 십여 명이 둘러앉아 함께 식사를 해도 충분할 정도로 넓은 너럭바위가 나오고, 이어서 조금 후에는 광산사갈림길(이정표 : 광산사 0.7Km)에 이르게 된다. 왼편의 길 역시 광산사에서 원점회귀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코스이다. 상투봉에서 이곳 갈림길까지는 20분 가까이 걸렸고, 고도(高度) 또한 한참을 까먹었다. 비록 급경사(急傾斜) 내리막길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광산사 갈림길에서 다시 15분 정도를 걸으면 또 다른 광산사갈림길(이정표 : 삿갓봉 0.4Km/ 상투봉 1.8Km)을 만난다. 그러나 이번에는 광산사로 내려가는 길이 막혀있다. 물론 이정표에 방향표지판도 없애버렸다. 옆에 세워진 안내판에 문화재보호구역 및 입산금지구역을 그려놓고 문화재보호구역이니 들어오지 말라고 적혀있다. 내가 알기론 광산사에는 국보급(國寶級) 문화재는 없다. 그저 경상남도 유형문화재(440)인 우협시보살인 대세지보살상이 있을 뿐이다. 그것도 겨우 한 점 뿐이다. 그런 정도를 갖고 출입금지까지 시키는 경우를 다른 곳에서는 결코 본 일이 없다. 아마 사찰에서 자기들 땅이라고 막아버린 모양이다. 설마 행정청에서 이런 막무가내의 행위를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갈림길에서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10분 조금 넘게 오르면 삿갓봉이다. 크고 작은 바위 몇 개가 땅에 널려있는 모양새의 정상에는 정상표지석과 이정표(광려산 0.7Km/ 한치고개 1.7Km, 여항산 10.7Km/ 투구봉 2.52Km)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상이 비좁은 탓인지 한쪽 귀퉁이에다 데크로 전망대를 겸한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삿갓봉은 낙남정맥의 분기점(分岐點)이다. 이곳에서 오른편은 한치고개에서 올라오는 정맥길이고, 이곳에서부터 대산을 거쳐 무학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낙남정맥을 따른다. 그리고 우리가 걸어온 능선은 화개지맥, 광려산에서 북으로 갈려나간 산줄기로 함안군 대산면 장암리 장포마을까지 이어지는 약 34Km의 산줄기이다. 참고로 국립지리원의 지형도에는 이곳 삿갓봉이 아직까지 광려산 정상으로 표기되어 있다고 한다.

 

 

 

 

사방으로 시야(視野)가 뻥 뚫린 삿갓봉 정상에서의 조망은 썩 뛰어나다. 우선 서남쪽에는 진동만과 추곡리, 그 너머로 남해바다가 널따랗게 펼쳐진다. 그리고 반대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면 화개지맥의 투구봉과 그 너머 오른쪽에 무학산이 보인다. 그 외에도 삿갓봉을 중심으로 낙남정맥의 산군들이 길게 이어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삿갓봉에서 광려산까지는 큰 오르내림이 없이 연결된다. 중간에 한번 안부까지 떨어지기는 하지만 골이 깊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그저 길을 가다 조망 좋은 곳에 멈춰 서서 눈앞에 펼쳐지는 남해바다와 그 위를 떠다니는 크고 작은 섬들을 구경하는 호사(豪奢)만 누리면 된다. 삿갓봉에서 광려산까지는 17분이 걸렸다.

 

 

 

두세 평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비좁은 광려산의 정상은 정상표지석과 글씨가 지워져버려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이정표 하나가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다른 볼거리는 없다. 물론 조망만은 예외이다. 광려산은 아까 지나온 삿갓봉보다 높아 주봉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 정상표지판이 세워진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도에는 752m봉으로 등재되어 있으니 참조할 일이다. 참고로 광려산은 중국의 명산인 여산(廬山)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여산은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지은 도연명이 태어난 곳으로 중국 불교 정토신앙(淨土信仰)의 성지로 알려진 산이다. 그 여산에서 '()'자를 따오고, 그 여산에 살았다는 유명한 은둔자(隱遁者)인 광유(匡裕)선인의 이름에서 '()'자를 따다가 이 둘을 합쳐서 광려산이라고 지었다는 것이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한마디로 광활하다. 사통팔달로 시야(視野)가 터지기 때문이다. 진행방향에는 조금 후에 오르게 될 대산을 가운데에 놓고 좌우로 남해바다가 펼쳐지고, 지나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면 삿갓봉을 기준으로 오른편에 상투봉과 무학산이, 그리고 왼편에는 봉화산과 그 뒤에 있는 서북산과 여항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날씨가 좋을 경우 지리산까지 눈에 들어온다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조망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비가 내리기 직전의 꾸부정한 날씨 때문이다.

