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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은 흔히 '왕사성의 비극'이라고도 불려진다. 이 경은 그 첫 부분에 '송(宋)의 원가년중(元嘉年中)에 강량야사(畺良耶舍)가 번역하다.'라고 되어 있다. 송이라고 하는 나라는 중국 역사상 두 번 있었다. 하나는 수, 당, 오대, 그 다음에 일어난 송나라가 있고, 또 하나는 그보다도 훨씬 이전 남북조 시대에 생긴, 유(劉) 무제(武帝)가 양자강 남쪽 건업(建業)에 도읍을 정하고 세운 송 나라가 있다. 이것을 유송(劉宋)이라고도 한다. 여기서는 후자를 가리킨다. 그 시대에 서역에서 강량야사라고 하는 사람이 송(宋)을 찾아 왔으며, 종남산의 도림정사에 살면서 이 경을 번역하였다고 전하여진다. 인도에서 전래된 경전들은 거의 두 가지 이상의 이역(異譯)이 있지만, 이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은 한 가지 번역밖에 없다. 물론 인도말로 된 원전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 경은 역경사상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경이다. 《관무량수경》이라는 제목은, 본래의 이름을 '관극락국토무량수불관세음보살대세지보살(觀極樂國土無量壽佛觀世音菩薩大勢至菩薩)'이라고 한다. 이것을 줄여서 《관무량수경》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 경의 이름의 내용은 극락 국토의 장엄과 그 나라에 계시는 무량수불(아미타 부처님)과 좌우에서 부처님을 보좌하고 계시는 관음(觀音)세지(勢至)의 양대 보살을 `관(觀)'하는 경이라는 말이다. '관'한다고 하는 말에는 `관견(觀見)'과 `관지(觀知)'의 두 가지 뜻이 있다. '관견'이란, 극락 정토의 아름답고도 불가사의한 장엄을 마음 속에 그려 보는 것을 말하며, '관지'란, 아미타 부처님께 귀의하는 절대 신심을 말한다. 왕사성의 비극이라고 불려지는 연유는, 이 경의 첫머리에 태자 아자타삿투가 그 아버지를 가두고 어머니마저 가두어 버리고, 감옥에 갇힌 어머니가 부처님을 부르는 장면이, 현대에도 있을 수 있는 비극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아자타삿투가 그런 끔찍한 사건을 왜 일으켰는지에 대하여 《경(經)》에서는 말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먼저 그런 비극이 발생하게 된 배경을 《아자세왕국경》을 비롯하여 여러 경전에 언급되어 있는 것을 발췌(拔 )하도록 하자. 마가다국의 왕인 빈비사라왕은 어진 정치를 펴고 국민의 절대적인 신망을 받고 있는 왕이었다. 부처님께 귀의하여 항상 진리에 접하였으며, 곁에는 언제나 아름답고 총명한 왕비 위제희 부인이 있었다. 이 세상에 행복이라고 이름 지을 수 있는 것은 모두 갖추고 있었다. 단 한 가지 나이가 이미 50줄에 들어섰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슬하에 아들이 없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었다. 그래서 하루는 점치는 사람을 불러 점치게 하였더니, "안심하십시오. 반드시 왕자를 얻게 됩니다. 저 건너 산에서 수행하고 있는 선인이 있는데, 그 선인의 수명이 다하면 부인의 몸에 왕자로 잉태될 것입니다. 그것은 앞으로 3년 후의 일입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대단히 기뻐하였지만, 그 아이가 태어나는 것은 앞으로 3년이나 지나야 한다는데, 그것은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더구나 더 다급한 것은 부인이었다. 이제 40이 넘고 여성으로서의 매력도 한물 가버린 지금, 3년을 기다린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여러 모로 생각한 끝에 왕에게 이렇게 말했다. "삼년 후에 아이를 갖게 된다는 것은 선인이 앞으로 3년을 더 산다고 하는 말이지요. 