 

 

대산으로 향하는 능선 역시 왼편 산자락으로의 통행을 막고 있다. 들어갈 만한 곳에는 어김없이 철조망을 쳐 놓은 것이다. 그리고 갈림길(이정표 : 대산 2.2Km)이 있던 곳, 그러니까 광려산에서 5분쯤 가면 만나게 되는 광산사로 내려가는 길목에는 아예 목책(木柵)까지 동원해서 통행을 막아버렸다. 폐쇄된 광산사갈림길에서 안부로 잠깐 내려섰다가 맞은편 능선으로 다시 치고 오르면 암릉이 나타난다. 비록 바윗길의 거리가 짧지만 오늘 산행에서 가장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는 구간이다. 오른편은 수백 길의 서슬 시퍼런 바위벼랑, 산길은 바위벼랑을 따라 나있다. 당연히 위험이 수반(隨伴)될 수밖에 없다. 바윗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왼편 사면(斜面)으로 난 우회로(迂廻路)를 이용해야 할 일이다.

 

 

 

 

바윗길에서는 남해바다의 조망(眺望)을 실컷 즐길 수 있다. 가덕도와 거제도 등 커다란 섬은 물론이고, 그밖에도 수많은 섬들이 바다에 널려 있다. 흡사 작은 돛단배가 파도 따라 떠다니고 있는 것 같다. 거제도의 오른편에 보이는 산들은 아마 거류산 등 고성의 산들일 것이다.

 

 

암릉에서 안부로 내려섰다가 다시 맞은편 능선을 치고 오르면 무명봉, 두어 개의 벤치를 놓아 등산객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이러한 쉼터는 산행 내내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무명봉을 지나면 산길은 능선을 벗어나 왼편 사면을 따라 이어진다. 능선의 끝자락이 바위벼랑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능선안부에 이르게 된다. 광려산과 대산을 구분하는 안부로 보면 될 것 같다.

 

 

대산에 가까워지면서 진달래들의 꽃 잔치가 시작된다. 그렇다고 지나온 길에 진달래를 만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상투봉이나 삿갓봉, 광려산에서도 진달래는 무리지어 있었다. 다만 그 범위가 그저 잠깐의 눈요기로 만족해야할 정도로 작았다는 얘기일 뿐이다. 그러나 대산에 가까워지면서 진달래의 무리는 한없이 광범위(廣範圍)해진다.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진달래들이 산자락을 온통 점령해버린 것이다. 이른바 동화 속에 나오는 꽃 대궐이란 바로 이런 곳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산길은 온통 연분홍 꽃물결을 이룬 진달래 무리 속으로 나있다. 그 진달래들은 하나같이 어른의 키를 훌쩍 넘길 정도로 웃자라있다. 그러다보니 산길은 자연스레 꽃으로 이루어진 터널을 통과하게 된다. 함께 걷고 있는 집사람의 얼굴이 붉은 색으로 곱게 물들어 있다. 그리고 해맑게 빛나고 있다. 눈이 부시다. 자연이 만들어낸 조화가 바로 이런 것이리라. 아름다움은 사람들까지도 티 없이 밝게 만들어버리는 모양이다.

 

 

 

진달래 꽃밭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 남해바다가 조망되는 멋진 바위전망대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대산 정상이다. 광려산을 출발한지 1시간이 조금 못 걸렸다. 나무계단을 밟고 올라서면 만나게 되는 대산 정상에는 아담한 크기의 정상표지석과 이정표(광산사 2Km/ 광려산 2.5Km, 삿갓봉 3.2Km) 그리고 119의 구호지점표시목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산의 정상도 비좁기는 매한가지이다. 그러나 잠깐 쉬어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은 되니 짬을 내어 머물러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사방으로 펼쳐지는 조망에 눈이 호사(豪奢)를 누릴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대산 정상에 오르면 시야(視野)는 더욱 넓어진다. 마산항과 진해만, 진동 앞바다, 그리고 진해 창원 김해 쪽 산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마산항 뒤에 보이는 시가지는 물론 창원과 진해이다. 그리고 그 시가지를 비음산과 불모산, 웅산, 시루봉, 천자봉, 장복산 등이 둘러싸고 있다. 이곳도 역시 날씨가 좋을 경우에는 지리산이 보인다고 하지만 우리에겐 그런 행운이 없나보다. 꾸부정했던 날씨가 조금 전부터 가느다란 빗줄기를 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산에 오르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다들 비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한다. 나 또한 카메라를 배낭 속에 갈무리하고 방수용 카메라를 꺼내 든다. 그리고 가늘게 내리는 빗속을 거닌다. 물론 아직도 진달래 꽃길이다. 그리고 진달래 바다에 빠져 그 사이로 난 꽃길을 걷는다. 바람결 따라 흩날리는 꽃들에 정신을 놓아버린 난 꿈결이 따로 없다. 이 정도의 빗줄기 갖고는 봄날의 아름다움을 결코 막을 수 없다는 증거이리라.

 

 

꽃길을 따라 5분 조금 못되게 걸으면 억새와 진달래가 어울려 군락(群落)을 이루고 있는 널따란 공터에 올라서게 된다. ‘광산먼등이라고 적힌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지만 왜 그런 이름이 붙여졌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라는 낱말 중에 가운데가 솟아서 불룩하게 언덕이 진 곳을 나타내는 둔덕이라는 뜻도 있으니 어쩌면 광산에서 멀리 떨어진 언덕을 이르는 말이 아닐까 싶다. 이때 광산은 요 아래에 있는 광산사의 광산인지, 아니면 광려산을 이르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정상표지석에 적힌 높이는 727m, 그렇다면 방금 지나온 대산의 정상석에 적혀있던 높이와 같으니 참조할 일이다.

 

 

광산먼등에서 조금만 더 내려오면 오른편에 커다란 바위가 보인다. 물론 산길은 바위를 피해 왼편으로 나있다. 그러나 난 바위로 올라볼 것을 권하고 싶다. 멋진 기암괴석(奇巖怪石)들 위로 길이 나있는데 그다지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위를 오르내리는 약간의 번거로움은 있지만 대신 눈은 맘껏 호사(豪奢)를 누리게 된다. 빼어난 자태의 기암들을 바라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한 것이다. 특히 남해바다로 펼쳐진 파노라마는 진경(珍景)이다. 진동만은 물론 진해만과 그 너머 가덕도 앞바다까지 하나의 눈길로 담긴다.

 

 

바윗길에서 내려와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부드럽게 치고 오르면 넓은 공터로 이루어진 윗바람재봉(570.5m)이다. 정상표지석과 산불감시초소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상의 오른쪽에는 마산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돌섬과 마창대교, 그리고 무학산이 잘 조망되는 곳이다.

 

 

 

윗바람재를 지나면서 가파른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이 코스를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반대방향에서 올라온다면 많이 힘들겠다. 아니나 다를까 오르는 이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힘든 표정이 역력하다. 이런 때의 방법은 딱 하나, 그저 쉬엄쉬엄 올라가는 방법뿐이다. 그러다 들꽃이라도 만나면 눈길도 맞추어가면서 말이다.

 

 

윗바람재봉에서 15분 정도를 내려오면 널따란 안부에 이르게 된다. 육각의 정자(亭子)와 전망데크가 세워져 있는 바람재이다. 그러나 조망은 썩 뛰어나지 못하다. 고도(高度)를 낮추면서 시야(視野) 또한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바람재는 공원(公園)으로 가꾸어져 있다. 곱게 자란 잔디와 조경수들은 물론이고, 벤치에 체육시설까지 갖추었을 정도다.

 

 

바람재에서는 임도를 따른다. 맞은편 447m(작은대곡산)을 넘는 방법도 있겠으나 별다른 볼거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편한 임도를 따르도록 한 것이다. 임도는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과 스스럼없이 비켜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넓다. 아마 매년 331일에 열리는 바람재 진달래축제를 위해 만든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바람재에서 쌀재까지는 20분 정도가 걸린다. 참고로 쌀재고개는 쌀이 쌓였다는 의미에서 지명이 유래된 것으로 짐작된다. 조선 시대 조창(漕倉)이 인접하였고, 고개 북쪽에 위치한 무학산의 옛 지명이 조창에 쌀이 쌓인 모습을 나타내는 두척(斗尺)’산인 것과 연관이 있을 듯 싶다. 그러나 떠도는 단편적인 기록만으로는 쌀재 고개라는 명칭의 유래를 단정하기에 무리일 것이다.

 

 

산행날머리는 만날고개

쌀재에서 대곡산으로 가는 길이 나뉜다. 이곳에서 낙남정맥과 헤어지게 되는 것이다. 산행날머리인 만날고개는 이곳에서 1.4Km, 역시 임도를 따르기로 한다. 임도를 따라 얼마쯤 내려가다 만날공원의 이정표를 보고 왼편으로 방향을 틀면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날고개에 올라서게 된다. 만날고개(해발 180m)는 모녀(母女) 상봉의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고개이다. 고려 말 마산포 바닷가에 가난한 양반(李氏)가문의 편모슬하 세 딸과 어머니에 얽힌 이야기다. 맏딸은 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와 동생들을 위해 고개 너머에 있는 윤진사댁에 돈을 받고 시집을 갔다고 한다. 신랑이 반신불수(半身不隨)에다 말도 못하는데도 이를 개의치 않았나 보다. 3년 만에 청상과부(靑孀寡婦)가 된 후에도 혹독한 시집살이에 시달리던 맏딸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친정 소식이라도 들을까 해서 음력 817일 살그머니 만날고개로 올라갔다고 한다. 때마침 친정어머니도 같은 생각에서 고개로 나왔다가 서로 만나게 돼 모녀는 얼싸안고 눈물을 쏟았다는 이야기다. 해마다 음력 817일이 되면 그간 소식이 끊겨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을 찾아 많은 사람들이 숱한 사연들을 가지고 이곳에 모인다고 한다. 마산에서는 1983년부터 해마다 추석 즈음에 이곳에서 민속축제로 '만날제()'를 열고 있다. 고갯마루에서 잘 가꾸어진 근린공원지역을 내려서면 일반도로(무학로)에 이르게 되면서 오늘 산행이 종료된다. 오늘 산행은 총 5시간15분이 걸렸다. 간식을 먹느라 중간에서 쉬었던 시간을 감안할 경우 5시간5분이 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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