그 말은 바꿔 말해서 그 선인이 죽기만 하면 곧 태자로 태어나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 선인도 나이 들어 그렇게 서글프게 사는 것 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태자로 태어나는 편이 훨씬 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참으로 무서운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왕은 곧 사신를 보내서 그 선인을 죽였다. 그러나 아무리 선인이라고 하더라도 목숨이 아깝지 않은 사람은 없다. 죽음에 임해서 그 선인은 원한을 품고 반드시 두 사람에게 원수를 갚을 것을 다짐하였다. 그런 저런 일이 있은 다음 달에 부인은 아이를 갖게 되었다. 위제희 부인이 아이를 갖게 되었다는 소식은 금방 온 성안에 퍼졌다. 왕을 비롯하여 온 국민이 모두 기뻐하였으며, 그렇게 세월은 흘러 갔다. 이윽고 산달이 다가오자 왕은 다시 점을 치도록 하였다. 점치는 사람은 점괘를 보고는 안색을 바꾸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분명히 왕자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이 아이는 두 분을 몹시 원망하고 있으며, 성인이 된 다음에 반드시 두 분에게 복수할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왕과 왕비는 매우 두려워하였다. 잔인하게도 자기네의 행복을 위해 무고한 선인을 죽인 일이 있으며, 그 선인이 죽음에 임해서 복수하겠다고 다짐했던 일이 생생하게 떠오른 것이었다. 그로부터는 매일 밤마다 그 선인이 꿈에 나타나서는 무서운 형상을 하고서 복수하겠다고 소리치는 것이었다. 왕과 왕비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다시 무서운 계획을 세웠다. 산실을 높은 누각에다 마련하고 그 밑에 칼을 빽빽히 세우고서 아이를 낳아 떨어뜨렸다. 참으로 끔찍한 일을 실천에 옮긴 것이었다. 그러나 아이는 죽지 않았다. 새끼손가락 하나만 잘리고 기적적으로 살았다.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고, 그 울음 소리를 들은 왕비는 모성이 살아나 그 아이를 키우게 되었다. 아이는 예쁘게 자랐으며, 어느덧 왕도 왕비도 끔찍한 일들은 말끔히 잊어버리고, 태자는 어엿한 성인이 되도록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성인이 된 태자는 총명하였으며, 부모를 존경하고 따랐다. 여기에 조달(調達=提婆達多, Devadatta)이 등장한다. 조달은 부처님의 사촌 동생이며, 대단히 뛰어난 수행자였다. 그러나 부처님의 교단을 탐내고 분열을 조장했던 악인이다. 그가 아자타삿투를 현혹시키고, 과거에 두 번이나 자신을 죽이려 하였던 사실을 환기시키면서 쿠데타를 일으키도록 종용하였다. 그래서 아버지를 가두고 그 아버지를 살리려고 애쓰는 어머니마저 감옥에 가두게 된 것이다. 《관무량수경》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자기의 잘못은 깊이 뉘우치지 못하고, 순전히 남의 탓만 하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여성 위제희 부인을 통해서, 불교의 깊은 신앙의 세계를 열어 보인 경전이 바로 이 《관무량수경》이다. 이 경전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는데, 그 첫째는 악인을 구제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악인이란, 진실을 구하면서도 진실과 거리가 멀고, 선을 가까이하려 하지만 선할 수 없는, 영겁의 시간과 공간에서, 죄업이 막중한 범부 중생을 말하는 것이다. 최저최하의 열악한 악인 범부이기는 하지만, 현실생활 가운데서는 왕비라고 하는 최고의 지위에 있는 위제희 부인이 바로 그런 악인의 전형적인 모습이지만, 그런 악인이야말로 아미타 부처님의 구제 대상이라고 하는 것이다. 두 번째 특징은 여인성불(女人成佛)이다. 이 부분에 대하여는 후대의 사상가들에 의하여 많은 논란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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